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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고치며 마음도 고칩니다 - 우울을 벗어나 온전히 나를 만난 시간
정재은 지음 / 앤의서재 / 2020년 2월
평점 :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다시는 무엇에도 현혹되지 않으려고, 흔들리지 않으려고, 수첩에 꾹꾹 눌러 적었다. 집을 지어보는 일은, 집을 지어보겠다는 결심은, 그러니까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겠다는 다짐 같은 거였다. (p.32)

이 책의 표지를 정할 때부터 독자의 의견을 물었다. 내 의견은 독자 중 하나의 의견이었을 뿐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내가 정한 표지가 실제 책이 되고, 그 책이 우리 집까지 배송이 왔을 때의 기분이란. 그래서일까 이 책을 보는 내내 내 손으로 마룻바닥을 닦고, 비질을 한 우리 집을 쓸어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처음 내 집을 마련하던 날을 기억한다. 좋은 집이든 아니든, 들뜬 기분으로 청소를 하고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던 기억. 그때의 행복했던 감정은 다소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집에 들어섰을 때의 안도감에서 그 행복의 아련함을 여전히 만져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남이 지어놓은 집을 사고 그 집을 채우는 과정도 어마어마한데, 스스로 집을 짓거나 꾸리는 일은 얼마나 힘들고 복잡한 여정인지, 또 그 과정을 통해 저자가 어떤 마음으로 변해갔는지를 느끼며 나도 모르게 묘한 안도감과 편안해짐을 느꼈다. 몇 달간 내가 버릇처럼 말했던 게 있다. 휴직계를 내고 어디로든 딱 며칠만 떠나고 싶다고.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이었는지, 쉼표였는지 그것도 아니면 그저 전환이었는지.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육체에 필요한 것인지 정신에 필요한 것인지도.
- 취미의 정의는 ‘감흥을 느끼어 마음이 당기는 멋’이라고 한다. 지금에서야 나는 제대로 책 읽기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글을 보는 일이 직업이다 보니 일 외에 글을 보는 게 싫었는데, 이젠 일을 마치고 일과는 별개로 책을 읽는다. 감흥을 느끼어, 마음이 당겨 무척 즐겁게, 푹 빠져서. (p.92)
- 어쩌면 억울하다는 생각이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여 가뿐한 일을 무겁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청소에 힘을 쏟는 편도 아니고, 완벽을 기하는 편도 아니다. 그저 청소기를 돌려 바닥 먼지를 빨아들이고, 밀대로 걸레질을 하고, 손 걸레로 가구 위를 닦는 식이니까. (p.132)
- 잠에 깨어 뒤척이던 어느 새벽, 우리 지붕 위에서 우는 듯 너무도 가까이 들리는 고양이 울음소리에 커튼을 걷었다가 달을 만나게 되었다.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오던 환한 빛이 길가 가로등 불빛이 아니라 달빛이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묘했다. (p.176)

집. 사전적인 의미로는 <사람이나 동물이 추위, 더위, 비바람 따위를 막고 그 속에서 들어 살기 위해 지은 건물> 혹은 <사람이나 동물이 살기 위해 지은 건물 수효를 세는 단위>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집이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담고 있음을 우리는 안다. 내가 쉬는 곳. 내 가족이 쉬는 곳. 몸의, 마음의 비를 피하는 곳 등등.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저자는 이제야 진정한 의미의 집을 만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진짜 마음까지 쉴 수 있는 곳. 진짜 위안이 되고, 쉼이 되는 곳. 종종 살면서 또다시 집조차 위안이 되지 않는 날은 몇 번이고 다시 올 테다. 하지만 그런 날, 다시 일어날 힘을, 다시 괜찮아질 힘을 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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