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우주 이야기 과학과 친해지는 책 10
이지유 글.그림 / 창비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학의 여러 분야에서도 유난히 어려운 게 우주다. 특히 별자리 이야기만 나오면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지구과학을 어려워했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눈으로 보기 힘들고 직접 체험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이다. 실체가 있다지만 실체는 보이지 않고 오로지 지식으로만 접근해야 하니 구체적인 지식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머리로만 이해해야 하는 우주와 천체 관련 분야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은하가 어쩌고 블랙홀이 어쩌고 하지만 그런 것들은 누군가가 찍은 사진을 보는 것이 전부이고 그 나마도 어떤 것은 상상하거나 공상과학 영화를 연상해야 하니 왜 안 그렇겠나.

  그나마 우주에 관한 책을 다양하게 읽다 보니 이제 조금 뭔가가 잡히는 듯하지만 안개 속을 헤매는 듯한 기분은 여전하다. 그래도 이처럼 우주에 대해 재미있고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해 주는 이런 책을 만나니 다행이다. 게다가 작가가 전공한 분야에 관한 책이니 금상첨화다. 별똥별 아줌마로 잘 알려진 이 작가는 워낙 어린이책 쪽에서는 과학 분야에서 다양한 책을 쓰고 번역했기 때문에 일단 믿을 수 있다. 게다가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화산 이야기>를 워낙 재미있게 읽은 터라 다른 책도 은근 기대가 된다. 이번에 창비에서 새롭게 펴낸 우주 이야기를 이렇게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되다니 어찌나 반갑던지.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는 보현산 천문대 가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조금씩 우주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아이들과 함께 꼭 가고 싶었지만 가지 못한 곳 중 하나가 바로 천문대인데 이처럼 생생한 천문대 이야기를 읽으니 더욱 재미있다. 태양계에 있는 행성을 차례로 이야기하고 유성과 혜성 이야기 등 많이 들었던 이야기와 더불어 잘 몰랐던 것들도 이야기하고 있어서 어렵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것을 아는 재미가 있다. 어떤 직업인들 안 그렇겠냐만 천문학자라는 직업은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고된 직업이란다. 별을 관찰할 때 망원경을 이용하므로 기계의 힘을 빌리는 것이지만 별을 발견하고 그것을 관찰해서 정리하는 일은 사람이 일일이 해야한다니 정말 보통의 인내심 갖고는 힘들겠다.

  얼마전에 미국이 우주 산업을 축소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그로 인해 NASA의 규모도 축소되었으니 앞으로 우주 산업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인간은 오래 전부터 우주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경외감을 가졌던 만큼 언젠가는 인간의 욕망이 우주를 향할 때가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우주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고나 할까. 아니, 내게는 철학 만큼이나 추상적인 분야다. 그러나 쉽고 재미있는 설명을 따라가다 보니 우주가 내게 조금 가까워진 느낌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슈베르트 2012-02-05 15: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주 좋음 이거 고칠려면 비번 1234임
 
체리나무 위의 눈동자 동화 보물창고 36
윌로 데이비스 로버츠 지음, 임문성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얼마전, 그러니까 방학하기 전에 5학년 아이가 추리소설 좀 찾아달라는데 내가 읽었던 셜록 홈즈 시리즈 외에는 마땅히 생각나는 책이 없는 거다. 간혹 동화에서 사건에 휘말려서 헤쳐나가는 과정이 나오긴 하지만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은 추리소설이라는 말을 당당히 쓴다. 작가소개부터 읽지 않았다면 몰랐을 테지만 이미 그것부터 읽었기 때문에 이 책의 저자가 '에드거 앨런 포 상'을 세 차례나 수상한 미국 최고의 추리소설 작가이며 이 책이 어린이를 위해 쓴 첫 추리소설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러니까 추리소설적인 요소가 들어있는 동화가 아니라 어린이를 위한 본격적인 추리소설이라는 얘기다. 도대체 어린이가 읽는 추리소설은 어떨까하는 궁금함과 함께 어떤 사건을 다룰까 궁금했는데 역시 살인사건이 나온다. 어린이 책에서 살인사건이라, 이건 좀 센 걸.

  롭의 누나가 결혼식을 앞두고 정신없는 가운데 이야기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도무지 이게 어딜 봐서 추리소설인지 모를 정도로 롭의 가족과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처음부터 사건이 일어나는 소설은 없으니 기다리는 게 당연하지만 오히려 처음에 시작되는 부분은 롭의 성장과정에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 아무도 롭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고 롭에게 신경쓰지도 않는 분위기가 계속되기 때문에 이러다 롭이 상처받고 그걸 극복하는 과정이 주된 이야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게다가 롭이 무슨 말만 하면 거짓말을 한다고 몰아붙이는 가족들의 모습은 결코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으니까.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가운데서도 가족들의 대화나 행동은 코미디를 연상케 한다. 특히 롭이 칼로웨이 부인에게 빗자루로 맞은 것에 복수하기 위해 아침 일찍 케첩을 온 몸에 뿌리고 그 집 계단에 누워 있을 때의 상황은 어찌나 웃기던지 곧 살인사건이 벌어질지도 모르는(아니, 벌어지는-왜냐하면 뒷표지에 '살인 사건을 목격'했다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추리소설이라는 것도 잊은 채 한참을 웃었다. 단지 롭이 계단에 있었던 상황이 웃긴 게 아니라 하필이면 그것을 칼로웨이 부인이 발견해서 놀람과 동시에 롭의 누나인 달시도 봤다는 게 문제다. 아니 보기만 한 게 아니라 동생이 죽은 줄 알고 놀라서 뛰어왔는데 알고 보니 케첩을 뒤집어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안 순간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음은 물론이요, 롭이 천하의 말썽쟁이로 둔갑하는 순간이었다. 작가가 단순히 상황을 순차적으로 설명한다면 그냥 하나의 해프닝이 되었을 테지만 글을 어찌나 맛깔스럽게 쓰던지 전혀 의외의 순간에 의외의 문장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무리 그래도 칼로웨이 부인이 죽는 장면을 어린 아이가 봤는데 가족들은 어쩜 그토록 무심할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럴 때는 먼저 롭이 받은 충격을 헤아렸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런데도 온 식구는 모두 달시의 결혼식에만 집중하느라 롭을 방치할 뿐만 아니라 작은 잘못도 크게 부풀려서 오히려 롭을 못된 아이로 몰아붙인다. 극적 구성을 위해서 이런 부분은 그냥 넘어가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우리 작가의 동화 중 <오렌지 별에서 온 아이>에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했던 것은 아닌가 자문해 본다. 그 책에서 아이들이 총에 위협당하고 죽을 고비를 넘기는데도 그 아이들의 심리적 충격에 신경 안 쓰는 작가가 내심 못마땅했는데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로 본다면 그 정도는 가능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마 이 책은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단순히 '소설'로 인식한 데 반해, 그 책은 여기를 배경으로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주인공들과의 거리가 더 가까워서 지나친 걱정을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이처럼 우리 동화와 외국 동화를 대하는 자세부터 다르다. 이것은 단순히 외국 동화에 더 후한 점수를 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 동화는 나도 모르게 '현실'이라고 착각한다는 의미다.

  살인 사건을 목격했다는 무거운 설정에도 불구하고 롭의 가족의 행동을 따라가다 보면 한바탕 정신없는 가족극을 보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가족간의 사랑을 느낄 수 있고 롭이 자신의 일을 스스로 헤쳐나가면서 성장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특히 고양이 애물단지를 대하는 태도는 다른 사람들이 롭을 거짓말쟁이에 말썽쟁이로 취급하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면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는 롭이 못된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진작부터 알 수 있다.
 
  그나저나 달시가 롭에게 하는 말을 들어보니 결혼이라는 것은 어느 나라나 보통 일이 아닌가 보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작가는 재치있게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롭, 네가 결혼할 때가 되면 사람들이 그냥 야반도주나 하라고 꼬일 거야. 그 말, 절대로 들으면 안 돼. 그럼 나처럼 선물을 많이 받을 수 없거든." 안 그래도 롭의 엄마가 그 전에 혼자말로 '테디는 누구하고든 눈이 맞아서 야반도주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바로 달시가 그 말을 한 것이다. 이런 식의 유머와 은유가 곳곳에 있어 재미를 더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그림책 보물창고 55
로버트 브라우닝 지음, 케이트 그리너웨이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에게 책을 열심히 읽어 주던 시절, 그러니까 그림책의 맛에 막 빠져들 때 만난 책 중 하나가 이 책과 동일한 제목의 책이다. 그리고 어린이 책에 살짝 발을 들여놓았을 때 랜돌프 칼데콧과 케이트 그리너웨이라는 인물을 알게 되면서 이 책(물론 동일한 제목)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어린이 책 분야에 지대한 공을 세웠기에 그걸 기리는 의미에서 두 사람의 이름을 딴 상을 제정했고 그 상의 권위는 모두가 인정하니 왜 안 그렇겠나. 지금이야 각 출판사에서 두 개의 상을 탄 책만을 따로 묶어서 판매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지만 당시만 해도 그 이름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러던 시절에 케이트 그리너웨이가 그린 책이라니 무척 소중하게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오래전에 나온 책답게 종이가 누렇고 현란하지 않으면서도 부드러운 색조의 그림이 괜히 푸근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동일한 책이 여러 출판사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때로는 약간 변형시킨 이야기도 있지만 때로는 번역만 다르게 한 책을 만나기도 했다. 이 책은 후자의 경우다.

  그러나 언제 만나도 좋은 책이다. 출판사가 다른 같은 제목의 책을 꺼내놓고 함께 보는 것도 흥미롭다. 언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모임에서 그런 시도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서 이제는 모든 어린이가 아는 이야기가 되었다지만 그렇지 않아도 워낙 유명한 독일의 옛이야기라서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쥐가 너무 많아서 도무지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없었던 하멜른 사람들은 결국 시장에게 어떤 방법을 모색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그런데 시장은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사람들이 시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 보아도 일 보다는 자신의 안위와 권력 유지에만 관심있는 사람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이니 피리 부는 사나이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이야기가 오백 년 전에 있었던 일이라고 시작하기 때문에 마지막에 트란실바니아 사람들의 조상이 바로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쫓아간 아이들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절뚝거리는 발 때문에 미처 따라잡지 못한 소년을 통해 피리 부는 사나이가 아이들에게 지상낙원으로 데려다 주겠다고 꾀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아마 그 모습이 바로 책 앞부분에 나오는 그림이 아닐런지(시공주니어에서 나온 책은 이 그림을 표지로 사용했다). 그러나 지하 감옥에서 탈출했다는 트란실바니아 사람들의 이야기로 추측해 보건대 피리 부는 사나이가 데려간 곳은 그런 지상낙원은 아니었던 듯하다. 즉 피리 부는 사나이 거짓말을 했던 것. 그런데도 나는 자꾸 피리 부는 사나이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화자도 피리 부는 사나이의 거짓말보다는 시장과 시의회의원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더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 보다는 시장의 무능력과 권력욕, 이기심이 더 밉기 때문은 아닐런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슈퍼 첩보원 칸델라 2 - 해적, 검은 수염의 안대를 찾아라! 슈퍼 첩보원 칸델라 2
모니카 로드리게스 지음, 모니카 카레테로 그림, 유혜경 옮김 / 아롬주니어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키가 멀대같이 크고 비쩍 마른 칸델라의 모습이 이젠 무척 익숙하다. 그리고 엉뚱하지만 사건을 잘 해결해나가는 것에도 익숙해졌다. 그러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아주 진지하게 하는데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 예를 들면 이런 것 말이다.

  "죄송해요, 선장님. 이 배의 목적지가 제가 생각하는 곳이 맞나요?"
  칸델라가 물었어요.
  "아가씨가 생각하는 목적지가 내가 생각하는 목적지라면, 네, 맞아요."
  선장은 입에 파이프를 문 채 대답했어요. (14쪽)

  여기서 구체적인 목적지는 당연히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둘은 의견일치를 보았고 결론적으로 그것이 칸델라가 임무를 수행하는데 적절한 곳이었다.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격이지만 이 모든 것이 '총명함으로 따지자면 따라올 자가 없는' 칸델라의 솜씨란다. 그러니까 이 또한 칸델라의 실력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어린이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런 식의 위트가 재미있다. 사실 우리의 동화는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사실적이어서 비어있는 부분이 별로 없는데 이것은 비어 있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독자가 채워넣을 부분이 그만큼 많다. 뭐, 어쨌든 덕분에 칸델라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다. 물론 칸델라를 졸졸 따라다니며 방해하기 위해 기를 쓰는 말라트라파도 함께.

  이번 임무는 안대를 잃어버려서 착해지려는 해적을 원래대로 돌려놓는 일이다. 그럼 해적이 나쁜 짓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얘긴가. 그러나 여기서의 해적은 요즘에 문제가 되는 그런 해적과는 거리가 멀다. 어수룩하면서도 인간적인 면이 있으며 남을 해치지 않고 그저 보물을 찾아다니는 해적을 의미한다. 그런 해적이 자신을 겁쟁이라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포기하려고 하니 문제다. 이 또한 칸델라가 잘 해결하는데 원래부터 해적 두목의 안대는 없었단다. 그런 헛소문을 퍼트려 해적 두목의 정신을 와해시킨 사람을 용케 잡아낸다. 그 전에 어떤 단서도 없었기 때문에 독자는 칸델라가 더 대단해 보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아무리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라도 다른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만 은근슬쩍 이야기함으로써 일도 해결하고 그 사람의 신상까지 보호한다. 칸델라의 매력은 그게 아닌가 싶다. 처음에는 허무맹랑한 설정에다 전혀 객관적이지 않은 이야기라 이게 뭔가 싶었는데 4권을 만나다 보니 그럭저럭 적응이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슈퍼 첩보원 칸델라 4 - 조로의 가면을 찾아라! 슈퍼 첩보원 칸델라 4
모니카 로드리게스 지음, 모니카 카레테로 그림, 유혜경 옮김 / 아롬주니어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칸델라는 못 하는 게 없고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하긴 그러니까 첩보원을 하는 것이겠지만. 이번에는 가면을 잃어버려서 제대로 활동을 못하는 조로를 위해 가면을 찾아주는 임무다. 음, 조로는 가면을 써야만 정의의 사도가 된단다.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임시로 가면을 쓰는 것이 아니라 어느새 가면이 조로를 규정하는 의미가 되어 버렸다. 여하튼 조로는 가면을 잃어버려서 악당과 싸우지 않는다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역시 칸델라가 나섰다.

  칸델라는 미션을 받는 방법부터 독특하다. 원래 미션은 위에서부터 떨어진다는데 처음엔 그렇게 시작되었지만 중간에 이상한 상황에 처해져서 하마터면 엉뚱한 곳으로 갈 뻔했지만 칸델라가 누구인가. 결국 어찌어찌해서 미션 쪽지가 칸델라를 찾아갔다. 칸델라는 똑똑하기 때문에 간단한 쪽지를 보고도 어디로 가야하는지 안다. 지도를 보다가 문득 보이는 곳이 자기가 가야할 곳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여하튼 칸델라는 직감이 뛰어나다.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지만 그렇다고 일이 잘못되는 것도 하나도 없는 칸델라의 임무 수행 그야말로 경이 그 자체다. 비행기를 조종할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자 바람을 불어넣은 인형을 앉혀 놓고 그 인형에게 조종을 맡긴다.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상황이지만 칸델라의 이야기에서는 모두 가능하다. 게다가 서로 자기가 조로라고 우기는 사람들에게 가면을 만들어 씌워주고 칼싸움을 시켜서 누가 진짜 조로인지 밝혀내는 솜씨는 거의 홈즈 수준이다. 사실 나중에 칸델라가 진짜 조로에게 귓속말 하는 부분에 가서는 다시 앞장으로 넘겨야만 했다. 도대체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처럼 전혀 의외의 곳에서 재치와 눈치를 이용해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칸델라를 보고 누가 엉성한 첩보원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지만 읽다 보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