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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천미진 지음, 설동주 그림 / 발견 / 2019년 6월
평점 :
그런 경험을 한 적 있을 것이다. 제대로 된 간판도 없고, 메뉴판도 없는 식당에 들어가서 뭔가를 시켜먹었는데 엄청나게 만족스러운 경험. 아마 이 책을 음식에 비교한다면, 그렇게 만나 엄청난 만족을 준 한 끼였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기대 없었다는 말은 빼고.

이미 전작에서 따뜻하고 정감 넘치는 글을 보여주었던 천미진 작가님의 책이기에 이 책은 나에게 있어서는 완전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평소의 그녀의 책과는 또 다른 느낌을 안겨주었다. (심지어 동 출판사의 전작인 <식혜>와도 다른 느낌이라 생경하기 까지 했다.) 이렇게 심플한 컬러로 어떤 이야기를 하실까. 마음을 기대가 가득히 채웠다.

아. 이 책을 무엇이라고 말하면 좋을까. 서울 역을 출발한 기차는 함흥역을 지나고, 모스크바, 베를린, 파리, 런던에 다다른다. 이론상으로는 연결될 수 있는 길이지만, 현실은 끊어진 그 길을 그녀는 아주 섬세한 감성으로 연결한다. 무심한 듯 슥슥 그려낸 그림 속에서는 강하게 뛰는 그녀의 심장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만큼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책이다.
우리 앞에 막힌 남과 북의 경계를 넘어서는 그 기찻길은 평화와 화합 모두를 상징하고, 민족과 이념 그 모든 것을 담는다. 간결한 글 몇 줄은 그녀가 얼마나 깊은 고뇌를 했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고심하며 이 책을 탄생시켰는지 깨닫게 한다. 아이와 이 책을 읽으며 아이는 여행하는 기분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재잘거렸고, 나는 꽤 무거운 마음이 되어 아이에게 함흥역에 갈 수 없는 이유를 이야기해줬다. 언제인가 통일이 되면- 엄마와 함께 함흥역에 가보자는 묵직한 마음이 담긴 약속도 했다.

누군가는 현 시대를 걱정의 눈으로 바라보고, 누군가는 기대의 눈으로 바라본다. 적어도 나는 우리 아이를 위해 걱정하는 사람이기보다는 기대하는 사람으로 세상을 살고 싶다. 이 책에서처럼 적어도 내 아이만큼은 꿈과 이상이 현실의 막힌 벽을 넘어설 수 있기를, 주어진 현실 뿐 아니라 그 너머도 꿈꿀 수 있는 아이로 자라주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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