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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20년 - 엄마의 세계가 클수록 아이의 세상이 커진다
오소희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12월
평점 :
우리 사회는 ‘어떻게’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아요. 다짜고짜 ‘무엇’이 되라고 정해놓고, 그것이 되려면 당장 ‘무엇’을 하라고 명령합니다. (…) 자신에게 맞는 속도로 방황과 실험을 하는 아이들은 문제적이거나 지체된 아이들로 간주됩니다. 이 얼마나 부당한 일인가요? (p.41)

학창시절의 나는 다소 특이한 아이로 간주되었다. 하루 종일 책상에 가만히 앉아있는데 그렇게 대단한 성적을 내지는 못하는 아이. 국어, 문학 성적은 잘 나오나 수학 성적은 대단히 못 나와서 일부러 공부하지 않고, 일부러 수학시험을 망치는 것은 아닌지 오해 받던 아이. 사실 나는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 아이였다. 물론 교과서가 아닌 각종 소설, 에세이, 고전문학을 읽었다. 그 시절에는 스스로도 가끔 내가 답답했으나, 지금 돌아보면 그때에 책이라도 읽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생각해본다. (어른이 되면 책 읽을 시간이 많을 줄 알았으나, 그것은 지나친 오해였다. 학생들이여. 장편소설과 고전문학은 그때에 읽어라. 아니면 시간이 없다!) 국어와 문학 성적만 좋았던 것은 그저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지문으로 등장한 거의 모든 책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나는 그저 그때나 지금이나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것은, 나의 부모님은 고3의 짧은 세월을 제외하고는 한번도 나에게 책을 읽지 말고 공부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독후감을 써서 아빠에게 검사를 맡음으로써 근근이 용돈벌이를 하는 아이였으니 우리 집 분위기는 예상이 되실 터. 그런데 그 시절은 내 삶의 곳곳에, 사는 동안 아주 자주 큰 영향을 미쳤다. 나는 여전히 소문난 책덕후고, 나의 아이도 그러하며 그 시절 읽었던 많은 책들은 내가 돈을 버는 데에 있어 큰 바탕이 된다. 수학 몇 문제 더 푼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수학자 비하발언이 아니다. 내 기준에서 그렇단 이야기일 뿐)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나의 부모가 책이라는 매개로 나에게 주었던 강렬한 무엇인가는, 나의 육아방침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렇다. 나는 저자처럼 “정상이 아닌 엄마”지만, 분명 나만의 생각을 가지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분명했던 것이다. (이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이 책을 읽을 수 있던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를 깨달았다. 갈 곳을 잃은 엄마들이여, 이 책을 읽어라. 적어도 자신의 길은 찾게 될 터이니)

- 엄마라는 자리는 제대로 여행하는 법을, 제대로 세상과 관계 맞는 법을, 월반하는 깨치게 해주는 자리입니다. 여행만 엄마들을 월반 시킬까요? 임신, 출산, 육아라는 강도 높은 ‘인생수업’과정에서 엄마들은 어마어마한 인류애적 성장을 합니다. 넓어지고 깊어지고 따스해지죠. 그 성장은 엄마가 이후에 무슨 일을 하든 거대한 자신이 되어줍니다. 엄마라는 자리는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p.54)
- 우리는 더 이상 시대에 맞지 않는 양육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지는 않은지, 변화한 환경에 맞는 새로운 양육 방식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지 점검해볼 것입니다. (p.87)
- “나는 굶을 테니 너 혼자 떡을 다 먹어라. 모두 다 널 위해서다.” 문제는 떡이 다섯 개란 것이지요. 아이가 하나만 먹고 배가 부르다 하면 엄마가 “큰일 났다. 어떤 집 애는 일곱 개도 먹는데…” 걱정하며 회사까지 그만두고 집에 들어 앉아서 나머지 떡을 아이의 입에 꾸역꾸역 넣습니다. (p.156)
나는 아이가 5개월이 되었을 무렵 회사에 복귀한 “독한 엄마”다. 내가 왜 독한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나에게 붙여준 말이 그거니 그냥 그러기로 했다. 그런데 또 어떤 이들은 내게 “좋은 엄마”라고 말한다. 아이에게 책도 많이 읽어주고 재미있는 놀이도 많이 한다고. 그럴 때마다 난 생각해본다. 나는 좋은 엄마인가 독한 엄마인가. 독한데 좋은 엄마인가. 그렇게 인간 양주가 되어 (독하고 좋으니까) 살던 어느 날, 난 그 두 개 다를 하지 않기로 했다. 세상의 기준대로 독한 엄마도 하기 싫고, 좋은 엄마도 하기 싫다. 난 그냥 너의 엄마로 살련다. 그렇게 생각하고 마음을 고쳐먹으니 엄마로 사는 게 한결 수월하더라. 늦게 퇴근했다고 그 퇴근 시간만큼 더 놀아주느라 아이를 늦게 재우지 않고, 늦게 퇴근해도 똑같이 재우고 내 책을 읽었다. 내 글을 썼다. 아이가 받아들이는 사랑의 양이 줄었냐고? 천만에. 41개월 우리 아이는 엄마가 멋있다고 말한다. 엄마가 열심히 책 읽고 공부해서 좋다고 말한다. 저자의 말처럼, 나는 발전하는 엄마로 사는 삶을 택한 것이다.

- 내가 나를 존중하듯이 있는 그대로의 아이를, 아이의 능력과 개성과 한계를 존중해줄 겁니다. 절대 성적분리불안에 걸려 아이 성적을 내 성적으로 동일시하는 어리석음 같은 건 범하지 않을 겁니다. (p.226)
- 다름을 존중하는 가정은 평화롭습니다. (p.228)
솔직히 나도, 책 좀 읽은 여자다. 몇 백 권, 몇 천 권은 읽었다. 어쩌면 만 권 정도는 읽었을지도 모른다. (그림책, 만화책 다 더하면)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멋있는 척 하는 건지, 겸손한 척 하는 건지, 잘난 척 하는 건지 정도는 나도 파악한다. 그런데 이 언니(나보다 똑똑하면 다 언니)는 진짜다. 그냥 진짜 멋있는 언니다. 이 언니의 육아서는 (감히 육아서라고 말하기도 죄송하지만) 아이 위주의 책이 아니라 엄마 위주의 책이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것보다 스스로를 잘 돌보라고, 아이의 성장보다 엄마의 성장이 먼저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공감했고, 메모했고, 사진을 찍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던 문장에서는 눈물이 핑 돌기도 했고, 어떤 문장에서는 지금까지 알면서도 행하지 못한 나에게 강한 질책을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제가 아니라 오늘이다. 그리고 내일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20년을 내다봐야 되는 일이라고 저자가 말한다. 이제 겨우 만 3년을 걸었다. 그 3년간 느낀 것도 어마어마한데 아직 7분의 1도 채 걷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앞으로 걸을 길이 문득 마라톤처럼 느껴진다. 지겹다는 말이 아니라, 초반부터 힘 빼지 말아야지, 나의 속도로, 제대로 걸어야지 하는 다짐이 든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내가 나를 돌아보고 나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보게 하는 책. 나를 돌아보다 보니 나의 아이를, 나의 엄마를, 나의 삶까지 다 돌아보게 되는 그런 책.
오늘 나의 리뷰는, 저자의 말 한마디를 옮기는 것으로 마무리 하려 한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하지 않는 것은 이 리뷰를 읽을 그대들이 직접 이 책을 읽어보길 간절히 바라기 때문.
“엄마, 그대가 가장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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