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동경과 꿈

데이즈 인 런던 - 혼자 떠나기 좋은 런던 빈티지 여행
곽내경 지음 / 예담 / 2008년 1월

아, 가고싶다.

여행서를 읽고나면 언제나처럼 마음이 먼저 떠난다.

책 속에서 만나는 풍경들과 사람들이 말을 건네오고

저자가 떠난 여행 속으로 빠져들며 직접 가보고싶은 열망에 마음이 들뜬다.

혼자서도 외롭지 않은 도시를 사진과 글을 따라 재빠르게 훑으며 나도 언젠가는 꼭 한 번 가보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인상깊은 곳과 개인적으로 놓치지 않고 가보고싶은 곳은 다시 메모지에 옮겨적어 놓았다.

런던에서 10여 달을 지내면서 겪은 일들과 거친 곳, 먹어 본 곳 들 중에서 우리의 전통 재래시장 같은 보로우 마켓, 코벤트 가든에 놀러갈 때 겸사 겸사 볼 구경거리 중 하나로 추가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코벤트 가든 마켓,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싸들고 가서 먹어보고픈 공원 들......

잘 알려진 런던의 유명한 건축물이나 관광지만이 아니라 런던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다.

영국을 잘 알거나 몇 번 가본 이들은 이 책에 대한 느낌이 또 다를테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같은 이들에겐 화려한 관광지만 소개한 여행서보다

더 실제적이고 생생한 런던 이야기에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런던에 가면 그 곳에서 점심을 먹어보고싶고, 첫 맛은 의아해도 먹을수록 중독되는 묘한 맛이라는 솔트앤비니거도 먹어보고싶다.

가보지 못한 많은 곳을 두루 섭렵하며 다니는 것도 좋겠지만

마음가는 한 곳에 오래 머물며 그곳의 생활에 깊이 발 묻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으리라.

바람처럼  스쳐지나가는 관광도 좋겠지만 한 달 남짓한 생활이라 할지라도 런더너라 불리며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

데이즈 인 런던.

또 하나의 동경과 꿈.

[서평]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의 내가 알았더라면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의 내가 알았더라면 - 성공한 여성 30인이 젊은 날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
엘린 스프라긴스 외 지음, 김양미 옮김 / 글담출판 / 2008년 1월

살아가면서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의 내가 알았더라면.......

꼭 이와 같진 않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혹은 이렇게 되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들이나 후회 말이다.

우리가 잘 아는 옛말에도 있다. 한 번 쏟아진 물은 주워담기 어렵다고.

한 번 지나간 세월도 다시 되돌리긴 어렵다.

과학 공상 만화나 영화에서는 타임머신을 타고 쉬잉 여행하기도 한다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에선 그렇게 되지 않는다.

두 번 살 수 있는 인생이 아니기에 좀 더 신중하고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보람 있고 가치있게 살며 스스로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면서도 지나온 세월 늘 그렇게 살아온 것만은 아니다.

한창 꿈 많고 열정적이었던 시절에도 실수가 있었고 어떤 일엔 미련 혹은 아쉬움 같은 것이 남아 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의 내가 알았더라면

꼭 지금의 내 자리를 만족스러워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더 빛날 수 있었을텐데, 또 다른 삶을 살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물론 늦지 않았다.

특히 이 책을 발견하고 읽었기에.

느낌이 다른 자기계발서이다. 읽으면서 자꾸 내가 살아온 길과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는.

성공한 여성 30인이 쓴 젊은 날의 자신에게 보내는 이 편지들은 잔잔한 감동과 삶의 지혜를 깨닫게 했다.

나 역시 푸르렀던 그 시절의 나에게 편지를 쓰고싶어졌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좀 더 자신감 있게 도전해보자고.

되돌릴 수 없는 인생이니 미련이나 아쉬움을 남기지 않도록 시도해보자고.

더 뜨겁게 살고 더 열정적으로 살며 앞으로 엮어갈 삶을 더 아름답게 가꿀 수 있도록 미래를 위한 터전을 닦으라고 말이다.

 

나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본 것처럼 이 책을 읽는 다른 이들에게, 혹은 이 책을 아직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주고싶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 젊은 시절의 자신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다면 당신은 어느 때를 택해서, 어떤 내용의 글을 쓰고 싶은가? -머리말에서-

참 쉽고 재미있는 날씨 이야기

날씨 ㅣ 선생님도 놀란 초등과학 뒤집기 1
정재은 지음, 박수영 그림 / 도서출판성우 / 2008년 1월

오늘은 비가 왔음, 오늘은 맑음, 오늘은 흐림, 맑다가 비옴, 눈이 펑펑 내림.......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낡은 읽기장이 떠오른다.

삐뚤빼뚤 초등학교 시절(예전엔 국민학교였다) 일기장 첫머리엔 언제나 오늘은 맑음, 흐림, 혹은 비옴 등의 날씨 이야기부터 나왔었다.

방학이 되어 밀린 일기를 한꺼번에 몰아쓰려니 그날 뭘 했었는지, 어디에 갔었는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날 날씨가 어땠는지는 기억이 안나는거다.

결국 그것때문에 엄마한테 들켜 혼쭐이 났었다.

날씨......

우리의 일상과 뗄래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이다.

어른이든 아이이든 그날 비가 오면 우산을 챙겨야 하고 바람이 많이 불면 옷을 더 챙겨 입어야 한다.

늘 생활과 함께 하는 날씨인데 늘 궁금한 것들이 많고 끝없이 질문을 하고 또 해도 물을 것들이 생겨나는 아이에게 비는 왜 오고, 바람은 왜 불고, 눈은 왜 내리는지 좀 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대답을 해 줄라치면 예전에 배웠던 기억들을 더듬어 대충 얼버무려 이야기해주어야했다.

내 과학적 지식의 한계를 느끼며 책을 더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찰나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필요해서 읽었던 과학 책들 중 쉬운 것도 있었지만 어려운 것들도 많았다.

읽으면서 아이에게 이야기 해주려면 다시 풀어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선생님도 놀랐다는 이 책은 꽤 깊이 있으면서도(학교 다닐 때 과학이 어려웠거나 배운지 오래된 이들에겐 상당히 깊이가 있다고 생각됨) 참 이해하기 쉽게 쓰여 있다.

물론 과학책이니만큼 과학적인 용어들이 많지만 어렵지 않다. 관련 용어도 그때그때 쉽게 설명하고 있어 읽으면서 바로 이해가 된다.

귀여운 일러스트와 대화체의 문장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면서 읽다보면 옆에서 선생님이 같이 앉아 조목조목 짚어주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

깔끔한 정리와 필요한 사진과 그림, 퀴즈 풀고 놀다 보면 실력이 쑥쑥 커지는 올백으로 가는 퀴즈, 논술과 구술 대비 자료, 생활 속의 과학 찾기 등 알짜배기 보물들이 곳곳에 들어 있다.

제일 강조하고싶은 것은 참 쉽고 재미있게 쓰여진 글이라는 것이다.

아이에게 다시 풀어서 들려주지 않아도 될 만큼.

재미와 지식,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말처럼 쉽지 않은데

이 책은 두 마리 토끼만이 아니라 이처럼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게 한다.

참 유익하고 재미있는 과학책-날씨, 읽고 나니 좋은 책을 읽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시리즈로 여러 권이 나와 있는데 다른 것도 읽어봐야겠다.

첫 발걸음이 경쾌하니 이어지는 발걸음도 이와 같으리라 기대가 된다.

눈도 귀도 즐거운 영어,중국어

벽안소천사 1 - 초록눈의 삐엔, 만화중국어 제2탄 ㅣ 벽안소천사 1
불립문 기획, 오디웍스 지음, 후파워스튜디오 그림 / ODbooks(오디북스) / 2008년 1월

만화중국어 제 2탄 벽안소천사를 읽었다.

책이 훼손되지 않도록 비닐에 곱게 싸여 왔는데 표지의 귀여운 캐릭터들이 안의 내용이 흥미진진하게 진행될 것임을 예감하게 했다.

아이는 책보다 먼저 영어와 중국어 낱말카드가 함께 따라 온 것을 보고 좋아라 한다.

먼저 꺼내서 들고는 아는 것을 짚어가면서 자랑을 한다.

그리고는 시디를 꺼내어 그것부터 듣겠다고 고집을 했다.

못 이기는 척 열어 주고 책을 같이 보자고 권했다.

책을 펼쳐 이 책의 활용방법을 먼저 보고 따라서 보자고 했는데

아이는 마음이 급한지 그건 나중에 보고 책부터 본단다.(요즘 갈수록 고집이 세어져간다)

알록달록 선명한 컬러의 만화가 눈길을 잡아끈다.

만화를 보면서 중국어와 영어를 공부한다는 사실 자체가 재미있나보다.

책장 넘기는 소리가 듣기가 좋다.

앞부분에는 화난 얼굴, 무서운 얼굴들이 많아 엄마 보기엔 앞부분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이야기의 진행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겠지만.

이야기 줄거리는 2권으로 이어진다.

연작 시리즈는 단권만 보기엔 참 안타깝다.

성미 급한 이들에겐 뒤 이어질 부분을 보기까지 갑갑하고 기다림이 길어지면 고통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에.

아이들 책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들도 어른들과 같이 감정을 지닌 고유의 인격체이므로.

부록으로 딸려 있는 큼직한 브로마이드와 낱말 카드가 참 좋았다.

물론 영어와 중국어를 함께 배운다는 기발한 발상과 내용도 좋았지만.

책을 읽고 브로마이드는 벽에 붙여 놓고, 낱말 카드와 함께 독후활동을 할 수 있어 더 좋았다.

첫 번째 것이라 그런지 아이가 참 재미있어 한다.

시리즈를 다 보도록 그 재미가 이어졌음 좋겠다.

지루해하지 않고 다 보기를......

참 좋은 책

무지개가 부러운 펭귄
사이먼 머그퍼드 지음, 조 리그 그림, 이지은 옮김 / 보림큐비 / 2008년 1월

어린 아기가 있다보니 집에 촉감책이 몇 권 있다.

큰애 때부터 봐 왔던 것이라 때도 좀 타고 만진 자국들이 역력하다.

저절로 무지개가 부러운 펭귄과 비교가 된다.

물론 반짝반짝 한 새 책과 낡은 헌 책, 이렇게 비교가 아니라

내용면에서 질적으로 확연히 다르다.

보통 촉감책은 촉감 자체를 느끼고 가르치기 위해 북슬북슬한 털이나 까끌까끌한 느낌의 종이 등 달려 있어 만져보면서 느낌과 같은 단어를 익히게 되어 있다.

거기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스토리가 있는 이야기 줄거리는 빈약하거나 배제되어 있다.

그런데 이 책, 무지개가 부러운 펭귄은 삼박자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

검정과 하양의 대비에서 시작하여 빨강, 주황, 노랑, 초록 등 무지개 색깔이 순서대로 나오면서 색깔을 보고 느끼고 익힐 수 있다.

촉감책이니 만큼 다양한 느낌의 촉감 재료로 직접 만져보며 느낄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리고 제일 좋았던 점은 이야기 줄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난 숯처럼 까맣기도 하고,

또 눈처럼 하얗기도 하지.

아무런 빛깔도 없이,

그저 어둠과 밝음만 있어.

난 몸빛이 까맣거나 하얀 것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아.

밝게 빛나는 예쁜 모습이고 싶어.

그런데 어느 날이었어...

그래서 빨간 털빛의 여우를 떠올리고,

주황색 털빛의 오랑우탄을 생각하게 하고,

노란 털빛의 사자가 된다면 하고 상상하게 하고...

결국 까맣고 하얀 거, 뭐가 어때서 그래?

우리 보기엔 까맣고 하얀 거 좋기만 한데?

친구가 생기고 함께 노니까 너무 좋아.

무지개가 부러웠는데 아주 중요한 걸 깨닫게 되었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거야.

선명한 색상대비와 강조하는 부분의 역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기법,

알록달록한 색상과 다양한 느낌의 자료, 펼쳐보는 재미와 깊이 우러나는 감동.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거야.

참 감동적이지 않은가.

우리 어른들도 다른 사람이 가진 좋은 점을 부러워하기도 하는데

아이들이라고 다를까.

가장 중요한 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것.

어른들이나 아이들이나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지 말고 가장 중요한 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것.

큰 깨달음을 주는 정말 멋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