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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예측, 부의 미래 - 세계 석학 5인이 말하는 기술·자본·문명의 대전환
유발 하라리 외 지음, 신희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4월
평점 :
완전히 자유로운 시장이란 자연스럽지도, 영속적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열렬한 시장주의자들은 시장의 힘이 자유로이 제 갈 길을 가게 내버려두라고 말합니다. (…) 모든 정치적 판단과 법적 고려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시장 같은 건 있을 수 없습니다. (P.17)

부와 경제. 어쩌면 우리 모두가 가장 관심을 가진 분야인 동시에 너무나도 어려운 분야라고 할 수 있겠다. 세상에 수많은 정보가 넘쳐나게 된 이후, 오히려 부와 경제는 더 어려운 것이 됨과 동시에 벽이 없는, 가로로 펼쳐진 그 어떠한 것으로 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이 정치, 경제, 사회적 우위에 서게 되고, 디지털 정보들이 우리 삶을 완전히 바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하지만 넘쳐나는 정보들 중 무엇이 우리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지 사실 우리는 쉬이 파악하기 어렵다. 아마 그래서 우리는 책을 읽고,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공부를 위한 책도 넘쳐나기에, 그것을 선택하는 것조차 어려움이었다.
그런 고민 중 이 책을 만났다. 사실은 표지부터 조금 부담스러운 마음이 들긴 했다. 세계의 유명한 지성인들의 총집합이라니! 그런데 나의 걱정과는 달리 너무 술술 읽혀서 깜짝 놀랐다. 이런 내용을 이렇게 쉬이 이야기하다니. 역시 대단한 지성인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대화체로 구성된 책이라 그저 강의를 듣듯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 내다보니 어려운 주제라기보다는 쉽고, 즐거운 대화를 하는 듯한 착각까지 들었다.

유발 하라리.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 책장에 무조건 하나쯤은 꽂혀있을 책. 나 역시 사피엔스부터 호모데우스, 21세기를 위한 21세기를 증언까지 모두를 든든한 수집품으로 생각 중이다. (물론 책장이 아니라 머리에 담아두어야 진정한 지성이겠지만) 그 특유의 편안한 문체를 읽다 보니 빅데이터, 자유시장의 미래 등에 대해 조금 더 친밀하게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유일하게 불가능한 것은 현재에 머무는 것”이란 인상적인 말처럼 우리는 현재에 머물러 있을 수 없기에 더욱 부지런히 앞을 향해 걸어야 할 것이다.
- 새로운 지식과 기술이 가능하게 만든 미래 사회 시나리오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가능하다고 해서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우리 앞에는 다양한 선택지가 놓여있습니다. 그리고 완전한 선택권은 아닐지 몰라도 우리는 그 중에서 고를 수 있습니다. (p.35)

스콧 갤러웨이. 내일의 글로벌 리더에 선정되기도 한 “플랫폼 제국의 미래”의 저자. 디지털마케팅 분야의 선구적 학자로 불리는 그는 GAFA(구글의 G, 애플의 A, 페이스북의 F, 아마존의 A)가 세계적인 욕망을 자극하는지 이야기한다. 나도 그것들의 노예(!)이기에 (애플대신 안드로이드의 A)이 분야를 읽으면서 아주 생각이 많았다. 그러나 네트워크의 효용성은 매우 유용한 부분이 많기에 그것들을 보다 실용적으로 활용하게 해야 한다는 것은 여전히 변함없는 생각이다. 분명한 것은 네트워크, 그것으로 인한 사회적 영향이 결코 사람 위에 있지는 않다는 것.
- 제가 GAFA에 제안하고 싶은 것 중 하나는 무료 대학교설립 입니다. 오늘날 미국의 기업 수입은 사상 최고인 동시에 학생의 부채총액 또한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 학비를 무상으로 하고, 그 대신에 졸업생을 채용한 기업으로부터 “채용료”를 징수하는 겁니다. (P.71)

찰스 호스킨슨. 암호화폐의 선구자! 비트코인의 뒤를 이더리움을 만든 천재수학자. 찰스 호스킨슨 덕분에 멀고, 사기처럼만 느껴지던 비트코인, 암호화폐에 대해 조금 더 학습할 수 있었다.
- 빈곤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게으름, 지식의 부족, 선천적 장애 같은 개인적인 원인도 있을 수 있고요. 분쟁이나 부패 같은 사회 구조적 원인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저는 세계수준의 경쟁력과 총명함을 지녔거나 풍부한 천연자원을 가졌지만 시장에 진입할 수 없어 신음하는 사람이 수억 명이나 있음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p.87)

장 티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언제인가 그의 인터뷰를 읽고 인상적이라는 생각을 한 적 있는데,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났다. 그의 생각이 얼마나 체계적인지 읽는 내내 감탄을 놓지 못했다. 그의 생각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참으로 기쁜 독서였다.
- 결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시장을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가 드러났을 때 정부 행정이 시의적절하게 개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p.117)

마르쿠스 가브리엘. 독일의 저명한 철학자이자 “세계는 왜 존재하지 않는가”의 저자. 위의 네 사람과 다소 다른 색으로 느껴지는 그지만, 그의 깊은 사유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사상에 동의하는 측면이 꽤 많았고, 느낀 점도 아주 많았다고 해두고 싶다.
- 우리는 sns에 의해 제어된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그 배후에 있는 누군가에 의해 제어되고 있는 거죠. (p.151)
사실 이 책은 읽으면서도 다소 걱정이 되었다. 내가 소화시킬 수 있을지, 이해할 수 있을지. 그러나 역시, 제대로 열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말처럼 나의 우려와는 달리 생각보다 훨씬 즐거이 읽어냈다. 물론 각각의 지성인들의 책을 들여다봐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상이지만, 이렇게 초읽기라도 가능했던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싶다. 앞으로 이 다섯 명의 사상을 조금 더 깊게 공부해보고 싶다.
어떤 이들은 종종 내가 이런 류의 책을 읽고 있으면 그런 책들이 어떤 도움을 주는지 묻곤 하지만, 그것이 나에게 어떠한 도움을 주는 지는 먼 훗날에서야 알게 되겠지만, 이렇게 책을 읽고, 만난 그 모든 것들이 나에게 분명한 양분이 되고 있음을 나는 안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책은 정말 단 한 권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