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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치료의 첫걸음 ㅣ 아동청소년문학도서관 3
명창순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10월
평점 :
우연한 기회에 독서 치료 연수를 받게 되었다. 물론 어린이책 언저리에서 서성이던 기간이 길어서 웬만한 책들은 안다지만 그것을 치료와 결합시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생각에 생각도 안 했던 분야다. 그런데 마침 그러한 강의를 들을 기회가 생겼고 마침 강사 중 한 분이 이 책의 저자였다. 이런 걸 바로 우연이라고 하는 걸까.
오래 전에 공부방 책 읽어주기를 하면서 간단한 활동지를 했던 적이 있다. 아마도 형제에 대한 책을 읽어주고 그에 대한 생각을 간략하게 적는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어떤 아이가 형을 무지 싫어한다며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냈고 그 말을 받아 다른 아이가 동생에 대한 적대감을 표현해서 의아해했는데 알고 보니 둘이 형제였다. 그러니까 둘이 서로에게 아주 안 좋은 감정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대개 부모님이 맞벌이라서 방과 후 아이들을 돌보는 공부방이었던 만큼 그들이 놓인 환경이 열악했던 것이 사실이다. 당시 그 아이들에게 비난하지 않고 어찌어찌 수숩을 했는데 문득 지금에서 그 일이 생각난다. 당시도 환경으로 인해 마음이 많이 닫혀 있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도 난다.
이 책의 저자는 독서 치료를 진행하면서 경험했던 사례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래서인지 뜬구름 잡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상당히 구체적이다. 게다가 내 경우는 직접 강연에서 들었던 이야기도 상당히 있기에 다시 한번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독서 치료와 독서 지도는 상당한 차이가 있음에도 독서 지도를 하며 느꼈던 아이들의 내면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문득 드는 생각 하나. 다른 선생님 눈에 비치는 내 아이의 내면은 어떤 것이었을까. 혹시 나는 알지 못하는 아이의 불만을 다른 선생님은 간파하고 있지 않을까. 내가 다른 아이들에게서 느끼듯이 말이다.
모든 것이 치료의 매개로 사용 가능하듯이 점점 다양한 매개체가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책은 아주 매력적인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내가 책에 관심을 갖고 있고 그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나 또한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아이들 책을 읽으며 때로는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당시에는 이해되지 않던 일을 이해하기도 했고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찜찜한 어떤 것이 풀어지는 경험도 했다. 아마도 나는 어른이기에 내 스스로 그런 것을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것이 어렵기 때문에 누군가 옆에서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그 누군가가 바로 독서 치료사가 되겠지.
그렇다고 이 책이 독서 치료사가 되기 위한 교재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이 책을 읽고 섣불리 아이들에게 적용하거나 아이들의 행동을 판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아이들의 행동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자료이며 이런 분야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정도여야겠지. 독서 치료에 사용된 다양한 책들을 보며 다시금 책의 위대한 기능에 감탄한다. 여기에 인용된 책이 전부가 아닐 텐데도 말이다. 여하튼 매력적인 한 분야에 대해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