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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붙잡힌 사람을 위한 책 - 복합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삶을 되찾는 법
아리엘 슈워츠 지음, 김준기 외 옮김 / 수오서재 / 2024년 6월
평점 :

치유에는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하자. 감정과 감각을 다시 연결할 때는 부드럽게, 압도되지 않는 속도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불편감과 함께 있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p118)
지금 생각해보면 불과 20~30년.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에만 해도 우리는 심리적으로 힘든 상태를 무척 극단적으로 나눠왔던 것 같다. 그저 예민한 사람과 미친 사람. 그 사이에는 그 어떤 단어도 존재하지 못한 채 외면받고, 더 상처받으며 산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사람은 누구나 불안이나 강박, 공황과 수치심 등을 느낀다. 그저 그 강도가 달라, 그 순간 내가 컨트롤 할 수 있고 없고의 차이일 뿐 말이다. 그래서인지 '복합 트라우마' 증상에 대한 이해와 해결을 위한 안내서라 이름 붙여진 『과거에 붙잡힌 사람을 위한 책』은 현대인에게는 필수적이지 않나 싶다.
『과거에 붙잡힌 사람을 위한 책』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이 스스로를 되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부터 우울증, 감절조절장애, 해리, 대인관계 문제, 자기인식문제, 학대, 절망감 등의 상처로부터 스스로를 분리하고 나아가 회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제시한다. 여기에는 최신 연구를 총망라한 트라우마 치유법 등이 포함되어 있으니, 심리적 고립을 경험한 이들에게 많이 읽히길 바란다. 물론 이런 분야를 다루는 책은 많지만, 『과거에 붙잡힌 사람을 위한 책』처럼 트라우마에 대한 직접적인 이해와 치료법,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과거에 붙잡힌 사람을 위한 책』에 실린 여러 내담자의 사례를 읽으며 트라우마가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가, 또 그것을 떨쳐내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여러 번 생각했다. 또 책에 제시된 해결 방향을 읽으며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안아줄 수도 있구나, 하며 여러 번 놀라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에게는 해결서가 될 것이고,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의 가족이라면 한 줄기 빛처럼 느껴질 것 같다. 더불어 심리를 공부하는 사람에게도 그 어떤 참고서보다 다양한 내담 사례, 치유 사례 등을 담긴 참고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언제인가 친구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다. 자신이 학대받고 자랐던 어린 시절의 상처가 커서, 아이들에게 절대 소리 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해도 순간순간 감정이 격해질 때면 악마 같은 자신이 불쑥 튀어나오곤 한다고. 그럴 때 자신에게서 자신의 부모가 보일 때면 미칠 듯 싫다고. 사실 그 말을 들을 때만 해도 그 감정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과거에 붙잡힌 사람을 위한 책』을 읽으며 과거를 떨쳐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트라우마 속에 성장한 사람이 그것을 반복하지 않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새삼 배웠다. 더불어 그런 시간을 참고 이기는 내 친구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조만간 친구를 만나면 『과거에 붙잡힌 사람을 위한 책』을 슬쩍 내밀어주고 싶다. 그리고 잘 지나왔다고, 잘 이겨냈다고…. 조금만 더 걸어 나오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