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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자장 잠자는 집 ㅣ 웅진 세계그림책 95
유리 슐레비츠 지음,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터인가 잠을 쫓으며 밤새 놀고 싶어하는 아이를 보게 되었다.
요즘 가뜩이나 해가 짧아졌는데 밤이면 좀처럼 잠을 자지 않고 엄마랑 아빠랑 놀고 싶어 꾀를 내는 아이. 역시나 12시가 다 되어 잠이 들고 아침이면 일어나기 힘들어 유치원에 지각을 밥먹듯이 한다.
내년에는 학교에 입학하니 훨씬 일찍 일어나야 할텐데 걱정도 되고 이야기도 하지만 왜 그리 졸리면서도 잠을 자려고 하지 않는지...
꾀를 내어 일찍 동화책을 읽어주면 예전에는 5-6권 정도 읽으면 아무리 초롱초롱 한 눈으로 책을 보다가도 점점 눈꺼풀이 스르르 감기곤 했는데, 이제는 자신이 골라놓은 책을 모두 읽고나서야 잠이 든다. 책을 보면서 잠이 드는 아이의 모습이 무척 행복해보였는데 미쳐 다 읽지 못하고 자는 게 억울한 모양이다.
유리 슐레비츠의 <자장 자장 잠 자는 집>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이제 잠자리에서 책을 읽을 때면 베드타임북만 꺼내 일어줄까 심각하게 고려도 해보았다. 아무래도 내용상 잠을 자는 것이면 좀 더 빨리 잠이 들지 않을까 싶지만, 이제 제법 머리가 큰 아이는 실컷 웃을 수 있는 책만 골라 꺼내온다.
자장 자장 잠 자는 집에 모두 잠을 자고 있는 깜깜한 밤. 하늘에 떠 있는 초승달 역시 잠을 자고 있지요. 나무도 꾸벅 잠이 들고 잠 자는 집에 머리를 기대어 자는 두 그루의 나무 역시 보면서 웃음을 머금는다.
잠 자는 집 안 역시 모두가 잠이 들었다. 탁자도 의자도 고양이도 시계도 접시도 주전자도 액자 안에 있는 초상화조차 모두가 잠을 잔다.
각 방마다 보여주는 잠 자는 모습. 어찌나 재미있고 웃기는지... 다소 어두운 화면과 단순하면서도 무엇인가 신비로운 유리 슐레비츠의 탁월한 그림이 대단해보인다.
제일 욱긴 모습은 방 안에서 잠이 든 세발 자전거의 모습. 얼핏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있을법한데 그 그림을 찾아내서 자전거도 잠을 잔다고 하는 우리 아이.
바로 그때, 잠 자는 집을 깨우기라도 하듯 들려오는 음악 소리. 올해부터 피아노를 배우는 아이는 음표를 잘 알고 있다고 하며 16분 음표라든가 음계를 열심히 이야기한다.
점점 커지는 소리들. 역시나 <자장 자장 잠 자는 집>은 이제 <잠 깨는 집>이 되어버렸다.
잠 자던 접시가 한들한들 춤을 추고 춤 추던 접시가 미끄러져 와장창, 고양이를 깨우고 벽시계도 뻐꾹뻐꾹. 이제 잠자던 아이가 눈을 뜬다.
두 눈을 감고 잠을 자던 집 안에 있던 모든 사물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모습도 정말 재미있네요. 그런데... 이제 음악 소리가 서서히 사라지고...다시 모두 잠이 든 잠자는 집.
고요만이 남아있네요. 그림책은 음악 소리가 나타날 때도 실제로는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는데 다시 조용해 진 그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치 온 세상이 잠이 든 듯한 느낌이 되는지...
아마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의 능력인 것 같다. 앞으로 유리 슐레비츠의 또 다른 책을 기대하면서 오늘도 잠이 들기 싫어 두 눈을 초롱초롱 뜨고 놀고 있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