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한 오스트리아 출신중 가장 성공한 사람인 아놀드(그런데 오스트리아 출신에 또 누가 있던가?)의 한참 날릴적(몸으로서), 추억의 사진이다.
투구같은 승모근에 삼각근에 이어진 이두근 삼두근은 포크레인의 강철 관절이며 대흉근은 탱크 전면 장갑판을 연상케 한다.
좀 얼빵해 보이는 표정이 귀엽게 보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내가 T1을 보았을때는 아놀드에 대해서 아는게 없었다. 심지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더티해리 시리즈로 착각하고 표를 샀으니까. (그러나..오..맙소사 화면에서 터져 나오는, 그 강력한 파워에 살짝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아놀드의 몸은 다른 바디빌더들과 다르다.
극도로 비대해진 근육들을 주체 못해 답답하고 쳐진 위압감을 주는 몸들과는 달리 아놀드는 팽팽한 긴장감을 준다.
SF에서나 나올듯한, 곧 출전을 앞둔, 튕겨나갈것만 같은 대형 전투 로밧의 향상이다.

제대로 된 남자누드, 그 중에도 사진은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원체 누드 작품이란게 그 제작이나 소비가 모두 남자가 지배하는, 흔한 말로 남성의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것이기에 남자누드는 지극히 열세이다.
그러나 예술적 누드라는게, 남겨진 유물로서, 그 시조인 그리스에서는 남자만을 누드로 제작할 수 있었다.
물론 고대 그리스인들의 세계관 과 여성비하적 가치관 문제가 그 원인이겠지만. (남자만이 완전한 아름다운 몸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남자 누드에서는 전통적으로 아놀드와 같은 힘이 과장적으로 표현되어 왔다.
심지어 쇠약하여 죽음이 임박한 늙은이 조차도 갑옷같은 대흉근에다 공룡이라도 단번에 꺾어 버릴듯한 이두근을 갖고 있으니 말이다.
힘을 표현하겠다는 의도는 머라 할 수 없겠으나 결국 그려진 건 인간이라기 보다는 몬스터이다. (실제 바디빌더를 몬스터라고 부른다)
그래서 남자가 보기에도 매우 부담스럽다.

부담이 없는 가벼운 누드다.
낡은 책무더기 소품에 더해서 먼가 사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볼려고 했지만 결국은 '이발소 명화' 급이 되버리고 말았지만.
(그래도 들추어 낸건 마땅한 보기가 없어서지만.)
적당히 탄탄해 보이는 지방성의 완만한 곡선이 여성과 큰 차이를 내지 않는다.
게다가 누드인 건 알겠지만 따지고 들면 실제 전혀 드러내지 않은 밋밋함, 그러나 상상력을 유발시키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다.
회화나 조각과는 전혀 다른, 장점이자 동시에 사진의 가장 큰 단점이 너무나 우악스러운 사실성이라는 점에서 이건 매우 중요한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