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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을 ??하라 ㅣ 우리학교 그림책 읽는 시간
케리 스미스 지음, 김여진 옮김 / 우리학교 / 2023년 10월
평점 :

자, 접기게임을 한번 해보자.
책 절대 구기면 안 되는 사람 접어.
책에 줄긋기나 낙서하면 안 되는 사람 접어.
책을 던지거나 거칠게 다루면 안 되는 사람 접어.
책을 깨물거나 침 바르면 안되는 사람 접어.
책을 입거나(!) 먹어보면 안 되는 사람 접어!
나는 꼰대(!)라 그런지 다섯 개를 다 접었다. 아마 당신이 아무리 너그러운 사람이라도 한 개는 접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왜 이런 거 (이딴 거)를 물어보냐고? 오늘 소개할 그림책, 『이 그림책을 ??하라』에서는 이 모든 게 다 되니까!!
『이 그림책을 ??하라』를 처음 만난 나의 마음은 놀라움과 소름과 기타 등등의 마음이 공존했다. 이 책을 한 세번쯤 다시 읽을 즈음에야, 책을 책꽂이에 꽂아두기만 하는 것보다는 여러 방향으로 만나고 즐기는 편이 아이들이 책을 더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이 책을 만나는 순간부터 이 책을 사랑하게 된다. 엄마가 하지 말라는 거 다 하라고 하니까, 엄마가 하지 말라는 걸 해도 책은 행복하다고 하니까!
자, 이제부터 “오히려 누군가 읽고 만져주고, 거침없이 만져줄수록 행복해하는 책” 이야기, 『이 그림책을 ??하라』를 소개한다. 『이 그림책을 ??하라』는 책장에 꽂혀만 있으면 슬퍼지는 책들의 이야기를 엿들은 케리 스미스의 그림책으로, 무척이나 독특하고 기발한 책이다. 책 싸개 안쪽에는 자신만의 코르크 인형 만들기 포스터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책읽기부터 독후활동까지- 또 책에 관한 토론까지 가능해질 멋진 책이라는 말씀.
아마도 어른으로 추정되는 누군가가 만든, 옛날 옛적부터 내려오는 책에 관련한 규칙. 던져서도 안 되고, 구겨도 안 되고, 낙서도 하면 안 되고, 기타 등등 엄청난 “안되는 규칙”들 때문에 오히려 책을 읽기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도 건드리지 않으면 그것은 책의 진가가 묻히고야 마는 것. 하지만 이 책과 함께 라면 아무 걱정이 없다. 이 책은 책을 만지고, 흔들고, 색깔도 살펴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밖으로 나가도 보고, 먹어보기도 하고, 같이 모험을 해보기도 하고, 파티하기도 하며 다양하게 즐기는 방법을 소개한다.
처음에는 『이 그림책을 ??하라』을 읽으며 뜨악 하는 장면이 많았지만, 반복해 읽다 보니 이 책이 말하는 진짜 매력들을 느끼게 되더라. 이 책이 무엇이든 될 수 있듯, 우리 아이들도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귀한 존재 아닌가. 책이 아무리 귀한들 내 아이보다 귀할까? 우리는 그것을 잊어버린 채 바르게 앉아라, 똑바로 읽으라고 등의 잔소리만 해댄 것은 아닐까? 아이가 책을 더 사랑해볼 기회도 주지 않고 말이다.
『이 그림책을 ??하라』를 읽는 내내 우리 아이는 놀라워하고, 신기해하고, 즐거워했다. 책에 나오는 내용을 따라 도전해보기도 하고, 스스로 미션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아이는 책을 더 사랑하게 되고, 더 즐거워졌다.
책이 말한다. “책은 네가 읽을 때마다 다른 책이 돼. 너도 매번 달라지니까!”라고.
자, 매번 달라지는 책을 만나보지 않을 수 없잖아? 이제부터 아이가 책을 흔들고 문질고 기타 등등을 다해보면서 책을 온전히 즐겨보게 하는 것은 어떨까? 안될 거 같다고? 그럼 엄마부터 『이 그림책을 ??하라』 먼저 만나보자. 그리고 “우리는 책을 즐길 자격이 있어요!”라는 아이들의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