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하고 쫀득~한 미국사 이야기 생각이 자라는 나무 19
케네스 C. 데이비스 지음, 이충호 옮김, 매트 포크너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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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 좀 읽으라고 그토록 이야기해도 재미없다고 요리조리 빼는 둘째가 이 책을 보더니 왜 우리가 미국의 역사까지 알아야 하냐고 묻는다. 하긴 둘째 입장에서는 우리 역사도 어려워서 싫은데 남의 나라 역사까지 배워야 한다는 사실이 암담했을 것이다. 개인이 혼자 살 수 없듯이 나라끼리도 마찬가지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어느 한 시기의 일을 알려면 그 나라에서 일어난 일만 떼어 놓고 설명하기가 곤란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기에는 둘째가 아직 어리긴 하다. 사실 이러한 생각을 정작 내가 학교 다닐 때 했더라면 공부가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래서 내가 안타까워하던 시기를 보내고 있는 큰아이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지만 흘려 듣는다. 모르긴 해도 큰아이도 나중에 나처럼 아쉬워하지 않을런지. 

세계사를 배우더라도 미국의 역사만 따로 심도있게 배우지 않기 때문에(그리고 역사가 짧기에 은근히 무시하는 경향도 있다.) 대략적인 것밖에 모른다. 굵직굵직한 사건만 알고 있는 정도다. 오히려 현대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에 매스컴에서 만나는 미국이 훨씬 많다. 큰아이가 미국이 언제 독립했냐(차라리 독립일은 안다. 영화도 있으니까)고 물어서 대답해줬는데 알고 보니 잘못된 정보여서 원망을 들을 정도다. 그러니 이 책이 반가울 수밖에. 

이 책은 질문과 대답 형식으로 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역사를 지루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 생각을 바꾸고자 이런 형식을 취했다고 한다. 역사는 단지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지금을 있게 한 주춧돌이며 지금도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있건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이야기가 아닌 외워야 할 공부로 접근했기 때문일 게다. 그래서 작가는 이야기 형식으로 꾸몄고 (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인)공과를 정확히 쓰려고 했단다. 작가도 이야기했듯이 우리가 존경하는 인물에게서 결점이 없기를 바라지만 그도 한 인간이기에 결점이 없을 수가 없다. 

내가 고등학교 때던가 수학 선생님(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진보적인 선생님이었던 것 같다. 당시의 시대상황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래서 수업 시간에 종종 말을 멈추고 우리가 생각하기엔 엉뚱한 이야기를 했지 싶다.)이 링컨이 정말 노예가 불쌍해서 해방을 시킨 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했을 때 충격을 받았다. 뭐, 그렇다고 내가 링컨을 대단히 훌륭한 인물로 생각했던 것도 아니다. 어쨌든 지나가는 말처럼 했던 그 말이 내겐 깊이 각인되었다. 그 후로 어떤 일에는 이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꼈던 것 같다. 즉 아무리 훌륭한 업적을 이룬 인간도 결점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는 그런 것까지 다 이야기한다.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미국의 역사가 어느 정도 그려졌다. 또한 단순히 미국의 역사만 그려진 것이 아니라 20세기의 이야기는 세계의 역사에 대한 윤곽이 잡혔다. 어차피 그 당시는 덜렁 혼자 살아가는 시대가 아니기에 미국에서 시작한 대공황이 어떻게 유럽에 영향을 주었고 결국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문득 대공황의 어려웠던 시절을 아름다운 이야기로 승화시킨 그림책 <리디아의 정워>이 떠오른다. 비록 전쟁이 일어나서 미국이 공황을 벗어났지만 말이다. 그리고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아슬아슬했던 순간도 접할 수 있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치를 이용하려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 있다. 사대주의에 입각해서 미국의 역사를 알아야 하는 게 아니라, 현재의 세계를 이해하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잡기 위해 미국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그런 견지에서 보자면 오늘날의 미국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그리고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서술한 그러한 책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도가 하나도 없다는 것. 내가 미국의 땅덩어리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설명이 정확히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럴 때 지도를 보며 책을 읽었다면 명확히 그려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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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꿈꾸는 곳 유엔으로 가자 - 국제기구 편 열두 살 직업체험 시리즈
유엔과 국제활동 정보센터 지음, 김효진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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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도 취향이라는 것이 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다 보면 각자의 취향이 드러난다. 지금까지 다양한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눈 것을 토대로 내 취향을 종합해보자면 우선 감성적인 소설보다는 뭔가 얻을 게 있는 지식정보책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또한 목적의식 없이 단순히 삶의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는 책을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목적의식을 드러낸 책도 싫어한다. 그러니까 목적의식은 있되 드러나지 않게 잘 감춰야 좋아한다는 얘기다. 말은 쉬워도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그야말로 완벽한 작품을 원한다는 얘기니까.   

그래서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도 '열두 살 직업체험'이라는 부제를 보고 국제기구에 대해 알려주는 그렇고 그런 책이라는 생각에 선뜻 집어들지 못했다. 비록 국제기구에 대해 알고 싶고, 어떻게 풀어냈나 궁금했던 책이긴 하지만, 내용에 큰 기대를 걸진 않았다. 그러나 읽고 나서 완전히 바뀌었다. 이 책, 정말 괜찮다.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특히 직업으로서의 국제기구를 목표로 시험공부하듯 준비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관심분야를 먼저 찾아서 그 부분에서 전문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그 말에 적극 동감한다. 이러한 시각이 이 책에 반한 이유이기도 하다. 

본인은 별로 관심도 의욕도 없지만 극성스러운 엄마 때문에 이리저리 학원에 끌려 다니는 나대로가 여름방학을 맞아 유엔 체험단에 뽑히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대로는 특별한 목표도 없이 그저 공부하기 싫은 이유 하나로 체험단에 신청했다. 이런 이야기 구조는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이야기가 끝날 때쯤에는 그런 아이가 가장 많이 변화 발전한다. 비록 결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구성이지만 그 안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은 결코 뻔한 이야기가 아니다. 

유엔 체험단에 뽑힌 나대로와 한연구, 배유미가 뉴욕과 아프리카 수단, 파리, 예멘 등으로 다니며 직접 체험한다. 이 또한 보통의 이야기라면 딴지를 걸겠지만 전혀 그러고 싶지 않다. 여하튼 각 나라를 돌아다니는 것도 다 의미가 있다. 바로 그곳에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유엔 산하 기관 본부가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꼭 알아야 할 유엔 산하 기관을 골라서 그에 대한 내용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사실 난 이런 식의 지식정보책에 동화적인 요소를 넣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 책은 무척 재미있게, 때로는 감동(대로가 자신에게 편지쓰는 형식으로 소감문을 쓸 때 괜히 울컥했다. 아마 지금 대부분의 아이 모습을 대변하는 대로가 많이 변했기 때문일 게다.)하며 읽었다. 중간중간 직접 유엔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부분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유엔에서 일하기 위해 그것을 목표로 스펙을 갖추는 일에만 전념할 것이 아니라, 그 보다 먼저 다른 사람의 아픔을 자신의 일처럼 아파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모든 인터뷰이들의 공통된 조언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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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할머니 평화그림책 1
권윤덕 글.그림 / 사계절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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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면으로 마주치기 힘든 일을 피하고 싶어한다. 회피기제가 작동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회피하면 어떤 일이 바람대로 사라지는 것일까. 뻔한 대답이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강하게 억압하면 무의식으로 들어가서 예기치 못할 때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차라리 정면으로 부딪치는 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말이 쉽지 실제로는 상당한 용기를 요하는 일일 경우가 많다. 

올해로 한일병탄(아직까지 용어가 정리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병합' 또는 '합병'은 한 나라가 다른 한 나라를 흡수 통합하는 것이므로 두 나라 이름을 병기하기란 불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강제 병합 또는 무력에 의한 침탈의 뜻인 '병탄'이라고 써야 한다고 말한다.) 100년을 맞았다. 너무 아픈 역사이기에 잊고 싶지만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역사다. 역사란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즉 오늘날 식민시절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우리는 아직 일본의 확실한 사과를 받지 않았으니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다. 

한중일 삼국이 공동기획해서 만든 '평화그림책'의 첫 번째 그림책이란다. 아직 우리나라 작가의 책만 나왔으니 과연 일본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할까 궁금하다. 현재도 그들의 교과서에는 식민지배와 2차세계대전을 왜곡하고 진실을 말하기를 꺼리니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 잘못되었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도대체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저질렀던 악랄한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내지는 과연 알기는 할까 궁금했던 차다. 일단 그 의문은 풀린 셈이다. 

여자로서 정말 치가 떨린다고밖에 할 말이 없는 위안부. 인간의 본능을 최대한 이해한다해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그들의 행태(그러나 더 화가 나는 것은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식적인 사과를 강력히 요구하지 못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에도 화가 난다.)를 고스란히 드러낸 책이다. 보는 우리도 이토록 아픈데 이렇게 말하기까지 이 할머니들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여기서는 꽃할머니라는 한 분의 이야기를 하지만 단순히 한 명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시골에서 나물 캐다가 일본 군인들에게 끌려가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의 얼굴이 그려지지 않는다. 일본 군인이 잡아갈 때만 해도 분명 사람의 모습이었는데 몹쓸 짓을 당하는 순간부터는 옷만 그려진다. 기억하고 싶지 않고, 기억할 가치도 없다는 뜻이리라. 그러나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잊히는 것이면 얼마나 좋을까. 비록 머리에서는 지워지더라도 뼈속 깊이 새겨진 아픔은 어찌할까. 꽃할머니는 결국 정신을 놓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누구도 관심갖지 않던 50년의 세월이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픔을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50년이라니. 그동안 이 할머니들(지금이야 할머니지만 당시는 꽃다운 나이였을 것 아닌가.)이 감내해야 했던 고통을 어떻게 위로해드려야 하나. 그것은 일본이 정식으로 인정하고 사과하는 일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본 일본의 전쟁을 다룬 책들은 대개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입장만을 강조한 이야기였다. 과연 그들이 가해자라는 입장은 생각해 보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이번에 기획에 참여한 일본 작가들은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하다. 사실 여기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적어도 정의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일 텐데도 그들의 순수성에 의심이 가며 두고 보자는 마음이 앞선다. 이것은 아마 일종의 피해의식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것을 넘어서야 제대로 평가를 할 수 있을 텐데 아직도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선다.여하튼 일본 작가의 그림책이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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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별에서 온 아이 창비아동문고 257
류미원 지음, 정승희 그림 / 창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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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방학이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캠프가 정말 다양하다. 둘째도 이번 여름방학에는 세 개의 캠프를 다녀왔다. 거기에 시골 외가에서 보내는 일주일까지 합치니 방학이어도 집에 있었던 날보다 밖에 있었던 날이 더 많다.  

이 책의 아이들도 태권도학원에서 캠프를 간다. 외진 곳으로 갔으니 현대문명과 떨어진 곳에서 자연을 느끼며 극기체험을 하는 캠프일 것이다. 역시나 시작부터 세 아이들이 에어컨과 컴퓨터를 운운하며 볼멘소리를 한다. 원래 여행이나 캠프를 가면 거기에 충실하기 위해서 문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품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간혹 진짜 그런 곳으로 가면 불편하긴 하다. 하다못해 과자 하나 물 한 병을 살 곳도 없으면 어찌나 답답하던지. 진정한 여행에 대해 이상적인 기준을 갖고 있는 나조차 이럴진대 아이들은 오죽할까. 그들이 불평불만을 터트리는 건 당연하다. 

동갑내기 세 아이 준호, 명후, 원갑이와 이들과 방을 함께 쓰는 뺀질이 태웅이, 그리고 원갑이의 동생 은지가 캠프에서 펼치는 활약상이 주된 내용이다. 원갑이와 은지는 태권도 관장님이 아빠다. 그런데 원갑이는 뭐든지 동생 은지보다 못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단순히 못하기만 하면 그나마 나을 텐데 아빠가 말끝마다 동생과 비교를 해서 원갑이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그러니 원갑이는 아빠 앞에서 주눅이 들어 더 서툴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이 세 명에게는 풀어야 할 숙제가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캠프를 왔으니 어떻게든 풀어야 할 테고 어떻게든 풀어질 텐데 그 방법이 무엇일까. 동화의 중심점은 바로 이것이다. 거기에 준호도 자신의 문제를 갖고 있어 스스로 해결할 힘을 얻는다. 아차, 또 하나 새로운 인물이 있다. 스스로를 외계인이라고 하는 티립스. 이 외계인 친구를 통해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을 많이 들려준다. 그러나 티립스를 믿어주는 건 오로지 아이들 뿐이다. 어른들은 아예 믿지 않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그냥 단순히 소년일 뿐이다. 

그런데 이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조금 낯설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상당히 염려된다. 산에서 밀렵꾼의 이야기를 엿듣고 아주 커다란 사건에 휘말릴뿐 아니라 총으로 위협을 당하고 죽을 고비까지 넘기기 때문이다. 사람은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나면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입게 되어 때로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런데 작가는 그러한 사건조차 일종의 재미있는 경험 정도로 치부했다. 만약 아이들이 정말 이런 일을 겪었다면 이처럼 하룻밤의 모험 정도로 넘어갈 일이 아니라 치료를 요하는 일이다. 아무리 동화가 허구적인 요소에 대리만족을 해주기 위한 장치도 들어간다지만 이건 좀 너무 나간 듯하다. 그런 사람을 재치있게 따돌리고 신고하는 것까지는 괜찮을 수 있으나 인질이 되거나 총으로 위협까지 당한다는 건 심했다. 그들이 만난 외계의  소년 티립스가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으나 그 보다는 이들이 겪은 무서운 경험에 더 마음이 쓰인다. 이것은 분명 작가가 뒤의 사건을 지나치게 강하고 크게 그렸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이 방관자나 조력자에 머물지 않고 직접 해결사로 등장해서 어린 독자는 통쾌할지 모르나 어른인 나는 여전히 마음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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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꼭대기 까치네 집 (CD 2장 + 손악보책 1권) - 임길택 노래상자
임길택 시, 백창우 곡 / 보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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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가요를 많이 듣는다. 아니, 요즘은 보고 듣는다는 표현이 맞다. 돌이켜 보니 이런 말, 그러니까 요즘 아이들 어쩌고 하는 말은 어른의 전형적인 수사법이 아닌가 싶다. 내가 어렸을 때도 분명 어른들이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도 언젠가부터 요즘 나오는 가수들을 보며 그런 말을 한다. 나도 그처럼 고리타분한 어른으로 진입했다는 증거인지 아니면 진짜 요즘 가수들이 오디오보다 비디오를 중요시해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러한 노래보다 백창우가 작곡한 노래가 훨씬 좋다. 

아이를 키우면서 백창우라는 시인이자 작곡가를 알게 되었다. 그의 시를 읽어보진 않았으니 내가 알고 있는 건 작곡가 백창우다. 특히 보리출판사에서 나온 노래마을 시리즈는 여행 다닐 때나 아이가 어렸을 때 자주 들었던 노래다. 한번은 여행 가면서 그 노래를 틀었더니 남편이 뭔가 다르단다. 특히 굴렁쇠 아이들이 부른 노래의 경우 맑은 느낌이 난다나. 노래에 대해 잘 모르고 어린이 문화에 대해서는 더더욱 모르는 남편조차 그런 소리를 할 정도면 뭔가 있는 게 틀림없다. 

이번에는 아주 고급스럽고 보기만 해도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노래집이 나왔다. 임길택의 시에 붙인 노래다. 게다가 표지 글씨는 판화가 이철수가 썼단다. 어쩐지. 어린이 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임길택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코끝이 찡하지 않을까. 주로 탄광 마을이나 산골 마을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그들의 삶을 진정 사랑한 선생님. 그 아이들에게 시를 가르치고(아니, 시를 가르쳤다고 보다 삶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쳤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 결과물을 책으로 내기도 하고 본인도 시와 동화를 썼다. 그러다 46살의 나이에 떠나셨다. 그러니 어찌 찡하지 않을 수 있겠나. 

임길택의 시에 붙인 노래라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노래가 가라앉았다. 물론 경쾌한 노래도 있지만 확실히 마주이야기와 같이 유치원 아이들의 이야기에 붙인 노래 보다는 무겁다. 또한 백창우의 곡들은 금방 눈치챌 수 있다. 그만큼 지금까지 나왔던 노래들과 비슷하기도 하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임길택의 시 '나 혼자 자라겠어요'와 '완행버스'가 들어 있어서 좋다. 그리고 맑은 소리로 노래부르는 굴렁쇠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내 마음까지 맑아지는 듯하다. 우여곡절 끝에 나왔다는데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는 노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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