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철부지 아빠 - 제9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미래의 고전 26
하은유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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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존의 이름난 작가의 신작을 만나는 기쁨도 좋지만 새로운 작가를 만나는 기쁨 또한 못지 않다. 그래야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다양한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갈 가능성이 많아지니까. 그래서 항상 새로운 작가상을 받은 작품집을 읽으면 기대와 설렘이 인다. 물론 평론가도 이야기했듯이 '저마다의 개성으로 빛나는 원석'이라 다소 거친 부분도 있겠지만 나같은 보통의 독자는 그렇게 심오한 경지까지는 잘 모르므로 새롭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래서 '카더라' 통신으로 인해 소문이란 무섭게 퍼진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너, 그 얘기 들었니?>와 같은 이야기는 요즘 아이들이 꼭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하는 문제를 잘 짚었다. 이것이 어디 어린이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겠나. 소문을 전하는 측에서는 아주 조금만 과장을 하거나 추측을 한 것 뿐인데 그것이 퍼지고 퍼지다 보면 겉잡을 수 없는 부분까지 번지는 경우를 보곤 한다. 그런데 여기서 보라의 행동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소문을 전하기만 했을 뿐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모습, 글쎄 당당한 게 과연 옳은 걸까하는 의문이 든다. 과연 들은 것만 그대로 전달했을까가 문제인 것이다. 대개 사람들은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자기가 보거나 듣고자 하는대로 보고 듣기 때문에 똑같은 말이라도 전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은연중에 끼워넣기 마련이다. 즉 사실과는 다른 이야기가 전달될 수 있다는 얘기다. 솔직히 나도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확신이 없지만 별 문제없을 거라 생각해서 내 추측까지 보태서 이야기한 적이 없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이 소문이란 어떤 것인지,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 깨달았으면 좋겠다.

 

  마지막 이야기이자 표제작인 <나의 철부지 아빠>의 경우, 이야기로서는 재미있고 아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아빠가 좋아보일지는 몰라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경태를 보면 안 됐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더불어 이런 아빠는 자격이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아니, 작가가 상황을 너무 낙천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까지 하다. 현실에서 이런 상황이라면 경태처럼 바르고 잘 자랄 아이가 얼마나 될런지. 그들의 고민과 어려움은 외면한 채 경쾌한 부분만 본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물론 이들처럼 재미있고 밝게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말이다.

 

  여러 동화책을 읽다 보면 출판사마다 고유한 특징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작가마다 특색이 있듯이 출판사도 어느 정도 색이 있다. 푸른책들에서 나온 이야기는 대개 따스하다. 못된 아이도 별로 없고 있어도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깨닫고 변한다. 다만 <내 얼룩이>는 마지막이 슬프고 가슴 아파서 다른 동화와 약간 차이가 느껴지는 정도다. 여하튼 따스해서 읽고 나면 마음이 밝아지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을 살짝 비껴가는 듯해서 아쉬운 마음이 없지 않다. 아마 이것은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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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장수 우투리 꼬불꼬불 옛이야기 3
서정오 글, 서선미 그림 / 보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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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환희님의 <옛이야기의 발견>을 보면 우투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분석해 놓은 부분이 있다. 그림책과 동화책은 많이 읽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이론서도 보았지만 옛이야기만은 따로 공부하지 않아 그쪽 지식은 미흡하다. 그렇기 때문에 간혹 주워들은 지식이 전부였는데 그 책을 보며 옛이야기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 전에도 우투리에 대한 이야기는 읽었지만 별 생각없이 읽기만 했기 때문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어떻게 다른지 몰랐다. 지금도 안다고 말할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우투리에 대한 글을 읽었다고 다른 때보다 좀 더 자세히 보게 된다.

 

  옛이야기에는 삶의 다양한 모습이 들어있고 지혜가 들어있으며 때로는 사회상이 들어있다.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기본적인 매커니즘은 언제나 비슷하기 때문에 그런 것을 표현한 이야기는 오래도록 살아남는 것일 게다. 항상 어려운 시절에는 영웅을 기대한다. 피지배자들은 영웅을 기다리는 반면 지배자는 그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그러니까 우투리도 그러한 시절에 영웅의 운명을 타고난 인물이다.

 

  태어나는 것부터 범상치 않다. 가위로 탯줄을 자를 수 없어서 억새풀로 잘라야 한다거나 다른 아이들보다 자라는 속도도 다르다. 게다가 날개가 있어서 어디든 갈 수 있으니 평범한 아이는 절대 아니다. 우투리 부모님은 영웅이 태어났다고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를 당할까봐 걱정해서 산속에 들어가 숨어지낸다. 만약 우투리가 지배계급의 아들이었다면 대대적으로 영웅 대접을 받으며 귀하게 자라겠지만 원래 평범한 백성 집에서 나와야 이야기가 되는 법이다.

 

  기존의 우투리와 기본 서사는 동일하지만 미시적인 부분에서는 약간 다르다. 특히 우투리의 특이점이나 숨어 있는 곳을 대라는 관리의 말에 대응하는 태도가 이야기마다 다른데 여기서는 엄마가 비단과 곡식에 눈이 멀어 말해준다. 뭐, 이런 엄마가 다 있나 싶지만 워낙 궁핍하게 살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 어쩌면 인간의 본성을 꼬집는 것일지도 모르고. 영웅이 날 뻔 하지만 하루가 모자라 우투리는 그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는 안타까운 이야기. 안타깝기 때문에 영웅이 되어 나라를 바꿨다는 이야기보다 더 오래 살아남았는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바로 현실이니까. 그러면서 언젠가는 영웅이 다시 나타날 거라는 희망을 갖고 오늘을 사는 것이겠지.

 

  옛이야기는 어떤 식의 그림이 마음이 가는지 잘 모르겠다. 어떤 때는 그냥 글만 있어서 독자가 상상하며 읽는 게 더 좋을 것 같긴 한데 어린 아이들에게는 그림책이 읽어주기  훨씬 좋으니 말이다. 대신 비슷한 이야기라도 다양한 그림을 만나게 해주면 아이들 스스로 여러 그림을 보며 자기만의 그림을 그리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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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레에게 일어난 일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티너 모르티어르 지음, 신석순 옮김, 카쳐 퍼메이르 그림 / 보림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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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를 먹는 것이 당연하고 부인할 수 없는 자연의 진리라지만 가장 부인하고 싶은 것 또한 사실이다. 아니, 나이를 먹는 것까지는 좋은데 늙어서 모든 기능이 퇴화하고 사고력까지 떨어지는 것, 또는 치매와 같은 병으로 주위 사람을 힘들게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마레의 할아버지는 정말 행복한 죽음을 맞이했다고 본다. 흔히 호상이라고 부르는 죽음. 남겨진 사람의 입장에서는 마지막을 보지 못해서 안타깝겠지만 본인의 입장에서는 고통도 받지 않았으니 그렇게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큰아버지는 칠순을 얼마 앞둔 어느 날 앉아서 돌아가셨고 외할머니는 주무시다 돌아가셨으니 모두 호상이라고 했으나 큰어머니와 엄마에게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처음에 마레는 태어나는 것부터 특이했다. 간혹 길에서 태어나는 경우도 있으니 그것까지는 괜찮다지만 책 읽는 것에 빠져서 아기가 나올 것도 잊을 정도로 참을성이 많은 엄마에 비해 마레는 참을성이 없다. 게다가 태어난 지 여섯 달이 지나 주변을 빨빨거리며 돌아다녔다니 이건 보통 아이가 아니다. 글에는 걸어다녔다는 말이 없으니 그때부터 걸어다녔던 것인지 아니면 기어다녔던 것인지 알 수 없으나 그림에서는 아이가 꽤 커다랗고 서 있는 것으로 보아 여섯 달이 지나서부터 걸었나 보다. 이쯤되면 마치 <세상에서 가장 큰 아이 안젤리카>를 생각하지만 이어지는 내용은 평범하다.

 

  마레는 할머니와 취향이 비슷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낸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할머니가 쓰러져서 말도 못하고 행동도 자유롭지 않게 변한다.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뇌졸중인 듯싶다. 할머니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전하는 할아버지와 거짓말일 거라며 듣는 마레가 나오는 그림과 할머니가 멍하니 텔레비전만 보는 그림은 마치 마레의 마음을 대변하기라도 하는 듯 검은색으로 그려져 있다. 줄곧 화사한 그림과 꽃이 나오는 그림에 비해 어두운 색의 그림은 독자의 마음까지도 우울하게 만든다. 게다가 할아버지까지 갑자기 돌아가셨으니 마레에게 너무 큰 일이 한꺼번에 일어났다. 그러나 할머니가 웃음 띤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말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아 조금씩 호전되리라 기대해 본다.

 

  다른 사람은 모두 할머니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지만 마레만은 할머니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아내고 심지어 할머니의 말을 알아듣고 마음을 읽기까지 한다. 그동안 할머니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고 진정으로 사랑했기 때문일 것이다. 병원의 모든 사람들이 할아버지의 장례식에 가는 걸 말렸지만 마레가 억지로 우겨서 할머니를 데려갔고 덕분에 할머니가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보통 아이와 다르게 성장하는 마레의 이야기가 펼쳐지길 기대하며 읽었는데 나중에는 할머니의 뇌졸중으로 힘들어하는 마레가 나온다. 그래서 <오른발 왼발>의 토비처럼 할머니를 회복시키기 위해 애쓰는 마레를 생각했는데 거기서 더 나아가 할아버지의 죽음까지 경험한다. 정말 마레에게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 벅차지 않을까 싶지만 마레는 모든 것을 잘 이겨냈다. 처음엔 별 의미없이 읽었는데 찬찬히 다시 보니 인생과 죽음, 그리고 노인 문제 등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음, 그러고 보니 그림책에서는 조부모가 치매나 뇌졸중에 걸린 경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인물로 어린이가 나온다. 조부모와 손주의 특별한 관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한가 보다. 어린이가 읽는 책이니 그들의 눈높이에서 서술되는 게 당연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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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하기 보고서 - 은지와 호찬이 1 사계절 저학년문고 53
심윤경 지음, 윤정주 그림 / 사계절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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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로 여자 아이가 '말'에서는 남자 아이를 훨씬 앞서간다. 그래서 오빠와 여동생의 경우 큰아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분명 오빠인데 동생이 말로 앞서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전적으로 불리한 것은 오빠이니 왜 안 그렇겠나. 사실은 그게 아닌데 설명은 안 되는 큰아이의 심정이 어떨지 짐작이 간다. 이 책에 나오는 은지의 말투를 보니 전형적인 여자 아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같은 여자인 엄마도 이처럼 답답한데 남자 형제라면 오죽할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은지는 오빠가 있지도 않은데 만약 오빠가 있었으면 엄청 고생했겠다 싶다.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특히 아이들은 사물을 자기 위주로 판단한다. 그래서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자기에게 불리한 상황은 쏙 빼놓고 이야기한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엄마에게 이야기할 때도 그렇고 반대로 집에서 있었던 일을 학교에서 이야기할 때도 그렇다. 누군가가 아이의 말만 듣는다면 못된 부모라고 욕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은지도 그런 면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아이다. 엄마한테 혼났다는 사실만 일기에 쓰고 왜 그랬는지는 비밀이라고 하는 것까지는 그런대로 넘어갈 수 있지만 '사실대로 다 쓰면 엄마는 또 화를 내면서 고치라고 할 것'이라고 쓰니 엄마 입장에서는 어떤 심정일지 말 안해도 안다. 그렇다면 이제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떨까.

 

  엄마 입장에서 보자면 모든 일은 알림장을 제대로 쓰지 않은 것 때문에 일이 시작되었다. 물론 은지 입장에서는 그것보다는 엄마가 내복만 입혀서 밖에 내쫓은 사실 자체만 가지고 엄마에게 따진다. 어떤 일에 있어서 일방적인 것은 절대 없다. 은지와 엄마가 모두 화가 났다는 사실은 둘 다에게 조금씩 잘못이 있다는 얘기다. 내복바람으로 쫓겨 났는데 하필이면 속으로 좋아하는 남자 친구를 만났다면 얼마나 창피할지, 그래서 얼마나 화가 날지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다. 또한 퇴근해서 한참 있다가 화원이 문 닫을 시간이 다 되어 준비물 사야한다고 이야기하고 그마저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으면서 엉뚱한 걸 샀다고 일방적으로 떼를 쓰면 얼마나 황당할지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그러니 이쪽 얘기를 들으면 그게 맞는 것 같고 반대쪽 얘기를 들으면 또 그게 맞는 것 같을 수밖에.

 

  어쨌든 두 모녀의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나서 도저히 안 되겠기에 화해하기 보고서를 작성하지만 그 마저도 쉽지 않다. 서로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상대방의 잘못만 지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씩 대화를 하다 보니 드디어 엄마도 잘못을 인정하고 딸에게 사과하자 은지도 자신의 잘못을 시인한다. 아마 은지 입장에서는 어른인 엄마가 사과를 한다는 사실에 상당히 고무되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어른이 어린이에게 사과한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솔직히 말해서 속으로는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도 표현이 쉽지 않다. 그건 바로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게다. 은지처럼 어려서부터 대화하고 사과하는 데 익숙해진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그닥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은지와 엄마가 앞으로 싸우지 않느냐면 그건 절대 아니다. 또 그게 당연한 거고. 다만 이처럼 하다 보면 상대방의 입장도 헤아릴 줄 알게 되니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게 된다는 데 의의가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그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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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집지킴이야! - 집지킴이 우리 문화 그림책 16
최미란 글.그림 / 사계절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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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미란 작가의 그림은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는 재미가 있다. 이 책 역시 처음 제목이 나오기 전까지 세 장면에 걸쳐 이야기가 펼쳐진 다음 비로소 제목을 만날 수 있다. 대개 겉표지를 넘기면 속지가 나오고 바로 제목이 나오는데 그곳에 이야기를 넣기도 하고 그냥 본문과 연관된 무늬의 간지를 넣는데 이 책은 그 사이에 이야기가 꽤 많이 있기 때문에 거길 읽지 않으면 갑자기 이게 뭔 소린가 할 만하다. 처음엔 제목이 없다는 것도 잊은 채 무심코 읽다가 제목을 마주치기 때문에 당황스럽기도 하다.

 

  심심해서 어쩔 줄 모르는 잡귀 세 마리(딱히 동물이라고 규정지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사람은 아니니 마리라고 하자.)가 하얀 종이에 덩그마니 놓여 있다. 그런데 그 중 한 마리가 뛰어오며 막둥이네 집에 잔치가 열렸다며 신나게 그 집으로 가려고 한다. 자신들은 잡귀라고 자랑스럽게 떠벌리며.

 

  아직도 초가집이 대부분인 고즈넉한 시골 마을이 멀리 보인다. 뒷동산은 낮아 보여도 꽤 깊은지 검은빛을 띠고 있다. 쓸고 닦고 하는 집을 찾아 보니 오른쪽 마지막 집이 눈에 들어온다. 옳지, 이 집이구나. 다음 장을 넘기니 그 집이 줌인 되어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길에는 막둥이네 집에 오는 듯한 사람들이 보인다. 그러니까 오늘은 막둥이 첫번째 생일, 즉 돌이다. 지금이야 집에서 하지 않고 뷔페에서 하지만 예전에는 모두 이렇게 집에서 잔치를 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잡귀들을 어떡하나. 원래 잡귀가 집에 들어오면 식구 중 누군가가 아프거나 집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데.

 

  그럼 이제부터 잡귀를 쫓는 지킴이들을 만나볼 차례다. 먼저 대문을 지키는 문전신이 막아 보지만 약삭빠른 잡귀들은 용케 피해서 집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잡귀가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곳마다 그곳을 지키는 신들이 나와서 어떻게 지키고 있는지 보여준다. 지금이야 외양간이 있는 것도 아니요, 장독대가 있는 것도 아니고 화장실이 따로 떨어져 있지도 않으니 이 책의 모습이 낯설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것은 오직 책에서만 본 모습인 아이들도 꽤 있을 것이다. 사실 아직 이처럼 살고 있는 집도 꽤 있을 텐데 말이다.

 

  요즘 아이들 중 우리나라에 어떤 신이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껏해봐야 삼신 할미나 <똥떡>이라는 책 덕분에 알게 된 측간신 정도가 아닐까 싶다. 거기서 조금 더 아는 이라면 조왕신이나 성주신을 알 수 있을 테고. 알고 보면 우리나라에도 신들이 많은데 주거 형태가 바뀌고 갑자기 삶의 방식이 현대화 되는 바람에 그동안 이어져 오던 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사라졌다. 거기에는 그것을 이어주지 못한 지금 3,40대 부모인 우리의 잘못이 크다는 것을 인정한다. 한때는 미신이라고 치부하던 것들인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것이 바로 전통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많은 신이 다양한 이야기를 갖고 있는데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자,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자. 그래야 지금까지 이어져오던 전통이 사라지지 않고 후대로 전해질 것이다. 그렇게 의무감에 시달리지 않아도 이 책을 보면 재미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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