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용의 나라 우리 문화 속 수수께끼 4
박윤규 지음, 정승희 그림 / 사파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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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 책을 읽다 보면 용을 바라보는 동양과 서양의 시각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용을 신성하고 영험한 동물로 대한다. 그래서 임금을 용으로 표현하고 전설 속에서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어디 그 뿐인가. 큰 인물이 된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과 용을 결부시켜 비범함을 나타내고자 한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물리쳐야할 대상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공주를 납치해간 용을 물리쳐야만 공주와 결혼하거나 왕이 될 수 있으며 영웅이 되기 위해 싸우는 상대 또한 용이다. 용은 상상의 동물이기 때문에 생긴 모습을 묘사하는 것이야 당연히 다르겠지만 이처럼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이 전혀 다르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용이 물을 다스린다고 했다. 그래서 비가 안 오면 기우제를 지내고 바다에 나가기 전에 용을 달래기 위해 제를 지냈다. 내가 어렸을 때 한동안 비가 오지 않자 동네 아주머니들이 돌아다니며 무슨 기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풍습이라 우리 아이들은 그러한 모습을 볼 기회가 없어 보인다. 그래서 이렇게 책으로나마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는다. 

   주변에서 용과 관련된 지명이나 전설을 찾기는 아주 쉽다. 그만큼 우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용을 한 곳에 모아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바로 이 책이다. 용에 대한 전설을 들려주고 그에 대한 풀이를 해 놓았으며 실제적인 정보도 알려준다. 예를 들면 왕건의 출생과 관련된 전설을 옛이야기 형태로 들려주고 정보면에서는 그 밖에 용과 관련 있는 왕을 이야기하며 왜 그런지도 들려준다. 그리고 왕의 얼굴을 용안이라고 하거나 옷을 용포라고 부르는 것에서 용은 곧 임금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아이들은 옛이야기 같은 것을 더 좋아할지 모르겠으나 나 같은 사람은 정보를 보며 몰랐던 것을 알거나 기억하지 못했던 사실을 새롭게 떠올리는 부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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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도 모르면서 큰곰자리 1
이나모토 쇼지 지음, 후쿠다 이와오 그림, 우지영 옮김 / 책읽는곰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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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에 둘째의 친한 친구가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 떠나기 전에 친구들과 놀기로 되어있는데 우리는 시골에 다녀오느라고 놀 시간이 많지 않을 듯해서 보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친구가 약속 시간보다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다른 모든 친구는 함께 오랜 시간 놀았는데 우리 아이만 빠지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 사실을 나중에 알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둘째에게 원망만 들었다. 친구와 놀고 싶은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날씨도 안 좋고 데려다 주기도 귀찮아서 억지를 부린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는 점을 시인한다. 마치 주인공의 엄마처럼 말이다.

  모처럼 친구와 놀기로 약속했는데 엄마가 공부를 다 하고 가라고 막는다면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 이번 한번만 봐 주면 안되나 싶다가도 지금까지 계속 이런 식이었을 것을 생각하면 주인공의 엄마처럼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죽했으면 저럴까. 아이들에게 속은 것이 어디 한 두 번인가 말이다. 그래도 다른 아이들이 모두 좋아하는 겐과 남자 대 남자로 약속했는데 그건 꼭 지켜야 하는 것이니 엄마가 좀 이해해 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여전히 든다. 하긴 그러면 이야기가 안 되겠구나.

  주인공은 엄마가 자꾸 공부를 시키자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는 모습이 얼마나 웃긴지 모른다. 받아내림이 있는 뺄셈을 하면서 앞에 있는 숫자에서 안 빌려주면 어쩔 거냐고 억지를 부린다. 주인공은 심각한 상황인데도 웃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원. 엄마도 아이가 억지를 부린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나 같으면 이번만 봐준다며 그냥 보내줬을 것 같다. 그러니 항상 약속을 제대로 안 지키는 것이지만.

  겐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 다른 친구들과 노는 모습을 봐야만 하는 주인공의 마음은 편치 않다.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면 간단히 해결될 테지만 그 역시도 쉬운 일이 아니다. 사과라는 것도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하는 법인데 어영부영 하다 보면 시기를 놓치기 일쑤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엄마가 그 상황을 모두 알고 있고 엄마에게 투정을 부릴 수 있다는 점이다. 혼자 속으로만 앓고 있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뿐더러 마음의 상처만 더 깊어지는 게 어린이들이다. 그리고 또 하나 다행인 것은 엄마가 대신 사과해주겠다고 해도 주인공이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하는 부분이다. 만약 엄마가 해결해 주면 친구들에게 보여지는 모습도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도 계속 부모에게 의지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문제가 아주 바람직한 방법으로 해결되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아이 스스로 선택한 일이니 부모의 입장으로 읽는(아무래도 이런 경우는 자꾸 부모의 입장으로 읽게 된다.) 내가 다 기분이 좋다. 한 마디로 말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다 들어있으면서도 작위적이거나 훈계조로 이야기하지 않고 재미있기까지 한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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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쟁이 해리 : 바다 괴물이 되었어요 - 개정판 개구쟁이 해리 시리즈
진 자이언 글, 마거릿 블로이 그레이엄 그림, 임정재 옮김 / 사파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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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운 여름이다. 너도나도 바다로 놀러가는 시점이 되었다는 얘기다. 사실 나는 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고 특히 소금기가 묻어나는 바닷물은 더욱 안 좋아해서 바다로 놀러가기는 아주 가끔이지만 여름의 바닷가 풍경은 너무 익숙하다. 해변에 똑같은 파라솔이 줄지어 있는 모습과 물속에 바글대는 인파. 이 책을 보는 순간 그러한 해변의 풍경이 저절로 떠오른다.

  해리는 천방지축 못 말리는 강아지다. 검은 점이 있는 하얀 강아지인데 이 집은 해변으로 놀러가도 강아지를 데리고 가나 보다. 우리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어 맡기고 가는데 말이다. 식구들이 해변으로 줄지어 가고 마지막에 해리가 따라가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재미있다. 게다가 해리가 있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뭔 일이 터지기 때문에 이번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자못 궁금하기도 할 정도다.

  아니나 다를까. 파라솔이 작아서 옹기종기 붙어 앉아야 하는 상황에서 해리 자리는 없다. 결국 쫓겨나서 그늘을 찾아다니던 해리는 우연히 바다에서 밀려온 바닷말을 뒤집어 쓴다. 뜨거운 햇살 아래서 시원한 바닷말을 뒤집어 썼으니 얼마나 시원할까. 다른 사람들은 그것이 강아지라는 것을 모르고 해리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전혀 짐작하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일 뿐이다. 시원해서 가족을 찾아가려고 신나게 뛰어다니는 해리를 보고 사람들이 괴물이라고 소동을 벌이지만 해리는 자신의 모습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이것이 해리의 매력이다. 남들은 자기를 어떻게 보든 자기 마음대로 돌아다닌다는 것 말이다.

  '헤이'를 해리로 잘못 알아듣고 그곳으로 뛰어가는 모습은 또 어떻고. 사실 바닷말을 뒤집어 써서 사람들이 괴물로 오해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모습이 전형적인 강아지 모습이다. 게다가 해리는 운도 좋다. 사람들에게 막 잡히려는 순간 의도하지 않았지만 도망쳤으니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아이들을 만나 집으로 돌아오고 다음 해에는 훨씬 커다란 파라솔을, 그것도 해리와 비슷한 모양인 하얀 바탕에 검은 점이 있는 파라솔을 준비했으니 이제 해리가 가족을 못 찾는 일은 없겠다. 이 시리즈가 나온 지 꽤 되었는데도 읽으면 여전히 재미있고 아이들도 여전히 좋아한다. 물론 나도 무지 재미있고 좋아하는 책이다. 특히 아무것도 모른다는 해리의 표정은 어찌나 귀여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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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자루 타고 씽씽씽 그림책 보물창고 54
줄리아 도널드슨 지음, 신형건 옮김, 악셀 셰플러 그림 / 보물창고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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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릇 마녀란 뾰족 모자를 쓰고 빗자루를 타고 다니며 마법 지팡이를 들고 다닌다. 그러니까 여기 나오는 마녀가 전형적인 마녀의 모습인 셈이다. 거기다가 이 마녀는 수프를  끓이는 커다란 가마솥을 들고 다닌다. 이것만 있으면 어디서나 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는 더욱 중요한 용도로 사용한다. 바로 마법의 묘약을 만드는 솥단지였던 것. 아니, 약이 아니라 의자가 있고 샤워기까지 달려 있는 마법 빗자루를 만드는 재주가 있는 솥이다. 가만, 그러면 하늘을 마음대로 날 수 있는 빗자루나 바꾸고 만들 수 있는 마법 지팡이보다 이게 더 중요한 것 아닐까. 여하튼 가마솥의 용도는 그렇단다.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다니는 이 마녀는 마음씨가 착하다. 잃어버린 모자를 찾아준 개가 빗자루에 태워달라고 요청하자 선뜻 그러마고 허락하니 말이다. 어디 그 뿐인가. 그 후로도 물건 하나씩 잃어버릴 때마다 그것을 찾아주는 동물을 빗자루에 태우다 보니 어느새 빗자루는 만원이다. 마녀에 고양이와 개, 새, 개구리까지 탔으니 어째 불안하다. 아니나 다를까. 개구리가 팔짝팔짝 뛰자 급기야 빗자루가 부러지고 만다. 그런데 하필이면 마녀가 떨어진 곳이 심술궂은 용이 있는 곳이다. 이제 마녀는 꼼짝없이 용에게 잡아먹히게 생겼다. 원래 용보다 마녀가 더 세지 않나. 여하튼 마녀가 용에게 먹히려는 찰나 무시무시한 괴물이 나타나서 마녀를 구해준다. 아주 커다랗고 흙탕물을 뚝뚝 흘리는 괴물은 실체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상한 모습을 했다. 이름을 아는 무서운 괴물보다 이름을 모르는 무언가가 더 두려운 법이다. 글에서 설명할 때는 당췌 무슨 괴물인지 예측을 못하겠지만 그림을 보면 대충 알 수 있다. 머리가 넷 달린 괴물이 무얼까 생각했다가 그림을 보면 왜 머리가 넷인지 이해가 간다. 

   착한 마녀가 친구들의 부탁을 들어줘서 빗자루에 모두 태우고 날아갔듯이 친구들은 마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위험을 무릅쓰고 구해줬다. 얘네들이라고 용이 안 무서웠을 리가 없다. 그런데도 친구를 위해 용기를 냈던 것이다. 마녀는 그 보답으로 빗자루에 멋진 의자까지 만들어줬다. 마녀가 갖고 다니는 그 어떤 빗자루도 이런 것은 보질 못했다. 고양이는 편안히 앉아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고 개는 책을 보고 있으며 새는 둥지에 앉아 있고 개구리는 신나게 물놀이 하고 있는 빗자루. 어찌나 편안해 보이는지 이거 보기만 해도 부럽다. 이런 빗자루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길쭉한 나무만 있는 빗자루는 가라, 이제부터는 소파가 있는 빗자루니라, 뭐 이런 건가. 물건을 하나씩 잃어버릴 때마다 새로운 동물이 합류하는 반복되는 구조와 마지막에 친구를 위해 용기를 내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과 선명하고 재미있는 그림은 비록 신선한 맛은 없지만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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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새는 울지 않는다 푸른도서관 46
박윤규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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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 개념이 정말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예를 들면 세계사에 큰 사건으로 남을 구소련이 무너지던 해, 독일의 장벽이 무너지던 해 등 내가 살아있을 때, 그것도 세상 돌아가는 상황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갖게 되던 때에 일어난 일이라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역사에 기록될만한 사건이 일어난 것과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경험을 한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그래서 큰딸에게 신나서 이야기하면 그게 언제였냐고 묻는다. '1990년'이라고 답하면 딱 한 마디 한다. '에이, 내가 태어나기 전이잖아.' 이것으로 게임 끝이다. 그러니까 걔네들에게는 이것조차 옛날 일일 뿐이라는 것.

  그런데 1980년에 일어난 일이라면 어떻겠는가. 이건 완전 옛날이다. 내가 1950년대에 일어난 일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는 얘기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뭐라 할 것만도 못된다. 사실 어른들이 1950년대나 60년대에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하면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처럼 여겨져서 그닥 관심갖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그런 것이 모여 역사가 되고 현재의 우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 생각이 달라진다. 게다가 아직까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현재진행형이라면 그것은 단순히 과거가 아니다.

  이 책의 배경이 된 광주민주화항쟁은 아이들도 분명 알아야 할 일이지만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용어 자체도 정권에 따라 왔다갔다 하기도 하니 현재진행형인 것만은 확실하다. 더우기 책임자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고 심증이 가는 인물은 버젓이 잘 살고 있으니 완전히 끝나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이다. 그나마 이번에 광주민주화항쟁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으니 앞으로는 어떤 식으로든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다. 하긴 이 때도 말이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도대체 그들은 어느 나라 사람인지 의아할 따름이다. 배울만큼 배운 사람들이 정부에서 공식으로 인정한 사실을 자기들 기준대로 생각하다니. 그야말로 리플리 효과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책 얘기를 하다가 흥분해서 잠시 옆길로 샜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광주항쟁과 판소리를 절묘하게 접목시켰다. 국악 명창인 금방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어린이들이 자신들의 눈높이로 이 사건을 바라보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어른이 그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열세 살 방울이의 시각에서 보도록 한다. 그래서 대의니 민주화 시위니 하는 거창한 의미보다 방울이의 주변 인물을 들여다보며 진실을 조금씩 알아가는 방식을 취한다. 나머지 방울이의 수준을 벗어나는 부분은 대학생인 민혁이를 통해 들려준다. 어차피 나머지 이야기야 사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므로 구구절절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다. 다만 모든 진실이 밝혀질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모르긴 해도 당분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지만 말이다. 그 희생을 토대로 한 민주화보다 그 학살을 토대로 한 권력의 수명이 더 길어 보이니까. 어쨌든 나는 이 동화를 단순히 동화로 읽은 것이 아니라 오늘을 읽는 수단으로 읽었다. 그래서 아이들과는 시각이 전혀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책이 꼭 필요하긴 한데 지금의 아이들이 과연 좋아할지, 의문이자 걱정이다. 그래도 누군가가 5.18을 소재로 한 책을 찾는다면 거기에 보태져서 조금이나마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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