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도둑 - 스리랑카 땅별그림책 6
시빌 웨타신하 글.그림, 엄혜숙 옮김 / 보림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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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 독후감을 봐주다 문득 나는 리뷰를 어떻게 쓰는지 의문이 들었다. 내용을 대충 간추려 놓은 그저 그런 리뷰를 쓰지는 않았는지 되돌아 보게 된다. 그렇게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나도 모르게 그럴 수도 있으니까. 한 아이가 <라몰의 땅>을 읽고 쓴 독후감을 읽었는데 같은 땅별그림책 시리즈인 이 책을 보자 그 생각이 났다.

  새로운 것을 처음 보면 용도를 몰라 헤매기 마련이다. 양초를 처음 본 사람들이 그것으로 국을 끓여 먹었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스리랑카에는 우산이 그런가 보다. 게다가 섬에서도 작은 마을이었으니 새로운 문물이 들어가려면 다른 곳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을 것이다. 그 마을에서는 비가 오면 바나나 잎이나 얌 감자 같은 자연물을 이용했단다.

  하루는 키리 마마가 읍내에 갔다가 생전 처음 우산(비가 오지 않는데 쓰고 다니는 것으로 보아 우리가 양산이라고 부르는 것일 게다.)을 보고는 그 모습에 반해서 우산을 사들고 집으로 온다. 마을에 도착해서 보는 사람에게 무조건 자랑을 하면 좋으련만 키리 마마는 이왕이면 대낮에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우산을 감춰둔 채로 시침을 뚝 떼고 찻집으로 들어간다. 왜 우리도 진짜 자랑하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극적 효과를 위해서 아껴두는 경우가 있지 않던가. 키리 마마도 그랬을 것이다. 밤중에 우산을 쓰면 제대로 보이지 않을 뿐더러 의미가 별로 없으니까 낮까지 기다리기도 했던 것인데, 그만 우산을 잃어버리고만다. 하지만 우산이라는 것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누구에게 하소연도 못한다.

  하는 수 없이 다음에 읍내에 가서 또 우산을  사오다가 찻집에서 또 차를 마신다. 물론 이번에도 우산은 사라진다. 그렇게 똑같은 일이 상당히 많이 반복되지만 키리 마마는 여전히 우산을 또 사고 그 찻집에서 우산을 감춰둔 채 또 차를 마신다. 웬만한 사람 같으면 두어 번 하다가 포기하련만 키리 마마는 인내심도 많다. 결국 나중에는 우산 안에 종잇조각을 넣어서 범인을 잡지만 그 전에 한 행동으로 보아 성질이 급하거나 나쁜 사람은 아닌 듯하다. 보통 사람 같으면 화를 내며 범인을 잡겠다고 떠들고 다녔을 테니까.

  무심코 책을 읽던 사람은 드디어 우산 도둑이 누구인지 밝혀지는 장면에서 입이 떡 벌어지고 만다. 이제는 누가 도둑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알록달록한 우산이 죽 걸려 있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있다. 게다가 키리 마마는 우산 도둑을 위해 하나는 남겨 두는 아량까지 베푼다. 어쩐지, 매번 우산을 잃어버리면서도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걸 보고 이미 짐작은 했더랬다.

  우산 도둑 덕분에 한꺼번에 우산이 많아서 우산 장사를 하게 되었으니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것-그러니까 주인공이 돈을 벌게 된 것-보다 다음에 이어지는 장면에 눈길이 머문다. 바로 우산 도둑이 우산을 활용하는 방법. 그것이 사람에게나 비나 태양을 피하는 것이지 다른 동물에게는 꼭 그 용도로 쓰라는 법은 없으니 우산 도둑의 활용법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귀엽기만 하다. 그래서 키리 마마도 그 모습을 보고 웃었던 것 아닐까. 중반에서 잃어버린 우산을 찾았을 때의 예상 외의 모습과 마지막 우산 도둑의 뜻밖의 모습이 책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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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꽃밭 한락궁이 우리 설화 (우리나라 그림책) 6
김춘옥 글, 한태희 그림 / 봄봄출판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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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옛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라지 못해서인지, 옛이야기를 즐길 줄 몰랐고 아는 이야기는 더더욱 없었기에 우리 아이들에게도 옛이야기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어린이 책 모임에 나가면서 옛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일은 자신이 없었다. 간신히 생각해 낸 방법이 먼저 내가 읽어서 기억한 후 잠자기 전에 얼른 들려주는 것이었다. 옛이야기는 책으로 읽는 것보다 귀로 듣는 것이 훨씬 좋고 그것이 진짜라는 이야기를 기억하며.

  그러나 여전히 옛이야기, 특히 우리 신화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외국의 신화는 잘 아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비현실적인 것이나 객관적으로 검증 가능하지 않은 것에 관심을 두지 않는 성격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 신화라는 것이 단순히 현실과는 상관없는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라 사실을 바탕으로 한 사람들의 욕구가 들어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신화를 대하는 내 마음의 태도가 달라졌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신화의 의도는 알겠는데 다양한 신화를 제대로 알지 못하니 이야기를 읽으면 그땐 알겠는데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다른 이야기를 읽으면 전에 읽었던 이야기와 섞인다는 문제가 생긴다. 체계가 잡히지 않다보니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 게다. 이 책에도 옛이야기에서 나타나는 세 번의 기회와 조력자,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삼 년을 일하게 하는 등 기본 구조가 비슷하다. 이러니 헷갈리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위안을 해본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머리속에서 여러 이야기가 떠다닌다. 바리데기도 생각나고 뜬금없이 여우누이도 생각난다.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제대로 알지 못하니 그동안 읽고 들었던 이야기가 모두 중첩되어 버린 것이다. 서천서역국, 즉 서천꽃밭은 모든 생명을 관장하는(?) 곳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곳에 있는 꽃이 한 생명과 같다고나 할까. 바리데기에서도 나중에 뼈살이꽃, 피살이꽃 등을 가지고 가서 이미 죽은 아버지를 살리지 않던가 말이다. 그러한 구조는 여기서도 동일하다. 오래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뼈를 수습해서 뼈와 살을 붙이고 피를 돌게하고 숨이 트이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웃음꽃과 울음꽃, 수레멸망악심꽃도 있었구나. 그러니까 서천꽃밭에는 인간 세상에 나타날 수 있는 모든 꽃이 있는 셈이다.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고 잘 지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처럼 인간 생명을 관장하는 꽃을 강하게 나타내고자 아크릴 물감을 사용했다는데 그림이 어찌나 화사한지 책표지를 본 아이들이 관심을 갖는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읽어 주려 했으나 글이 많아서 접었다. 아무래도 책 읽어 줄 때 글이 많으면 나중에 분위기가 흐트러져서 집중이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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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에 만난 개, 프라이데이
힐러리 매케이 지음, 햇살과 나무꾼 옮김, 오승민 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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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대개 자기의 경험위주로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 경험이란 것이 지극히 주관적이고 지협적인 것이어서 일반화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 그런 우를 범한다. 이 또한 내가 경험한 바를 기초로 이야기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니까 나도 일반화의 오류를 종종 범한다는 얘기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면서 더욱 절실히 깨달았다.

  큰아이는 여자아이고 어렸을 때부터 워낙 책을 좋아했고 잘 읽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자녀가 책을 안 읽어서 걱정이라고 하소연 할 때 '엄마가 책을 읽어줘라' 내지는 '엄마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라' 등의 뻔한 조언을 했다. 내가 그렇게 해서 우리 아이가 책을 좋아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환경에서 자란 둘째는 그닥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즉 이론과 현실은 항상 함께 간다는 보장이 없으며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는 말이 증명되는 셈이다.

  또한, 큰아이는 책을 한번 읽으면 그것이 재미있든 없든 끝까지 읽기를 고집한다. 그런데 책이라는 것이 처음에는 별로 재미없다가도 마지막에 책장을 덮을 즈음 감동이 밀려오거나 때로는 아예 책을 읽고 한참이 지난 후에 문득문득 떠오르는 그런 책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처음에는 조금 지루하거나 밋밋하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읽다 보면 어느 시점부터 재미있어 진다는 얘기다. 이 책 <금요일에 만난 개, 프라이데이>도 그런 책 중 하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헌데 이곳 학교 아이들은, 책을 많이 접하지 못하는 환경 탓인지 아니면 빨리 변하고 자극적인 대중매체 탓인지 처음에 조금만 지루하면 읽다고 그만 두는 경향이 강하다. 내가 아무리 책은 마지막까지 읽어야 진정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 이야기해도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아이들에게 책은 당장 그 시간을 즐기는 도구일 뿐이라는 얘기다. 참 안타깝지만 이것이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니기에 나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아이들이 종종 와서 묻는다. 재미있는 책 좀 추천해 달라고. 그런데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내가 추천해 준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아이가 별로 없다. (오히려 주변의 선생님들이 더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추천해 준 책이 재미있었다고 말할 때 힘이 나는 반면 별로 재미없었다고 하면 머리속에서는 다른 회로가 돌아간다. 이 아이에게는 이런 종류의 책이 안 맞는 것일까 등등. 그러다 물어본다. 끝까지 읽었느냐고. 그러면 모두 조금 읽다가 재미없어서 안 읽었단다. 바로 이것이다. 처음부터 재미있는 책이 과연 얼마나 되느냐 말이다. 허나 이 또한 아이들의 특징일 수 있으니 그것만 갖고 비난할 수 없다. 내가 이 책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지만 아이들에게 선뜻 추천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행간을 읽어야 웃을 수 있는 재치와 위트를 아이들이 얼마나 이해할까 싶은 우려도 있다. 아무래도 지역적 특성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

  개에게 물리고 나서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즉 트라우마가 있던 로빈이 그것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아주 유쾌하게 그려진다. 소극적이고 조용한 로빈은 왈가닥 이웃이 이사오면서 조금씩 바뀐다. 자동차 사고로 아빠를 잃고 나서 친구들이 로빈을 위한답시고 아빠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어린 아이들이 어떻게 아빠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니 자연스럽게 로빈은 외톨이가 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나중에는 로빈에게 금지어였던 아빠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극복한다. 아픔은 무조건 감춘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지만 가장 손쉬운 방법 또한 감추는 것이다. 그러니까 로빈이 개에게 물려서 개를 두려워하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법은 개를 기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이어진다. 하지만 단순히 개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로빈 주변에 일어나는 갖가지 사건을 따라가며 웃다 보면 어느새 로빈의 상처가 아물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인물들의 성격이 재미있다. 로빈의 엄마는 비록 외아들을 키우지만 아들에게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는다(어느 부모인들 안 그렇겠냐만)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자신의 기분을 솔직히 드러낼 뿐이다. 오히려 로빈은 엄마의 눈치를 보며 감정을 숨겨서 어떤 때는 엄마와 아들이 바뀐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리고 가장 요주의 인물이자 매력적인 인물인 옆집의 쌍둥이와 선댄스. 그들의 행동은 어떤 일이든 요절복통으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문득 걔네 엄마는 얼마나 힘들까 싶기도 하다. 제 삼자야 웃으면서 아이들이 독창적이고 재미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모든 행동이 결국 말썽으로 이어지니 말이다. 특히 지나치게 똑똑해서 비정상적인 선댄스의 말과 행동은, 웃음 그 자체다. 그렇지만 그 모든 일들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행간에 의미를 숨겨 놓았다. 이것이 내가 그토록 재미있어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댄은 잠깐 마음이 끌렸다가 이내 자기가 적과 이야기하고 있음을 깨달았다."(140쪽) 라는 것으로 비록 미워하지만 함께 놀고 싶어하는 아이의 마음을 잘 나타내는 식이다. 만약 여기서 '댄은 놀고 싶었지만 지금까지 적이었던 아이들과 놀 수는 없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면 과연 어떤 느낌이었을까. 모르긴해도 그냥 평범한 문장에 대한 평범한 느낌밖에 없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런 문장으로 인해 행간의 의미가 무엇인지 느끼는 묘미란.

  "그래도 앤트가 생각 깊게 부모님의 자명종을 들고 와서 아이들이 이 문제로 옥신각신하지는 않았다."(174쪽)를 읽을 즈음에는 이게 무슨 소린가 했다. 자명종을 가지고 온 것이 왜 생각 깊은 것인가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읽어 보면 의미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뒤집어지게 웃지 않을 수 없다. 이 부분을 읽으며 혼자 어찌나 킬킬대며 웃었던지 둘째가 그렇게 재미있느냐고 물을 정도였다. '민주주의가 돌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자명종, 그러나 그것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다음 행동도 예측 가능하지 않다.

  게다가 작가는 어떠한 문제든 아무렇지도 않게 시침 뚝 떼고 이야기하니 독자는 더 웃을 수밖에 없다. 로빈이 개를 키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선댄스의 마음을 나타내는 부분도 그렇다. 사람들을 불러오라고 기껏 낭떠러지에서 올려보내줬더니 댄이 전화할까봐 꼼짝않고 기다리는 부분을 묘사한 장면도 그렇다. 댄의 모습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으니 독자는 당연히 선댄스가 사람들을 데리고 올 때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댄의 물음에 대답하는 선댄스라니. 그리고 천연덕스럽게 사람들을 부르러 가지 않은 이유를 말한다. 다른 사람 같으면 상황파악 못하는 그 모습을 보며 한심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선댄스는 그 전의 행동으로 미루어 충분히 가능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전에 잠을 자다 갑자기 일어나서 울었던 이유까지 알 수 있다. 더불어 이 사건으로 인해 댄은 이들과 친구가 된다.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할 일은 어른의 역할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이다. 벼랑에서 떨어지려는 댄을 구해준 것도 결국 아이들이고(이 상황에서도 선댄스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고 오히려 댄을 구해줬다고 착각한다. 또한 로빈은 선댄스가 그렇게 생각하도록 둔다.)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아이들이다. 어른들은 자세한 상황을 모른 채 사건의 결과만 알 뿐이다. 그런데도 이것이 전혀 어색하다거나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는 어른의 역할이 잘 드러났다고나 할까. 

  마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선댄스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가족과 이웃들의 모습을 보며 만약 선댄스가 우리나라에서 산다면 어떤 모습으로 자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아니, 그보다 선댄스와 같은 혹은 비슷한 병을 앓고 있는 아이를 그리는 우리 동화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해 본다. 분명 있긴 있을 텐데 선뜻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처럼 유쾌하게 그리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는 대개 그 가족의 고통에 초점을 맞추거나 그 안에서도 성장한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것이 바로 사회 문화적 차이겠지. 하지만 그러한 차이를 인정한다 해도 책 읽기의 재미는, 글쎄. 진지하고 가라앉은 동화도 좋지만 이젠 유쾌하고 발랄하며 위트있는(그러나 톡톡 쏘는 듯한 요즘의 문체와는 약간 다른, 그야말로 행간에 많은 이야기가 있는) 우리 동화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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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의 미해결 사건 파일 4 - 왕위 후계자 실종 사건 셜록 홈즈의 미해결 사건 파일 시리즈 4
트레이시 버렛 지음, 하정희 옮김 / 아롬주니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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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이야 학교마다 도서관이 잘 마련되어 있고 도서관 이용이 보편화되었지만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하더라도 '사서'는 말할 것도 없고 초등학교에 도서관이 따로 있던 학교가 얼마나 되었을까 싶다. 학교에 있던 책을 각 교실에 나눠줘서 학급문고처럼 만들었던 것을 떠올리면 도서관 비스무리한 게 있긴 했나 보다. 그러나 역시 도서관이라고 명명된 곳은 본 기억이 없다. 어쩌면 오히려 각 교실에 책을 나눠 준 것이 내겐 잘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거기서 읽고 싶은 마음껏 책을 꺼내서 읽었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한 가지 종류의 책만 읽었다는 점이다. 고로 어떤 책들이 있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오로지 기억나는 것은 셜록 홈즈가 나오는 책만 있었다는 것 정도. 다 읽고는 옆 반에 있는 책까지 몽땅 읽어댔으니 엄청 빠져있긴 했나 보다. 그렇게 추리소설에 대한 사랑은 중학교 때까지 계속되었다. 마침 친구네 집에 코난 도일의 책이 많아서 열심히 빌려 읽었더랬다. 그 친구는 나중에 전학을 가서 이름도 가물가물하지만 책을 빌려줬다는 것만은 기억할 정도니 추리소설을 어지간히 좋아하긴 했나 보다. 그래서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추리소설에 대한 기억 내지는 향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의 기억이 거의 전부다. 그 후로 우리 작가의 작품을 조금 읽긴 했는데 그닥 재미있지 않아서 접은 기억도 난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다시 만난 홈즈가 살짝 등장하는 추리소설. 홈즈의 후손이 활약하는 책이지만 코난 도일의 후손이 쓴 책은 아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일까, 아니면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해서일까. 당연한 얘기지만 예전의 그런 설렘은 없다. 아무래도 전적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책이기 때문에 코난 도일의 홈즈와는 추리 능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역시 사건이 어떤 식으로 해결될까, 혹은 누가 범인일까를 추측해가며 읽는 재미는 변함이 없다. 다만 사건의 실마리가 어쩜 그렇게 있어야 할 자리에 있고 그걸 어찌 그렇게 정확히 알아내는지, 때로는 너무 빠르고 정확해서 김 빠지기도 한다. 이미 작가의 머릿속에 있는 그림들이 등장하는 것 뿐이라는 생각 때문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씌어진  추리소설의 매력은 바로 아이들 주변에서 일어난 일을 그들이 스스로 풀어간다는 점이다. 여기서도 제나와 잰더 남매는 왕위 후계자이자 제나의 친구인 앨리스가 사라지자 앨리스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여기에는 역시 주변 인물의 음모가 있고 출생의 비밀이 있으며 전문 분야에서 도움을 주는 이들이 있다. 게다가 잰더는 카메라와 같은 기억력을 갖고 있으니 탐정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갖춘 셈이다. 셜록 홈즈가 해결하지 못한 사건의 연장선상에 있는 사건들이 때마침 일어나 주어서 예전의 기록을 살피며 현재의 문제를 풀어간다. 이들이 셜록 홈즈의 후손이기 때문에 혹시나 셜록 홈즈의 자취를 느끼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건 전혀 아니고 현대에 맞는 새로운 사건들과 새로운 방법들이 등장한다. 문득 예전에 읽었던 코난 도일의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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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단다 I LOVE 그림책
릭 윌튼 글, 신형건 옮김, 캐롤라인 제인 처치 그림 / 보물창고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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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가 어렸을 때 잠깐, 아주 잠깐 육아일기를 썼더랬다. 계속 이어졌으면 좋았겠지만 여러 여건상,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게으르기 때문에 이어가질 못했다. 어느날 우연히 둘째가 그 일기를 보았던지 자기가 처음 심부름했을 때 그렇게 신기했었냐고 묻는 것이다. 모르긴 해도 일기에 그런 내용이 있었나보다. 크고 난 후에야 심부름이 별 것 아니지만-지금이야 거의 일상이 되었지만-처음 심부름을 한다는 의미는 단순히 내 일손을 거들어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서로 의사소통이 된다는 의미였으니 특별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무엇이든지 '처음'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뭔지 모를 설렘과 두려움의 의미가 들어있는 듯하다. 처음 태어났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사실 그때는 감격보다는 두려움과 안도감이 더 컸던 기억이 난다. 남자들은 모르겠지만, 여자들은 특히 더) 처음 눈을 마주치고 웃던 날이며 처음으로 뒤집던 날, 처음으로 한 발짝을 떼던 날 등 태어나서 일 년은 그야말로 감탄과 신비함의 연속이었다. 아, 정말이지 이제는 너무 커버려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일들이 되살아나게 하는 책이다. 맞아, 그땐 이랬지. 그런데 지금은 모든 걸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내가 원하는 대로 하길 바라며 다그치고 있다.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새롭고 신기하며 경이로웠던 때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말이다.

  부모의 마음으로 보았을 때 더 감동적인 책이 있기 마련이다. 모름지기 이 책도 그런 책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는 아이를 키우면서 연령대별로 겪는 일이 무지 적절하게 표현되어 읽으며 맞아맞아를 연발했다면 이 책은 아이가 태어나서 일 년까지의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사랑스러운 그림과 절제되고 부드러운 말로 일 년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물론 그 시간이 마냥 행복하고 예쁘기만한 것은 아니다. 이유도 없이 울어댈 때,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어서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할 때, 툭하면 밤에 깨서 우는 바람에 잠을 설칠 때 등 힘들 때도 많다. 그러나 가끔 웃어주거나 처음 새로운 행동을 하는 것으로 그 모든 것들이 보상받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니 더욱 새롭다. 책을 보고 미소짓다가 어느새 기억 저편을 헤매고 있다. 따라서 이제 막 돌을 맞이한 자녀가 있는 사람이 봐도 좋지만 아이가 크더라도 지난 기억을 더듬으며 지금의 아이에게 좀 더 관대한 마음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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