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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로 이야기 1 - 세 어머니
시모무라 고진 지음, 김욱 옮김 / 양철북 / 2009년 4월
평점 :
참으로 오랜만에 '소설'을 읽은 것 같다. 언젠가부터 소설은 잘 안 읽게 되었다. 소설은 왠지 현재를 살아가는데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또 소설을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했을 게다. 아무래도 성격 상, 그리고 전공으로도 인문학과는 거리가 멀었으니까. 그런데 특이한 것은 어린이 책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너무나 감동하며 읽는다는 것이다. 동화나 청소년책은 따지고 보면 모두 소설아닌가. 그럼 어린이 책은 그토록 많이 보면서 왜 일반 소설은 그토록 경계했던 것일까. 여하튼 그렇게 읽다 보니 흐름이라는 것도 눈에 들어오고 작품의 수준도 조금은 파악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소설도 그처럼 많이 읽었다면 지금처럼 겁내진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현재는 어린이 책과 관련된 분야만 해도 내겐 벅차다. 따라서 모처럼 즐겁게 책을 읽은 것으로 만족하련다.
처음 작가 소개를 보면서(19세기 말에 태어났다는 것 자체로도 이미 옛날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두께가 상당한데 이것이 1권이란다. 워낙 장편에는 약한지라 은근히 걱정도 되었다. 처음 읽기 시작한 시점도 어린이날 행사를 하느라 한참 힘든 때 쉴 요량으로 잠시 도서관에 가서였다. 그런데, 한 번 잡으니 쉽게 손을 놓치 못하겠다. 하지만 하던 일이 있어서 조금 읽다가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읽기 시작하고 오직 이 책만 봤다. 이 책 저 책 양다리 걸치는 경우가 많았던 평소의 습관에 비하면 상당히 집중한 셈이다.
아무리 소설이 허구라지만 기본적인 토대는 현실을 따른다. 그러기에 이 책을 읽으며 당시 일본의 문화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모두 이해했다는 것은 아니다. 왜 지로를 양자로 보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설명이 나오기는 하지만 지금의 문화로 생각하자니 이해가 안 가는 것이다. 우리도 예전에 양자라는 것이 흔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다지 이상한 일도 아닐 테니 말이다. 여기서는 지로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인물인 엄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것도 세 엄마. 나아준 어머니와 양자로 맞아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여섯 살 때까지 키워준 어머니와 마지막 새 어머니 이렇게 셋이다. 나은 정보다 기른 정이라고 했던가. 지로는 어렸을 때 키워줬던 어머니를 가장 많이 따르고 기억한다.
워낙 지기 싫어하고 자존심이 센 지로가 어려서부터 가족과 어울리지 못하고 이 집 저 집으로 떠돌이처럼 생활하는 것(이 또한 이해하지 못하겠다.)이 처음에는 지로의 말처럼 불쌍하게 생각되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지로 주변에는 항상 지로를 걱정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보아 불쌍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단한 행운아라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 선생님들도 어쩜 그리 좋은지. 또 새 어머니의 오빠라는 사람도 어쩜 그리 지로를 생각해주고 조언을 적기에 잘 해주는지. 심리적인 묘사나 지로가 깨닫는 순간을 참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서술이 상당히 많고 배경 설명이 많은데도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로가 나쁜 길로 빠질 뻔한 순간마다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깨우치며 자신을 다스리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한 인간이 이처럼 스스로의 삶을 개척한다면 이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을 텐데. 정의를 위해 조금씩 성장해 가는 지로의 모습이 다음 편에서는 어떻게 그려질지 사뭇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