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리는 윤리적 소비 - 내가 물건을 잘 사야 지구가 건강해요,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세종도서) 상수리 호기심 도서관 14
정원곽 외 지음, 이상미 그림 / 상수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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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소비라는 말을 사용하게 된 것이 1800년대라고 한다. 요즘에 생긴 말인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특히 우리나라는 그동안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주변을 돌아볼 여건도 기회도 없었다. 그러니 그런 말이 있었다고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좀 여유가 생겼다고 본다. 즉 무조건 경제적 가치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환경적, 문화적 가치도 따질 때가 되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전히 그 길은 멀게만 느껴진다. 특히 오랫동안 일궈온 유기농 단지가 사라진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답답하다. 유기농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을 들여 힘들게 만들어 놓은 것을 하루 아침에 뒤집어 놓고는 다른 곳으로 옮기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어찌나 한심하던지. 



유전자 조작 식품은 또 어떻고. 책에서도 이야기하듯이 아직 유전자 조작 식품이 유해한지 무해한지 알지 못한다. 가끔 유해하다는 실험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모른다. 그렇다고 무해하다고 결론지을 수는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미 먹었는데 나중에야 문제가 있다는 게 밝혀지면 그 땐 어쩔 도리가 없다. 지금 가장 걱정하는 게 바로 이런 문제다. 그래서 유전자 조작 식품을 알고 먹진 않지만 그렇다고 안 먹는다는 보장이 없다. 콩이나 옥수수로 만든 다양한 식품에 이미 그런 것이 사용되고 있으니까. 그래서 명확히 표기하도록 하지만 그 마저도 완전히 믿을 수가 없다. 



요즘 국제 곡물가가 들썩이고 있단다. 쌀을 제외한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에게 어떤 위험이 닥칠지 예측 가능하다. 특히 밀의 경우 거의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데, 그렇게 된 과정이 참 어처구니 없다. 이미 알고 있듯이 예전에는 상당량의 밀을 생산했으나 미국의 '도움'으로 지금은 밀을 거의 재배하지 않는다. 그러다 요즘들어 조금씩 우리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생산량이 늘고 있단다.



그런데 우리밀로 만든 빵이나 밀가루가 맛이 덜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한때는 나도 우리밀을 사먹었으나(많이 먹지도 않지만) 요즘은 좀 뜸했다. 아무리 우리 것이 소중하다고 해도 무조건 우리 것을 먹으라고 강요할 수 없다. 뭐니뭐니 해도 식품은 맛이 우선이다. 이 책에서는 그 점을 정확히 지적했다. 맛이 덜해서 사람들이 먹지 않게 되자 노력해서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는 이야기와 함께. 만약 무조건 우리 것을 먹어야 한다는 식으로 강요했다면 조금 거부감이 들었을 텐데 이처럼 잘못을 인지하고 현실을 직시하고 있어서 믿음이 갔다.



얼마전에 공정여행에 대한 책을 읽으며 어찌나 공감을 했던지(비록 실천은 장담하지 못하더라도) 아직도 그 기억이 또렷하다. 그 후로 내가 실천할 수 있는 범위에서 친환경적인 삶을 살고자 노력한다. 물론 전부터 그런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좀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고나 할까. 이론적으로 알고 있고 사례들을 접하면서 얻은 수확이다. 거기다가 이제 이런 책까지 읽었으니 더욱 적극적으로 변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 보다는 나 혼자만 알면서 조금씩 실천했던 것에서 더 나아가 이제는 아이들도 함께 실천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보는 편이 맞겠다.

아이들이 이런 책을 읽고 공정무역이나 공정여행, 윤리적 소비에 대해 알게 된다면 그들이 커서 사회를 이끌어갈 때 한결 괜찮은 나라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마 그래서 미래의 희망인 지금 아이들에게 다양한 책을 읽으라고 하는 것일 게다. 반면 성공을 위해 그와 관련된 책만 읽는다면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테고. 그래서 약간은 두서 없어 보이고 약간은 산만하더라도 이런 책이 꼭 필요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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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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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이 무너지던 날, 중국에 출장 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당시 급박했던 상황이나 안타까웠던 순간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더라는 것 정도다. 다만, 친구 어머니가 그때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건너서 들었다.(대신 성수대교 붕괴 때는 몇 시간 전에 그 다리를 건넜기 때문에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었다.) 당시 일련의 커다란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던 때라 삼풍백화점도 그런 일들 중 하나로 남았다. 물론 그걸 소재로 나온 영화도 있지만 연속성은 없어 보인다. 

첫 이야기가 백화점이 무너진다고 하니 바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겠다. 하긴 우리나라에서 현재를 살고 있는 어른이라면 금방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원인도 아니고 부실공사로 백화점이 무너진 일은 전무후무한 일일 테니까. 그러면 이 소설이 언제를 이야기하는지 대충 짐작이 간다. 그다지 오래전 일도 아니고, 나도 사회생활을 막 하던 때의 이야기니 모든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에는 세컨드인 박선녀의 삶을 따라가서 그냥 읽기만 하면 됐다. 어려운 살림에 일찍 사회에 나가 어찌어찌 하다보니 술장사를 하게 되었고 그러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영감의 둘째 부인으로 되었다는 이야기니까. 

그러나 박선녀의 이야기가 끝나고 김진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했다. 이건 거의 역사서나 다름없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고 해방되어 전쟁까지 치르고 그것도 모자라 군부독재 시절과 민주화를 거치는 과정을 고스란히 통과한다. 정말이지 현대사를 압축해서 들려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현재 모든 사람의 로망이자 권력과 재력의 목적지인 강남 형성사까지 곁들여진다. 예전에는 현재 강남 지역이 벌판이었다느니 힘겹게 사는 동네였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그곳이 생긴 과정은 잘 몰랐다. 아니, 관심도 없었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영화 <친구>를 연상시키는 주먹들의 세력변화도 그려진다. 마치 조폭 영화를 보는 듯 그들의 모습이 자세하게 나온다.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사를 따로 보여주지만 결국 어느 지점에 가서는 서로 연결되면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또한 당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실제의 지명이 그대로 사용되고, 인물(비록 가끔 가명을 썼지만)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서 누구를 말하는지 추측할 수 있었다. 현대사의 질곡을 거칠게나마 훑어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깊은 울림 같은 그런 것, 책을 덮고 나서 멍해지는 그런 느낌이 없다. 뭔지 모르겠지만 약간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소설을 지식으로 접근한 느낌이랄까. 적어도 나는 그랬다. 책을 덮고 났을 때 혹은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강남이 만들어질 때 이랬구나 내지는 사람이 약삭빠르게 움직여야 잘 산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가끔은, 이래서 부동산으로 부자된 사람이 많으니 그걸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느라 아직도 부동산에 모든 걸 투자하는구나라는, 약간 허탈함마저 느꼈다. 언제 기회되면 문학에 조예가 깊은 사람들에게 현재 만날 수 있는 좋은 문학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이런 책을 읽고도 별다른 게 느껴지지 않는 나의 이 메마른 감수성을 탓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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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해도 괜찮아 그림책 보물창고 51
케이트 뱅크스 지음, 신형건 옮김, 보리스 쿨리코프 그림 / 보물창고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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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또 그러면서 경험도 쌓고 발전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어린이 책 중에는 실수에 관한 책이 많다.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느냐의 차이일 뿐 결론은 비슷하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은 언제 어디서나 그다지 새로울 게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책마다 다른 느낌이 든다. 때로는 참신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우리가 사용하는 지우개는 실수했을 때 꼭 필요한 물건이다. 그러니까 실수를 바로잡는 역할을 하는 물건이다. 부엉이와 악어, 돼지는 연필 끝에 달려있는 지우개다. 그들의 주인이 실수를 하면 잽싸게 가서 지우는 게 그들의 일이다. 특히 악어는 숫자에 밝고 부엉이는 글자에 밝다. 일종의 역할 분담이라고나 할까. 물론 돼지는 여기서도 먹는 것을 좋아해서 무엇이든 지우려고 한다. 대신 자기보다 큰 동물을 무서워한다는 문제가 있다. 

그들의 주인인 맥스는(그러고 보니 이 작가의 주인공은 모두 맥스다. 두 권 밖에 안 보긴 했지만, 여하튼 둘 다 맥스다. 즉 <낱말 수집가 맥스>의 작가다.) 어느 날 커다란 종이에 그림을 그린다. 그런데 이제부터 새로운 여행이 시작된다. 셋은 맥스가 그리는 길을 지우고(아이가 그림 그릴 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서), 무서운 호랑이의 이빨을 지우고 성난 파도를 약하게 하기 위해 지운다.  

이쯤되면 헷갈리기 시작한다. 도대체 아이가 지우는 건지, 지우개들이 스스로 지우는 건지 말이다. 어찌보면 맥스가 그림을 더 멋지게 표현하기 위해 지우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지우개들이 각자 좋아하는 걸 그리고 싫어하는 걸 지우는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지우개들이 SOS라는 글자를 만들자 맥스가 그 신호를 알아차리기까지 하니 더욱 헷갈린다. 하지만 누가 지우고 누가 그리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지우개와 맥스는 함께 그림을 아주 열심히 그렸다는 게 중요할 뿐이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헷갈린다. 분명 앞에서는 큰 종이에 그림을 그렸는데 마지막엔 종이가 조각조각 흩어져서 돌아다니니 말이다. 그리고 문을 열고 나가는 맥스가 보인다. 솔직히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깊게 생각했나 보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상황을 상상해가며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텐데. 어쨌든 무서운 이빨이 지워진 호랑이 모습은 너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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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지구를 지켜줘! - 어린이를 위한 첫 환경그림책 모두가 친구 17
토드 파 지음, 장미정 옮김 / 고래이야기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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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유난히 춥더니 여름에는 유난히 덥다. 내가 더위와 추위를 많이 타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주변 사람들도 유독 이번 여름에 덥다고 하는 걸 보면 개인적인 문제는 아닌 듯싶다. 그렇다면 지구가 모종의 신호를 보내는 것은 아닐까. 

얼마전부터 그린이니 에코라는 말을 즐겨쓴다. 특히 그와 관련된 사업이 한창 뜨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진짜 환경을 생각하는 사업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일들이 많다. 환경과 자본주의는 어쩔 수 없이 모순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권정생 선생님이 환경 운동가들에게 환경을 생각한다면 자동차를 몰고 다니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일견 맞는 말이나 현실적이지 못한 면도 있다. 그러니까 환경 운동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동시에 권정생 작가의 말도 일리가 있다. 이쯤 되면 헷갈린다. 과연 환경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면 되니까. 

선명한 색상과 단순한 그림으로 지구를 지킬 수 있는 항목들이 나온다. 하나하나가 아주 쉬운 것들이다. 시장 갈 때 장바구니를 들고 가는 것, 현재 상당수가 실천하고 있다. 우리가 무심코 쓰고 버리는 비닐이 사용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데, 이거 하나로 엄청 편해졌지만 환경은 그만큼 파괴되었다. 이 닦을 때 수도꼭지 잠그고 버스를 타거나 자전거를 타는 일. 내가 가장 자신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대신 공회전을 하지 않는다. 가끔 밖에서 시동을 켜 놓고 있는 차를 보면 입이 근질근질하다. 또한 분리수거 잘 하고 필요없는 불은 끄는 것, 어렵지 않다. 누구나 조금만 신경쓰면 가능한 것들이다. 하지만 점점 여름이 더워져서 에어컨을 트는 날이 늘어나니 큰일이다. 우리 몸도 환경에 적응해서 이제 더위를 못 이기나 보다.  

여기서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거창한 방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또한 무엇을 하라는 메시지가 아니라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담뿍 묻어난다. 별을 사랑하기 때문에 버스나 자전거를 탄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어쨌든 나중에 지구를 책임질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환경을 생각한다면 나중에는 조금 희망이 보이겠지. 그래서 이런 책이 필요한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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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 동백꽃 (양장) 클래식 보물창고 6
김유정 지음 / 보물창고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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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에 으레 읽어야 할 단편 중 하나가 바로 김유정의 작품이다. 그 옛날, 청소년 시절에 읽었던지라 어렴풋이 생각나던 작품을 요즘 찾아 읽고 있다. 딸에게 읽으라고 해야하는데 옛말투 그대로의 작품은 읽기 어려워하니 요즘 청소년들이 읽을 만한 작품을 찾고 있던 중이다. 그런데 이렇게 산뜻하게, 그야말로 요즘 취향에 맞춰 나왔으니 일단 다행이다. 말투 자체를 바꿀 수는 없기에 주석을 달아주었으니 이해하는데 그다지 어려움은 없다. 물론 뒤의 부록을 찾아가며 읽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그 정도의 수고는 감수할 수 있다. 때로는 내용으로 뜻을 유추할 수도 있으니 몰랐던 우리말을 새롭게 아는 재미도 있다고 하면 좀 심한 걸까. 

어쨌든 김유정의 작품 8편을 만났다. 지금 기억으로, 문학과는 전혀 상관없는 길을 걸었기에 김유정의 작품 중 보편적인 두어 개만 읽었던 듯하다. 그렇다고 일부러 김유정의 작품을 찾아 읽은 기억은 없다. 그래서 상당수의 작품이 처음 만난 것들이다. 

김유정은 20세기 초에 태어나 중반도 못되어 세상을 떠났으니, 일제강점기를 고스란히 지냈다. 김유정 작품에서 유독 힘 없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이유를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찾을 수 있다. 농민은 아무리 힘들게 일해도 굶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로 수탈의 대상이었던 시절에 농촌에서 지냈으니 농촌이 주된 대상일 수밖에 없다.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어쩜 이리 궁핍한 생활을 할까 싶을 정도로 힘든 삶을 사는 사람들 이야기다. 농촌계몽운동을 했다 하니 현실 비판적인 이러한 이야기를 쓰는 게 당연해 보인다.  

그렇지만 직접적으로 이래야 한다느니 이런 건 바꿔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냥 슬쩍 눙치며 넘어가는 듯하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사회적 모순과 농촌의 현실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특히 농사까지 내팽개치고 일확천금을 얻기 위해 금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은 당시 상황을 잘 나타낸다. 또한 인간의 이기심과 간사한 마음을 인물의 행동을 통해 너무 잘 표현했다. 특히 <금 따는 콩밭>의 마지막 장면은 이러한 인간의 모든 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시대가 앞으로 나아가면 모든 것이 발전하고 새로운 걸 발견한다고 하는데 우리 근현대 단편을 보면 그 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듯하다. 내가 문학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린지는 모르겠으나 기교는 발전했을지 몰라도 그 외에는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청소년기에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그냥 읽었는데 나이가 드니 그때 읽었던 단편들이 문득문득 생각난다. 그렇다고 당시 엄청 감명 깊게 읽었던 책도 아닌데 말이다. 그만큼 생각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나 보다. 그러니 지금 청소년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들이나 나나 일제강점기를 거친 게 아니니 책에 나오는 상황을 온전히 가슴으로 이해 못하는 것은 똑같을 게다. 딸에게 틈만 나면 이러한 소설을 읽으라고 권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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