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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 심리학, 어른의 안부를 묻다
김혜남.박종석 지음 / 포르체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자신이 다 무너지고 메말랐는데, 우울하고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뿐인데
어떻게 타인과의 관계와 역할에 충실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이럴 땐 억지로라도 관계의 중심에서,
나의 역할에서 잠시 빠져 나와 오롯이 나를 돌보며 쉬어야 한다. (…)
아예 다 놓아버리기가 정말, 정말 어렵다면 제일 중요한 일 한두 가지만 해버리고
나머지는 내버려 둬보자. 그런다고 결코 큰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서운할 정도로 세상은 여전히 평온하고, 여전히 잘 굴러간다. (p.79)

번아웃 증후군. 나도 어쩌면 이 상태인지도 모른다.
직장생활도 하고 엄마로서의 삶을 살기도 한다.
이른 시간에 시작된 나의 하루는 책을 힌두시간 읽어, 다시 “다음날”이 되면 마무리된다.
그렇게 나는 매일 4시간 정도의 수면을 유지하면서 살고 있다.
마치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듯.
사실 지난 한 달간은 내게 정말 위태로운 시간들이었다.
직장생활을 고민했고, 터질 듯 복잡한 마음상태가 이어졌다. 그러다 어느 날 나는 울고 말았다.
그날따라 너무 울고 보채는 아이에게 “그만!”이라며 큰 소리를 내고는 내 스스로 미친 사람 같아서
엉엉 소리 내서 울었다. (물론 친구들은 아직도 그 정도 목소리도 안내고 키운 게 대단하다며
아무 일도 아니라고 했지만, 나는 한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날, 청소를 하지 않았다. 밥도 하지 않았다. 책도 읽지 않았고, 그냥 아이가 잘 때 나도 잤다.
그러고 나니 좀 살 것 같았다.
비록 몇 시간 밖에 이어지지 않은 일탈이었지만 거짓말처럼 나는 괜찮아졌다.

그 후 이 책을 만났다. 책을 읽는 내내 아, 이 책을 지난주에 봤더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을 먼저 읽어서 조금이라도 내 마음을 돌볼 수 있었다면
아이에게 큰 소리를 내지 않았을 텐데.이제와 후회한들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같은 과오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나는 마음에 그것을 꾹꾹 아프게 눌러썼다.

표지에 적혀있는 ‘마음 챙김 심리학’이라는 말처럼, 내 마음에 닿는 문장들을 만났다.
어떤 문장은 긍정적인 감정으로 어떤 문장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결국 그 부정적인 감정도 내가 딛고 일어서야 할,
털고 이겨내야 할 문장이기에 나는 내 마음을 다독여보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무너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 슬플 때 가장 위로가 되는 것은 나의 슬픔을 이해하고 옆에서 등 두드려주는 사람이라는 말처럼 누군가의 공감을 필요로 한다. 나를 공감해주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감정 상태에 있는지 알려야 한다. (p.131)
- 아이들의 영유아기에 피치 못하게 (그런데 굳이 피치 못하게 라는 단어를 쓰셔야 했나. 정말 피치 못하게 돈을 벌어야 하는 이들이 상처받는 이들의 마음은 왜 모르시고.) 직장을 다녀야 한다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의 양보다 질에 중심을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 아이들이 엄마를 고파하고 목말라할 바로 그때 충분히 물고 빨며 놀아주면 낮 동안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어느 정도는 충족될 수 있다. 밤 좀 늦게 먹는다고, 집 좀 지저분하다고 해서 큰일나지 않는다. (p.182)
- 성공한 후에 우리는 성취감과 만족감, 자신감 등을 느끼며,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인정과 칭찬에 우쭐해 한다. 이러한 심리적 보상은 사실 성공이 주는 경제적인 보상이나 권력, 명성 등 다른 보상보다 더 크고 중요하다. (p.227)
- 진정으로 강한 사람은 자신의 약한 모습을 감추지 않는다. 설령 그러한 약한 모습이 드러난다 할지라도 충분히 그것을 감당할 강함이 그들에게는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의 있는 모습 대로 내보이며 바람의 방향에 몸을 맡긴다. 슬픔과 우울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건강하게 배출하고 건강하게 이겨낸다. (p.253)

사실 중반, 아이들의 영유아기 맞벌이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에는 책을 한번 덮었다.
내 감정을 추스르기 힘들어 쉬어 읽었다. 서평을 위해 이 책을 다시 펼쳐 정리하면서도
사실 그 부분은 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꼭 그렇게까지 이야기하셨어야 했을까, 하고.
굳이 피치 못하게 라고 까지 말을 하셨어야 했을까.
정말 피치 못해 돈을 벌어야 하는 이들이 그 문장에 상처를 입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셨던 걸까.
(실제 이 책을 함께 읽은 몇몇 지인들 역시 그 문장에 다소 불편한 감정을 표현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완독할 수 있었던 것은 슬픔을 해석하는 방식 때문이었다.
슬픔 자체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그 자체로 털어내는 자세가 내가 아이를 위해 늘 기도하고,
아이에게 쓰는 일기에 많이 담는 이야기였기에, 정확하고 제대로 알아두고 싶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많은 생각과 고민들이 나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부정적 감정과 긍정적 감정이 마구 섞이며 나를 생각하게 했고, 고민하게 했다.
첫 장부터 끝까지 좋은 기분으로 읽는 책도 물론 좋은 책이겠지만,
어쩌면 가장 좋은 책은 이렇게 고민하게 하고 생각하게 하는 책이 아닐까.
또 내 마음을 마구 흔들어 울고, 속이 시원해지는 것도 또 하나의 해소법이 될 수 있음을
몸소 체험했기에 아픈 말들도 피해하지 않고 정면승부하고 싶었다.
사실 어른이 되도 아플 줄 알았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 조금 더 단단해질 줄 알았고, 상처도 덜 받았을 줄 알았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아파하고, 단단하지 못하고, 상처도 잘 받는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불행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나는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늘 책을 읽고 있지 않은가.
적어도 해소법을 가지고 있는 나는, 그러지 못한 사람보다 덜 아프리라.
문득 나는, 이 책과 자주 입씨름도 하고 자주 동지애를 느끼게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날은 날카로운 문장으로 내 마음을 후벼 팔 것이고,
어느 날은 나를 다독이겠지. 나는 그렇게 또 한번 내 마음을 다독이며 하루를 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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