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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티 이야기 ㅣ 카르페디엠 9
벤 마이켈슨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뇌성마비로 온 몸이 뒤틀린 주인공 피티. 하지만 그 누구보다 더 마음이 따뜻하고 긍정적이며 삶의 희망을 갖고 사는 사람이었다.
다른 질병 역시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불과 50년 100년 전만 해도 죽음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었고, 나도 어릴 때 인천에서 하나뿐인 인큐베이터에 겨우 들어가서 살 수 있었다고 하니... - 이 말은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에는 늘 어김없이 등장하는 말이다.
피티의 출생.
1922년이니 100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 당시는 뇌성마비라는 것을 알지 못했기에 그저 몸 상태를 보며 [정신박약]이라는 진단을 받고 평생을 기관에서 살게 된 한 피티. 백치이기 때문에 교육도 필요없으며 감정도 없다고 하는 의사의 말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따뜻하고 사랑 많은 부모 로이와 세라 밑에서 태어났지만, 2년 동안 몸과 마음을 다 바쳐 길러도 힘이 들고 지칠 뿐, 게다가 갖고 있었던 재산을 거의 다 소탕하고 약값에 병원비 등 청구서만 쌓여갔기에 결국은 정신병원으로 보내게 된다.
그 곳에서 그저 아무런 교육도 받지 못하고 최소한의 인격적인 대우도 받지 않고 오로지 침대에 누워서 살게 된 피티.
그러던 중 멕시코에서 온 젊은 에스테반을 만나게 되고, 에스테반이 주는 초콜릿에 반응을 보이며 점차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 이후에 만나게 되어 평생의 우정을 나누게 되는 이 책의 또 한 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캘빈을 만나게 된다.
캘빈으로 인해 피티는 조금씩 세상과 소통하게 된다. 캘빈은 피티가 쉽게 대답을 할 수 있도록 예스와 노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하게 되고, 조금씩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티의 어눌한 발음을 알지 못하지만 캘빈은 그러한 피티의 말을 다 알아 듣는다.
캘빈을 만나기 전 늘 흘리는 음식물 때문에 밤이면 나타나게 된 생쥐들과 친구가 된 피티. 그 쥐들을 관찰하고 이름을 붙여주고, 그 생쥐들에게 먹이를 더 주기 위해 요령껏 음식물을 옷에 흘리는 피티. 그를 누가 정신박약[백치]라 할 수 있는지!
하지만 쥐똥으로 인해 늘상 피티가 잘 때면 쥐들이 오는 것을 알게 된 병원측에서는 쥐를 잡기 위해 쥐약을 놓기로 한다. 피티의 첫 친구를 잃게 될지도 모르는 순간. 피티와 캘빈은 힘을 합쳐 더 이상 피티의 곁으로 생쥐들이 오지 못하게 만드는데 성공을 한다.
그렇지만 소중한 첫 친구들을 잃게 되는 상실감이 얼마나 컸을까!
그러나 피티의 곁에는 캘빈이 있었기에 그럭저럭 극복해나간다. 또 보조원인 조가 병원에 오게 되고 또 하나의 친구가 생기게 된다.
지금 태어났으면 그런 잘못된 진단을 받지도 않았을테고 적절한 치료와 교육을 받게 되었다면 아마도 피티는 역사 속에서 중요한 인물이 될 수도 있었을테니 말이다. - 물론 이 책이 픽션이지만 실제로 이런 인물이 있었다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십대가 된 피티 역시 사춘기가 되고 사랑에 대해 눈을 뜨게 된다. 간호사로 온 캐시에게 애정을 느끼는 피티. 캐시와 함께 바깥 세상을 경험한 피티의 모습도 굉장하다.
태어나서 보는 바깥 풍경이란 얼마나 경이로운지, 주어진 그 순간을 사랑하는 피티의 모습에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 수 없었다.
전쟁이 끝나고 캐시가 떠난 후 피티에게는 또 한 명의 친구가 생긴다. 병원으로 오게 된 또 다른 보조원 오언.
처음과 달리 피티와 캘빈의 모습과 그들의 행동에서 오언의 태도가 바뀌게 되고, 적극적으로 그들을 돌보며 많은 도움을 준다.
그러나 그 모든 사람들이 피티의 곁을 떠나가고, 캘빈과도 이별의 순간이 찾아온다.
환경을 좀 더 편안해지고 더 이상 백치가 아니라 뇌성마비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 때에는 이미 피티가 할아버지가 된 것이다.
요양소에서의 피티는 더 이상 삶의 목표를 잃었다. 자신이 사랑한 조, 캐시, 캘빈, 오언 모두 떠나고, 상처입지 않기 위해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겠다고 한 피티에게 또 한 명의 멋진 친구이자 가족이 생기게 된다.
바로 8학년 학생인 트레버 래드. 아마 우리 나이로 치자면 중학교 2학년인 셈일 듯.
굳게 닫힌 마음을 다시 천천히 열게 되고, 트레버 역시 처음과 달리 점점 피티의 매력에 빠져든다.
누구보다 사랑이 많고 긍정적인 삶을 원하는 피티.
그렇게 육체적 장애가 있지만, 일평생을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했던 피티는 절대로 남을 원망하지도 않고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며 그 안에서 행복을 영위하는 모습에서 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트레버와의 생의 마지막 행복한 순간. 그리고 그로 인해 캘빈과 오언을 다시 만나게 되고 기쁨의 재회를 한다.
단지 피티를 돌보고 친구가 되었던 사람으로 인해 피티만 행복을 얻었던 것은 아니다. 책 속에서도 말했듯이 누구나 피티를 제대로 알게 된다면 피티에게 반할 것이며, 피티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행복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 피티의 모습 역시 잊혀지지 않는다.
이제 우정을 넘어 가족이 된 트레버와 피티.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트레버의 부모들도 진한 감동을 받는다.
죽음에 이르러서까지 남을 배려하는 피티의 마음. 트레버는 그 피티의 마음을 받아들이며 앞으로 더 희망을 갖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리라!
피티가 우리에게 주는 삶의 희망과 행복.
그리고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장애는 절대 조금 불편할 뿐이라는 것을, 그들에게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우리의 옆에 피티가 있다면, 만일 살아가면서 피티를 만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큰 축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