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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허 (완역판) - 그리스도 이야기 ㅣ 현대지성 클래식 10
루 월리스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8월
평점 :
인간을 사랑하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공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한층 더 나아가 그녀의 마음과 정신이 겪는 끔찍한 고통을 함께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것이 얼마나 큰 지 헤아려 보려고 애쓸 것이다. (p.580)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무지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그분의 목소리가 내게서 칼을 뺏어갔소.” 벤허가 예수 그리스도에게 들었던 말을, 에스더에게 전하던 장면의 비통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늘 묵직하게 남아있다. 가톨릭 신자라서 그런지, 아버지가 책과 영화에 관심이 많으셨던 분이라 그랬는지 비교적 어린 나이에 벤허를 봤는데도 몇몇 장면은 여전히 각인처럼 머리에 남아, 어른이 된 후에도 마음이 묵직할 때면 벤허를 찾아보았다. 사실 나는 책으로도 영화로도 이미 수십 번, 벤허를 만났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수십 번 모두 다른 문장에서 감동을 느끼고, 슬픔을 느낀다는 것. 그래서 또 한번 느낀다. 명작이 괜히 명작이 아님을.
무고한 상태에서 하루아침에 과시욕의 본보기로 암살자가 되어야 했던 벤허는 가족의 생사도 모른 채 노예의 삶을 살아간다. 과거에는 이때의 벤허가 가장 안쓰러웠으나, 오늘의 마음에는 오히려 이때의 마음이 오히려 덜 괴로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멧살라를 향한 복수의 칼을 가는 순간, 자신이 뒤집어쓴 누명으로 가족이 아픈 상황을 만날 때의 마음이 더욱 지옥이 아니었을까?

신과 신의 계획, 이끔.
하느님께서 그렇게 실제적이고 가깝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마치 그곳에서 그들을 내려다보시거나 옆에 앉아 계시는 것 같았다. (p.650)
종종 어떤이들은 이 책에서 예수그리스도가 주인공인줄 알지만, 명백히 주인공은 벤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벤허>는 한 인간의 성장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명백하게 종교적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가 벤허에게 끼치는 영향 때문이다. 벤허의 피폐해진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역할을 하고, 스스로의 삶이란 퍼즐을 맞추어 나가도록 이끄는 존재로 나타난다. 어쩌면 우리에게도 신은 이 역할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나 역시 태어남과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며 살아왔지만, 신은 이끄시는 것이고 그 길을 향해 걷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다.
전차, 그리고 메살라
기수의 얼굴을 알아본 벤허는 온몸이 얼어붙었다. 본능과 기억은 틀림이 없었다. 기수는 바로 메살라였다. (p.311)
사실 벤허라는 영화를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전차경주를 떠올린다. 이야기의 스토리보다는 전차경주하는 장면이 더욱 강하게 남아있는 모양이다. (사실 나에게도 흙먼지 사이의 백마들은 강하게 인식되어 있다.) 그러나 사실 책에서는 전차경주는 극히 일부이다. 열댓장 나오려나? 하지만 전차는 복수의 배경이 되기도 하고, 도전이 되기도 하고, 스스로 한단계 발전하는 그 무엇인가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전차경주의 모습은 역동감인 동시에 인생이고, 역경이고 도전이다.

유대인, 정치적 견해
벤허는 갈릴리에서 봉기를 일으키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대체로 끔찍한 공포를 떠올리게 만드는 바다조차 그의 상상 속에서는 제국이 약탈한 물건과 여행자들로 붐비는 온갖 항로가 자세하게 얽힌 지도처럼 생생하게 펼쳐졌다. (p.733)
건방지게 내가 유대인들에 대해 무엇인가를 이야기할 만큼 식견이 깊은 것은 아니나, 사실 벤허를 읽으면 읽을수록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를 많이 고민하게 된다. 정치적인 억압이나 각종 악행들을 세상 밖으로 꺼내는 느낌이랄까. 물론 저자는 전혀 그런 것을 의도하지 않았을 수도 있으나 반복하며 읽는 내게는 점점 벤허, 그 긴박함 속에 숨은 여러 이야기를, 의도를, 세상을 읽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
스스로의 삶을 등반을 하는 인간
그런 기대감일지 모른다고 스스로 반문하긴 했지만 벤허의 야망 또한 끈질겨서 좀처럼 포기가 안되었다. (…) 그제야 벤허는 자기가 맡은 임무가 떠올랐고 되찾은 어머니와 여동생으로부터 병의 모든 흔적이 얼마나 말끔히 사라졌는지를 확인했다. (p.729)
사실 이 부분은 신의 영역으로 포함 해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으나, 인간의 성장으로 구분한 이유는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생각을 전환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아마 우리는 언제나 그렇게 개인적인 고뇌를 겪고, 깨달음을 얻으며 “삶”이라는 등반을 하며 살아간다. 적어도 벤허는 이때에 높은 산 하나를 넘은 것이리.

개인적으로 벤허를 아직도 읽지 않은 이가 있다면 너무나 안타깝다. 문학적으로나 종교적, 또 인간의 발전적인 모습으로나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으니 말이다. (나는 꽤 많은 책을 너무 좋다고 말하고, 참 많은 책을 권하기도 하지만) 신 앞에서 인간은 한 없이 작고 나약하지만, 결국 신의 말씀을 행하는 것이 사람이니 한낱 사람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 모두는 우리의 삶을 건설하고, 이루어나갈 책임과 자격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두툼한 벤허의 책장을 덮으며, 오늘의 나는 어떠한 지점에 머물러있는지를 생각해본다. 또 내가 힘들 때에도, 웃을 때에도 신은 항상 나에게 무엇인가를 던지고 있지 않는가 하는 것도. 나 뿐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신은 언제나 무엇인가의 질문을, 기회를 던진다. 단지 그것을 들을 수 있나 받아들이나 하는 것은 인간의 영역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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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 개인적으로 벤허를 여러권 읽었는데 현대지성의 번역이 참 좋다. 일단 번역가 서미석 님은 유명한 책을 워낙 많이 번역하는 분이기도 하고. (디즈니웨이, 벤허, 북유럽 신화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