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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詩겠습니까 2 - 중학생이 사랑하는 시 ㅣ 아침이슬 청소년 13
이상대 엮음 / 아침이슬 / 2010년 6월
평점 :
모임에서 올해 청소년들이 쓴 시와 수필을 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 발제를 우연히 내가 맡게 되었다. 당시는 쉽지 않은 주제로 여겨져 부담이 되었지만 발제 책들을 읽으며 내가 발제를 맡게 된 걸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아무래도 발제를 맡지 않으면 대충 보게 되는데 '어쩔 수 없이' 비교적 꼼꼼하게 읽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 청소년들이 쓴 소설집 <로그인하시겠습니까?>를 만났고 이어서 이 책도 만났다. 만약 내가 발제를 하지 않았으면 관심도 없었을 테고 이런 책이 나왔는지도 몰랐을 것 아닌가.
여러 차례 밝힌 적이 있지만, 책을 좋아하지만 가장 안 읽는 분야가 바로 시집이다. 시집을 어쩌다 읽고 나면 괜찮다, 그러니 앞으로는 자주 읽자라고 다짐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일단 끌리지 않는데 어쩌랴.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내용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간혹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 드는 시도 있지만 그건 그야말로 아주 가끔이다. 청소년인 딸도 시는 좋아하지 않는다. 하긴 나도 그랬다. 교과서에 나온 작품만 간신히 읽는 정도였으니 딸에게 시를 읽으라고 권하지도 못하겠다. 그런데 중학생들이 시를 읽고 느낀 글을 모은 책이라니 우선 궁금했다. 아니, 시를 좋아하는 애들도 있나 싶어 호기심이 일었다. 그리고 기특하면서 부러웠다. 얘네들은 어쩌다 시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그런데 내막을 알고 보니 얘네들도 별반 다를 바 없는 이 시대의 중학생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신서중학교 학생들은 특별한 선생님을 만난 '덕분에' 인생에서 아주 귀한 경험을 했다는 점이다. 후기에서도 나오고 느낌에서도 가끔 나오듯이 아이들도 처음에는 시 공책 쓰는 걸 부담스러워했단다. 하긴 무엇이든 시켜서 하는 건 유쾌하지 않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들도 처음엔 싫었지만 자꾸 쓰다 보니 시가 좋아지고 좀 더 일찍 이런 걸 했으면 하는 아쉬움마저 들었던 것이다. 시간이 날 때 시집을 꺼내 읽으면 마음이 정리가 된다거나 가방에 항상 시집 한 권이 들어있다는 아이들의 글을 읽으며 그들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마음이 싱숭생숭할 때 도서관에 가서 시집을 들춰보는 모습, 얼마나 아름다운가.
소설도 마찬가지겠지만 시도 자신의 경험과 결부될 때 느낌이 남다르다. 그건 각 시를 읽고 느낌을 적은 글만 읽어보아도 알 수 있다. 엄마와 싸우고 나서 읽은 정채봉의 '엄마'라는 시가 눈에 들어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모습은 어른으로서 청소년을 이해하게 해준다. 사실 한창 사춘기에 있는 청소년들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당히 많은 글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책도 하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단지 말하지 않을 뿐인데 그들을 생각없이 행동한다고 치부한 건 아닌가 싶다. 어떤 학생은 자신을 본성이 사악하다고 말하는데 이런 시 공책이 아니면 누구에게 그런 말을 하겠는가. 어찌 보면 자신과 만나는 글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스스로의 아픔도 치유되지 않을까. 그리고 가끔은 아주 풋풋한 사랑앓이를 하는 모습을 보며 유쾌하게 웃었다(당사자는 아플 텐데 웃어서 미안하군).
나 혼자 여기 있는 시들을 읽었다면 결코 느끼지 못했을 느낌들을 청소년들을 통해 많이 느꼈다. 오히려 이들의 감상글을 읽으며 많이 배웠다. 시는 이렇게 읽으면 되는구나하고 말이다. 청소년들이 쓴 시와 수필, 소설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런 기회가 얘네들처럼 특별한 선생님을 만난 아이들만 누리는 특권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청소년들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권리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점이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때로는 치유할 수 있어서 좋고 어른들은 청소년들을 이해할 수 있어서 좋은 이런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에만 매달리는 현재의 모습이 변해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