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왜, 난 6살이나 데서 출생 신고 한거야?"
누나의 반응
"니가 그렇게 오래 살 줄 누가 알았겠니!"
"그리고 왜 내 생일이 출생신고 한 날자랑 같아?"
"......"

출생에 관한 미스테리는 하나쯤 있는게 그래도 애기 꺼리가 되니 좋아 보인다.
내 위로 최소한 한명의 형 혹은 누나가 있었다는게 정황상 분명해 보이지만,
공식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입증할 물증은 물론 일체의 증언도 확보 되지 않으며
아무도 개의치 않는다.
아마 살았던 시기보다 더 짧은 시간내 사라져 버린,
뒷산에 흔한 자그마한 둔턱 중 하나였을지도 모르니까.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난 무척이나 낯을 가렸다고 한다.
머, 지금도 그러니 굳이 사실 확인 같은 건 할 필요도 없다.
어린 아이들에게 요구되는 덕목,
어른말은 이웃집 개랑 동급이며, 예의 안바르며, 인간 비친화적이며,
인사성 같은건 역시 개 한테서나 찾아 보는게 나을 정도였다지만,
사실 지금도 별 차이가 없다.
좀 좋아져 보인다는 건 그저 많은 어른들이 죽어 나갔고 그 자리를 내가 차지 했기 때문.
이 모든게 낯 가림에서 부터 시작 된다는 건 어른들은 죽어도 이해 못할 것이다.
열셋이 되자 더 이상 내 맨몸이 누나들에게 보여지는것을 거부하였다.
물론 이건 낯가림이 아니라 변해지고 있는 몸을 보이기 싫어서.
누나들의 비웃음과 야유 속에서 길고 길었던 그 해 여름 조차 긴바지로 보냈다.

변신에는 근 삼년이 걸렸고 이후엔 보던 말던 다시금 개의치 않게 됐지만.
백만년의 우연으로 보여지게 됐지만.
경악.
당혹.
어쩔줄 몰라하는 거울속에 비친 누나의 얼굴에서
이제 지난 날은 다시금 되돌릴 수 없는 법.
이전의 스킨쉽들은 이제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막내 누나는 스물이 되자 화쟁이가 되어 집을 떠나 서울에 있는 학교 근처에 아뜨리에 혹은 스튜디오 혹은 삭월세방을 하나 꿰차고 앉았다.
물론 높은 이상과는 별 무관한 예술적 재능을 가진걸로 확신하지만,
주변 남자들은 그 재능을 항상 외모에서만 찾으니
자기만족이면 행복한 삶 아닌가.

남자 모델 지망생들이 넘쳐나는게 그 이유인지
누나 그림들은 기묘하게 헐벗은 남성 군상의 카테고리를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게다가 시원찮은 목수 연장 탓하듯이 자기 그림의 문제점을 쪽집게 처럼 모델에서 찾아내어 남자를 바꾼다.
참다 못한 큰누나가 더 큰 아뜨리에 혹은 스튜디오로 옮겨 주는 조건으로 나랑 동거를 요구하게 되었다.
왜 날?

서울에서 만난 텍사스 히피는 그의 세속에 대해서 전혀 감 잡을 수 없었던 이중 인간,
그러나 최소한, 
귀를 깨물리는게 아무런 흥분이 되지 못한다는 건 아는,
자기는 이젠 가질 수 없는,
내가 반드시 그럴거라고 내내 주장하고
결국은 확인했던,
힢과 허벅지에 집착하는,
배만 빼고는 양호했던,
카우보이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