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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여행 - 낯선 공간을 탐닉하는 카피라이터의 기록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김민철... 그녀는 카피라이터.
이름만 봐서는 누구나 남자라 생각하겠다.
본인도 알기에 서두에 그가 아닌 그녀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려주고 시작한다.
그녀가 여러 나라로 여행을 다녔던 이야기들을 담았다.
물론 국내도 있긴 하다.
그녀의 여행에는 제목이 있다.
뭐 그녀가 카피라이터이기 때문에 제목이 그렇게 붙여지는 건 아니다.
그녀의 여행은 제목이 있다.
그 테마를 가지고 여행을 한다.
처음 여행에서 누군가가 목적을 정하고 하라는 조언에 따라 시작을 그렇게 했다고 한다.
첫 여행은 그림을 좋아해서 미술관 여행으로 시작.
그리고 유명한 유적지나 명소들을 찾는 여행이 아닌 현지의 골목을 둘러보고 동네 한바퀴 돌면서 그 나라 사람들의 일상으로 섞여드는 그런 여행을 한다.
편한 호텔을 잡지 않고 집을 빌려서 그들의 삶의 터전에서 쉬고 장 봐서 식사 만들어 먹고 창문을 열고 그곳의 하늘을 보고 주변의 경치를 보고 ...
혼자 가기도 했고 남편과 함께 하기도 하고 친구와 함께하는 여행도 한다.
현지 여건에 의해 어쩔수 없이 그냥 숙소에 머물러야 했던 때의 조급함과 다운된 기분에 남편이 건넨 한마디... '여행에도 일요일이 필요해' ... 그래, 급하게 다 보고 느끼고 올 필요 없지... 여행은 내 일상의 쉼을 얻기 위한 일정이니까.
얼마전에 어머니께서 친구분들과 유럽 여행을 다녀오셨다.
70세 가까이 되신 여성 5명이 젊은 사람들이 있는 팀에 섞여서 정말 엄청나게 걸어다니며 빡빡한 일정을 함께 했다고 한다.
여행사의 잘못이다.
이분들에게는 조금 느리고 여유롭게 쉼도 있는 그런 일정이 필요했다.
그곳의 명소 한두곳 더 보지 못했다고 아쉬워하고 화를 낼 연세가 아니다.
오래도록 계획해서 돈 모아 기대하고 다녀온 유럽여행인데 다른 일행들에 피해 주지 않으려고 그들의 속도에 맞춰 다니느라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돈 들이고 시간 들여서 갔는데 여행의 즐거움이 얼마나 있었을까?
그래서 그녀와 남편이 함께 한 여행의 여유로움이 너무나 괜찮아 보인다.
중간 중간 그녀가 읽은 책속에서 발췌된 짧은 문장들이 소개된다.
그 내용들이 또 다른 호기심과 그 작가의 그 책이 궁금해진다.
그녀는 일상의 여행의 팁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녀의 여행책은 실용서가 아니라고... 단 한번만 팁을 제공하지만^^
여행 중간의 일상을 담아놓은 사진들도 그녀의 여행을 함께 따라가는 느낌을 준다.
아무도 타고 내리지 않지만 정거장도 아닌 곳에 트램을 세우고 차장이 동네 아주머니와 수다만 나누다 떠나는 광경을 담고 현지인들의 가정집 모습도 자연스럽게 엿보게 된다.
말도 통하지 않는 현지인들과 함께 고기의 신이라 불리는 이탈리아 판자노의 다리오 체키니의 정육점의 고기만찬을 즐기는 이야기는 부러움과 식욕을 자극하고 그들의 즐거움에 동화된다.
그런 여러 나라 사람들과의 이야기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 동네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여행이 궂이 말 안통하고 건물이나 분위기 전혀 다른 문화도 생소한 그런 나라로 떠나야만 하는건 아니다.
어쩌면 내가 사는 집 주변의 가보지 않은 골목에서도 새로운 사람들, 건물들, 이야기들을 마주하게 될수 있음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내 사는 동네의 구석구석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100은 아니니까... 내가 모르는 생소한 새롭고 흥미로운 모습들을 찾아 어제까지와는 다른 길, 골목으로 잠시 들어가 보는 것도 좋을것 같다.
그녀의 또 다른 여행들이 기대되면서 내 나름의 여행도 기록과 사진으로 남겨 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