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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고향옥 옮김 / 양철북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마지막 1~2쪽을 남기고 눈물을 흘렸다는 일본아마존의 서평을 보았다. 나도 마지막에 눈물을 흘렸다. 펑펑 울지는 않았지만 눈물이 흘렀다. 졸업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초.중.고.대학등의 학교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또 다른 문으로의 진입으로만 보여지는건 아닌거 같다. 인생의 졸업 즉 죽음과 관련된 4가지의 단편들로 되어 있는 <졸업> 졸업은 4개의 단편들중의 하나이다.
졸업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만 해왔다. 죽음도 또다른 시작일까. 남은 자의 또 다른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아버지의 자살을 알게된 아야. 아버지의 친구를 통해 하나하나 알아가고 아버지를 회상하려하려 한다. 자신이 뱃속에 있을때 돌아가신 아버지의 죽음은 그저 자신의 아버지임을 알지만..그사람이라 부른다. 새아버지의 또 다른 어린시절을 하나하나 채워가는 아야. 남은이들은 과연 앞으로 행복해질까. 행복해기기를 바란다.
부모님의 죽음으로 남은 이들은 후회를 하고, 또 후회를 한다. 좀 더 잘 해드리지 못한 자신을 후회한체. 후회는 이미 늦어버렸음을 알지만 더이상 내가 할 일은 없음을 안다. 할아버지 병구완을 몇년 해온 나의 어머니는 3년을 채 보내지도 못하고 남편을 떠나보냈다. 그때 나는 중학생이었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원망도 많이 했었다. 왜 나와 동생들과 어머니를 남기고 떠나셨는지. 자신의 건강조차 제대로 돌보지 못했냐고 한탄의 눈물만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죽음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종교에서 말하듯 또다른 세계가 있을까. 죽음을 앞둔 자신은 얼마나 후회하는 것이 많을까. 정리해야할 것도 용서를 빌 것도 많을 것이다. 그를 보는 가족들또한 마찬가지지 않을까. 친어머니의 유서와 같은 일기를 가지고 새어머니와 냉전을 벌이는 아들, 그의 모습을 보면서 참..철없다. 새어머니 또한 어머니이지 않은가 말은 해보지만 한편으로는 이해는 간다. 내 어머니의 자리를 새어머니가 꿰찼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했을테니깐.
평생을 선생님이었지만 죽음앞에 병문안을 한명도 오지 않은 선생님 제대로 좋은 선생님이 되지 못했다고 아들선생님은 말하지만, 지금까지 되돌아 보면 좋은 선생님이란 자신의 길을 벗어나지 않게 호되게 꾸짖은 선생님이 오히려 기억이 남는다. 아들은 안다 아버지가 좀 더 많은 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먼길을 떠나시길 바랬던 것임을..
단편들은 우리네 삶과 다르다며 특별하게 다가 오지 않는다. 그저 내 삶의 일부와 같은 느낌이다. 부모님의 죽음앞에 놓인 우리 자식들과 같은 일들인것이다. 부모님과의 갈등. 생전의 후회등 많은 일들이 지금 내곁에 있다. 졸업은 그저 지금의 마침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의 가족과의 응어리졌던 무언가를 풀고 앞으로 나아가는 졸업, 또 다른 시작을 맛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