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 수오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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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책을 거의 읽지 않은 사람도 류시화 시인의 이름은 알 것 같다조금 더 나아가 외눈박이 물고기도 알 것 같다연탄재를 발로 차지 말라는 안도현 시인 만큼이나달이 떴다고 전화를 받아 행복한 김용택 시인만큼이나세상에게 사랑 받는 시인이 아닐까그런 류시화 시인이 고르고 고른 시집이라니이건 고민할 필요도 없이 픽(!)이다앞서 그가 엮어낸 몇 권의 책들처럼이 책 역시 앞으로 삶의 구비구비에서 내게 조용한 답을 내어줄 책이 될 듯하다.




일단 책 제목부터 마음을 퉁퉁 두드린다마음챙김의 시라니실제 마음이 허하고 힘든 날이면 시집을 꺼내 뒤적이는 나로써는 눈물이 날 것 같은 날에 꺼내볼 시집이 또 한 권 생긴 샘이다더욱이 이 책은 오롯이 내가 힘든 날 꺼내볼 시들이 가득해서 더욱 좋았다한마디 덧붙이자면 사랑으로 힘든 날보다는 인간 본연의 고민앞으로의 나에 대한 고민이 드는 날 읽으면 더욱 좋을 시집이다.  




시집을 놓고 리뷰를 하자니 사실은 꽤나 어렵다두꺼운 소설이나 학습서적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그런데 한가지 확실한 것은가을의 길목에 들어서는 이 즈음한번쯤 읽어두면 떨어지는 낙엽에도 덜 외로울 느낌이다또 한 해를 마감하며 이뤄놓은 것이 없다는 절망이조금이라도 덜 느껴질 것 같은 책이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하얀 표지에 손을 얹어본다그리고 마음 챙김이라는 글씨를 가만히 손으로 따라가본다과연 내 마음은 언제 챙겨보았던 건지일을 챙기고 가족을 챙기고 하는 사이내 마음은 얼마나 방치해두었던 건지 가만히 생각해본다그리고 이 가을은꼭 내 마음도 한번 챙겨보리라고 가만히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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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민한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
유은정 지음 / 성안당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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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와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은 갑을 없는 수평적 관계를 추구하지만잘 보이고 싶은 모습은 자신도 모르게 수직적 관계를 만든다무의식적으로 상대의 눈치를 살피게 되고상대가 원하지 않은 친절을 기꺼이 베풀게 된다. (p.33)






이 작가의 전 작을 읽었다사실 제목이 강력해서 읽었고내용도 꽤 오랫동안 머리에 남아있었던 기억이 있다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두 번째 책을 만나게 되어 반가운 마음과 또 한번 !”하는 느낌표 가득한 마음이 되었다오늘 누군가와의 감정소모로 내가 너무 예민한가난 왜 이러지하는 등의 마음이 들었던 이들이여이 책의 제목을 빌어 말한다당신이 예민한 게 아니라 그 상대방이 너무한 것이라고우리는 왜 굳이 우리의 마음을 예민하다고 말하며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히는가일단 그 습관부터 없애버리자아주 조금 더 행복해질지 모르니 말이다.





-       자존감은 결국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취사선택해 나가는 힘이다좋은 선택을 많이 할수록 그 삶은 더욱 건강해진다나는 우리가 자신에게 형벌을 내리는 집행자가 아니라 자신을 구제하는 구원자가 되기를 바란다나의 구원자는 바로 나 자신이다. (p.94)



-       상대적 박탈감의 행심은 박탈감이 아니라 상대적에 잇다상대적 비교와 평가가 따라붙어 괴로운 것이다. (p.140)



-       성장의 한복판에 서 있는 사람은 심한 성장통을 겪는 중이라서 다른 것을 살펴볼 여력이 없다열심히 문제를 풀고 있는 아이에게 점수를 매기겠다면서 시험지를 뺏지 말자유치원생도 완성하지 못한 그림은 의미 있는 대상에게 들키고 싶어하지 않는다. (p.175)







감히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면나는 직장생활의 3.6.9년 차에 해당하는 이들과 도대체 나는 뭘 잘하고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그리고 이 책은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읽기보다는 책상이나 식탁에 바르게 앉아 메모할 준비를 하며 읽었으면 좋겠다책을 읽으며 제시된 문장들로 자신의 개별성을 인지해보기도 하고감정언어들도 직접 기록해보기를 바란다분명 그 시간들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생각할 시간을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타인에게 무엇인가를 전파할 시간이 부족하지만기회가 닿는다면 직원들에게도 이 책에 제시된 감정언어들을 전파해주고 싶다어쩌면 우리가 마음이 괴롭다고 느끼는 까닭은 내 감정이 어느 지점에어떻게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많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더욱 명확히 내 감정을 보다 객관적인 단어로 표현한다면감정에서 오는 괴로움이 상당히 가벼워질 수 있으리라 느꼈다.



한때는 나도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모호함을 고민했던 사람이다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따로 또 같이의 개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러 번 배우게 된다부부관계도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도 따로 또 같이만 명확하다면 사실은 오히려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깨달은 바는내가 나의 감정을 정확히 인지하지 않고서는 그 누구도 내 감정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것과열등감이나 상대적 박탈감 등은 어쩌면 내가 나를 지키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이었다물론 이 책을 읽자마자 내가 엄청 강해져서 나를 지킬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하지만 적어도 내가 내 마음을 아프게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만 있어도꽤 좋은 출발선이라고 생각한다또 내 감정을 오롯이 들여다보는 과정 자체가 매우 중요한 것이기도 하고.



그동안 내가 너무 예민하다고내가 너무 날카롭다고타인에게 나를 끼워 맞추던 수많은 말들을 던져본다나는 내 기준에서 지극히 정상이고나는 내 기준의 모든 좌표가 아니었던가그리고 또 한발 나아가 생각해본다너무 예민하다고 생각했던 타인의 마음을너무 날카롭다고 생각했던 타인의 기분을그렇게 나를또 타인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통해 우리의 감정은우리의 마음은 회복탄력성을 키워가게 되리라 믿는다.



한참 뒤죽박죽 하던 내 마음에 명쾌한 답을 던져준 좋은 읽기였다.









이 책을 읽던 기간 중내가 참으로 좋아하는 이와 대화를 나누다가 불현듯 깨달은 바가 있다그 사람이 내게 해주어 너무 기뻤던 것을정작 해준 이는 해준 것은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내가 그 이야기를 하니 그때서야 그게 그렇게 기뻤냐고그냥 그 당시에 기뻐했던 것만 기억에 남아있었다고 대답을 했던 것이다반대로 내가 그 사람에게 한 말이나 선물 역시나는 대수롭지 않게 했던 것을 그 사람은 매우 값지게행복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그 순간 불현듯받는 이와 주는 이의 차이를 깨닫기도 했고주는 사람은 잊어버려도 받은 이는 기억하게 되기에 말 한마디라도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어쩌면 이 깨달음 또한 따로 또 같이의 한 굴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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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러워도 괜찮아 - 다른 사람 시선 신경쓰지 말아요
오인환 지음 / 마음세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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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내가 보낸 하루는 어떤 이름을 갖고 있을까이름 없는 영화를 본 것처럼 나의 어제 하루도 이름 없는 시간이었을까? (p.76)


 

제목부터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이 책하필이면 이 책을 받은 후 참 많은 일이 있었던 터라 늦게 이 책을 펼쳤다읽어야 할 책이 너무나 쌓여있기에 무엇을 먼저 읽어야 할지 고민도 했으나난 이 책을 가장 먼저 꺼내 들었다촌스럽다는 말 자체가 너무나 예스러워진 지금이 책은 무엇 때문에 그 모든 것이 괜찮다고 할까왜 촌스러워도 괜찮다는 걸까.



 

이 책은 짧은 에세이들이 모인 책이다그런데 그 에세이가 길이보다 꽤나 깊다어떤 글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넘겨지는가 하면어떤 글은 쉬이 넘길 수 없어 여러 번을 다시 읽게 한다이 글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나이 지긋한 선생님께서 수업의 시작이나 끝 무렵한마디씩 던져주시는 그런 삶의 노하우같다같은 반에 앉은 모두가 같이 듣지만어느 누구에는 인생 최고의 한마디가 되고어느 누구에는 그저 지나갈 뿐인 그런 말.  그래서 내게 닿지 않는 이야기는 그저 가볍게 공감하며 읽었고내게 닿는 이야기는 여러 번 되새겼다내 마음에 닿은 몇 문장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       걱정하고 있다면 당장 그것을 그만두어라두려움은 포기를 만들기도 하지만 성장을 만들기도 한다. (p.110)


-       사랑할수록 바라보자상대방의 마음이 같은 방향이라면 굳이 끌려고 하지 않아도 같은 길을 가게 될 것이다. (p.145)


-       너는 너대로 빛나거라나는 나대로 빛날 테니. (p.179)



 





최근 너무나 허망한 일을 겪었다나와 직접적으로 관계되었다고 말하긴 다소 무리가 있으나늘 곁에서 적어도 일 이주에 한번은 얼굴을 맞대던 이의 깊은 슬픔너무나 준비되지 않은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었을 일이기에 옆에서 그 일을 바라보는 나도 너무 힘들었다여전히 나는 그 일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고옆에서 함께 지켜보는 우리 모두는 그저 살아내는 것으로 그 시간들을 이기고 있는 것 같다우리가 그들의 아픔을 감히 온전히 이해할 수 없기에모두는 아무 말 없이 그저 그들의 곁에서 늘 그랬듯 하루를 살아낼 뿐인 것이다어쩌면 이조차도 참 촌스러운 일인지 모른다뭔가 따뜻한 말로 위로를 건네기보다는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할 이들과 같이 앉아 밥을 먹는 일같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그저 웃고울고그렇게 있어주는 일그러나 그 모든 것은 각자의 속도가 있으니옆에서 억지로 노를 저어주는 것보다 그저 가만히 옆에 앉아주는 것이 더 따뜻한 일임을 우리는 안다.


 





왜 이렇게 하루가 빠듯하고 정신이 없냐는 저자의 말은어쩌면 우리도 백 번도 넘게 해왔던 말이다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은 우리 안에 있다우리가 각자의 속도로 살아내고 있듯그 모든 답도 우리 안에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나를 마주하게 한다강하게 두드리는 것도 아니고뭔가 큰 대단한 깨우침을 주는 책은 아닐지 모르지만내 안에 숨은 나를 마주하게 하는 책이었다어쩌면 책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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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한 위로 - 위로는 정말 그런 걸지도 모른다, 엉뚱하고 희한한 곳에서 찾아오는 것
강세형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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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이렇게 약해져 있었구나나 역시 조금 놀랐다. (p.79)


 

강세형의 글을 좋아한다그래서 오랜만에 만난 문장들이 너무나 반가웠다책을 받자마자 단숨에 읽어버렸다그런데도 내가 리뷰를 쓰는데 며칠이 걸린 것은여러 번 다시 읽었기 때문이다마음에 닿은 문장들이 많아서또 읽어도 그려 러나 하고 자꾸만 다시 읽었다읽을 때 마다 다른 문장들이 마음에 닿았고괜히 가슴이 찡했다.





 



 

그러니 참 신기한 일이다시간이 흐른다는 것늙는다는 것그렇게 서로에게서 약한 모습을 본다는 것그것이 오히려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리가 되어줄 수 있다는 게 말이다. (p.145)

 


나에게 늘 위로가 되는 이에게 책의 한 구절을 읽어주었다어쩌다 한 권씩 책을 읽는 사람인데내 목소리로 그 문장을 들으니 가슴에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는 대답을 들었다그래서 나에게도 이 문장은 오래 가슴에 남을 것 같다그를 위로하기 위해 읽어주었는데그 말에 나도 위로를 받았다그래위로는 그런 법이다강세형 작가의 말처럼 엉뚱하고 희한한 곳에서 위로를 찾게 되는 것.

 







우리는 매일기다렸던 내일을 하루씩 지워간다수많은 내일이 조금씩 수많은 어제로 변해간다그 과정을 통해 수많은 내일을 겪어내며 우리는 배워간다그렇게 기다렸던 내일이꼭 내가 원하고 바랐던 그 모습 그대로의 내일은 아니라는 것을. (p.166)


 

아마 더 어린 시절의 나였다면 이 문장들을 이해하지 못했을 듯하다마음 먹으면 무엇이든 될 수 있고이룰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도 있었기에 말이다하지만 나는 이제 꽤 나이를 먹었고꽤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다그래서 우리의 내일이 내가 바란 모습이 아님도 알고때로는 내 기대이상의 내일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이미 안다그래서 나는 이 문장이 마음에 깊게 남았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딸이 글을 쓰는 것으로 먹고 사는 것을 못 미더워 한다는 작가의 말에 나는 사실은 살짝 질투가 났다나도 늘 글을 써서 밥 먹고 살고 싶었는데그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기에퇴근 후에 밤을 새워 책을 읽는 딸에게 진아책도 좋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취미잖아잠은 자야지.” 하고 말하는 엄마를 보며책이 취미가 아닌 특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속으로만 삼키는 딸이기에그래서 또 속으로 내일의 나는 조금 더 다른 나이기를 살짝욕심내보기도 했다.


 

멀리서 보면 누구의 삶이나 참 쉽다는 말이하지만 누구나 위로가 필요한 삶을 산다는 말이 가슴에 이토록 남는 것은 아무래도 나 역시 그것들을 다 이해한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겠지누군가의 삶은 한결 나아 보이는 게나보다 낫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다소 거리를 두고 보기 때문임을 이제 이해한 나이가 되어서겠지물론 그것 자체가 위로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그런 이해 속에 또 하루를 살아간다희한한 것들기대하지 않은 것들엉뚱한 것들에게서 위로를 받으며오늘 이 책의 문장들에게서 투박하고도 따뜻한 위로를 얻었듯 말이다.


 

때때로 내가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또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삶이라면  그것이 내가 기대한 바이든 그렇지 않든  또 그것만으로도 살만한 삶임을 알아가는 하루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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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떡볶이로부터 - 떡볶이 소설집
김동식 외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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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에서는요, 골목 냄새가 나요.


골목 냄새가 뭐냐면, 담이 낮은 집들이 쭉 늘어섰고, 고무줄 놀이도 겨우 할 만큼 좁은 골목들이 막 엉켜 있는데요, 초입에 붉은 포장을 친 떡볶이 집이 있거든요. 합판을 몇 장 겹쳐 만든 긴 의자에 올라 앉아 다를 대롱거리며 백 원짜리 동전 몇 닢을 아줌마에게 건네면 비닐을 씌운 멜라민 접시에 빨간 떡볶이를 가득 담아줘요. 이쑤시개로 밀떡 하나 집어 넣으면 참 달콤도 하지. 종이컵에 부어주는 어묵 국물 후후 불어 마시면 등 뒤로 저녁 바람이 스쳐요. 노을 묻은 저녁 바람 아시죠? (p. 47 김서령, 어느 떡볶이 청년의 순정에 대하여)



이 책의 첫 장쯤을 펼쳤을 때였던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다섯 손가락에 꼽는 김서령작가님이 그랬다. 본인의 떡볶이는 좀 매울 거라고. 그런데 처음으로 작가님의 말에 토를 달아본다. “아니요. 그냥 매운게 아니라 씁쓸하게 매워요. 쿨피스 말고, 아주 차가운 생수로 입을 헹궈야 할 것처럼 세상이 맵고, 속이 쓰려요”. 라고. 혹자는 말하겠지. 무슨 놈의 떡볶이를 놓고 세상이 맵고 속이 쓰리냐고.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봐라.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다. 떡볶이에 얽힌 자신만의 서사시가.

나에게도 떡볶이를 먹을 때마다 떠오르는 얼굴이 하나 있다. 그와 떡볶이만 먹은 것도 아닌데, 세상 다양한 진미를 나에게 먹여준 사람인데 이상하게도 떡볶이를 앞에 높으면 그가 생각난다. 난 맵고 짠 음식을 즐기지 않는 편인데, 유독 떡볶이를 좋아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꽤 먼 거리를 달려 떡볶이 집에 나를 앉혔다. 어린애를 대하듯 튀긴 만두를 내 떡볶이에 얹어주고, 내 쿨피스 잔이 컵의 허리 깨에 내려앉으면 또 쿨피스를 채워 주웠다. 그는 언제나 내게 쿨피스처럼 달콤한 사람이었다.    

이 책에는 10명의 작가, 10개의 떡볶이 이야기, 그리고 아주 많은 이들의 인생이 담겨있다. 짧은 이야기도 있고, 꽤 긴 이야기도 있다. 퍽이나 유쾌한 이야기도 있고, 퍽이나 깊은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이야기 하나하나에서 우리의 삶을 느낄 수 있고, 우리 인생 어느 시점을 꺼내 보게 되기도 한다. 남우에게서는 유쾌한 웃음을- 한대리에게서는 가슴 쓰린 아픔을, 효나의 이야기에서는 분노와 원통함을 느꼈다.

-       매워서도, 남자가 귀찮아서도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떡볶이의 맛, 방금 전 친구들의 변한 모습에서 느끼지 못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떡볶이 안에서 발견한 덕이었다. (p. 251 조영주,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떡볶이)


-       4분의 4박이나 8분의 8박이었어 봐. 너희는 더 힘들어했을 거잖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안정감을 느끼는 그 박자를 못 견뎌하는. 그러게, 좀 평범한 감수성을 갖지 그랬어들. (p. 172 노희준, 떡볶이초끈이론)


-       누가 남았고 누가 떠났는지 K는 알지 못한다. 그는 여전히 외장하드가 필요하지 않은 삶이다. (p. 75 김민섭, 당신과 김말이를 중심으로)




내게 생각을 남긴 문장들을 적어본다. 아니 나열해본다고 하는 게 맞겠다. 나는 이 책을 오래도록 읽었다. 아팠고, 힘들었고, 고민했고, 울었다. 그래서 사실 생각보다 늦은 리뷰를 쓰는 거다. 리뷰 자체를 참으로 오랜만에 남기는데, 한동안의 나는 마구 흔들리고 마구 슬퍼하고 마구 기뻐하고 마구 행복해하고 마구 울고 마구 웃었다. 그러는 사이에 나는 또 조금 자랐다. 또 한번 나의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는 법을 배웠고 거리를 두어야 할 사람을, 가까이 두어야 할 사람을 구분하게 되었다. 이것은 마치 김치 안에서 덜 갈려진 생강을 찾아내는 일과 같고, 떡볶이 안에 숨겨진 단 하나의 계란을 찾아내는 일과 같다.


수오서재의 책은 언제나 나를 생각하게 한다. 언제나 나를 고민하게 한다. 길었던 나의 고민에 일단은 마침표를 찍어본다. 쉼표를 찍으려다 마침표를 찍는 것은 나에게는 여전히 그리고, 그러나, 그런데, 반면 등의 수많은 접속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완벽한 떡볶이 한 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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