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이전일거다. 왜냐면 7살이 되기전까지는 책을 읽지 못했으니까.
불이 꺼지고 캄캄해지면 그 누군가가 머리맡에서 소곤소곤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오랫 동안 상당한 분량의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라 지루해져 금방 잠들곤 하였다.

어떤 이야기는 지역마다 많은 파생이 있는 잘 알려진 것이기도 하고...

여기서 주인공은 부자집 도련님으로서 동생이 하나 있다.
언제 부터 밤마다 가축들이 한마리 한마리 죽어 나가는데 덩치 작은 개부터 시작하여 돼지, 염소, 소까지 차례로 죽다가 동네 사람까지 죽기 시작한다.
어느날 밤 동생이 방을 나가는 것을 보고 수상하게 여겨 몰래 따라 간다.
동생은 마지막 한마리 남은 말 뒤로 가서 말의 꼬리를 들어올리고는 손을 집어 넣어 말의 내장을 끄집어 내어 삐쭉하게 길어진 입으로 먹어 치운다.
놀란 주인공은 다음날 아버지에게 소상히 일러바치나 터무니 없는 일로 동생을 모함하다는 심한 질책을 받고 집을 떠난다.
세상을 떠돌던 주인공은 어느 해 질 무렵 황폐한 어떤 동네에 이르고 그 중 가장 큰 집에서 하룻밤 세울 요량으로 들어가는데
다 허물어진 폐가 대청마루에서 동생이 반가히 맞이하며 나온다.

혹은 이런 류의 이야기도 있고...

심한 흉년이 든 해 가족들이 모두 굶어 죽고 두 어린 형제만이 길을 떠난다.
형제는 해 떨어지고 어두워진뒤 불 켜진 어떤 집을 발견하여 들어가게 된다.
여기서 친절한 주인을 만나 터무니 없는 환대를 받아 배불리 먹고 잠든다.
한밤중에 문뜩 잠을 깬 형은 칼 가는 소리에 놀라 동생을 깨워 달아 날려고 하나 잠에 취한 동생은 일어 나질 못한다.
혼자 달아난 형은 숲속에서 집안을 살피나 동생이 돼지와 함께 해체되는 것을 아무 손도 못 쓰고 구경만 하게 된다.
다음날 해가 뜨자 집 주인은 고기들을 수레에 싣고 시장으로 나가 사람들에게 팔고 형은 멀찌감치 시장 입구서 울며 서 있다.

내가 들은건 유사한 스토리들중에서 거의 원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에는 처음에 계기가 된 사건이 있으며 현실에서의 주인공은 심각한 피해만 보지 어떤 보복을 해내지 못한다.
그러니까 해피엔딩이나 권선징악으로 가면 왜곡이 심해진거라는 생각.

하여간에, 누가 이런 이야기들을 해 주었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할머니라고 오랫동안 생각했었지만 훗날 밝혀진 바로는 그 시기엔 할머니랑 같이 살지 않았다.
누나라고 하기엔 그때는 누나들도 너무 어렸다.

사실은 아무도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저때의 기억은 그리 신뢰할만것이 아니니까.

읍내에 살던 애 둘이 빈집에서 촛불 켜고 잠들었다가 타 죽었다.

어느날 밤 처음으로 내가 이야기 해주던 누구에게 말을 걸었다.
'손가락에 불 붙었어.'
그 누군가의 손가락 하나하나에 불을 붙였다.
손가락은 녹으면서 타들어 갔다.
익어버린 손을 팔에서 뜯어 내서 뼈를 하나하나 발라냈다.
깨니 뺨에는 침이 잔뜩 묻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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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4-18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의 클라이브 바커.

poptrash 2010-04-19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
알라딘의 클라이브 바커 정말 맞는 말 같아요 ㅜㅜ
(자야 되는데 무서워서 ㄷㄷㄷ)

조선인 2010-04-19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주 어려서부터 세수를 하기 위해 세수대야나 세면대로 고개를 숙이면 누군가 뒤에서 목을 조르면서 물 속으로 눌러 질식시키는 걸 생생하게 느껴요. 그게 너무 끔찍해서 지금도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세수를 한답니다. 옷 다 적시면서요.

무해한모리군 2010-04-19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또 아침에 읽었어요 --;;
 

한주일에 세번은 수원에서 경수산업도로를 타기 위해 지름길을 지나간다.
빠르기도 하지만 그래도 더 중요한 이유는 통행료 내기 싫어서이지.
저수지를 지나 산 하나를 넘어가는 자그마한 도로인데 대충 8키로는 더 되는, 산길이라 더 멀리 느껴지는, 풍광 아주 좋은, 드라이브 코스로 딱 맞는,개나리-진달래 울창한, 어쩌다 차 한대 지나가는, 화사한 햇살에, 따사한 봄바람에 나릇해지는, 멀리 아주 멀리 고속도로가 보이고, 인가 하나 없는, 둘이 밥 싸들고 가기에 좋은 머 그런 곳이다.
해가 지면?
그래 별이 보인다. 도시의 백야는 여기선 더 이상 없다.
'칠흑 같은 밤' 이다.
하이빔도 별 무소용이다. 수십미터 이상 똑 바로 이어지는 도로가 없으니까.
나는 1시경에 이길을 지나서 퇴근한다.


처음엔 누군가가 코를 골았다.
옆자리, 뒷자리, 물론 트렁크에도 아무도 태우지 않았다.
시골길에 심기가 불편해진 소나타의 삐꺽임이겠지.
아니면 졸다가 내 코고는 소리에 내가 깬걸까.

그러고서 몇번을 더 산을 넘은뒤.
하이빔 속으로 등이 완전히 굽은 할머니가 뛰어 들었다...기 보다는 나타났다.
이 길에서는 밤낮 가리지 않고 처음 보는 사람이다.
지나치며 힐긋 보았다.
아는 사람이구만. 누구? 동네 마트에서 끌어 온 쇼핑카트에다 폐지 모아가는 할머니.
그 무언가를 동네 할머니로 인식해 버리는 내 대뇌의 패턴 인식 메카니즘이 경이스러울 따름이다.
 
몇주가 지난뒤.
길가에 두 여자가 서 있다.
앞쪽 여자가 뒤쪽 여자보다 머리하나는 더 크다.
머리는 보자기를 눌러 동여 매고 비옷 같은 걸 덮고 (입고 보다는 덮고가 맞다) 비스듬히 고개를 돌려 내 차를 보고 있다.
이제 여잔지 먼지는 관심이 아니다.
이번에 또 어떤 류의 패턴 인식 오류일까?
길가에 있던 구조물 중에 저 정도 높이로 2개가 나란히 서 있는게 멀까? 급경사 표지판?

다음날
두 여자는 너무도 당연하게도 그자리에 서 있다.
차를 세우고 그게 먼지 확인해 보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일었으나 그 시간엔 만사가 다 귀찮은 법.
속도만 좀 줄이고 차를 바싹 붙여 지나갔다.
앞에 있는 여자와 정확히 눈이 마주 쳤다.
물에 젖은 천조각이 뺨위에 붙어 있고, 망막에서 반사된 빛으로 두눈이 순간 번득였다.
착시라고 하기엔 디테일이 너무나 훌륭하다.
 
한주쯤 뒤
비가 많이 왔다. 어두운데다 비까지 덮치니 시야는 매우 제한되었다.
시각 정보가 축소되니 착각도 심해질 것이란 기대를 가졌고 배신당하지 않았다. 기대 이상이었다.
이정표가 붙어 있는 철기둥 중간에 차 한대가 바닥을 드러내고 휘감겨 있었다.  
고속으로 미친듯 달리다 커브길에서 튕겨져 나가 철기둥과 충돌했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 같은데.
내내 심각하게 검토 해보았지만 이 현상은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현인에게 이 모든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어 보았다.

현인은 그 무엇인가가 내가 차에서 내리기를 원하고 있다 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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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04-16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앜 뭐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자세히 안 읽었다. 자세히 안 읽었다. 자세히 안 읽었다. 레드썬!
밤에 이런 글 올리구 그라믄 안돼요~

무해한모리군 2010-04-16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오.. 뭔소릴까..
뭔가 무서운 이야긴데 아침 회사에선 정취가 떨어지는군요..

조선인 2010-04-16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년 전 한참 가물었을 때 그 저수지에서 시신이 몇 구 나오긴 했죠. =3=3=3

마노아 2010-04-16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뭐가 이렇게 무서운가요..ㅜ.ㅜ

비연 2010-04-16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윽.........무서워요...

Mephistopheles 2010-04-16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과에 가보시는 건 어떠실런지요.

무스탕 2010-04-16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동네서 가끔 그런게 보인다나 어쩐다나... =3=3=3
(조선인님. 같이가요~~ )

Joule 2010-04-16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낮에 보길 잘했어요. 팔에 소름이 쫙 돋았어요. 차에서 내리지 마세요.
 

왜정때 할아버지가 일본에 가셔서 어렵게 어렵게 구해왔다는,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아버지가 나에게
물려준 최고급 향 2개를 피웠다.

보름전에 피우고 싶었지만 혹시나 해서 오늘까지 그러지 않았다.

세상에나 열아홉 저 어린게 하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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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5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alei 2010-04-16 01:0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4-16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89년생이라고 나오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답니다.
젊음이 너무 아깝습니다.

gimssim 2010-04-16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이님의 마음이 우리 모두의 마음이겠지요.
저도 잠시 머리를 숙입니다.

paviana 2010-04-16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참으로 꽃다운 나이라는 말이 너무나 잘 맞는데...

Mephistopheles 2010-04-16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펴보지도 못하고 시들어버린 꽃은 애처롭고 처량해요.
 

사람을 안 믿는다는 건 머지?

기대를 안 갖는 다는 거지.

기대는 왜 갖지?

좋아하니까.

그럼 기대하지 않는다는 건?

기대하고 싶다는 거.

좋아하면 기대한다고 말하니?

아니.

그럼?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듣는 사람은 혼란스럽지 않을까?

아니.

왜?

말이란게 믿을게 못 된다는 걸 아니까.

왜 이렇게 혼란스럽지?

말로 하니까.

왜?

말이랑 생각은 서로 그다지 친하지 않거든.

그럼 사람을 믿는다는건 무슨 말이지?

비극이 매력적이란 걸 알았다는 거.

누가 널 믿는 다면?

소름끼치는 일이지.

왜?

믿는다는 무언가를 내게 덮어 씌워 놨으니까.

진심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내가 원하는 걸 진심이라고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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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달리자 2010-04-12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3월말 기다렸던 분의 책이 나왔습니다.
소설이 아닌 평론집으로...
언제 연애소설 나올려나...

hanalei 2010-04-15 22:16   좋아요 0 | URL
혹시 마사회서 나오셨어요?

말달리자 2010-04-16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뇽.

마사회 소속은 아니고요...

말 3마리 사육하고 있네요.

반가워요.
 


바닥에 구멍이 뜷려 침몰했다 (작전처장)
순식간에 두동강이 났다 (함장)
반으로 갈라진것 처럼 보이는데 TOD에 그런것 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국방장관)
TOD 운영병이 촬영을 시작했을 때는 천안함의 선체가 두 동강으로 분리된 후 후미 부분이 막 가라앉으려고 하던 시점. (합참)


9시 15분 (해경)
9시 45분쯤 사고가 발생했다 (합참)
9시 30분 침몰이 시작됐다 (합참)
9시 25분 (국방부)
침몰 당시 지진파를 측정하니 9시 22분쯤 이었던 것으로 판단 (국방부)


파도가 매우 높아 초계함에 계류해서 구조활동을 할 수 없었다 (합참)
전투용인 고속정은 구명보트가  없다. (합참)
비상이함을 명령하면 지참물을 가지고 자기위치에 선 후 구명정을 내려서 타도록 돼있다. (작전처장)


백령도에 접근한건 통상적인 작전수행이다.(합참)
천안함이 배치된 이후 15번 16번은 지나갔다. (국방장관)
기상이 워낙 나빠 바람을 막기위해 간것으로 보고 받았다. (국방장관)
최근 여러 상황에 따라 그 지역에서 작전활동을 하던 것으로 이해해 달라. (공보실장)
북한이 미사일을 쏠 징후가 보여 백령도 뒤편으로 피했다. (국방차관)
북한의 새로운 공격 형태에 대응한 지형적 이점을 이용하는 기동이다. (국방부)


다 수거했다. 기뢰가능성은 없다. (국방장관)
북한기뢰가 흘러들어와 우리 지역에 있을수 있다. (국방장관)
물속에 있기 때문에 100% 수거는 안 됐을 것 (국방장관)
두 가지 가능성이 다 있지만 어뢰가능성이 조금 더 실질적이지 않나 싶다. (국방장관)
소나병은 어뢰가 접근하는 것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국방장관)
소나에 잡히는 게 정상이지만, 풍랑이 세서 잡음이 센 상황에선 놓치지 않을 수 있나 생각한다. (국방장관)


바닥만 수면위로 떠 있어 부표를 설치하지 못했다. (작전처장)
추를 매달아 부표를 떨어뜨렸는데 소실됐다. (작전처장)
함수 10~20m까지 근접 투묘, 천안함 직접 연결 아님 (해경)


영결식 및 장례 준비는 해군참모총장 주관으로 할 것. (작전처장)
생존자 구조가 우선 순위. (국방부장관)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자들의 구조. (대통령)
지금 당장 분향소를 설치하거나 하는 게 아니라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국회에 보고한 것. (해본)


함미와 함수의 절단면이 칼로 자른 것처럼 매끈하게 잘렸다. (잠수사)
함미와 함수 부분의 절단면을 확인한 결과 내부에서 폭발한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고 선체가 수직으로 거칠게 절단됐다. (S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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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10-04-03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이님 저 요즘 헬.쓰.장 다니고 있는데, 여자가 가슴근육 키우면 어떻게 되나요?

hanalei 2010-04-03 02:21   좋아요 0 | URL
1. 남자에 비해 근육 만들기가 매우 어렵다.
근육생겨서 미적 손상이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다.
2. 웨이트가 지방을 대폭 줄인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3. 그 반대도 없다. 즉 가슴이 커진다거나 하는 일도 없다.
4. 근육이 지방층을 탄력있게 받쳐주어 미적 효과를 증대하는것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하여간 나쁠일은 없어 보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4-03 10:16   좋아요 0 | URL
3. 그 반대도 없다. 즉 가슴이 커진다거나 하는 일도 없다.

오 그렇군요!

LAYLA 2010-04-03 21:26   좋아요 0 | URL
웨이트 하면서 필라테스 수업듣고 음식조절했더니 살이 빠지고 있어요 근데 근육도 모르는 사이에 빠지고 있는거 같아서 겁이 나요 흙흙흙흑ㅇ긍 열흘넘게 저지방우유, 삶은단호박, 닭가슴살, 사과반쪽 이런거만 먹다가 오늘 처음으로 맥주랑 기름에 절은 안주들을 먹었더니 속이 너무 불편해요...어쨌든 가슴운동은 시작하겠슴니돠 후훙 아 그리고 등 운동도 열씸히 하고 있어요 ^^

hanalei 2010-04-07 02:18   좋아요 0 | URL
빠질만한 살이 있기나 했는지?

Mephistopheles 2010-04-04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저 드라마 엔딩은 언제쯤이나 끝날까요.

hanalei 2010-04-07 02:19   좋아요 0 | URL
여긴 헬스와 가슴크기에 대해서 논하는 곳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4-03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 말을 해도 믿기어려운 --;;

hanalei 2010-04-07 02:19   좋아요 0 | URL
믿으세요. 커지지도 작아지지도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