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히어로즈 3 - 땅강아지 군단, 도시를 총공격하다! 슈퍼 히어로즈 3
제로니모 스틸턴 지음, 성초림 옮김 / 사파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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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에 유능하지만 운이 나쁜 과학자가 있었다. 게다가 이 과학자는 욕심도 많고 기본적으로 마음이 고약하다. 즉 운이 나쁜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을 못 받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학자는 자신의 잘못은 모르고 다른 사람만 원망한다. 그러다 결국 자신의 지식을 이용해서 세계를 지배하고자 한다는 것이 어린 시절 보았던 대개의 만화 내용이다. 마치 이 책의 두뇌리우스 교수 같은. 단 두뇌리우스 교수는 그다지 유능하지 않아 보이는 것이 다르지만.

 

  메뚜기떼가 훑고 지나가면 남는 것이 없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땅강아지도 그렇단다. 게다가 두뇌리우스 교수는 땅강아지들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위에서 이야기한 '유능하지 않아 보인다'는 이야기를 취소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블랙봉봉이 무스크라트시를 지배하기 위해 잠시 두뇌리우스 교수와 협정을 맺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악인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들의 이익 때문에 갈라지게 된다.

 

  언제나 그렇듯이 슈퍼히어로즈가 얼떨결에 사건을 해결하지만 이번에는 그래도 모두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슈퍼히어로즈를 돕는 레이디블루도 여전히 어디선가 불쑥 나타났다가 사건이 해결되면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 과연 레이디블루의 정체는 언제쯤 밝혀질 것인가가 새로운 관심거리 중 하나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조종당했던 땅강아지들이 이제는 평화로운 섬에서 그들의 본능대로 살아가는 마지막 장면은 평화롭다. 비록 다음에 또 고린내파들이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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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각 삼층장 이야기 전통공예그림책 나비장석
지혜라 글.그림 / 보림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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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화각장을 본 적이 있던가. 자개장은 어렸을 때 집에 있었기 때문에 기억이 나지만 화각장은 본 적이 없는 듯하다. 본 적이 없다고 확신하지 못하는 이유가 전시회 같은 곳에서 직접 보았는지, 아니면 텔레비전에서 보았는지 가물가물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요란한 장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 자개장이나 화각장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정확히 말하자면 전통이 무엇인지 '느끼'면서(알았다기 보다 느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화각장이란 단지 화려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노고와 기술의 결정체라는 사실을 이 책을 보고 알았다. 소뿔을 얇게 켜서 만든다는 화각장. 게다가 소뿔은 적어도 2년 이상 말려야 모양이 틀어지지 않는다고 하니 보통 정성이 아니다. 어디 그 뿐인가. 목재도 오랫동안 묵혀 두어야 역시 뒤틀리거나 갈라지지 않는단다. 물론 주문자가 주문하는 순간부터 재료를 준비하는 게 아니라 미리 재료를 구비하고 있어야 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준비된 재료로 만든다고 하지만 전 과정을 거치려면 적어도 일 년은 걸린다고 한다.

 

  화각장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구를 만드는 소목장, 소뿔을 다루는 각질장, 그림을 그리는 화원, 옻칠을 하는 칠장, 장식을 만드는 두석장이 필요하단다. 책에 나오는 내용을 이렇게 다시 읊는 이유는 한 번이라도 더 눈에 익혀서 기억해 두고 싶어서다. 요즘에는 소목장과 두석장을 제외한 나머지는 한 사람이 한단다. 아마 작가도 그 과정을 혼자 해냈을 것이다.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서 장려상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게다가 5년 동안 화각공예를 배웠다고 하니 그야말로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들어간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처럼 자세하고 세밀하게 과정을 알려줄 수가 없다.

 

  때로는 감성을 뒤흔드는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지만 때로는 이처럼 몰랐던 분야의 책을 읽고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기쁨을 만끽하기도 한다. 화각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해서 뒤집어 붙이는 작업이라, 그랬을 때 투명한 그림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그보다 각질장의 일이, 고달프겠지만 고귀해 보인다. 문득 그 과정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화각지를  펼쳐놓고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나 완성된 화각지를 붙이는 장면에서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이처럼 작은 조각에 어쩜 그리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하고 말이다. 물론 작은 화각을 만드는 것도, 그렇게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도 신비롭지만. 오랜만에 우리 전통의 한 분야에 홀딱 빠져서 책을 읽는 시간이었다. 멋지다, 화각장, 그리고 이 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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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마을의 거대 바위 창비아동문고 266
김종렬 지음, 홍지혜 그림 / 창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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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띠지에서 교과서에 작품이 실렸다는 글을 본 듯하다. 띠지는 오자마자 버렸기 때문에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 한 발 뒤로 물러서는 이유는, 분명 2011년 2학기 초에 교과서에 실린 작품을 정리하며 본 줄 알았으나 이 책의 초판이 2011년 10월이라고 하니 내가 착각했다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어째서 이 책을 보자마자 예전에 나온 책을 다시 펴낸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그림이 일단 옛스러웠고(그래서 개정판이라고 생각했다.) 교과서에는 오래전에 나온 글만 실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런지. 아니면 교과서에 실린 작품만 다른 책에 실렸던가. 확인할 길이 없어 답답하지만 어쨌든 교과서에 이런 작품이 실리다니 우리 교과서도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교과서에서 반말을 가르칠 순 없다며 제목을 존댓말로 바꾸는 그런 판국에 다분히 현실 비판적이고 기성세대를 비꼬는 그런 이야기를 싣다니 대단히 고무적이다.

 

  우선 표제작 이야기를 계속 하자면, 읽으면서 모 개그프로그램이 생각났다. 위급한 상황에서 해결책은 뒤로 한 채 탁상공론만 일삼는 윗분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각자 자신의 의견을 내놓지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론만 내세우는 건 별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각자 자신의 의견이 맞다고 우기는 모습이란. 결국 인간이 자연을 거스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판타지를 섞어서 오싹하게 들려준다. 비가 와서 무너져 내리는 산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지난 여름이 생각난다.

 

  어쩌면 현대 사회는 사상누각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는 듯한 <모래 계단>이나 개성이란 존재하지 않고 모두 똑같은 사람으로 만들려는 현실을 비판하는 <모두 다, 웃는 가면> 등 이야기 하나하나가 현실을 잘 묘사했다. 모든 사람이 그 신분에 맞게 똑같은 가면을 쓰고 다닌다면 어떨까. 주인공이 가면을 쓰지 않고 나가자 모든 사람들이 비난을 하지만 주인공은 가면의 의미를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다. 가면으로 가린다고 그 사람의 본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유괴범도 웃는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결국 나쁜 짓을 했다는 사실을, 왜 다른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것은 아마도 아무 생각없이 관습을 따랐기 때문일 것이다. 가면으로 가린다고 해서 그 뒷모습까지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섬뜩하게 들려준다.

 

  큰 부자는 하늘이 내리고 작은 부자는 근면이 이룬다는 말이 있다는데 <아빠가 가져온 나무 상자>의 노신사의 말이 오버랩된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람들도 그 도깨비 상자를 통해 부자가 되었다는. 책은 오래 전에 읽었고 큰 부자는 하늘이 내린다는 말은 오늘 아침에 들은 말인데 이렇게 연결되다니 아무래도 그 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나 보다. 그렇더라도 이왕이면 현우 아빠나 엄마가 근사한 소원을 말해서 상자를 시험해 보았으면 하고 바랐다. 아직도 요행을 바라는 마음을 버리지 못했나 보다. 물론 작가는 그런 요행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은근히 도깨비가 소원을 이루어줬다고 말하긴 하지만. 이렇듯 모든 이야기가 현실에서 있을 듯 없을 듯한 이야기지만 살짝 기대하게 만들면서 또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꼬집는다. 재미와 의미 모두 놓치지 않았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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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너의 존재감 르네상스 청소년 소설
박수현 지음 / 르네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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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가 전반적으로 무한경쟁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어디 청소년만 힘들겠냐만은 아무래도 정신적으로나 여러 상황으로 보건대 청소년기가 무한경쟁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지 않나 싶다. 특히 근래 들어 일어난 사건들은 그 또래 청소년을 키우는 부모로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이 최근에 부각되어 나타난 것일 뿐 그런 일이 계속 있어왔다는 사실이 더 가슴 아프다.

 

  아이들이 상급 학교에 진학하거나 학년이 올라갈 때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친구 문제다. 둘째도 이번에 중학교에 가는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워낙 순해 보여서 다른 아이들의 타겟이 되지나 않을까 하고 말이다. 물론 큰아이 때도 똑같은 걱정을 했다. 그런데 그럭저럭 잘 지나갔다. 항상 지나고 나면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통과하기 직전이나 통과하고 있을 때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똑같은 일이 일어나라는 법은 없기에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이 책은 세 명이 자신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처음 순정이의 이야기를 읽으며 참으로 존재감이 없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왜? 순정이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런데 뒤에 다른 친구의 이야기를 읽어 보니 전혀 아니다. 사람은 이처럼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친구들과 전혀 교류를 하지 않고 학교도 야자도 마음 내키는대로 하기에 다른 친구들이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본인도 그렇고 독자도 그렇고. 하지만 다른 친구들은 아무 말 안해도 모두 두려워하는 순정이를 언제나 지켜보고 있다. 때로는 경외감을 느끼면서. 순정이 자신은 존재감이 없다고 느끼고 그러기를 바라지만 오히려 다른 친구들은 강한 존재감을 느끼다니. 대신 여기저기 끼어들어 아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강아지가 사실은 남에게 잊혀질까 두려워 과한 행동을 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겉으로 드러난 모습을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해서는 절대 안 된다.

 

  똑똑한 학생들은 모두 피하는 고등학교에서 스스로를 별 볼 일 없는 학생이라고 자책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 그러나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게 문제다. 그럼 잘난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암튼 그래도 이 아이들은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마음을 치유할 기회를 가졌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아무래도 쿨샘은 상담에 대해 알고 또한 그것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사람이 틀림없다. 누가 따스한 말이 필요한지, 누가 고민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지 알고 있는 이런 선생님들이 많다면 아마 우리네 청소년들도 많이 달라질 텐데.

 

  아무리 강한 척하고 혼자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해도 청소년은 아직 도움이 필요하고 따스한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원래 당연한 것을 이렇게 깨달아야 하다니. 사람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는 모습은 보기가 참 좋다. 그것이 자신에게도 적용돼야 한다는 걸 자꾸 깜빡해서 그렇지. 쿨샘 덕분에 세 아이와 반 아이들이 차츰 변하는 모습을 보니 책을 덮는데 마음이 한결 가볍다. 비록 그들의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지만 적어도 마음은 달라졌으니까. 어찌보면 그들의 힘으로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바꿀 수 없는 것이야 당연하다. 그러니 방법은 하나, 마음을 바꾸는 것이다. 단, 자존감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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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주스 가게 - 제9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푸른도서관 49
유하순.강미.신지영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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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과 아들은 말귀가 어둡다. 똑같이 딸의 이야기를 듣고 있어도 꼭 다시 물어봐서 중계방송을 하게 만든다. 처음 몇 번은 이야기해 주지만 나중에는 짜증이 나서 아예 대꾸를 안 하곤 한다. <올빼미, 채널링을 하다>의 유성이처럼. 남편은 이어폰 때문에 가는 귀가 먹어서 그렇다지만 내가 보기엔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일 확률이 크다. 유성이가 나중에 말귀가 어둡다는 말을 듣지 않게 된 것도 모두 상대방의 말에 집중했기 때문이지 채널링을 해서가 아니었던 것처럼 말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 속 이야기가 들리는 이상한 경험을 했던 것도 결국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애썼기 때문일 것이다. 뭐, 모두 그런 경험을 하는 건 아니니 유성이가 특별한 경험을 한 것은 맞지만.

 

  청소년 소설이나 동화에서 보면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은 성격이 못 됐다거나 아예 다른 아이들이랑 어울리지 않고 성적에만 연연하는 인물로 그려지곤 한다. 그래서 공부를 좀 못해도 성격이 좋다거나 발전 가능성이 많은 중간 정도의 인물이 주인공으로 많이 그려진다. 공부 잘 하는 아이가 주인공이라면 무조건 성적 때문에 고민하는 인물로만 그려진다. 왜 그들의 마음에는 신경쓰지 않는지, 솔직히 불만이었다. 그런데 <프레임>에서는 지금까지와는 약간 다른 입장에서 그들을 바라봐서 신선했다.

 

  민준과 성택은 학교에서 기대를 걸 만한 학생들이다. 지금까지 소설에서 그려졌던, 공부만 잘 하고 성격이나 태도는 엉망인 그런 인물이 아니라 모든 것이 무난한 학생들이다. 게다가 성적이 떨어져서 고민하거나 이성친구 때문에 방황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소재로 인물의 내면심리를 잘 그린 이야기다. 그래서 민준이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가 성택의 상황에 안타까워하기도 했다가 민준 엄마의 행동이 나쁘다고만 말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드는 등 온갖 인물에 나를 대입해 보았다. 그만큼 심리묘사가 곳곳에 잘 들어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옳은 게 어느 것인지는 알지만 현실적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는 얼마나 용감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민준의 행동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을 뿐더러, 그걸 알기에 성택도 민준에게 오히려 고마웠다고 하는 것일 게다. 그런 경험과 생각 덕분에 전에는 보이지 않던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고 그들의 상황이 보이는 것, 이것이 바로 성장 아닐런지. 우리는 모두 프레임에 갇혀 산다고 한다. 문제는 내가 만든 프레임에 갇힐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갇히기도 한다는 거지. 그리고 후자의 경우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다른 사람이 판단하고 규정지은 것을 마치 내가 그렇게 한 것처럼 착각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스스로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한다. 청소년들도 이 이야기를 읽으며 그런 생각을 하려나.

 

  나머지 두 이야기는 '이야기'로는 재미있지만 내 아이가 경험하지는 말았으면 하는 그런 이야기다. 이 무슨 이율배반적인 심보인지. 학교에서 정학을 맞고도 별로 잘못했다거나 반성하는 기색이 없던 건호가 엄마 가게를 맡으면서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이, 다행이다 싶다. 나쁜 일에서 손을 떼려면 상후와 민기에게 호된 신고식을 치러야 할 일이 남아있지만 이야기에는 나오지 않아서 나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 그것도 다행이다. 진이가 콩가루 집안에서도 건강하게 잘 살고 있어서 또 다행이다. 엄마가 일찍 돌아가시고 나이가 열 살 밖에 차이나지 않는 새엄마인 누나와 지내다 아빠마저 돌아가셔서 이젠 둘 만이 남겨진 상황에서도 어쩜 이리 마음이 예쁜지. 환경이 암울하면 대개 그 속에 있는 인물도 판에 박은 듯이 암울하게 그려지는 다른 이야기와 달라서 좋았다. 그러면서도 모든 것을 낙천적으로만 보지 않아서, 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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