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결심했어! - 절제 저학년 어린이를 위한 인성동화 7
김경희 지음, 김유진 그림 / 소담주니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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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절제란 어른에게도 결코 쉬운 게 아니다. 할 일은 많은데 너무너무 졸리면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일하리라 결심하고 잠들지만 막상 아침이 되면 일어나기 싫어서 조금만 조금만 하다가 오전을 다 보내기 일쑤다. 남편에게 먹는 것 좀 절제하라고 그렇게 이야기하는데도 소 귀에 경 읽기다. 오히려 큰아이는 내가 보기에도 독하다 싶을 정도로 절제를 잘한다. 아무리 먹고 싶은 게 있어도 밤에는 절대 안 먹는다. 아, '절대'라고는 할 수 없겠다. 아주 가끔 통닭을 시켜 먹으면 살살 꾜드겨서 결국 먹게 만드니까. 그러면 딸은 투덜거린다. 엄마가 도와주질 않는다고. 반면 둘째는 큰아이에 비해 절제를 못하는 편이다. 특히 컴퓨터 게임을 할 때 정해진 시간을 조금씩 넘긴다. 사실 그게 쉬운 게 아니란 걸 알기에 나도 그냥 눈 감아 주기도 한다. 많이 넘기는 것도 아니고 조금 넘기는 것이니까.  

요즘 아이들은 특히 절제를 힘들어한다. 여러 형제가 있을 때는 어쩔 수 없이라도 함께 써야했지만 지금은 거의 각자의 것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컴퓨터의 경우 형제가 여럿이라면 혼자 그토록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다. 창기는 자기방에 컴퓨터가 있기 때문에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중독에서 빠져나오는 게 이 이야기에서처럼 쉬우면 오죽 좋으련만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 게임에 중독되었다면 이미 혼자 해결할 수 없기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다행히 창기는 말로는 중독이라고 하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니기에 스스로 결심해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화를 내지 않고 참는 것도 그렇고 욕심을 이기는 것, 먹고 싶은 것을 참는 것도 모두 쉬운 건 아니다. 특히 먹는 것의 경우 어른도 참기 힘들어하는데 어린이는 오죽할까. 여기서는 모두 어린이가 절제할 것들을 이야기하지만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걸 극복하지 못했을 때 어른이 되어서도 문제가 되는 것들임을 알 수 있다. 자기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어른은 얼마나 많으며(이러면서 나는 어땠나 생각해 본다.) 쇼핑에 중독된 어른은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또 다이어트 한다며 매번 결심만 하다 끝나는 어른은 또 어떻고. 어렸을 때의 습관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여기 나오는 아이들은 모두 2학년이다. 과연 2학년 아이들이 스스로 이 정도로 생각하고 절제를 깨달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목적이 뚜렷한 동화라서 확실히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것보다 이처럼 이야기로 만들어 들려주는 게 효과적이라는 데는 동의한다. 어차피 작품성을 우위에 둔 동화가 아니니까. 이 책을 읽고 절제를 배우고 자신을 돌아보는 아이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역할은 충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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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괴물은 정말 싫어! 작은도서관 31
문선이 글.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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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시험기간만 되면 회사 다니면 시험 안 봐도 되지 않겠느냐며 아빠가 부럽다는 말을 달고 산다. 회사 다녀도 시험 보고 학교 다니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고 이야기해도 매 시험기간만 되면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하긴 시험이 좋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렇기에 시험을 괴물이라 칭하는 준석이 말에 아이들은 선뜻 동의할 것이다. 어린이가 시험을 지금까지 배운 것을 정리한다는 차원이라고 여기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 부모는 몰라도 학부모는 절대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다. 씁쓸하지만 그게 바로 현실이다. 

유치원에 다닐 때는 호기심이 많고 창의성이 풍부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아이일수록 초등학교에 가서 적응하기 힘들다는 게 보편적인 평가다. 실제로 둘째 친구 중에도 창의성이라면 저리가라 할 정도였던 아이가 학교에서 규격화된 규율을 어려워하는 걸 보았다. 준석이도 그렇다. 오죽하면 '1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주변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해하던 아이였다. 그러나 학교에 들어가고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가서 공부 잘 하는 서현이 엄마랑 친하게 지내면서 준석이의 불행은 시작되었다. 그 많던 호기심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학원을 뺑뺑이 돌고 오면 파김치가 되니 무슨 호기심이 생기겠는가. 

그러다 우연히 이상한 시계를 발견하고, 그 시계가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걸 발견하면서 준석이와 친구들에게 새로운 사건이 발생한다. 그러나 만약 준석이가 미래를 볼 수 있는 시계를 발견해서 미리 예측가능한 것들만 모면하는 방식이었다면 그저 그런 동화가 되었을 것이다. 여기서는 비록 시계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친구들과 공부하는 방법을 깨닫게 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문제를 함께 풀어보고 스스로 부딪쳐보려 노력하는 것 자체가 이미 변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전에는 스스로 풀어보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았으니까. 작가가 가장 염두에 뒀던 부분도 이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시간경찰관이라는 요소가 있어서 저학년들에게는 훨씬 재미있게 다가갈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굳이 시간경찰관이 필요했을까 싶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건 어른의 잣대로 바라본 것임을 깨닫는다. 가끔 나는 유치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의외로 아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걸 보며 내 기준으로 보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시계가 깨지거나 잃어버리는 것으로 뒷마무리를 했다면 다른 이야기와 그다지 차이나지 않았을 것이다. 주인공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 즉 일인칭 주인공 시점이라 가끔 이게 과연 요또래 아이들의 생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은 것도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이 또한 다분히 주관적인 생각일 수도 있기에 그냥 넘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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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 숲의 거인
위기철 지음, 이희재 그림 / 사계절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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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내용이 내가 미처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책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중에 '아하!'하고 무릎을 칠 때의 그 상쾌함이란. 그렇다면 이 책은? 솔직히 제목만 보고도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대충 짐작이 갔다. 어느 방향의 이야기겠구나 싶었다. 다만 각 등장인물들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람들이었다는 것 정도가 새로웠다고나 할까. 

제목을 보니 문득 <나의 계곡>이 생각난다. 워낙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이라 그림과 내용은 대충 기억이 나는데 제목이 기억나지 않아 한참 뒤진 뒤에 알아냈다. 나도 모르게 그 책을 읽었을 때의 감흥을 기대했나 보다. 그런데 애초부터 둘은 차이가 났다. 이 책은 글이 꽤 있는 동화책 형태고 <나의 계곡>은 그림책이니 둘을 수평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어쨌든 처음 책을 만났을 때의 느낌만은 비슷했다. 

화자인 어린이가 어떻게 태어났는지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밝히고 시작한다. 그러니까 엄마와 아빠가 어떻게 만났는가에 대한 이야기라는 얘기다. 어린이 책이니 설마 둘의 연애사에 초점을 두 않았을 테고, 엄마 아빠 이야기를 하며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살짝 궁금하다.  

엄마는 코끼리 통조림을 만드는 회사에 다닌다. 이것은 나중에 엄마가 아빠를 만나 숲으로 돌아가기 전까지의 엄마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듯하다. 결혼해서 아이를 숲에서 기를 수 없다는 이유로 문명 생활을 하지만 거인이었던 아빠가 점점 작아지는 것을 보고 숲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처음에는 거인이었던 아빠가 엄마를 해적으로부터 보호해주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엄마가 아빠를 보호해준다. 그걸 남편에 대한 개인적인 사랑의 힘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아빠는 숲을 대표하므로 자연에 대한 사랑이라고 확대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렇듯 곳곳에서 문명 생활이 편리하지만 얼마나 사람을 메마르게 하고 마음을 지치게 하는지 이야기한다. 새장 속에 갇혀 있는 엄마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냉장고가 없고 세탁기가 없어도 충분히 살 수 있고, 옷에 흙이 묻어도 살 수 있고 벌레가 많아도 살 수 있다고 외치며 숲으로 뛰어가는 엄마의 모습에서 작가의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아니, 너무 의도가 뻔해서 한편으론 김 빠지기도 한다. 독자가 느낄 여유를 빼앗긴 듯해서. 

그나저나 솔직히 나도 숲에서 살고 싶다가도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살 생각을 하면 눈앞이 캄캄해서 그냥 포기해버리고 만다. 옷에 흙이 묻거나 벌레가 많은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전자제품이 없으면 살 수 있으려나. 아무래도 이미 문명에 너무 길들여졌나 보다. 그래도 딱딱하고 숨 막히는 아파트 숲은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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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는 창비아동문고 259
이현 지음, 김홍모 그림 / 창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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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동화를 읽다 보면 뭐라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정말 괜찮은 책을 만났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실망하는 책들도 있다. 이 책은? 물론 전자의 경우다. <짜장면 불어요>와 <우리들의 스캔들>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기대하는 바가 있었는데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평론가가 아닌 일개 독자이기에 어느 부분에서,무엇 때문이라고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각각의 이야기 주인공에 몰입하며 읽다 보면 어느새 전체적인 이야기가 하나로 수렴된다는 것을 '저절로' 깨닫게 된다. 억지로 작가의 의도를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는데 문득 느끼게 될 때의 그 느낌이란. 

제목답게 각 이야기의 소제목은 날씨와 연결된다. 그러면서 날씨와 각 이야기의 분위기가 무척 잘 어울린다. 날씨를 매개로 한 동네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돌아가며 비추지만 그렇다고 같은 사건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데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즉 서로의 이야기가 연결되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변명으로 만들지 않는다. 간혹, 한 사건에 대해 각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자칫하면 시각의 차이를 인정하기 보다 서로에 대한 변명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헌데 이 동화는 전혀 그렇지 않다. 

비록 가진 게 없지만 사람사는 '맛'을 느낄 수 있는 동희네 가족과 남들이 보기에는 비뚤어진 문제아처럼 보여도 속마음은 여느 아이들과 다름 없는 종호네 이야기, 새침떼기에다가 아파트가 아닌 곳에 사는 아이들을 얕잡아 보지만 결국 그 동네의 사람사는 맛의 매력을 어렴풋이 깨닫게 된 영은이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감초처럼 모든 일에 사사건건 끼여들어 사람 속을 뒤집어 놓는, 아들만 귀하게 생각하는 상배할머니도 있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가 인간적인 삶, 함께 사는 삶이 일맥상통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상배할머니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동네 사람들에게 큰 힘을 주는 역할을 한다. 어느 한 인물도 그냥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모두(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이런 인물일 것이다'라는 예측을 무색하게 만든다.   

그런데 영은이와 어렸을 때부터 한동네에 살아서 자매나 다름없이 자랐기에 영은이와 관련된 일에는 발벗고 나서는 정아네 이야기도 있는데 돌이켜 보니 정아 이야기는 기억에 많이 남지 않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 보니 정아 이야기에서 동희의 언니인 용희의 역할이 생각보다 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자신이 사는 곳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며 공부만 하는 이기적인 인물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정아에게 세심하게 신경써 주는 모습을 보니 인상적이었다. 아니, 감동적이었다. 

동희의 문병을 억지로 왔다고 스스로를 속이며 머리로는 주택가 동네를 얼른 떠나고 싶다고 하지만 가슴이 자꾸 머뭇거리게 만드는 영은이를 보며 우리네 옛 동네를 떠올렸다. 예전의 동네는 사람 냄새 나는 곳이었는데 지금의 아파트라는 것이 생기면서 그런 의미가 많이 사라졌다. 간혹 친하게 지내는 집이 있어도 그건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공동체라서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품어줄 수밖에 없었던 예전의 이웃과 현재의 이웃은 다르다. 왜냐하면 지금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아이든 본인이든 연령대가 맞지 않으면 왕래하지 않고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으니까. 어쩌면 내가 어렸을 때 살았던 이웃의 냄새가 느껴져서 이 책이 더 따스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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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책은 기본적으로 성장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듯해서 그동안 읽었던 책 중에서 좋았던, 그래서 마구마구 추천해주고 싶은 책을 뽑았다. 때로는 작품성에 우선순위를 두기도 하고, 때로는 주인공들의 아름다운 마음과 열정에 마음이 끌려서 뽑기도 했다.

1. <구덩이> 

감탄에 감탄을 하며 읽었던 책. 지인은 남편이 이 책을 읽고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혼자만 읽었느냐고 했단다. 혹자는 추리소설에서는 이런 형식의 글이 많다고, 그래서 그처럼 감탄할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어쨌든 난 너무 감탄하며 읽었다. 아무런 설명없이 구덩이만 파는 아이들과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이야기, 그리고 여러 인물이 나오지만 결코 아무도 헛되이 존재하지 않는 치밀한 구성력에 어찌나 감탄을 했던지. 여기서는 인물 뿐만 아니라 가방 하나 양파(였던가? 오래 전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 하나도 그냥 지나쳐서는 안된다. 그러면서 결국 주인공은 성장했다. 이 책 읽고 루이스 새커의 팬이 되었다.
 

2. <바다 바다 바다> 

    내가 살았던 배경과 너무 상경한 바다를 배경으로 해서 처음엔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느라 애를 먹으며 읽었지만 역시나 읽고 나서 샤론 크리치의 팬이 되었다. 이 작가의 특징은 주인공의 시선을 벗어나는 범위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독자가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끝까지 궁금하게 만든다. 주인공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한 다음 결정적인 순간에 터트리는 기발한 구성! <두 개의 달 위를 걷다>에서도 그랬다. 계속 도대체 엄마는 어디로, 왜 간 걸까 궁금하다 못해 나중에는 원망하며 읽었는데 의외의 사실이 드러난다. 그러면서 눈물이 왈칵! 어떤 이는 <바다 바다 바다>보다 <루비 홀러>가 더 재밌다고도 하는데 난 이 책 <바다 바다 바다>가 더 재밌었다.
 

3. <내 남자 친구 이야기>, <내 여자 친구 이야기> 

 내 아이에게 남자 친구, 혹은 여자 친구가 생긴다면 이런 친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책이다. 두 개의 이야기를 서로 다른 인물이 서술하고 있다. 한 권에서 교차하며 두 인물의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지만 이 책은 완전히 별개의 책으로 되어있다. 어느 것을 먼저 읽어도 상관없고 한 권만 읽어도 된다. 그러나 두 개가 같은 시공간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 이야기라는 사실을 안 독자라면 한 권만 읽을 수가 없을 것이다 . 피에르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부럽고 멋졌다. 그러면서 수잔을 위해 그토록 힘겨운 연주를 준비하는 모습은 어찌나 감동적인지. 실존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섞여 있어서 여기서 언급되는 음악가의 음악을 찾아 들으며 감상하기도 했다.
 

4. <엄마가 사라진 어느 날>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사라진다면 아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특히 아이들에게 엄마의 존재는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말도 없이 사라진다면? 그것도 아무 문제없이 잘 살고 있었는데 말이다. 말도 안 된다고? 그렇지만 우드로의 엄마는 그랬다. 우드로는 엄마가 사라져서 이모집에서 살게 되며 사촌인 집시와 많은 시간을 보낸다. 둘은 서로의 상처를 감추려고 무진 애를 쓴다. 그러나 상처는 무조건 감춘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드러내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진실을 깨닫는다. 이런 책들은 그냥 사건을 따라가고 인물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인물들이 성장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작가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교묘하게 인물에게 투영시킨다. 그래서 잘된 작품이라고 하는가 보다. 
 

5. <너도 하늘말나리야>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6학년 아이들의 심리를 잘 묘사했다. 게다가 지금처럼 동화와 청소년 소설이 쏟아지기 훨씬 전에 이금이 작가는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 보며 아픔을 바라보았다. 다양한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골고루 보여줌으로써 어떤 상황이든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제는 우리 어린이문학에서 스테디셀러가 된 작품, 그러니 교과서에도 실렸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책도... 

  다양한 형식과 다양한 주제로 꾸준히 새로운 작품을 내놓는 작가가 <나도 하늘말나리야>의 후속작인 <소희의 방>을 내놓았단다. 이금이 작가의 책은 참 따스해서 아픈 현실조차 아름답게 바라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건 아마 내가 시니컬한 작품을 좋아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취향을 떠나서 이 작가의 책을 읽고 나면 깊은 내공이 느껴진다. 아, 역시 이금이 작가구나하고 말이다. 항상 현재 여기에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들여다 보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공감하며 읽는다. 이번에 나온 책은 과연 어떤 이야기일까 무척 궁금하다. 아니,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갈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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