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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감정 - 나쁜 감정은 생존을 위한 합리적 선택이다
랜돌프 M. 네스 지음, 안진이 옮김, 최재천 감수 / 더퀘스트 / 2020년 8월
평점 :
GOOD REASONS for BAD FEELINGS
이기적 감정
나쁜 감정은 생존을 위한 합리적 선택이다
랜돌프 M. 네스 지음
안진이 옮김 / 최재천 감수 / 더 퀘스트 출판

<이기적 감정>은
바쁜 일정 와중에도 꼭 읽어보고 싶다는
강한 끌림을 주는 책이었습니다.
인간의 감정에 대한
전혀 색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이기적 감정>!
이런 끌림과 찬사는 비단
저에게만 국한된 게 아닌가 봅니다.
장장 7페이지에 걸쳐
<이기적 감정>에 대한
세계 각국의 명사들이 보내는 찬사들이
빼곡하게 기록돼 있으니 말이죠.
그 중에서 이 책이 제시하는 분야를
한마디로 정리한 단어를 발견했습니다.
“진화정신의학”이 바로 그건데요.
마음의 작용인지, 뇌의 작용인지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정말이지 복잡하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인간 정신의 세계.
그걸 ‘진화론적’ 관점에서 접근한
정신의학!
그것이 바로 이토록 두꺼운
<이기적 감정>을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새로운 학문 명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진화 심리학, 진화 사회학 등
이미 여러 학문 분야에는
인간의 진화 과정이
우리 인간의 마음과 사회생활 등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는
학자들이 존재했습니다.

그런데 아마도 정신의학 분야에서는
이 책의 저자, 랜돌프 네스가 선구자인 것 같습니다.
그는 이 책에 앞서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라는 책을
진화생물학자인 조지 윌리엄스와 함께 썼다고 하는데요.
이것이 바로 진화의학의 초석을 다진 책이라고
평가받는 세계적 베스트셀러라고 하니 말이죠.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습니다.
먼저 <1부 왜 인간의 마음은 쉽게 무너지는가?>
라는 명제로 시작됩니다.
글은 저자가 만났던 한 환자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그녀는 생활 속에서 여러 가지 불안을 과도하게 느끼는
30대 중반의 여성이었는데
그녀가 만나본 4명의 전문가가
모두 다른 진단과 처방을 내려
결국 그녀가 저자를 찾아오게 됐다고 합니다.

저자는 그녀에게 불안의 원인을 설명한 끝에 이렇게 말해줍니다.
“불안은 유용한 감정이기도 하다. (중략)
불안을 너무 적게 느껴
재앙과 맞닥뜨리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라고 조언을 합니다.
이게 바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이 아닐까 합니다.
인간이 불안을 느끼는 이유는 바로!
불안이라는 부정적 감정을
껴안고 살아야 하는 불행을 감수하고라도
‘생존’을 위해 우리 유전자는
그 불안을 적극 활용하도록 발달해 왔다는 거죠.

이에 대해 저자는 1부 3장에서 이렇게 명확히 말합니다.
“감정은 당신의 행복에 관심이 없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봤을 때
인간은 잘 생존하도록 발달해야 합니다.
따라서 진화론적 관점에서 감정은
인간의 행복 따위보다는
생존에 유리하도록 발달해야 하는 거죠.

<2부 감정의 이기적 기원>에서는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나쁜 기분을 느끼는 이유와,
불안이 때로 우리를 어떻게
보호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죠.
특히 우울증과 불안장애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가장 설명이 용이한
영역이라고 합니다.
이는 또한 우리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겪는 정신적 고통이기도 하지요.

<3부 사회적 삶의 기쁨과 슬픔>에서 소개하는 내용 중
“10장. 억압과 왜곡, 때로는 나를 모르는 게 약이다”의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이란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아서
초자아에게 억제당하는 충동들이 소용돌이치는
가마솥과 같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에 대해 이렇게 반박합니다.
‘억압은 반사회적 동기들을
남몰래 무의식적으로 추구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동기들을 알지 못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억압은 우리를 도덕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더 나은 사회적 동반자로 만들어준다.’
고 말이지요.
프로이트에서 시작돼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우리의 무의식 세계에 대해
재단했던 부정적 시선들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는
저자의 견해가 제겐 더 크게 공감이 됐습니다.
저는 통상의 프로이트를 필두로 하는
정신분석에 대해 늘 어딘가 불편하고
억지스럽다는 생각을 해왔기 때문에
더 와닿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4부 고장 난 행동과 심각한 정신질환들>
현대인들이 겪는 여러 가지 정신적 질환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정리해 놓았습니다.
이처럼 이 책
<이기적 감정>은
하루 이틀 읽고 치워버릴 교양서적은 아닙니다.
두고, 두고 꼼꼼히 또 한 번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정신의학이나
심리학에 대해 관심 있어 많은 책을 본 분들이라도
이 책은 꼭 한 번 읽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전혀 새로운 관점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돼 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