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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제로 편 - 지혜를 찾아 138억 년을 달리는 시간 여행서 ㅣ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개정판)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9년 12월
평점 :
먼저 이 대단한 책을 이렇게 오래도록 읽은 것에 대해 내친구 휘연이 너무나 사랑하는 남자, <채사장>에게 싶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이맘때가 가장 바쁜 직장인이다 보니 이 재미있는, 이 대단한 책을 찔끔찔끔 아껴 읽었다. 책 아껴 읽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는 내가 (재미있으면 밤을 세서라도 읽어야 하는 사람), 다른 책도 아닌 채사장의 책을! 그리고 한마디 덧붙이자면, 그 바쁜 와중에 야근하고 와서도 읽고 잘 만큼 완벽한 책이다. 앞서 한빛비즈에서 출간되었던 지대넓얕도 모두 읽었지만, 이번 <지대넓얕제로>는 진짜 어느 페이지 하나 버릴게 없이 완벽한 책이었다. (그동안 휘연이 채사장 사랑에 빠져 허우적댈 때, 조금 이해 못하고 “우리 김창옥 교수님”만 찾아왔는데, 솔직히 이제는 채사장 인정. 그래도 김창옥 포에버!) 서론이 길어도 너무 길었다. 자, 이제 진짜 리뷰 시작.

인공선택과 자연선택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목적의 유무다. 인간은 이익에 대한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생물의 번식에 개입하지만, 자연선택의 주체로서의 자연은 어떠한 목적도 갖지 않는다. 자연은 그 자체로 펼쳐진 환경일 뿐이다. 진화는 목적 없이 이루어진다. (p.141)
이 책의 서론에서부터 나는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마음이었다. 어느 곳에서는 매맞는 코끼리였고, 어느 곳에서는 몽둥이 든 사람이라니. 그리고 그 보다 중요한 것이 내가 이미 영혼을 파괴했는지 아닌지 라니. 그런 나에게 나타나 스스로를 때리는 날 멈추게 하는 스승이 되고, 본보기가 된다는 것. 그의 설득에 나는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고,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다. 결국에는 풍덩 빠져 나도 그의 생각을 쫓아서 걸었다.

사실 나는 학창시절 수학과 과학을 완전히 싫어하던 아이였다. 이 다양한 세상에 완전히 딱 떨어지는 게 어디 있냐는 생각에서 비롯된 다소 지적인 반항은, 창수가 왜 20바퀴씩이나 같은 속도로 운동장을 돌아야 하는지, 사과는 왜 계속해서 같은 속도로 떨어져야 하는지 등의 고민으로 이어졌고, 우리나라 교육 체제에 의해 그러한 고민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저 가속도의 법칙 등의 공식을 외워야 했을 뿐. 그런 내게, 채사장은 우주가 얼마나 흥미로운지, 과학적 이론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지속적으로 소개한다. 진화의 가치를, 우주의 신비를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읽게 만드는 문체. 실로 대단하다는 말 아니고선 표현할 길이 없다.

'좋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하라.” 공자는 인을 지향하고 예를 따르는 사람은 성인, 군자라고 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소인이라고 보았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군자와 소인의 개념은 타인을 평가하는 기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대의 물질문명 속을 살아가는 나는 군자인가 소인인가. 공자의 가르침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유의미하다. (p.298)
사실 우리는 때로는 스스로를 너무 크게 봐서, 때로는 스스로를 너무 작게 봐서 아프고 힘겨워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문득, 내가 내 스스로를 정확히 바라보아야 내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은 나도 모르게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어쩌면 우리 스스로가 훨훨 나르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리라.
이 책은 너무 바빠 조금씩 끊어 읽었는데, 늘 뒷부분을 읽고 싶어 마음이 힘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끊어 읽어도 흐름이나 맥락을 바로 잡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아 정말 제대로 구성하고, 제대로 사유하고, 제대로 쓴 느낌이다. 그의 책 표지에 당당히 적힌 말처럼, 가장 심오한 주제를 가장 손쉽게 얻는다는 말이 완전한 공감이 된다.
어쩌면 수십 권의 책에 담겨야 할 이야기들이 이 한 권에 가득히 담겨있기에 숨가쁘게 흐른다는 느낌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숨가쁨을 인지하기도 전에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기분이다. 그만큼 구성이나 내용면 모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알았던 지식은 더욱 견고히, 몰랐던 것은 더욱 쉽게 이야기하니 나도 모르게 집중하게 되고, 다른 주제가 궁금해지듯 말이다.
그저 책 한 권을 읽은 것뿐인데 우주를, 인류를, 종교를, 철학을 이해하게 해준 대단한 책. 지식을 쌓고, 다시 그것을 지혜로 만들어내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 책만큼은 아무렇지 않게 지혜를 만들고, 지식들을 연결해 삶으로 깊게 다가온다. 그런데 어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을까. 앞 두 권의 지대넓얕도 너무나 좋았지만, 이 책은 한층 깊어졌고, 한층 넓어졌다. 그래서 더 자주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걸지도 모르고.
오늘의 당신에게는 어떤 세상이 열려 있는가. 그 안에는 당신을 이야기해줄 많은 세상과 많은 단어가 담겨있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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