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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발랄 하은맘의 십팔년 책육아 ㅣ 지랄발랄 하은맘의 육아 시리즈
김선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0월
평점 :
책육아의 8할은 그림이다. 글은 보너스고. 아이 어릴 때부터 문자노출을 하기 위한 학습 목적으로 시작하는 게 책육아라 생각했다면 잘 들어라. 그림에 홀려서 보다 보다, 엉겁결에 옆에 있는 글씨도 보다 보다, 어영부영 한글, 영어까지 깨우치게 되는 놀랍고도 자연스런 메커니즘. 그 미치도록 귀엽고 숨막히게 아름답고 눈물 날 절도로 따뜻한 그림자체가 이야기고, 사랑이다. (p.77)

이 책의 저자인 “하은맘”은 책 육아도 이미 아주 유명하신 분이다. 이 책의 독자인 나도 “하은맘”인 책육아하는 엄마고. 그러니 내가 어찌 이 책에 끌리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다른 부분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으나, 난 위에 적은 저 문단이 너무나 마음에 닿았다. 물론 저자의 발톱의 때 만큼도 못 따라가겠지만, 나도 나름 책 육아로 주변사람들에게 늘 질문을 받던 사람인지라 종종 책에 대해, 아이에 대해 묻는 사람 중, 벌써부터 성적이나 진학에 대해 의도를 갖고 질문하는 분들이 많았던 터라 답답함이 많았는데 이렇게 아이가 잘해주는 엄마라면, 오죽했을까 싶어 더 공감이 갔다.
최근 아이에게 또 한번 놀랐던 일이 있는데, 아이가 가르친 적이 없는 구구단을 외우는 것이다. (비록 2단뿐이고, 이 일은 이, 이이 사, 이렇게 외우는 것이 전부지만) 아이의 할머니가 “얘 구구단 외운다”라고 하셔서 “에이, 엄마 너무 심하다~”하며 시켜봤다가 기절초풍. 책친구들에게 도대체 어디서 구구단을 배운 걸까 하고 고민까지 한 일이 있었다. 오늘 낮에 아이에게 물어봤다. 구 구단을 어떻게 아냐고. 어린이집에서 배운거냐고. 아이가 오히려 묻는다. “구구단이 뭐야?”
내가 “이 일은 이~ 그거 말이야.” 하고 말하자 아이는 책장으로 가서 수학동화책을 꺼내온다. 설탕 한 스푼에 솜사탕 두 개, 라는 이야기를 베이스로 하는 솜사탕공장 동화책!!! 그래, 결국에는 또 책이었던 것. 이게 책의 힘이라는 것을 또 잊고 살았다. 매일매일 경험하다 보니 숨쉬는 것처럼 당연해진 책의 기적.

- 집이 도서관이니 개처럼 뛰어다니다 읽고, 먹으면서 읽고, 싸면서 읽고, 자다 읽고, 쉬면서 읽고, 차에서 읽고, 책이 놀이고 휴식이고 취미이고 특기고 낙인데 애가 잘 안 클 수가 있겠냐? (p.125)
- 책육아는 자판기다. 왜? 넣으면 나오니까. 완벽한 모듈이다. 더 웃긴 건 동전 넣은 것보다, 기대한 것보다 엄청나게 뻥~ 튀겨져서 나오는 게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는 거다. 책 좋아하는 아이로 커줬으면 좋겠다는 맘이었는데 책은 기본, 예체능도 겁나 좋아하고 잘하는 애가 나왔다.(p.149)
- “안 힘들어?” “힘들지. 근데 그렇~게 힘들진 않아.” “할 만해?” “할 만하고 말고가 어딨어? 그냥 하는거지” (p.187)
- 노력하지 않고 대충 끼고 있는 건 절대 제대로 된 육아가 아니야. 내 부족함을 내가 알잖아. 아는 만큼 죽어라 노력해. 나에게 원 없이 웃어주고 앵겨주고 매달려준 고마운 애. 날 제대로 철들게 해준 은인. 정신 차릴 때쯤 아이는 엄마 품을 떠나려고 해. 너무 강하고 의젓해져서 미안함을 지나 조심스러워지지.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처럼. 진즉 이리 귀하게 대해줄 걸 하고 땅치고 후회하기 전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죽을 다해 아이 키워. 어느 순간 내가 키워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 (p.232)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에 닿았고, 문장 하나하나가 나에게 하는 말 같기도 해서 두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다. 이번 주 내내 너무 바빴는데, 그 와중에도 두 번이나 읽었다. 아이의 아웃풋을 바라고 책을 읽어온 것도 아니고, 책을 읽어준 것도 아니었다. 수천 권, 때론 집에 온 손님들이 무섭다고 표현할 만큼의 책을 짊어지고 사는 것도, 뭔가 대단한 걸 바래서도 아니었다. 그냥 내가 책이 좋았고 아이도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 단 하나. 그게 나의 목적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아이는 주변 아이들보다 말이 빠르고, 말을 웬만한 어른보다 잘하며, 심지어 그 언어센스가 넘치도록 뛰어나다. 스스로 뭔가를 찾아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고 이해력도 빠르다. 음악을 좋아하고 긍정적이고 따뜻하다. 내가 아이에게 배우고, 내가 아이에게 힘을 얻고 있다.
나는 너무나 바쁘고 부족한 엄마고, 결국 내가 남들보다 많이 해준 것은 책 노출이 전부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더 책을 믿고 의지하는 건지도 모르고. 그런 나에게 이 책은 마치 한줄기 빛 같은 거다. 그래, 다른 거 다 못해도 돼. 죽을 힘을 다해 놀아주고 죽을 힘을 다해 책만 읽어, 라고 말해주는.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온 시간은 쌓여가지만 아직도 내가 엄마인 건지, 낳으니까 엄마인 건지 모르겠다면 이 책은 꼭 한번 읽어보시라고 말해주고 싶다. 책으로 아이를 키우라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잘 하라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한다고 모든 아이들이 명문대를 가고, 잘하는 것도 아니란 것도 나도 안다. 다만, 지금 누군가의 따끔한 이야기가 필요하다면 이 책을 들어라. 일단 정신이 번쩍 들게 혼나고 나면, 세상이 조금 다르다.

작심 3일이라도 그 3일들이 모여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잊지 말자.
작심 3일들이 모여 내 아이를 바꾼다고 생각하면, 3일에 한번 혼나는 것도 할 수 있다.
나는 엄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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