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연금술사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센터 문학총서 2
호르헤 부카이 지음, 김수진 옮김 / 살림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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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색 띠지가 참 예쁘다. 버리기 정말 아까웠다. 책 크기도 아담해서 간단하게 들고 다니며 읽기에도 좋다. 원래 난 겉표지를 씌운 상태로 읽고 그대로 보관하기 때문에 그 안이 어떤 모양인지 모른다. 그런데 이 책은 우연히 안쪽을 보았는데 너무 예쁘다. 마치 무슨 다이어리 같다. 책 등에만 제목이 있고 앞면에는 제목도 없어서 더욱 더. 

잔잔한 이야기 속에 커다란 울림이 있는 이야기도 있고 뜨끔할 법한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때로는 무릎을 치게 만드는 이야기도 있으며 가끔, 아주 가끔은 유머러스한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뭔가 생각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인생을 생각해 보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생각해 본다. 때로는 권력의 부당함에 화를 내기도 하고 현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깨닫기도 한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찾는 자'가 만난 곳에서 '삶'의 시간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그래, 진짜 삶은 행복한 순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행복한 순간은 그다지 길지 않다. 처음엔 행복했던 것도 어느 정도 지속되면 당연한 것이 되어 버리니까. 그래서 행복이 더욱 귀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 삶의 원동력이 되는지도 모르겠고.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지혜를 알려주는 듯한 이런 이야기에서 점점 멀어진다. 어찌보면 대단한 진리가 있는 것도 아닌 이런 이야기를 굳이 읽어야 할까라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위험하며 오만한 것이다. 역시 읽으면 느끼는 것이 있다. 이래서 사람은 끊임없이 배워야 하고 책을 계속 읽어야 하는 것인가 보다. 

외국 문학이라고 하면 대개가 영미권과 일본권이다. 그런 현상은 결국 그 외의 나라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낯설게 만든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다양한 문학의 맛을 느끼게 해주고자 이런 아르헨티나의 책을 펴내게 되었다고 한다. 솔직히 지금도 영미권의 이름이 나오면 그런대로 헷갈리지 않으며 읽는데 자주 접하지 못한 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는 지명도 낯설고 이름도 헷갈려서 자꾸 앞부분을 본게 된다. 그렇기에 책의 내용보다 의도에 더 눈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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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키케로 의무론 서울대 선정 만화 인문고전 50선 32
윤지근 지음, 권오영 그림, 손영운 기획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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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책장에 꽂혀 있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책이 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종류의 책이다. 그렇다고 '서울대 선정'이라는 문구 때문이라고 오해하지 말기를. 오히려 난 그러한 문구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편에 속하니까. 그 보다는 그냥 제대로 된 책으로 읽으면 어려운 것을 이렇게 조금은 쉽게 풀어서 이야기해 주니 좋은 것 뿐이다. 이런 책으로 관심을 가진 다음, 더 깊은 지식을 알고 싶다면 제대로 된 <의무론>을 읽으면 될 테니까.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에 '좀 더 배우고 싶으면 <의무론>을 직접 읽어보라'는 문구가 마음에 든다. 

사실 인문고전은 어렵다. 특히 나처럼 그 쪽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더욱 더. 그렇다고 아예 모르고 있자니 그러기에는 뭔가 허전하다. 어떠어떠한 책을 안 읽었다는 위축감도 있지만 스스로 교양이 부족한 것만 같은 자괴감도 든다. 그렇다고 원전을 읽기에는 부담스럽다. 그래서 이런 책(전문가가 해석해 주는 책)을 주로 읽는다. 아무래도 깊이는 약간 부족하지만 그게 내 수준에는 적당하다. 

키케로가 살던 시기와 지금은 물리적인 시간의 차이가 엄청난데도 불구하고(사실 기원전이라는 시간대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멀기만 하다.) 많은 부분에서 겹친다. 그러고 보면 인간의 기본적인 것들은 언제 어디서나 비슷한가 보다. 많은 철학자들이 의무에 대한 책을 쓸 정도로 의무를 중요하게 여겼다는데, 그리고 많이 읽혔다는데 얼마나 이상적인 사회가 되었을까를 생각하면 글쎄다. 그래서 지금도 끊임없이 이런 책을 읽는 것일까. 이렇듯 상당부분 현실을 생각하며 읽었다. 

만화라지만 만화의 형식을 차용했을 뿐 내용면에서는 만화라고 할 수가 없다. 그만큼 대개의 만화에서 보여주는 그런 요소를 찾기가 힘들다. 게다가 뒷부분에 있는 <의무론> 깊이 읽기 부분에서 다뤄주는 각 학파에 대한 설명은 철학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아주 유용했다. 기계적으로 외우는 것들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러나 이처럼 재미있게 책으로 읽은 것들은 지식이 되고 지혜가 되어 기억에 남을 것이다. 시험을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을 살찌우기 위해서 읽어두면 좋은 책을 만나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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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26
앙드레 지드 지음, 이충훈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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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대면 자동적으로 작가가 나온다. 그 정도로 고전에서 한 자리를 단단히 차지하는 책. 그러나 학창시절에는 감히 엄두를 못 냈다. 글쎄, 다른 책은 시도라도 해보았지만 이 책은 아예 시도도 안 해 보았다. 그리고 딸과 함께 볼 시기가 되어서야 겨우 읽었다. 헌데 여전히 어렵다. 아니, 속도가 붙지 않았다. 다른 고전은 왜 진작 안 읽었을까 후회했던 것에 비하면 정반대의 반응이다. 

책을 덮고 곰곰 생각해 본다. 고전이라는데 왜 내겐 그닥 다가오지 않는 것일까하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모든 기준을 종교에 두고 그토록 금욕적으로 산 알리사와 제롬을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이 가장 큰 원인 아닐까 싶다. 특히 종교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더욱 이해하기 힘들었겠지. 다만 알리사가 제롬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두려웠던 것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고전은 아무래도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목가적인 풍경이 많이 나와서인지 배경이 눈에 선하다. 그러한 것을 상상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지금처럼 도시화된 배경이 주를 이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을 주절주절 이야기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 보인다. 이미 너무나 유명한 책이기에. 힘들게 읽고 나서 뒷부분에 있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나 이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자료들을 읽으니 조금은 이해가 된다. 작가도 자신의 경험 안에서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감안하면 왜 이런 글이 나왔는지 이해가 된다. 그래서 덜렁 이야기만 있는 책보다 이처럼 정보가 있는 책을 선호한다. 어차피 다른 곳에서 더 찾아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기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고전이라고 하는 책들(지금 딸에게 강추하는 책들) 대부분이 사랑을 주로 다룬다. 솔직히 언제부턴가 소설을 읽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대개가 귀결점은 사랑이고 그냥 사는 이야기를 풀어 놓은 것 같은 그런 이야기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드라마도 안 본다. 그런데 고전도 대부분 그렇다. 그러면 나중에 고전에 오를 책들도 결국 사람 사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룬 책이겠지. 그렇다면 지금의 내 생각이 지나친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소설도 좀 읽어야겠다는 얘기다. 고전이든 현대작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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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도자기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7
김평 지음, 이광익 그림 / 책읽는곰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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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에서 매년 어린이 책문화운동의 하나로 가을문화행사를 개최한다. 그런데 이번 행사 주제가 전통문화다. 당연히 이 시리즈(온고지신 시리즈)도 그 범주에 속한다. 이 책을 보자마자 반가웠던 이유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 것이 마음에 드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요즘 현란하고 화려한 그릇보다 수수한 자기가 훨씬 눈에 들어온다. 물론 그릇에 별로 욕심이 없어서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니 잘 모르긴 하지만 어쨌든 외국산 그릇보다 우리 도자기 그릇이 훨씬 마음에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도자기를 어떻게 만드는지 간략하게, 그러나 과정은 모두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두리가 놀 친구가 없어 강아지, 고양이와 노는 것을 보면 마을에서 시끌벅적 사는 것이 아니라 산 속에서 도자기를 구우며 사는 가족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심심한 두리가 식구들을 찾아다니며 놀자고 하지만 어른들은 각자 할 일이 따로 있다. 또한 그것은 바로 도자기를 만드는 순서가 된다. 수비한 흙을 반죽하는 일부터 유약을 바르고 가마에 굽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솔직히 수비라는 말을 잘 몰랐다. 여기서 자세히 읽고 다른 책을 보니 거기에도 나온다. 그렇다면 전에도 그 단어를 들어봤다는 얘긴데, 문제는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알게 되어 참 다행이다. 

할아버지와 삼촌까지 온 식구가 매달리는 것으로 보아 두리네는 대대로 도자기 굽는 일을 하는 집안인가 보다. 문양도 일일이 손으로 찍어내고. 처음에는 도자기에 시큰둥하던 두리가 그림 속에 있는 아이들과 놀고 나서 적극적으로 도자기 만드는 일에 가담하는 것으로 보아(물론 환상 속에서 만난 친구를 만드는 것이지만) 나중에는 두리가 이 일을 잇지 않을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두리가 창고에 들어가서 만난 친구들은 모두 도자기 그림 속에 있는 인물들이다. 전체적인 모습에만 초점을 맞췄던 것이 비해 다양한 도자기를 커다랗게 확대한 그림을 보니 달라 보인다. 이런 문양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그리고 환상 속에서 빠져 나오는 방법도 괜찮았다. 두리가 창고에서 잠들었다고 하면 얼마나 김 샐까 걱정하며 읽던 차였다. 환상은 환상대로 인정하고 현실을 존중하며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변한 두리의 모습을 보니 읽는 이도 덩달아 활기가 느껴진다. 커다란 작업장을 조망하듯 바라보는 뒷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도자기 만드는 곳에 다녀온 듯하다. 아니, 내가 지금 그 곳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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빰빠라밤! 빤스맨 1 - 최면반지의 비밀 빰빠라밤! 빤스맨
대브 필키 지음, 이명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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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엄마는 별로 안 사 주고 싶은데 아이가 너무너무 원하는 책이 있다. 이럴 경우 대부분 엄마가 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마 모르긴 해도 이 책도 그런 책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사 주고 나서 엄마가 보면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 또 이 책일 것이다. 내 경우도 그랬다. 

둘째에게 이 책의 작가가 <입 냄새 나는 개>를 쓴 사람이라고 했더니 대뜸 이런다. "이 작가는 재미있는 책만 쓰나 봐." 사실 <입 냄새 나는 개>를 아이도 나도 얼마나 재미있게 읽었는지 모른다. 책 읽어 주기를 하는데 그곳에서 읽어줬을 때도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다. 그런데다가 이 책도 재미있으니 아이가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그런데 작가 소개를 보다가 눈에 띄는 제목이 있다. 바로 <신문 돌리는 아이>. 우리 집에는 원서 밖에 없어서 혹시나 하고 봤더니 같은 작가다. 그래도 그림을 보면 어떤 작가인지 대충 알았던 것에 비추어 봤을 때 의외였다. 아니, 전혀 몰랐다. 즉 재미있는 이야기만 쓰는 작가는 아니라는 얘기다. <신문 돌리는 아이>는 칼데콧 아너상을 탔으니까. 

빤스맨 시리즈의 시작인 이 책은 말썽꾸러기 꼬불이와 깜씨의 끝없는 말썽이 나온다. 게다가 어쩌다가 교장 선생님이 빤스맨이 되었는지도 나온다. 그것도 아주 요절복통할 이야기와 함께. 무엇보다 권위적이고 규칙만 강요하는 교장 선생님이 전혀 의외의 모습으로 변한다는 설정에 아이들은 쾌감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압권은 바로 마지막이다. 교장 선생님을 최면에서 풀리게 한 방법이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방법이었으니. 아주 후유증이 심한 방법이었다. 하긴 그래야 다음 이야기가 계속 나올 수 있으니 너무 안타까워하지 말아야겠다. 전에 이 책을 살까 말까 망설이고 있을 때 아는 분이 그런다.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 줄 아느냐고, 내용도 괜찮다고. 이제 그 말 뜻을 알겠다. 그리고 그 말에 동감한다. 표지가 조금 현란하고 제목에 '빤스'라는 단어 때문에 좀 망설여져서 그렇지 괜찮은 책이다. 아이에게 이 책을 내민다면 점수를 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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