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는 왜 엄펑소니를 꿀꺽했을까? - 문자도 우리 문화 그림책 15
박연철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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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도대체 엄펑소니가 뭘까? 아마 책을 읽는 사람들은 이 의문부터 생기지 않을까 싶다. 이처럼 생소한 단어는 처음에 설명을 해주길 기대하는데 아무리 읽어도 그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하긴 피노키오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 그냥 다짜고짜 히치콕이 나오고 내기를 할 건데 이기면 엄펑소니를 준단다. 엄펑소니가 뭐길래 준다는 걸까. 궁금하지만 참고 그냥 읽는 수밖에. 

그런데 이야기가 시작되자 웬 이상한 한자가 나온다. 그러면서 이야기가 나오고 뭐라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분위기의 그림이 나온다. 하나의 한자에 대해 두 면에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그림도 두 개가 나온다. 그런데 그림을 잘 살펴보면 처음에 그냥 평범한 이야기를 할 때는 없지만 뒤에서 이상한 소리를 할 때는 그림 어딘가에 피노키오가 숨어 있다. 이것을 발견하기까지 책을 몇 번이나 봤는지 모르겠다. 

한자가 나오는 것을 보고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조선 후기에 유행했던 문자도를 가지고 재치있게 만든 그림책이다. 문자도란 문자, 즉 글자(한자)를 그린 그림인데 여러 한자를 그림으로 그려 집 안에 걸어두거나 병풍으로 만들어 세워 두었다고 한다. 이 책은 그 중에서도 '효제문자도'를 소재로 삼았다고 한다. 그런데 단순히 글자의 뜻을 알려주는 책이라면 당연히 재미없다. 그래서 작가는 풍자와 해학이 깃든 민화문자도를 토대로 이야기도 슬쩍 비꼬아서 재치와 익살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어디 그 뿐인가. 책을 펼치면 처음 나오는 헌사에 마그리트와 앤디 워홀, 뱅크시의 이름이 언급된다. '신'자가 나오는 그림을 보는 순간 마그리트의 그림에서 차용했다는 것을 금방 알겠다. 주사위를 들고 있는 히치콕의 그림(사진이라고 해야 하나?)은 앤디 워홀에게서 힌트를 얻었나 보다. 그런데 뱅크시는 모르겠다.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보았다. 예술테러리스트로 불리며 벽에 그림을 그렸던 화가란다. 그림을 몇 점 보았는데 독특하면서도 메시지가 강하게 남는다. 아, 이렇게 해서 또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았다. 이렇게 알아가는 기쁨도 누릴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그러니 집중도 안 됐던 게 사실이다. 엄펑소니는 또 무슨 말인지, 원. 그런데 마지막에 책을 기울여 보란다. 열심히 이렇게 기울이고 저렇게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글자가 보인다. 그제서야 피노키오가 엄펑소니를 먹었다는 말이 무엇인지 이해가 갔다. 또 지금까지 피노키오의 코가 길었는데 여기서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엄펑소니를 먹어서 그런가 보다. 

이렇듯 하나의 장치를 이해하지 못했을 때와 이해했을 때 달리 보이는 게 너무 많은 책이다. 처음엔 불친절한 작가에게 화가 났는데 이제는 오히려 그것 때문에 무릎을 친다. 판형도 독특하고(일부러 병풍처럼 만든 게 아닐까 싶다.) 그림도 현대적인 것과 전통적인 것을 절묘하게 섞어 놓아서 분위기도 특이하다. <어처구니 이야기>를 읽으며 미소가 번졌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이 책은 거기에 웃음까지 더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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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카우보이 - 몽골 여행이 준 선물 6
아르망딘 페나 지음, 이승환 외 옮김, 아이디 자크무 그림 / 아롬주니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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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행을 무척 좋아한다. 특히 현대적인 냄새가 나는 여행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여행을 동경한다. 그래서 몽골을 여행하고 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기도 한다. 광활한 초원이 펼쳐지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는 듯하다.  

그러한 몽골로 여행간 어느 가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것도 근사한 그림과 함께. 또한 단순히 다른 나라를 둘러보고 오는 여행이 아니라 그곳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 나라를 직접 느끼고 오는 여행이라니 바로 내가 추구하는 여행과 딱 맞아떨어진다. 이게 바로 진정한 여행이 아닐런지. 작가가 그런 여행을 했고 거기에 가치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나톨은 엄마 아빠의 계획에 떠밀려 가고 싶지 않은 여행을 떠난다. 하긴 요즘 아이들은 특별히 할 것도, 볼 것도 없는 초원으로 여행을 간다는데 좋아할 리가 없다. 그래서 휴대용 게임기를 몰래 챙긴다. 그러나 몽골에서 아나톨은 어찌나 재미있고 신 나게 보내는지 게임기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할 정도다. 


초원에서 유목 생활을 하는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아나톨은 점차 그들의 삶의 방식에 익숙해진다. 게다가 동갑내기 사르네에게 말 타는 법을 배우기까지 한다. 오죽하면 아나톨이 소원을 빌 때 이 말이 겨울을 잘 견뎌내서 다음에 또 만나기를 빌었을까. 실제로 유목생활을 하는 몽골에서는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동물이 추위와 굶주림 때문에 많이 죽는다고 한다. 풀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건초를 저장할 수도 없나 보다.

몽골로 여행을 떠나는 날부터 돌아오는 날까지의 일기 형식으로 되어 있어 아나톨의 행적을 따라가면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직접 우유도 짜고 타라그라고 하는 일종의 요구르트를 만들어 먹고 우유로 아르키라는 술도 만들어 먹는 모습을 만난다. 이건 동화를 읽는 게 아니라 그들의 생활 모습을 익히느라 여념이 없었다.


광활한 초원의 겨울은 녹록치 않은가 보다. 11월이지만 눈발이 날려서 좀 더 따스한 곳으로 옮겨야 한단다. 게르는 철거와 설치가 쉽다고 한다. 하긴 그래야 이동하는데 부담이 없겠지. 수도인 울란바토르에서 유목생활을 하지 않으면서도 게르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도시로 몰려든 것이리라. 마치 산업화가 한창일 때 농촌을 버리고 도시로 옮겨와 특정한 직업도 없이 도시빈민 생활을 했던 때와 비슷하다. 이들에게 유목생활이 더 가치있는지는 모르겠다(단순히 밖에서 보기에 낭만적으로 보인다고 그 생활을 유지하길 바라는 건 이기적인 생각일 테니까). 지금 우리가 시골에서의 생활이 더 가치있다고 단정지을 수 없듯이 그들도 발전도 필요하고 전통을 지키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행복한 생활이 어느 것인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부디 행복을 위해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고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의 농촌이 붕괴되는 전철을 밟지는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마 작가도 그런 생각을 하고 이 책을 쓴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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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더위 사려!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10
박수현 지음, 권문희 그림 / 책읽는곰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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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대보름이 다가온다. 사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무척 기다리던 명절인데 지금은 그냥 이름만 남아있는 듯하다. 특히 우리 동네의 경우 대보름 전날 저녁에 오곡밥과 나물을 해먹고 밤이면 아이들끼리 모여서 몰래 밥을 훔치러 다녔다. 말이 훔치는 거지 실은 가져가라고 부엌에 놓는다. 다만 들키지 않게 가져갈 뿐이다. 그렇게 가져온 나물을 비벼서 먹는 맛이란. 그래서 대보름이 방학중에 있으면 훨씬 좋았다. 그래야 다음 날도 아이들과 놀 수 있었으니까. 허나 지금은 거의 사라진 풍습이 아닐까 싶다. 점점 사라져가는 것이 어디 이것 뿐이랴만은 어려서의 추억과 함께 전통이 사라지고 있다니 안타깝다. 그나마 이름만이라도 잊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 책은 대보름날 아침에 더위를 판다는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지만 그러면서 대보름의 풍경을 보여준다. 오곡밥과 나물을 먹고 부럼을 깨물고 쥐불놀이까지 하루의 모습을 보여준다. 용알을 뜬다는 말은 나도 여기서 처음 들었다. 아마도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수도가 있어서 용알을 뜰 필요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더위를 팔 필요도 없고(에어컨이 있으니까) 다리를 밟을 필요도 없어서(아프면 바로 병원가면 되니까) 그런 것들이 사라진 것일까.  

이런 책을 보면서 지금 젊은 부모 세대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걸 느낀다. 자칫하다가는 우리가 전통을 단절시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이런 책으로나마 남겨서 잊지 않으려는 것은 아닐런지. 우리는 어려서 경험했던 것들이 이제는 책에서나 옛이야기처럼 만나게 되다니. 그럼 나중에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전통을 고스란히 지키며 그대로 생활할 필요는 없더라도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책이 재미있게 만들어져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알았으면 좋겠다. 물론 이 책처럼 말이다.



아이와 대보름에 대해 알아보며 우선 대보름을 주제어로 해서 마인드 맵을 해보았다. 책을 읽고 설명을 해준 후라 그런지 책에서 나온 내용은 기억을 하지만 그 이상은 아는 게 없나 보다. 예전에 진짜 줄다리기도 구경했는데 거기서 삼겹살 먹은 것만 기억한다. 내 참.


그리고 간단하게 대보름에 관해 정리해 보았다. 언제인지, 무엇을 먹는지, 무슨 놀이를 하는지 정리하다 보면 그래도 조금은 알 수 있겠지. 



이번에는 대보름이 다행히 휴일이라 시골에 갈 예정이다. 비록 쥐불놀이도 없고 다리밟기도 없지만 오곡밥과 나물은 먹으니 조금은 대보름 느낌이 나겠지. 그나저나 아이 친구는 대보름날 아침에 엄마에게 더위를 팔겠단다. 아빠는 더위를 너무 타서 안 된다나. 다음에 보면 잘 팔았냐고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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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 비밀과 거짓말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0
김진영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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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과 열네 살은 비록 한 살 차이지만 처한 현실은 천양지차라고 한다. 열세 살은 초등학교에서 가장 어른으로 대접받고, 열네 살은 중학교에서 가장 어린이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 아이를 보니 그 말이 실감났다. 그래서 유독 열세 살에 대한 책과 열네 살에 대한 책이 많은가 보다. 열 살이 넘어가면 십대라고 우기며 다 큰 척 해보지만, 열네 살이 되어야 이제 진짜 어린이에서 벗어나 청소년이라는 타이틀을 건다.  

그동안 어른은 완전하다고 생각하던 아이들도 이제 서서히 어른도 그저 불완전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조금씩 눈치채기 시작한다. 그래서 하리가 엄마의 불완전을 인정하고 엄마에게 무조건 의지하거나 기대하지 않는다. 비록 방법이 매끄럽지 않기 때문에 엄마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엄마도 조금씩 하리에게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면서 딸을 하나의 인격체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무조건 돌봐야만 했던 대상에서 이제 서로 의지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그게 바로 성장이 아닐런지. 

그렇다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편안하게 성장하지 않는다. 하리만 보더라도 그동안 얼마나 힘든 일이 많았던가 말이다. 좋아하는 남친과 몰래 데이트도 하지만 결국 그것은 허상에 불과한 신기루였다는 것을 깨닫는다(그러나 그 감정만은 소중하게 간직한다. 자신의 감정까지 신기루는 아니었다). 또한 남에게 끌려가다 자칫하면 나쁜 길로 빠질 뻔하지만 그곳에서 스스로 빠져나오면서 인생의 주도권을 되찾는다. 부모들이 자녀에게 가장 원하는 게 바로 그것이 아닌가 싶다. 한창 친구에게서 모든 의미를 찾는 나이라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친구를 사귀라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이야기하지만 스스로 느끼기 전에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때로는 하리처럼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어찌어찌 하다 보니 그 속에 빠져들게 된다. 다행인 것은 하리 엄마와 혜주가 같은 도벽증이라는 것을 알고 혜주를 보며 엄마를 이해하고 자신도 빠져나올 힘을 얻었다는 점이다. 독자의 욕심 같아서는 혜주도 잘 해결되었으면 싶지만 그건 지나친 욕심일 것이다. 안 그래도 뒤에 가서는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되어 정신 없는 판에 혜주일까지 해결되었다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테니까. 

한창 비밀이 만들어지는 나이에 다양한 비밀을 설치하고 그 사이사이에 하리가 좌절이라는 구멍으로 빠지게 되는 원인인 도벽과 거짓말을 적절히 배치해서 재미있으면서도 묘한 긴장을 느끼게 했다. 하리의 도벽은 어떻게, 누가 고쳐줄까 궁금했는데 그건 바로 하리 자신이었다. 사람은 남의 잘못을 보고 그것을 거울삼아 자신의 잘못을 고치는 능력이 있다. 하리는 비록 주목받는 그런 아이는 아니었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을 개선시킬 줄 아는 힘이 있는 아이였다. 많은 청소년들이 하리처럼 그런 힘을 가졌으면 좋겠다. 

언젠가 큰 아이와 도벽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도둑질을 해서 나쁘다고 하기 전에 그 사람에게 부족한 뭔가가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이도 그 사실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 그러나 자기 반에도 도벽이 있는 아이가 있다는데 그 친구는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객관적으로, 이론상으로는 알지만 그것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얘기다. 이게 어디 딸만 그럴까. 나도 말은 이렇게 하지만 딸과 별반 다르지 않은 감정을 가지리라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이런 책을 간접경험 삼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겠지.  

참, 이 책은 과거를 회상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현재형으로 쓰여졌다. 그래서인지 마치 현재 내가 인물들을 관찰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또 더 객관적인 입장이 되는 듯했다. 이래저래 독특하고 재미있으면서도 뭔가 묵직한 것을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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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파업 중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4
김희숙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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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낯설지 않은 제목의 책, 그러나 나온 지 얼마 안 된 책. 십 년(정확히 구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지금 작은 판형으로 다시 나왔다. 전에는 큰 책이었는데 어떻게 작은 크기 안에 이야기를 다 넣었을까 싶었는데 알고 보니 삽화를 다 뺐다. 개인적으로 이런 문고판, 대환영이다. 작고 가벼워서 부담없이 들고 다닐 수 있는 책을 그리워하던 참이다. 그리고 솔직히 삽화를 다 빼니까 좀 있어 보인다. 초등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오히려 그림(삽화)이 있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꽤 있다. 글을 읽는데 방해가 된단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네버엔딩스토리 시리즈, 마음에 든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던데 다시 한 번 읽으며 강산 뿐만 아니라 문화와 의식도 변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소재도 독특했고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지금은 약간 진부한 감마저 느끼니 말이다. 그동안 동화는 무수히 쏟아져 나왔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작가도 많이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얘기는 아니다. 당시 사회를 읽고 그것을 나누려고 애쓰며, 때로는 몇 발짝 앞으로 나아갈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뒤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더라도 그 안에 들어있는 가치는 변함 없는 것이기에 아마도 이 책이 지금도 꾸준히 읽히고 사랑받는 것일 게다. 

지금이야 양성평등이라는 말이 아주 당연하게 생각되지만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드센 여자의 넋두리 정도로 들리는 말이었다. 이 책은 그 '얼마 전'에 집안 일이 싫어서 파업을 하는 엄마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보여준다. 그렇다고 집안 일이 무조건 싫어서가 아니다. 아무리 전업주부라지만 조금도 도와주지 않는 가족에 대한 경고다. 처음에는 하소연도 하고 협박도 했지만 먹히지 않자 파업을 단행한 것이다. 파업 하루 만에 온 가족이 변한 모습을 보니 참 순수한 가족이라는 생각도 들고 정말 이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도 하다. 

이 밖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 있는데 모두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그래서 때로는 작가의 의도가 지나치게 드러난 것 같아 약간 어색하기도 했다. 여기 나오는 어른과 아이는 모두 착한 마음을 가졌다. 남이 아파하면 함께 아파하고 도와주려고 애쓴다. 내가 너무 강퍅한 세상에 살고 있어서인지 그런 점이 비현실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게 바로 작가의 마음이고 작가가 바라는 세상이기 때문에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시비걸기 전에 이 책을 읽는 이는 누구라도 아름다운 마음을 되찾았으면 좋겠다(이건 나 자신한테 하는 독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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