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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 카멜라 ㅣ 작은책방 그림책나라 24
로저 올모스 그림, 호세 발레스테로스 글, 이승재 옮김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일이다.
퇴근하고 들어온 아이 아빠에게 오늘은 이런 일이 있었고, 저런 일이 있었고 하면서 아이들과 지낸 하루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가만히 제 할 일 하면서 놀던 큰애가 느닷없이 이런다.
엄마, 우리 선생님이 그러는데 그건 고자질이야. 고자질은 하는 거 아니래.
엇! 이야기 중에 저와 관계된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건 아빠에게 안했음 싶었나 보다.
순간 당황했다. 그리고 웃음이 나왔다.
아이는 아직 제 속마음을 감추거나 돌려 말하기에 서툴다.
저 정도면 한참 생각하고 한 이야기일 것이다.
이 아이가 요즘 거짓말을 배웠다.
그것도 빤히 다 드러나 보이는......
금방 제가 한 것을 보았는데도 몰라, 누가 했는지 이러기도 하고.
늦잠 자고 일어나 가기 싫어지면 오늘은 선생님이 안와도 된다고 했단다. 안 오는 날이라고.
안 와도 되는 날이 있으면 선생님이 미리 알림장을 보낸다고 했더니 대꾸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지 말이 없다.
거짓말 한다고 고쳐줘야겠다고 아이 아빠에게 고자질을 또 했다. ㅋㅋ
아빠가 진지하게 아이를 데리고 이야기를 해줬다.
거짓말은 나쁜 거라고 하면 안 되는거라고.
그런데... 아빠도 거짓말을 한다.
술 안 먹겠다 하고선 먹으니 말이다.
아이에게 늑대와 양치기 이야기를 해줬다.
아이가 꽤 심각하게 들어주었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거짓말쟁이 카멜라가 왔다.
아이와 같이 읽었다.
역시 진지한 자세로.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서 앗 했다.
아!
아이가 요즘 악몽을 꾼다.
늑대가 나타난다는거다.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걱정을 하길래 밤에 악몽꾸느라 깊이 못 잘까봐
옛날엔 늑대가 있었는데 요즘엔 없어졌다고 공룡처럼 이젠 책에서 볼 수 있다고 얘기를 해줬었다.
카멜라가 우리집에 오기 전에.
어쩌지. 이 책이 효과를 보기를 바랬는데.
늑대가 없다고 했으니.
음.... 앗차 하면서 금방 둘러댔다.
공룡과 같이 사라졌던 늑대가 요즘 다시 보인다는 얘기가 있더라.
엄마도 얘기만 들었는데....라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아이의 눈이 말없이 잠깐 커졌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 뭘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
잘 한 건지 모르겠다.
아직 산타할아버지를 믿고 바쿠칸보다 어린 동생과 함께 뽀로로에 열광하는 아이다. 엄마 아빠가 해주는 이야기를 그대로 믿는 순진함이 남아 있는 아이다.
효과가 있을까?
있기를 바란다.
늑대 꿈은 꾸지 않아야 할텐데......
늑대 꿈보다 거짓말이 더 무서운 엄마의 임기응변이었다.
뒷 이야기1
다음날 잠자리 들기 전에 아이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늑대는 다 없어졌는데 왜 또 나타났을까?
거짓말 한 번만 해도 나타나나?
한 번은 봐줄까?
두 번 세 번은 안 되고 한 번은 봐주지 않을까?
뒷 이야기2
사람들이 거짓말을 안 하면 늑대가 다시 사라질까? 공룡처럼?
나는 늑대가 안 나타났으면 좋겠는데......
거짓말 하고싶은 순간이 생기면 늑대가 떠오르는 모양이다.
그런데 꼭 잠자리 들기 전에 늑대 걱정을 하면서 잔다.
악몽을 꾸면 안되는데......
다시 마무리...
아이가 무서워하니 무척 안스러워 신경이 쓰였었다.
그래도 거짓말이 늑대보다 더 무서워서 그냥 두었는데
지인의 조언에 띵~ 하고 머리에서 반짝 빛이 났다.
그래, 그런 방법이 있었는데 원전 고수에 힘쓰느라 전전긍긍이었구나.
그제밤에도 이야기를 했다. 꼭 잠자기 전엔 카멜라 생각이 나나보다.
정말 늑대가 나타날까? 겁먹은 표정으로 아이가......
환하게 웃으면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응! 거짓말 하면 늑대가 정말 나타나서 꿀꺽 삼킨대.
그런데 늑대 뱃속으로 들어간 카멜라가 소리를 치는거야.
살려주세요. 이젠 거짓말 안 할게요. 정말이에요. 다신 거짓말 안 할테니 살려주세요.
하고 말이야...
늑대 뱃속에서 소리가 울려 늑대 입 속에서 이런 카멜라의 애타는 목소리가 들리는거야.
늑대가 그래? 정말이야? 묻고
카멜라는 늑대 뱃속에서 답을 하고...
그러니 늑대 입 속에서 카멜라의 목소리와 늑대의 목소리가 번갈아 나왔지.
재미있는 현상이지?
그래서 늑대가 한 번 더 믿어주기로 했지.
늑대가 트림을 꺼억 하더니 카멜라를 툭 뱉어내내.
그리고 나서 카멜라는 두 번 다시 거짓말을 안했대.
그리고 말야, 카멜라는 그 늑대와 친구가 되어 아주 잘 지냈대. 재미있게.
아이의 입가에 만족스런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날 밤은 잠을 아주 잘 잤으리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