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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까만 단발머리
리아킴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집요함은 나의 타고난 재능이 맞다. 무언가에 꽂히면 “열심히 해야겠어” 하는 정도의 의지로 그것을 단지 한다는 말로는 모자란다. 꽂힌 그 대상 자체에 집착적으로 매달린다. 다른 건 아무것도 안 보인다. 무언가에 한번 빠지면 먹고, 자고, 화장실 가는 것도 잊어버린 듯 목표 그 하나에 올인하는 집요함. 이것이 나의 재능이었다. (p.71)
나는 어쩌면 5월 즈음부터 위태위태함을 걷고 있었다. 바뀐 상사와의 적응기간이 길었고, 개인적으로도 컨디션이 계속 좋지 않았으며, 더럽고 씁쓸한 부정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다. (정확하게는 나 뿐 아니라 꽤 여러 명이 당한 꼴이 되었으나, 내가 그들의 마음까지 돌볼 만큼 내 마음이 녹록하지는 않다. 내 마음만으로도 버겁다.) 그 기간에 이 책을 읽었고, 마음정리가 되고 난 후 리뷰를 쓰기 위해 노트북 앞에 앉아 이 책을 다시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을 처음 읽던 날의 느낌과 사뭇 다른 강함이 느껴졌다. 사뭇 다른 깨달음이 느껴졌다.

- “그냥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보여줘” 그는 편하게 던진 말인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정말 강력한 힘을 준 한마디였다. (p.92)
문득 며칠 전 나에게 한 사람이 건넨 말이 떠오른다. “넌 분명 네가 하고 싶던 말을 다 하고 마이크를 내려 놨을 거다. 그러니 속상해야 할 것은 네가 아니라 편협한 정치를 한 저 사람들이다.” 라고. 그래, 결과적으로 어찌되었건 나는 노력했고, 하고 싶은 말을 다한 것도 분명했다. 리아킴에게 강한 힘을 준 한마디가 오늘 내게도 힘을 준다. 결과에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하면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진짜 승리라는 것을, 내게도 전해준다.
- 죽도록 힘든 현실, 하지만 나를 좌절과 실망으로 몰아넣었던 이 일은 내가 곧 다시 결심하고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돼주었다. (p.142)
- 아이러니다. 나의 가장 몹쓸 부분이 나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게. 또 우리의 특기나 장기가 스스로 깨고 싶은 콤플렉스가 된다는 게. (p.157)
이 부분을 읽으면서, 리아킴이 근처에 있다면 한번 안아주고 싶었다. 그녀의 고독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아서. 기댈 수 없이 억지로 혼자 버티고 서있는 사람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그럼에도 “남들이 뭐라면 어떤가. 난 그냥 할거야. 뭐라도 해야지 그냥 있는 것보단 낫잖아.”(p.172) 라며 툭툭 터는 그녀에게서 오히려 묘한 위로를 내가 받는다. 나도 그녀처럼 다시 망신 좀 당하면 어떻고, 뒷말 좀 들으면 어때 하며 내 “쪼”대로 사는 사람으로 돌아가야지. 나는 그렇게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을 두드렸다. 더 단단해지라고. 이 딴 일에 자존심 상하지 말라고.
- 사람들은 자신의 취약점을 드러내는 걸 두려워한다. 취약하다는 것을 우리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내가 못하는 걸 드러내면 나는 그만큼 부족한 사람이 되니까. 그러면 다른 이들의 먹잇감이 되기 쉬우니까. 하지만 이 책에서는 말한다. 자신에게 취약함이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사람은 삶의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고. (p.199)
-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내가 나를 인정하는 것은 그만큼 내가 변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진다는 뜻 일거다. (p.230)
만약 내 마음이 힘들지 않은 순간 이 책을 만났더라면 나는 이 책을 대충 읽었을지도 모른다. 일단 나는 텔레비전을 전혀 보지 않고, 이 무용수가 얼마나 유명한 사람인지, 그녀가 안무를 짜준 이들이 얼마나 대단한 연예인인지를 모른다. 또 사실 리아킴을 안무가라고 불러야 할지 무용수라고 불러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녀를 무용수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녀가 지금 무대에 서는 사람이건, 무대에 서는 이를 만드는 사람이건 그녀는 뼛속까지 무용수인 게 맞는 것 같아서. 적어도 이 책의 리아킴은 그런 것 같아서.
그리고 오늘의 나를 다시 일어서게 한 그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녀는 그저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혹은 그녀가 어느 장엔가 쓴 말처럼 돈을 많이 버는 무용수가 되어 후배들에게 새로운 “장르”가 되기 위해 이 책을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분명 내게 강한 힘을 던져준 것은 확실하니 말이다. 나도 오늘 거울 속의 나에게 “나는 별이고, 나는 아름답다”고 말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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