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 인생도처유상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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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면서 뿌듯함과 희열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러면서 이렇게 좋은 책이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기에 앞서 이런 책을 읽은 나 자신을 대견해 한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좋은 책이 우선이라는 걸 모르는 바 아니니 웃기는 소리한다고 속단하지는 마시길. 여하튼 오랜만에 뿌듯함과 희열을 느끼는 책을 만났다. 이 시리즈의 책이야 진작에 읽었고, 여행(이 책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으나 주로 역사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많았다.)을 떠나기 전에 미리 살펴보는 책으로 자리잡았는데 새로운 책이 나왔다니 안 읽으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문화재청장할 때 무슨 일을 얼마나 잘 했는지 모른다. 구설에 오른 적도 있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도 굳이 신경쓰지 않았다. 내게는 다만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의 저자로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차라리 문화재청장을 하지 않았더라면 구설에 오르지 않고 좀 더 좋은 이미지로 남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을 가졌는데, 이 책을 읽으며 보니 그게 아니다. 오히려 문화재청장이기에 가능했던 일을 많이 추진했다. 이래서 어느 분야든 잘 알고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하는가 보다.

 경복궁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구구절절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경복궁과 자금성에 대한 이야기부터 내 마음과 어찌 그리 같은지. 자금성에 가서 느꼈던 것은 비록 규모는 우리의 경복궁과  비교도 안 될 만큼 거창하지만 섬세한 면에서는 우리가 월등히 앞선다는 사실이었다. 경복궁 곳곳에서는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사였다면 자금성에서는  규모의 장대함에 대한 감탄이었다. 그런데 솔직히, 팔이 안으로 굽어서가 아니라 규모보다는 섬세한 아름다움이 더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자금성에는 온 세계 사람들이 밀려들지만 우리네 경복궁은 한산하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을 뿐이다. 저자는 자금성과 경복궁의 규모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러니까 당시 어느 모로 보나 중국이 동아시아의 중심국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국제적인 관례를 따랐을 뿐이라는 얘기다. 즉 왕궁과 황궁의 차이일 뿐이니 거기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겠다.

 책을 보고 경복궁에 가거나, 설명을 들으며 갔을 때와는 또 다른 이야기들이 있다. 사실 처음에는 경복궁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해서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겠거니 했는데, 역시 아니다. 우뚝 솟아 있는 근정전의 뜻을 풀이하는 부분에서는 웃지 않을 수 없다. 아, 이 양반이 전 정부에서 일 했던 사람이었지. 정도전이 이름을 근정전이라 지으면서 했다는 이야기, 어쩜 이리 지금의 상황과도 맞는지. 이래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나 유효한 것이 고전이라고 하는가 보다.

 반교리에 집을 짓고 살면서 들려주는 부여의 이야기는 어찌나 재미있는지 모른다. 마늘쫑을 바늘로 찔러서 뽑는다는 사실은 나도 처음 알았다. 엄마는 어떻게 뽑는지 물어봐야겠다. 내 기억으로는 잡아 뽑다가 끊어져서 저자처럼 머리만 먹었던 것 같은데 그게 근 이십 년 전 이야기니 지금은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특징을 역사적인 지식과 개인적인 이야기가 절묘하게 결합되어 유익하면서도 재미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전문적인 지식과 함께 현장에 직접 가서 느낀 감상을 곁들이고 있어서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때로는 저자처럼 깊은 지식이 없기에 내가 갔을 때는 그만큼의 느낌을 못 받는 경우가 있어 좌절하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가는 것보다는 훨씬 가치가 있다고 본다. 이번 여름에는 이 책을 들고 선암사를 가야겠다. 저자는 봄꽃이 피는 계절이 좋다고 하는데, 이미 그 시기는 놓쳤고 내년을 기다리기에는 너무 머니까 여름에라도 가야겠다. 한 번 갔다오긴 했는데 그때 내가 본 것들과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 중 겹치는 게 거의 없으니 새로운 마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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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쟁이 해리 : 목욕은 정말 싫어요 - 개정판 개구쟁이 해리 시리즈
진 자이언 글, 마거릿 블로이 그레이엄 그림, 임정재 옮김 / 사파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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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과 상관없이(물론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내가 무척 좋아하는 책인데 이번에 개정판이 나왔다. 1956년에 처음 나오고 나서 여러 나라 어린이들에게 사랑받았던 책, 우리나라에는 1995년 즈음(이때는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다.)에 들어와서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사실 요즘 나오는 그림책들은 세련되고 색상도 선명할지 모르지만 감성을 자극하는 맛은 훨씬 덜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오랜만에 읽어 보니 확실히 요즘 보았던 책들과는 다른, 형용할 수 없는 편안함과 즐거움이 느껴진다.

 해리는 강아지다. 그런데 목욕을 무척 싫어한다. 하긴 목욕 좋아하는 강아지가 있을까. 우리 강아지도 목욕을 시키려고 욕조에 넣으면 어찌나 몸을 터는지 주변이 물바다가 되기 일쑤다. 해리는 우리 강아지보다 더 적극적이다. 목욕 솔을 아예 물어다 감추니 말이다. 그러고는 밖에 나가 하루 종일 신나게 논다. 공사장에서 뒹굴기도 하고 기차역에서 놀기도 하고, 석탄 실은 트럭에서 놀기까지 한다. 그러고 보니 지금은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칙칙폭폭 달리는 증기기관차도 그렇고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일도 거의 없으니 아주 옛이야기 같기도 하겠다. 그러나 해리가 개구쟁이처럼 뛰어다니며 노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

 어찌나 재미있게 놀았는지, 하얀 바탕에 까만 점이 있는 강아지 해리는 어느새 하얀 점이 있는 까만 강아지로 변해 버렸다. 밖에서 놀아도 잠은 집에서 자라고 했던가. 해리는 가족이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도망쳤다는 오해를 받을까봐 집으로 돌아간다. 이야기가 해리의 입장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심지어 해리의 주인인 아이들조차 주변인의 역할 밖에 하지 않는다. 해리를 알아보지 못하고 다른 집 개라고만 생각하다가 해리가 목욕을 해서 깨끗해지자 그제야 알아볼 정도로 아이들의 심리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오로지 독자는 해리의 마음을 따라갈 뿐이다. 주인이 못 알아보는 것이 걱정되어 그토록 싫어하는 목욕을 자발적으로 했지만 여전히 싫은 건 어쩔 수 없다. 솔을 이번에는 방석에 살짝 숨겨놓은 걸 보니 말이다. 이러니 어찌 해리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정말이지 아무리 봐도 해리는 귀엽고 깜찍하다. 이 책이 학교에 있던가. 없으면 이걸 가져가서라도 저학년 책 읽어주는 시간에 읽어줘야겠다. 아이들이 얼마나 재미있어 할지 벌써부터 반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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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 아틀라스 시원의 책 1
존 스티븐슨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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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임에서 한때 판타지를 집중적으로 본 적이 있다. 그때 작품성은 차치하고 사람들이 두 갈래로 나뉘었는데 판타지가 재미있다는 부류와 판타지는 너무 힘들다는 부류였다. 물론 지극히 현실적인 나는 판타지가 너무 어렵다는 편에 있었다. 대개 책을 읽으면서 해당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읽는데 아무래도 판타지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세계를 그리므로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왕 판타지 소설이라면 차라리 SF가 낫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꼭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다. 아, 이래서 아이들이 <해리 포터>에 빠지고 어른들도 <트와일라잇>에 빠지는 거구나. 이 책은 그만큼 푹 빠져 읽었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이러한 판타지를 많이 읽어보질 않아서 내 감정적인 판단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판타지의 전형이라고 하는 <끝없는 이야기>를 읽을 때와 비슷한 무언가를 느꼈다고나 할까.

 처음에 다짜고짜 아이들을 부모와 떼어 놓는데 무슨 말못할 사정이 있다는 것만 짐작할 수 있을 뿐, 전후 사정은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케이트의 입장에서 서술될 때 마치 큰 아이인 것처럼 이야기해서 동생들을 맡아도 충분하리라 예상했는데 알고 보니 케이트조차 어린애여서 더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어쩌면 그래서 더 그들에게 집중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판타지 세계로 들어가기 전까지 세 남매가 고아원을 전전하며 온갖 고생을 하는 부분은 나도 모르게 부모 입장에서 그들을 연민의 눈으로 쳐다보고 만다.

 <끝없는 이야기>에서는 바스티안이 고서점에서 우연히 책을 읽게 되면서 환상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데 여기서는 케이트가 어떤 책에 사진을 올려놓자 그 시점으로 들어간다. 사진을 아무것도 씌여 있지 않은 책에 올려놓으면 사진을 찍은 시점으로 돌아간다는 설정, 정말 판타스틱하다. 사진이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 사람들이 영혼을 빼앗긴다고 생각해서 사진 찍기를 거부했던 사람들(물론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지만)이 이 책을 읽는다면 '우리가 그래서 반대했다'고 하지 않을까.

 케이트와 엠마, 마이클이 과거로 돌아가서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는 동안 셋은 부쩍 자란다. 티격태격하며 싸우지만 위기가 닥칠 때마다 형제를 생각하는 그들의 우애와 한 가지 사건을 겪을 때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더 나은 방향으로 한 발씩 내딛는 모습,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용기를 갖게 되는 과정이 잘 드러나 있다. 그러니까 단순히 환상 세계에서의 모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험을 하는 동안 내적, 외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친구들이 괴롭혀도 대응하지 못하고 숨기만 하던 바스티안이 환상 세계를 구하고 나서 당당해 진 것처럼 케이트도 그럴 것이다. 중간중간 동생들을 바라보며 겉으로 드러난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며 놀라지만 그 자신도 많이 달라졌다. 아마 세 아이들에게 각각 부여된 임무를 수행하려면 앞으로 두 권의 책이 더 나올 텐데, 과연 거기서는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 궁금하다(그러고 보니 우리 작가의 책인 <아로와 완전한 세계> 시리즈도 세 남매가 펼치는 세 권의 이야기로 되어 있는데 이와 비슷한 구성이다. 이 책 <에메랄드 아틀라스>가 대단한 찬사를 받았던 책이라니 <아로와 완전한 세계>가 새삼 다시 보인다. 물론 여러 면에서 우리 작가의 책이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 풍토에서 그 정도의 책도 대단한 것 아닐까). 또한 세 남매는 부모를 만날 수 있을까. 맨 처음 시작할 때 못 만난다는 것을 부모는 알고 있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 이 모든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앞으로 나오는 책을 꾸준히 읽으면 될 텐데, 다음 권은 언제 나오려나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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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을 헤엄치는 생각 물고기 - 개정판 생각쟁이들이 열고 싶어하는 철학꾸러미 1
최은규 지음, 김나나 그림 / 소담주니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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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뇌과학자는 생각을 '뇌의 재잘거림'이라고 표현했다. 우리는 미처 알아채지 못할지라도 잠깐  사이에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을 한다. 간혹 극히 짧은 순간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챌 때는 신기하기까지 하다. 모르긴 해도 대개의 사람들은 이처럼 수많은 생각을 하며 살 것이다. 오히려 생각하지 않는 순간을 느끼기 위해 명상이라는 훈련을 할 정도다.

 그렇다면 생각이란 무엇일까. 아니, 왜 생각을 하는 것일까. 더 나아간다면 어떻게 해야 생각을 잘 하는 것일까. 끊임없이 생각을 하지만 누구나 철학자가 되거나 진리를 깨닫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을 보면 분명 생각에도 차이가 있는 듯하다. 그래서 제대로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이런 책이 필요한 것일 게다. 철학이라는 거창한 말을 붙였지만 사실 우리는 매 순간 철학적인 사고를 하지 않던가 말이다.

 다양한 명제에 대해 간략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이야기를 통해 생각할 거리를 알려주도록 구성되어 있는데 때로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도 있고 때로는 작가가 만든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가끔 지나치게 작위적이거나 비약을 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특히 '생각'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인간이 모든 동물의 우위에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어서 거북했다. 모든 동물은 나름대로 가치있고 소중하다고 이야기하면서 한편으로 인간의 우월성을 이야기하니 거슬릴 수밖에.
 
 그러나 '시간'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아이들과 생각해볼 게 많겠다. 재미있게 놀 때는 시간이 금방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반면 하기 싫거나 어려운 일을 할 때는 시간이 가지 않는다는 사실은 어른이나 아이 모두 공감하는 일이니까. 이 부분을 <모모>와 연결시켜 이야기해도 좋겠다. 각각의 주제가 정확한 답이 없는 질문이기도 하지만 독자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이야기를 유도하고 있어서 이야깃거리는 많다. 다만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이야기가 작위적이고 깊이가 없어서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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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이 좋아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수상작 15
황숙경 글.그림 / 보림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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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악몽을 꾼다. 물 속에서 뱀이 쫓아오는 꿈. 나에겐 이것이 악몽이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악몽일 것이다. 뱀은 그 정도로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는 동물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싫어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다리도 없이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것 자체가 일단 좋지 않다. 게다가 뾰족한 혓바닥과 날카롭게 생긴 눈과 세모난 얼굴 모양 등 무엇 하나 친숙한 부분이 없다. 물론 이 또한 내가 뱀을 싫어하기 때문에 생트집을 잡는지도 모르겠다. 간혹 커다란 뱀을 목에 감고 나타나는 사람이 있으나 그것은 아주 특별한 경우일 뿐이고(실은 그마저도 그닥 만지고 싶지는 않다.) 대개는 뱀을 만나면 기겁을 한다.

 그런데 뱀을 키우고 싶어하는 아이가 있다. 설마. 그러나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작가의 딸이 어렸을 때 뱀을 키우고 싶어했단다. 이 세상에는 별별 사람이 다 있고 별별 희안한 일이 다 있으니 전혀 말도 안 되는 건 아니다. 특히 어린이는 어른이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것까지 키우고 싶어하니까. 우리도 둘째가 어렸을 때 쌀바구미를 키웠다. 만약 뱀을 키우자고 했다면 결사 반대했겠지만 쌀바구미는 적어도 징그럽지는 않으니 쌀바구미 두어 마리를 병에 넣고 쌀알 몇 개 넣어줬는데 며칠이 지나자 꽤 많이 늘어났던 기억이 난다.

 주인공 여자 아이는 식구들을 쫓아다니며 쌀바구미보다 더 심한 뱀을 키우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면 어른은 안 되는 이유를 대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가 어른의 말을 그대로 듣지 않는다. 뱀을 얼마나 좋아하면 뱀의 특징을 고스란히 꿰고 있다. 그러면서 뱀을 위해 변명 아닌 변명을 한다. 예를 들어 뱀은 사나워서 무조건 문다고 하면, 그것은 단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일 뿐이며 누가 건드리지 않으면 절대 물지 않는다고 이야기해 준다. 혀가 뾰족하다고 하면 그것은 단지 냄새를 맡기 위해 그러는 것이라며 역시 두둔한다. 즉, 뱀을 키우고 싶어하는 아이를 통해 뱀의 특징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림이 평면적이라 밋밋한데도 나름대로 재미있다. 곳곳에 숨어 있는 그림을 찾는 재미도 있고 어른이 뱀을 키울 수 없다는 이야기에 아이가 어떤 식으로 대처할까를 생각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잠자고 있는 아이 방에 빨간 뱀의 꼬리가 보이는 마지막 그림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뱀인형은 아이의 발에 눌려 있으니 인형은 아닐 테고, 방문이 열렸다 닫히더니 새로운 상자가 하나 생겼는데, 혹시? 아무래도 그런가 보다. 글에서는 말해주지 않지만 두 장의 그림에서 보여지는 변화로 내용을 유추해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그림책이다. 창작그림책공모전 수상작이라더니 역시, 그림 '읽는' 재미가 쏠쏠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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