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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를 즐겁게 - 우리말의 어원과 유래를 찾아서
박호순 지음 / 비엠케이(BMK) / 2021년 3월
평점 :

우리말의 어원과 유래를 찾아서
국어를 즐겁게
민속연구가 박호순 지음 / Bmk 출판
원래 평소에 언어의 어원과 유래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인데요.
이런 것들을 알게 되면 무작정
어떤 어휘를 외우는 것보다
훨씬 더 잘 재미있게 기억을 할 수 있거든요.
그러니 간헐적으로 기회가 닿을 때마다
눈여겨보던 우리말의 어원과 유래에 대해
제대로 살펴보는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냉큼 만나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바로 이 책, <국어를 즐겁게>입니다.

<국어를 즐겁게>의 저자 이력을 살펴보면
정말 이런 책을 내고도 남겠구나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데요.
교대와 국문과 국어교육과를 거쳐
초등, 중등, 고등학교의 교사생활은 물론
교장과 장학사, 연구관, 장학관 등
초중등교육 현장에서 그야말로
제대로 잔뼈가 굵은 분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정말 광범위한 영역의 다양한 어휘들에 대한
어원과 유래들을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책은 1. 언어, 2. 민속, 3. 역사,
4. 식물과 지명, 5. 교훈
이렇게 총 5장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먼저 언어 편을 살펴보면
가장 먼저 ‘얼굴’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여러분은 얼굴이 어디서부터 얼굴인지 알고 계셨나요?
저도 이번에 <국어를 즐겁게>를 만나보기 전까진
막연히 이마부터 턱까지 모두를
이르는 말인 줄 알았는데요.
얼굴은 엄밀히 따지면 눈썹부터가 얼굴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그럼 이마는? 이마는 머리에 해당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왜 이렇게 구분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설명을 해주고 있는데요.
바로 ‘얼이 담겨 있다’고 할 때 쓰는 ‘얼’과
‘꼴’의 옛말이라 추정되는 ‘골’이 합쳐져
얼골로 불리다가 모음조화에 의해
‘얼굴’로 변형됐다는 겁니다.
저는 국어학자가 아니다 보니
저자의 이런 주장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순 없지만
이런 해석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워서
앞으론 ‘얼굴’을 언급할 때면
이 책 <국어를 즐겁게>를 떠올리게 될 것 같아요.

이 외에도 우리가 요즘 흔히 쓰는
‘완전 맛있다’와 같은 표현이
언제부터 어떤 식으로 세간에 널리 퍼지게 됐는지를
분석하는 표현도 등장하고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많이 쓰는 속어인 ‘쪽팔리다’를
어떤 어휘로 바로 표현하는 게 좋을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잘 정리해 놓아
이 부분도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속담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저자의 유추를 정리해놓은 부분들도
정말 흥미로웠고요.

2장의 ‘민속’에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했는데요.
워낙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까치설’의 유래와
‘수릿날’의 어원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는데요.
기존에 존재하던 여러 설들을 소개하는 한편
저자 나름대로 여러 정보들을 기반으로
유추하는 유래를 함께 소개하고 있어
독자들이 다양한 유래에 대해 함께
고민해볼 수 있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책을 읽고 나니,
단오를 부르는 다른 말이 수릿날이라는 사실을
아마도 앞으론 헷갈리지 않게 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

또 3장에선 역사 속에 등장하는 어휘들에 대한
어원과 유래를 살펴보고 있는데요.
원래 역사를 좋아하는 편이라 3장의 내용도
정말 재미있고 흥미로웠습니다.
초기 신라 왕들의 명칭에 대한 유래는
여러 루트를 통해 접한 적이 있긴 한데
백제 왕의 옛 명칭이 ‘어라하’였다는 사실은
이번에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지만
어원과 함께 이 단어를 접하게 돼서
앞으론 거의 잊어먹지 않을 것 같단 예감이 듭니다.
연개소문의 직함으로 낯익은 ‘막리지’에 대한
어원 분석 역시 무척 재미있었고요.
보통 학생들에게 국사가 정말 어려운 이유가
바로 평소 전혀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용어들이 마구마구 등장하기 때문일 텐데요.
이 <국어를 즐겁게>를 혹시나 본 청소년이라면
앞으로 국사시간이 더 즐겁게 여겨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습니다.

4장의 ‘식물과 지명’ 또한 재미있는 내용이 무척 많았는데요.
‘이팝나무’ 이야기가 가장 먼저 등장해
저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저는 이팝나무를 본 적은 있어도
지난해 봄 아이들과 스마트렌즈로 이팝나무를
검색해보기 전까진 이팝나무를
제대로 구분해내지 못했는데요.
그래도 아이들과 스마트렌즈로 한 번 검색해본 후엔
이팝나무에 적어도 꽃이 피면
이팝나무를 구분해낼 수 있게 됐답니다. ^^
때문에 이팝나무의 꽃을 떠올리며
이팝나무의 어원에 대한 저자의 분석을 읽으니
더 잘 수긍이 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교훈’ 파트에 등장하는 이야기들도
재미있는 내용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약관, 이립, 불혹, 지천명, 이순 등은
저도 업무상 종종 써먹곤 하던 어휘들이라
무척 반깁기도 했고,
쓸 때마다 헷갈리던 순국과 호국의 차이,
열사와 의사의 차이점도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면서도
미처 그 근본적 뜻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 없는
다양한 어휘들의 어원과 유래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던
<국어를 즐겁게>는 그야말로 우리말을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접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해주는 책입니다.
책이 조금 두껍긴 하지만,
우리말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청소년들도
이 책을 읽어본다면 국어뿐만 아니라 국사 공부도
덩달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돼 줄 것 같아요.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