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니모의 환상모험 플러스 6 - 다른 생쥐 앞에서 방귀 뀌지 마 제로니모의 환상모험 플러스 6
제로니모 스틸턴 지음, 김재선 옮김 / 사파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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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로니모 팬이었던 아이가 있었는데 항상 제로니모 책을 들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때만 해도 그런 책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읽어보진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길래 그토록 좋아하는 것일까. 헌데 마침 읽을 기회가 생겼다. 이것은 플러스라고 되어 있던데 초창기에 나왔던 책보다는 훨씬 얇다.

  우선 처음 읽는 것이니 제로니모가 누구인지 몰랐다. 알고 보니 제로니모는 신문 편집장이자 작가란다. 그러니까 이야기 속에서도 작가이지만 실제로 이 책의 작가가 바로 제로니모 스틸턴이다. 작가 이름을 따로 광고할 필요가 없겠다. 아이들이 작가는 몰라도 주인공 이름은 잘 기억하니 말이다.

  이야기는 천방지축이며 예의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보기 힘든 사촌 동생 트랩의 전화로 시작한다. 자기 할 말만 하고 끊어버리고 사촌 형인 제로니모의 집에 불쑥 찾아와서는 자기 집인 양 물건을 만지고 심지어 귀한 병을 깨트리기까지 한다. 그러고도 잘못했다거나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어휴,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속터질까. 물론 제로니모도 트랩에게 끊임없이 충고하고 가르치지만 문제는 트랩이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초대받아 간 성에서 어찌나 말썽을 부리는지 쫓겨날 위기에 처하지만 제로니모의 명성 덕분에 간신히 있게 된다. 그때까지는 트랩이 자기 덕분에 제로니모가 초대되어 간 것으로 생각해서 형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지만, 사람들이 제로니모의 인품과 학식을 우러르자 그제야 제로니모가 자신의 사촌 형이라고 자랑한다. 그제야 트랩이 예절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하며 예절을 가르치는 책을 쓰라고 권유한다.

  어른이 보기에는 뭔 말도 안되고 정신 없이 사건만 이어져서 무슨 재미가 있나 싶지만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어른의 생각일 뿐이다. 아이들은 이런 식의 이야기를 참말로 좋아하니 말이다. 다만 서사를 즐기는 아이들이라면 시시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저학년 남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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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단과 퇴행, 이명박 정부 3년 백서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전국교수노동조합.학술단체협의회 엮음 / 메이데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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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언제나 동일한 쳇바퀴를 돈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은 못 느끼지만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 돌이켜 보면 지난날의 패턴과 동일하게 가고 있음을 알게 되니 말이다. 처음 이 정부가 출범했을 때의 좌절감과 낭패감이 얼마나 컸었던가를 기억해 본다. 현 정부는 역시가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내가 제대로 된 정부의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어쩜 그리 사사건건 반대로만 가는지. 그런데 더 좌절을 느끼게 하는 건 그 길이 제대로 가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점이다. 물론 내 주변에는 나처럼 모두 비주류라 그런지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없지만 주류에 속하는 언론이 하는 말을 들어 보면 그렇다.

  사람은 적응을 아주 잘하는 동물인가 보다. 정말이지 누구에게 이득이 될지 뻔히 보이는 일을 설마 바꿀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 모든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거기서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다. 처음엔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살까 내지는 이처럼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하는 데도 어떻게 항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나 싶어서 화 나고 속이 터졌는데 이제 그래봤자 변하는 것도 없고 변화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그냥 혼자 넋두리만 한다. 그러면서 여하튼 여기,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살고 있다.

  모두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그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써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그와 반대로 간다. 현 정부는 출범 때부터 대기업 프렌들리 정책을 공공연히 표방했기에 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이 변하리라는 것쯤은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혹시나 그들의 주장대로 낙수효과가 정말 생기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역시 그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다. 모르긴 해도 현 정부도 그걸 나중에서야 깨달았을 것이다. CEO 대통령'께서' 그 정도도 몰랐다니. 감세와 규제 완화라는 당근을 주며 물가안정과 고용 확대를 기대했지만 그 역시 한쪽의 일방적인 짝사랑이었다. 기름값을 조금만이라도 인하하라고 그처럼 애원하고 때로는 압박해보지만 그 대기업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초창기에 야심차게 추진했던 'MB 물가'는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한켠에서는 자유시장을 이야기하다가 물가상승이라는 불이 떨어지자 정부에서 규제하려고 하니 그게 어디 마음먹은 대로 되겠나 말이다. 그동안 뿌린 당근을 생각하며 대기업이 따라주리라 기대했던 게 아닌가 싶다. 기업의 생리를 몰라도 너무 몰랐지 싶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읽다가 열 받아 뒷목 잡을 일이 많으리라 기대했으나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 그럴 일이 없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희망적이구나'라는 생각으로 뒷목 잡을 일이 없었어야 했는데 그게 아니라 새로울 것이 없어서였다는 얘기다. 각 분야의 교수와 전문가들이 각각의 사건이나 분야에 대해 잘잘못을 세세하게 따져 묻는데 너무 딱딱한 어조와 사건 나열식이라 읽는 '맛'은 없었다.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글은 아니었다. 그냥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동조할지 몰라도 혹여나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설득당할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그냥 그들끼리(물론 거기에는 나도 포함된다.)의 속풀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고나 할까. 그런 면에서 조금 안타깝다. 반대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러게, 이건 현 정부가 조금 잘못했지.'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것 아닐런지. 여하튼 그래도 먼 훗날 역사는 제대로 평가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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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란 어떤 걸까? 평화그림책 3
하마다 케이코 지음, 박종진 옮김 / 사계절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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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 6월은 자연스럽게 전쟁을 생각하고 더 나아가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달이다. 우리에게 8월은 일본이 생각나고 더불어 자유의 소중함을 깨닫는 달이다. 주변국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사는 나라가 얼마나 될까마는 우리는 주변국과 아주 심각한 상해를 입히는 정도까지 나아갔다. 일제강점기 36년은 아직도 씻지못할 상처를 남겼으며 한국전쟁 3년은 모든 것을 상당히 뒷걸음질치게 만들었다. 그러니 '평화'는 그 어느 나라보다 유의미하게 다가오는 단어다.

  중국과 일본, 우리나라가 모여 평화 그림책을 만들고 있단다. 일전에 우리 작가의 책 두 권이 나왔고 이번에 중국 작가와 일본 작가의 책 각 한 권씩 두 권이 나왔다. 한중일 삼국이 역사를 제대로 보고자 하는 운동에 이어 이번에는 어린이를 위해 그림책을 만들어 평화의 의미와 소중함을 알려주겠다는 취지가 돋보이는 책이다. 그런데, 그런데 왜 나는 자꾸 일본에게 순수한 마음을  가질 수가 없는지 모르겠다. 그들은 지금까지도 자신들이 입은 피해만 생각했지 입힌 상처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 표명도 하지 않는다. 물론 그들은 배상 했고 사죄도 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회피하는 사항들이 훨씬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니까 이 책의 취지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일본이라는 특수한 관계에 대한 불만이다. 그래서, 이 시리즈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과연 일본 작가는 어떤 식으로 평화를 이야기할까 궁금했다. 그리고 이번에 만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극히 상식적이고 평범한 수준의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나 공감할 만하고 동의할 만한 이야기. 대신 진정성이 빠진 공허한 메아리라는 생각도 한켠에 자리 잡는다. 평화란 전쟁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로 시작한다. 지당한 말씀. 그 다음은 폭탄 따위를 떨어트리지 않는 것. 이 또한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여기서 읽기를 멈칫할 수밖에 없다. 전쟁을 누가 일으켰던가. 바로 일본이다. 그런데 그들은 전쟁 일으킨 것에 대해서는 별 다른 죄책감이 없고 자신들이 입은 원폭피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원폭피해와 관련된 동화책은 많은데 자신들이 일으킨 전쟁으로 인해 상처 입은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래서 이 책도 (안 그러려고 해도)그런 선입견을 갖고 보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선입견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책장을 넘긴다. 잘못을 저지르면 잘못했다고 솔직히 인정하는 것(그래, 우리가 원하는 게 바로 그거라니까!), 어떤 신을 믿거나 혹은 믿지 않더라도 싸우지 않는 것(맞다, 앞으로 전쟁이 일어난다면 종교 때문일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등 구구절절 옳은 이야기다. 그리고 결국 내가 태어나길 잘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평화라고 이야기한다. 이 또한 맞다. 하지만 여전히 자기들의 이야기는 쏙 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 마음에 걸린다. 아직도 감정적으로 일본을 대하는 것 같아 편치 않지만 이것이 솔직한 내 마음이다. 이 시리즈의 그림책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일본 작가의 책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유다. 그래서 다음에 나올 일본 작가의 책, 역사의 고통스러운 진실을 담담히 고백하는 책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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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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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향인지 서향인지, 여하튼 어둠침침한 도서실에 분위기를 쇄신할 겸 장미꽃을 꽂아 놓았다. 물론 내가 사다 놓은 것은 아니고 어찌어찌 얻어다 놓은 장미다. 오늘 한 선생님이 시든 꽃잎은 따줘야 예쁘다며 벌어진 꽃잎을 따서 꽃병 주위에 흩어 놓고 묻는다. "이렇게 하니까 어때요?" "왜 꽃잎을 거기다 버리셨어요?" 이 선생님, 자지러진다. 선생님 딴에는 떼어낸 꽃잎을 운치있게 꽃병 주변에 배치한 것이란다. 그걸 버렸다고 표현했으니. 그 선생님이 말한다. "이과 맞구나!" 그렇다. 감성적 소양이 약간 부족한 이과 출신. 그래서 소설보다는 뭔가 얻을 게 있는 지식 정보책을 좋아한다. 아니면 팩트를 기본으로 하고 허구적 요소를 가미한 팩션은 '얻을 게' 있으므로 그나마 좋아하지만 순수한 소설은 그냥 시간이 남을 때, 또는 머리를 식힐 때 보는 정도로만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형광펜으로 표시를 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이야기속에 푹 빠져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아무래도 어린이 책과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동화는 많이 읽는데, 이 책의 주인공이 청소년이라서 지금까지 내가 읽던 종류의 책을 읽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때로는 혼자 킬킬대다가 어느 순간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이런 식의 이야기 방식이야 이미 많이 접했기에 새로울 게 없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건 여전하다.

  처음에는 고등학생이 임신을 해서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힘겹게 살아가는 이야기겠거니 했다. 솔직히 말해서 미혼모 문제가 심각하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딸 키우는 입장에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이야기하거나 문제점을 짚어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빗나가도 한참 빗나갔다.

  어차피 인간은 유한한 삶을 살고,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남들보다 일찍 죽는다는 것을 알고 보내는 삶은 어떨까를 넘어 도대체 삶이란 무엇일까, 무슨 의미를 갖고 사는 것일까를 생각하게 만든다. 매일 똑같은 삶을 사는 것 같아도 어쨌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자 노력하는 현재의 삶이 때로는 힘들고 지겹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것이 무척 소중한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한계가 분명하고 할 수 있는 일이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현재를 열심히 사는 아름이를 보면서 인생은 양보다 질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래도 누군가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할 때 당사자와 그 가족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싶다.

  문득 아이들 고모부가 생각난다. 암 선고를 받고 투병중일 때 찾아뵈었는데 가족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서로 말은 안 했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그것이 마지막 만남일 것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 순간 삶이란 무엇일까 싶었다. 우리는 대개 내가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을 열심히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럼 반대로 언제 떠날지 알면 열심히 살지 않을까. 그건 아닌 듯하다. 아름이는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인지하기 때문에 오히려 현재를 더 열심히 사는 것이다. 오히려 떠날 자신보다 남아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그 마음은 정말이지 이기적인 현재의 나로서는 대단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사람들이 아이를 낳는 이유가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생을 다시 살고 싶어서.'라는 글귀가 무척 가슴에 와닿기에 나름 흥분하며 이야기했더니 어떤 이는 말장난일 뿐이라고 일축해 버렸다. 글쎄, 그럴 수도 있겠다. 어차피 글은 말장난이니까. 그러나 그러한 글이 나중에는 사람들에게 읽히고 기억되면 경구가 되는 것 아닐까. 어쨌든 소설을 읽다 밑줄 쳐보긴 또 처음이다.

  어찌 보면 우울한 이야기만 있을 것 같지만 장씨 할아버지와 아름이의 대화 덕분에 수시로 웃을 수밖에없었다. 특히 방송 촬영할 때 할아버지가 인터뷰하는 장면은 어찌나 웃긴지 모른다. 마치 코미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분명 결론은 아름이가 죽을 텐데, 죽을 수밖에 없는데 이처럼 웃어도 되나 싶기도 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서 미래의 자신을 보고 반대로 아버지에게서 아들이 과거의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 슬프다. 처음엔 무슨 소린가 했다. 가타부타 설명도 없는 프롤로그를 아무 생각없이, 조금 갸우뚱하지만 조금 지나면 프롤로그가 이처럼 강렬하고 집약적으로 설명해주기도 드물다는 것을 안다. 소설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의 꼭 필요한 인물과 사건이 잘 어우러진, 감동적이고 그러면서도 삶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져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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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맨 - 왕찐드기 나의 영웅 소담 팝스 3
뤼디거 베르트람 지음, 헤리베르트 슐마이어 그림, 함미라 옮김 / 소담주니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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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무슨 '맨'이라는 이름이 붙은 게 많다.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등등. 모두 영웅이고 평상시의 모습과 위기에 처한 누군가를 구해줄 때의 모습이 다르며 그 사람의 정체를 잘 모른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혹시 쿨맨도 그런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게다가 '나의 영웅'이라고 하지 않던가. 비록 앞에 '왕찐드기'라는 말이 붙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고 있던 무슨무슨 맨과는 차원이 다른 '맨'이다. 그야말로 쿨맨은 주인공 카이의 환상에만 존재하는 친구다. 흔히 어렸을 때 상상 친구를 만들어서 함께 노는 아이들이 있다던데 카이에게 쿨맨은 그런 존재다. 실제의 친구가 없기 때문에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만든 친구. 물론 카이도 쿨맨이 실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나 그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서 종종 자신이 미쳤나 보다고 자책하지만 그러면서도 툭하면 쿨맨과 티격태격 싸운다.

  카이의 부모님은 연극 배우란다. 사이가 너무 좋아서 오히려 싫다고 할 정도고 누나인 안티는 보기에도 삐딱한 사춘기 소녀다. 어휴, 내 딸이 만약 안티 같이 행동한다면 혈압 올라 벌써 쓰러졌겠다. 그러나 카이의 부모님은 이해심도 많다. 방을 온통 새까맣게 칠해도 그냥 두고 머리를 희안하게 기르고 다녀도 가만히 두고, 무엇보다 말도 안되는 파티를 열어서 온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도 그냥 두니 말이다. 이런 게 바로 문화차이라는 걸까.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는 제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니 무조건 미워할 수는 없다.

  카이는 하는 일마다, 가는 곳마다 불운이 따라다닌다. 이왕 행운이 따라다니면 읽는 사람 기분도 좋아지련만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거의 없다. 부모님이 하는 연극에서 시장님과 그 부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고 하필이면 좋아하게 된 레나와 5분만에 헤어지질 않나, 거기다가 레나의 부모가 시장이라니 모든 불운을 합쳐 놓은 듯하다. 그래도 쿨맨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자며 희안한 이유를 대며 차라리 잘 되었다고 위로한다. 아마 카이에게 진짜 친구가 생겨서 쿨맨이 필요없어질까봐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러게. 만약 카이에게 쿨맨이 필요없을 정도로 학교 생활에 적응을 잘 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럼 쿨맨이 필요없어질 테니 이야기가 끝나는 것 아닌가. 그러나 걱정 없다. 당분간은 카이에게 쿨맨이 필요할 것 같으니까.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이어져도 결국은 그런대로 수습된다. 그리고 이들의 특징인 위트와 블랙 유머가 자주 나온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할까 싶을 정도로 재치있는 표현이 많다. 또한 역자가 설명해 놓아 알 수 있는 언어유희도 재미있다. 사실 이야기의 상당부분은 그런 재미였다. 카이와 안티의 행동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지만 그들의 유머는 분명 칭찬할 만하다. 제대로 이야기하자면 가상의 존재를 만들어서 그 안에서 위안을 찾고, 결정적인 순간에 말을 더듬고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이야기하지 못하는 카이가 안쓰러워야 하는데 워낙 말썽을 많이 부려서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다음엔 카이와 쿨맨이 어떤 황당한 사건을 겪게 될지 기대반 걱정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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