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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은 어떻게 짝을 부를까? - 알면 알수록 재밌고 보면 볼수록 신기한 곤충 세계 ㅣ 세밀화로 보는 정부희 선생님 곤충 교실 4
정부희 지음, 옥영관 그림 / 보리 / 2020년 3월
평점 :
세밀화로 보는 정부희 선생님 곤충교실 4
곤충은 어떻게 짝을 부를까?
여러 방법으로 짝을 찾는 곤충 이야기
정부희 글 / 옥영관 그림 / 보리 출판사
<곤충은 어떻게 짝을 부를까?>는 세밀화로 보는 정부희 선생님 곤충교실 시리즈의 4번째 책입니다.
이 책을 보자마자 아이에게 꼭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곤충을 좋아하느냐고요? 아니요. 너무 좋아하지 않아서입니다. ㅜㅜ
근데 그게 너무 엄마 탓인 거 같아서, 늘 마음에 걸렸거든요.
엄마가 곤충, 사실 제 기준에선 그냥 벌레들에 포함되는 이 개체들은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막 온 몸이 간지럽고 징그럽고 이상합니다.
엄마가 이 모양이니 아이들이 벌레든 곤충이든 관찰을 하고 좋아할 틈을 주지 않아서,
그리고 곤충만 보면 호들갑을 떨며 도망다니느라 바쁜 엄마를 보고 자랐으니 아이들도 당연히 곤충만 보면 기겁을 하는데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아이들에게 미안해지고, 참 심란하답니다 ㅜㅜ
집에 있는 동물도감들 자체를 아이들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도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난히 곤충 파트는 무조건 패스인 아이들인데요.
그래서 이 책을 보자마자 이건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사가 아니니까요. 정말 실사처럼 상세한 그림이지만, 그래도 그림이다 보니 어딘가 모르게 따뜻하고 덜 징그러운 느낌이 드니까요 ;;
책을 보여줬더니 일단 표지와 사은품에서 합격점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사은품에 혹하는 아이를 꼬드겨서 ㅋㅋ 책을 읽어야 볼펜을 가질 수 있다고 협상을 걸어 책을 볼 이유를 더욱 확실히 만들어 주었습니다. ;;
책의 곤충은 짝짓기를 하는 방법에 따라 총 5가지로 나뉘어 있는데요.
우리가 가장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노래를 부르는 곤충>에서 시작해서 반딧불이로 대변되는 <불빛을 반짝이는 곤충>, <냄새를 풍기는 곤충>, <몸짓으로 사랑을 나누는 곤충>, 그리고 <선물을 마련하는 곤충까지> 5가지 종류의 구애 방법이 등장합니다.
사실 제가 이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먼저 짝짓기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는데요.
바로 매미 때문입니다.
아이가 여름철 매미 소리를 무척 안 좋아하거든요.
워낙 소리에 민감한 아이이기도 하지만 곤충류에 관심이 없다 보니 여름만 되면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매미들이 다 사라졌음 좋겠단 소리를 수시로 하곤 했는데요.
기회가 될 때마다 얘길 해주곤 하지만 그래도 부모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본인이 읽어서 깨닫는 건 또 아이가 받아들이는 자세가 다르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아이가 매미에 대해 조금만 더 애정을 갖고 이해를 하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세상사가 다 그렇듯 같은 소음도 어떤 마음으로 듣느냐에 따라 소음이 되기도 하고 낭만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
아이가 처음에는 글밥이 많다, 세밀화 책이라면서 그림이 생각보다 너무 적다, 왜 다 벌레 얘기 뿐이냐 동물은 어떻게 하나도 없을 수 있냐 등등 ㅋㅋㅋ 온갖 핑계들을 끌어대며 툴툴대고 읽기 시작했는데요.
또 막상 읽어나가기 시작하니 조용히~~ 잘 집중하며 읽는 모습을 보니 역시 엄마의 이번 작전도 성공이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답니다. ^^
뭐든 새로운 걸 알게 되는 걸 좋아하는 아이라서 아직 한 번도 접근해보지 않았던 곤충의 세계는 아이에겐 온통 미지의 세계일 테니, 읽기 시작만 한다면 호기심이 발동하리라 믿고 있었거든요. ^^
역시! 아이는 읽으면서 수시로 제게
"엄마 매미는 허물을 벗을 때 어디로 빠져 나오는지 알아?"
"처음엔 날개가 쭈글쭈글한 채로 나온대, 그래서 좀 쉬어줘야 날개가 다 펴진대"
라며 재잘재잘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제게 들려주느라 바쁘더라고요.
그리고 매미 편을 다 읽고 나서, 아이가 드디어 말했습니다.
"엄마! 매미는 배를 실룩실룩거리면서 운대! 암컷을 부르려고 노래를 하는 거래! 그 노래를 한 번 하려고 몇 년을 땅 속에서 애벌레로 있다가 그나마도 며칠밖에 노래를 못한다니까 조금 불쌍한 것 같아, 이젠 매미가 맘껏 노래하라고 응원해줘야겠어!"라고 말하더라고요.
물론 이 이야기는 엄마가 수도 없이 해준 얘기입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들은 척도 하지 않았거든요 ;;
하여튼 그냥 시끄러운 벌레라며 싫어하던 아이인데 역시 본인이 찬찬히 읽어보고 나니 그동안 엄마가 해줬던 말과 매칭이 되면서 매미에 대해 조금 마음의 문을 열어준 것 같더라고요. ^^
이로써 이번 책을 선택한 저의 소기의 목적은 모두 달성한 셈입니다.
아이가 이렇게 조금씩이라도 자연의 이치와 섭리를 이해하고 나의 불편과 낯설음을 앞세우기 전에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앞으로 조금씩 조금씩 더 익혀나갈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사실 저도 곤충에 대해서는 아는 게 정말 없어 절반쯤은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곤충들도 제법 됐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낯설고도 신기한 곤충이 바로 밑들이였습니다.
밑들이를 소개하는 제목은 '풀숲을 날이다니는 전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