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중한 보물들 - 이해인 단상집
이해인 지음 / 김영사 / 2024년 6월
평점 :

인생의 이별 학교는 우리에게 가르친다. 모든 것은 언젠가 다 지나간다는 것을.
삶의 유한성을 시시로 절감하며 지금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결국 많이 감사하고 자주 용서하는 일이라는 것을.
잘되지 않더라도 의식적으로 옆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깊고 넓은 사랑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그것이 어느 날 찾아올 진짜 마지막 이별을 순하게 맞이하는 길이라고 말이다. (p.101)
이해인 수녀님의 책은 꽤 오래 읽어온 것 같다. 어쩌면 내가 시를 쓰는 아이로 성장한 것도, 이해인 수녀님의 책을 읽은 까닭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수녀님이 어느새 수녀원에 입회하신 지 60년이라니. 초등학생이었던 독자가 어느새 초등학생의 엄마가 되어있으면서도, 수녀님의 긴 세월은 참으로 놀랍기도 하고, 문장에 묻어나는 깊이와 짙음에서 그렇지, 하는 끄덕임이 들기도 한다.
이해인 수녀님의 책은 언제나 나에게 짙은 감상을 남겨주었지만, 이번 여름휴가 동안 읽은 『소중한 보물들』은 유달리 더, 나의 삶을 돌아보고 나의 생활을 곱씹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인생의 전환점이라 불리는 마흔이 되어 그런 걸까. 수녀님의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에 깊이 남아 아프기도 하고, 위안이 되기도 했다.
『소중한 보물들』은 수녀님의 묵상과 생각들을 엮은 단상 집이다. 글방의 따사로움, 생명의 신비로움, 수도의 향기로움, 생활의 부드러움, 추억의 아름다움 등을 주제로 길고 짧은 이야기들이 모여있는데 여느 문장 하나, 여느 사진 하나 대충 쓰인 것이 없음을 느끼며 읽었다. 한마디 한마디가 꼭꼭 눌러쓴 편지처럼 마음에 길게 남아서, 영원한 이별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땐 한참을 쉬어 읽어야 했다. 많이 아파 온 가족을 조바심으로 떨게 하는 이가 떠올라서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그러면서도 가족들이 모든 것에 시작이라는 말에 힘을 얻었다.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고 배려하는 가족이니까, 이 마음이 다 전해져 힘을 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중간중간 기도하고, 생각하고, 나를 돌아보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가톨릭 신자라 더욱 종교적인 마음을 담아 읽었지만, 『소중한 보물들』은 같은 종교가 아니더라도 위안과 깊은 깨달음을 나누어 가질 수 있을 책이다. 인생의 여러 굽이를 겪어온 선배의 경험담 같기도 하고, 늘 선한 마음으로 살아온 이의 배려 같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행복을 깨닫게 하고, 모든 것에 감사하게 한다.
그래서 나는 『소중한 보물들』을 “지금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꽃향기를 맡으면 꽃사람이 된다는 수녀님의 마음처럼, 지금 놓치고 있던 행복을 깨닫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불행을 습관적으로 내뱉으면 불행한 사람이 되고야 마는 슬픈 진리를 깨달으면 좋겠다.
여전히 나는, 나눌수록 커지는 사랑이 무엇인지 미처 알지는 못하지만, 『소중한 보물들』을 읽는 내내 나를 그렇게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보답하는 사람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내 주변 사람들이 좀 미운 짓을 하더라도- 한 번 더 이해해보려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