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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오묘한 수학방정식
클레망스 강디요 지음, 김세리 옮김 / 재미마주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처음 책을 휘리릭 넘겨 보니 제목도 특이하지만 쫄라맨처럼 아주 간단한 그림과 글이 그려져 있다. 인생은 수학 방정식이라니. 사실 인생은 어느 학문에 대입하더라도 통하는 게 있을 정도로 모든 학문과 연결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수학과 인생을 결부시켜 이야기하는 책이 있다. 바로 얼마전에 읽었던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라는 소설이다. 그 책을 생각하며 이것도 그런 종류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결론은 전혀 '아니올시다'다. 프랑스 작가의 책답게 내용을 그다지 장황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모두 맞는 말이고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각각 하나였던 여자나 남자가 만나 둘을 이루고 다시 하나가 빠져 나와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과정을 사칙연산으로 표현했다. 이 정도는 조금만 생각하면 쉽게 얻을 수 있는 내용이니 그냥 그렇구나 싶다. 그러나 기하학을 설명하고 함수를 설명하는 부분에 이르면 어딘가에 적어 놓고 싶은 글귀가 자주 나타난다. 특히 함수를 설명하는데 '같은 동시에 다른 그는 나와 나의 차이를 통해 나의 정체성을 일깨워 주는 그런 타인'이라는 말, 정말 멋지다. 이렇게 말로만 써 놓으니까 의미가 명확하게 와닿지 않는데 그림과 함께 보면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y는 거울처럼 x의 이미지를 그에게 되돌려 보내기 때문에 나의 정체성을 일깨워주는 누군가라는 얘기다.
사람과의 만남도 함수로 표현했다. 절대값 함수는 보배 같은 이웃이란다. 판단하려들지 않고 절대적 가치의 개념으로 본연의 모습을 비추어 주기 때문이란다. 또 x값이 변해도 y는 그대로인 함수는 자기중심적인 이웃이라고 말한다. 그가 상대방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사람은(원래 함수라면 상대방이라야 한다) 바로 그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비관적인 이웃과 낙관적인 이웃을 다른 함수로 표현한다. 내 주변에는 어떤 사람이 많을까, 또 나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이웃으로 비춰질까 돌아본다.
마찬가지로 복소수도 인생으로 표현했는데 어찌나 공감이 되던지. 육체는 실수부에 해당하고 사고는 허수부에 해당한단다. 그 둘이 함께 있을 때 인간은 비로소 살아 있다는 증거가 된다. 특히 허수부를 작동시켜 얻은 긍정적인 계획들은 열망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은 결국 잘 살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그러니까 육체를 활발히 움직이고 그에 못지 않게 사고도 원활해야 제대로 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띠지에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라고 되어 있는 게 무슨 의미인지 중반을 넘어가서야 알았다. 간혹 프랑스어를 모르면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을 못 알아듣는 경우가 있지만 주석으로 잘 설명해주고 있어서 그걸 보며 이해했다. 인생에 빗대어 수학을 이야기하는 건지, 수학에 빗대어 인생을 이야기하는 건지 잠시 헷갈리지만 그 둘 모두 맞는 말일 게다. 인생은 정말 오묘한 수학 방정식,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