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르네상스 미술이야기 1 - 미술이 태어난 날
조승연.앤드스튜디오 지음 / 세미콜론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미술 책을 좋아하고 즐겨보는 편이어서 일부러 책을 사서, 빌려서 읽기도 했다.
잘 고른 책은 정말 중간에 손을 떼지 못할 만큼 재미있어서 화장실 갈 때조차도 들고 가기도 했다.
물론 잘 고른 책만 있었던 건 아니다.
어떤 책은 읽는 내내 지루하고 번역이 된 책이라 매끄럽지 못하게 읽힐 때도 있었다.
이번 책은 작가의 이력 때문에 더 긴장하고 읽고 싶어 했던 책이다.
[공부기술][생각기술]의 베스트셀러 저자 조승연과 이탈리아 통역사, 프랑스 미술 경매소, 영국 드라마 프로덕션에 재직중인 전문가가 함께 쓴 감성 미술사 이야기, 스토리텔링 형식의.
나는 개인적으로 스토리텔링 형식의 글을 좋아한다.
이런 형식의 자기계발서를 몇 권 읽었는데 모두 재미있으면서 감동적이고 유익했다.
그래서 이 책을 받아 들기 전부터 나는 언제오나 내내 기다리며 고대했었다.
기대한 만큼 멋진 책이길 바라면서.
읽어왔던 책들 중 어떤 책은 기대가 너무 커서인지 기대에 못 미쳐서인지 읽으면서 실망할 때도 있었다.
너무 기대하다가 실망하게 되면 어쩌나 초조하기까지 했으니 얼마나 이 책을 기다려 왔는지 상상이 갈 것이다.
나무와 돌을 깎고 물감을 칠하던 노동자들이 어느 순간부터 ‘미술가’라고 불리며 사회의 주목과 존경을 받는다.
이것은 중세기의 어두움과 아픔 속에서, 미술이라는 진주가 탄생하는 이야기다.
이 책은 역사적 인물과 배경을 중심으로 소설을 쓴 ‘역사 소설’이 아니다. 사록에서 이미 알려진 사실들을 극화시키고,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빈 공간에만 상상의 붓으로 몇 명 가상 인물의 삶을 그려 넣었을 뿐이다.
라고 책이 시작되기 전에 적힌 글을 분명히 보고 읽기 시작했다.
그랬는데도 1434년, 꽃의 도시 피렌체 빈민가의 한 초라한 다락방에서 열여섯 카테리나가 잠에서 깨어나는 이야기로 시작된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미술사 서적인데도 역사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이야기 솜씨와 구성이 얼마나 탁월한지 꼭 소설 같은 느낌이 들었다.
중간 중간 그림과 조각물 사진과 당시 이탈리아 사람들과 문화와 생각들에 대해 알려주는 작가의 목소리가 없었다면 다 읽고 나서야 깨어날 만큼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열 살짜리 조카에게 형들에게 칼을 달라 하라는 그들의 사고에 놀라면서 9살짜리 남자 아이에게 가슴에 십자가를 그린 소복을 입혀 이슬람 교도들과 싸우고 오라며 원정 보내던 때라는 걸 기억하라는 말에 정신이 버쩍 들었고,
도나텔로가 조각한 칸토리아 사진과 피와 눈물의 세상을 보내고 평화로운 아기들의 세상이 오기를 표현한 것이 아닐까라는 말에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역사는 거미줄 같은 것이어서, 한 줄만 잡아당기면 그물 전체가 따라오게 되어 있다는 저자의 말을 기억의 끝자락에 매달고 르네상스 시대의 최고 예술후원자 코시모 메디치의 이야기를 따라 미술 탄생의 역사를 보기 위해 저자와 함께 흥미로운 여행을 다녀왔다.
미술 이야기 책이면서 당대의 문화와 역사 인물들까지 총망라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카테리나의 이야기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어찌 끝나는지 내내 궁금해 하면서
브랑카치 벽화와 도나텔로와 브루넬레스키, 마사초의 소실점 기법, 국제 고딕, 아르테, 피렌체 성당의 연혁, 마사초의 그림, 마사초에게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읽는 내내 눈을 뗄 수 없도록 하는 책.
그림과 사진과 활자를 따라 달리며 머릿속으로는 이야기 전개 속으로 펼쳐진 장면들을 떠올리며 읽어내렸다.
카테리나는 사랑을 택할 것인가, 복수를 할 것인가?
미술계에 들어간 구이도의 모험이 시작되는데......로 끝나는 부분은 이어질 뒷 이야기를 못견디도록 기다리게 한다.
재미있게 읽었던 미술 책 들도 있었지만 이토록 들뜨면서 읽게 한 책은 드물게 만난다.
다 읽고 나선 감탄이 나온다.
아!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