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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
매기 앤드루스.재니스 로마스 지음, 홍승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3월
평점 :
페미니스트들이라면 모두 성적으로 자유롭고, 아무 거리낌이 없을 거라고 기대하는 것 같다. 하지만 섹스는 복잡하다. 솔로일 때조차도. (p.43, ‘맨디 반 데븐’의 말 인용)

신용카드. 술. 세탁기. 자 이러한 단어들에서 어떤 느낌을 얻는가. 아무런 느낌이 없다고? 여성들을 경험을 미리 결정짓고, 여성들을 억압하고 슬프게 했던 도구들이라면 당신은 믿겠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1970년대까지 여성들이 신용카드를 만들고자 한다면, 그 여성이 아무리 경제적 능력이 있다고 한들 아버지와 동행해야 했다. 술은 여전히 여성들에게 인색하다. 남자가 술을 많이 마시면 호탕한 것이지만 여자가 술을 많이 마시면 “무슨 여자가” 소를 듣는다. 그렇다면 세탁기는 또 왜냐고 묻고 싶겠지. 20세기에도 여자아이들은 빨래를 하는 날이면 학교에 가지 못했다. 맙소사! 20세기에도 말이다. 그 외에도 피임약, 자전거, 출산에서까지 여성들은 끊임없이 차별과 학대를 받아왔다. (물론 남성에 대한 역차별도 존재함을 인정하는 바이지만 말이다.) 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세계사. 어던 이들은 제목만으로 페미니스트들의 책이구나, 하고 단정짓겠지만 잘 생각해보라. 남성들을 기준으로 한 역사서, 세계사 책이 얼마나 많았던 지를. 그러니 아니꼬워하기 전에, 부디 이 책을 딱 한번만 읽어라. 일단 읽고 나서 욕을 하든 공감을 하든 해주길 바래본다.

이 책을 읽고 있던 날, 술친구이자 내가 최근 가장 많이 대화하고 많이 의지하는 사람과 만났다. 오늘은 무슨 책을 읽고 있었냐는 말에 이 책을 보여줬고, 이 책이 너무 슬프고 아프다는 내 말에 어떤 점이 그러냐고 물어 <여성>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평소 나를 매우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람이면서도, 정작 <여성>이라는 성적 정체성이나 역할 등에 대해서는 구분된 인식을 가지지 않은 점이 놀랍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너무 오랫동안 굳어져온 성 인식 때문에 더욱 그렇겠다는 생각에 나의 성 인식에 대해서도, 또 세상의 성 인식에 대해서도 깊은 고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많은 여성들에게 신용카드는 자유, 권한, 자립의 상징이다. 그렇기에 21세기에 많은 엽서와 포스터에 이런 인용구가 새겨진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한 남자가 요정에게 그 어떤 여성도 그를 거부할 수 없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다. 요정은 그를 신용카드로 만들었다.” (p.127)

이 책을 읽는 내내 한 얼굴이 떠올랐다. 경제적인 독립이 되지 않아 이혼을 꿈꿀 수도 없었다던 안타까운 얼굴. 한 때는 자신의 커리어를 쌓았던 그녀지만 결혼과 육아로 인해 놓아버릴 수 밖에 없던 현실 속의 수많은 “여성”들은 우리 주변에 참으로 많다. 부모나 기타 등등의 지원으로 나처럼 직장생활을 영위한다고 할 지라도,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참으로 많다. 나는 패미니스트는 아니지만 딸을 키우는 엄마로써, 오늘날 우리 주변의 어떠한 물건들도 시간이 지난 후 이 책에서처럼 여성들을 아프게 하는, 힘들게 하는 어떤 무엇인가가 되지는 않을까 두려움까지 들었다. 그래서 더더욱 이 책을 많은 이들이 읽고 생각의 변화를 가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물론 이 책에 담긴 100가지 물건들 역시 다른 시각에서는 다른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고, 여성의 역사라고만 단정짓기에는 다소 애매한 점도 있다. 하지만 수많은 제약이나 통제, 억압 등에 대해 제대로 기록되지 못했던 여성의 역사가 다소 현실적인 측면으로, 보다 솔직한 모습으로 공개된 책임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여성들이 더 이상은 “수동적”이나 “피해자”, “피보호자”등의 선으로 구분 지어지지 않고 하나의 개체, 하나의 인격으로 분리될 수 있다면 분명 세상은 조금 더 자주적으로 변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갖고 있고.

세상은 매일매일 달라지고 있다. 늘 같은 하루 같기도 하겠지만, 눈 한번 깜박일 때마다 아니, 눈도 깜빡이기 전에 이미 세상은 변하고 있다. 그래서 과거를 돌아보며 전쟁하고 후회하기 보다는 오늘을 살아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패미니스트>와 <반패미니스트>들의 전쟁이 되기보다는 보다 생산적인 대화와 변화의 기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는 여성이 받아온 차별과 억압도 분명 존재하지만, 변화하고 노력하는 지혜도 담겨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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