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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무엇을 하든, 누가 뭐라 하든, 나는 네가 옳다 - 나의 삶이 너희들과 닮았다 한쪽 다리가 조금 ‘짧은’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한 ‘길고 긴 동행’, 그 놀라운 기적
황정미 지음 / 치읓 / 2020년 2월
평점 :
네가 무엇을 하든, 누가 뭐라 하든,
나는 네가 옳다
황정미 지음 . 치읓 출판
어린 시절 소아마비로 장애인의 삶을 살기 시작해야 했다는 저자.
책을 읽으면서 내내
본인이 짊어졌어야 할 숙제가 컸기에
마음이 아픈 아이들에게 더 진심어리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삶이란 게 늘 나쁜 일만 있으라는 법은 없다는 걸
아무리 나쁜 일조차도 결국 내가 잘 극복하고 헤쳐나오면
교훈이 되고, 힘이 되고, 배움이 있더라는 걸
저도 살아가면서 조금씩은 깨닫게 되더라고요.
본인조차 아픔과 힘겨움을 가득 안고 있으면서도
너무 아파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
손을 내밀다 못해 내 삶의 영역에 불쑥 들어오겠다고 할 때도
기꺼이 품어주기 위해
심지어 같이 생활을 공유하기까지 했다는
정말 특이한 과외 선생님~!
지금은 누구나 인정하는 교육열 높은 송도 신도시에서
아이들을 성적 테스트가 아닌 심리 테스르를 한 후 과외를 시작했다는
심리 상담사이자 전과목 과외 선생님이기도 했던 저자는
아이들에게 밥도 주고, 잠도 재워주고 마음도 토닥여주며
정말 그저 그런 선생님이 아닌
멘토를 자청하며 살아온 세월이 무려 30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그런 독특하고 특이한 공부방 운영을 접고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상담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언제고 달려가 꼭 한 번 상담을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네요.
책은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본인의 아팠던 시절을 담담하게 풀어놓는 것으로 시작되는
1장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내서
2장부터 4장까지는 저자가 맡아서 가르쳤던 아이들 중
가장 울림이 컸던 아이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펼쳐 놓았고, 5장은 일종의 에필로그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돼 있습니다.
2장은 가장 묵직하고 아픈 사연의 아이들
이야기를 중심으로 꾸며져 있는데요.
이름이 예쁜 아이 아인이,
온 가족이 저자와 깊은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된 책만 보는 하율이
카카오톡으로 엄마가 모르는
비밀을 쏟아내는 민호..
책을 잃다 보면
곳곳에서 저의 어린시절도 만나게 되고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엄마인지 반성하게 되고
저자의 담담한 본인의 경험담을 읽으며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해서
몇 번씩을 쉬어 읽고 쉬어 읽어야 했는데요.
사실 지금도 마음이 잘 추스려지지 않아서
어떻게 서평을 써야할지 갈피를 못 잡겠네요 ㅜㅜ
아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아프다고, 아파 죽겠다고 외치는데
어른들은 아이가 저지른 행동의 결과만을 보면서
화내고 한탄하고 재단해버리곤 합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부모가 말이죠.
흔히 엄마들끼리 자조섞인 목소리로
애한테 화를 내는 게 친모라는 증거다!
라고 말을 하기도 하는데요.
저 역시 그런 말로 스스로 위로하기 일쑤고요.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정말 다시 한 번 그런 작은 행동 하나하나들이 모여
아이들의 영혼을, 마음을 어떻게 해치고 아프게 할 지를
더 진지하게 더 깊이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더군요.
3장에서는 저자의 자기 고백적 경험담이 이어집니다.
심리상담을 하고, 아이들과 같이 숙식을 하면서
당연히 만날 수밖에 없었을 자기 한계를
가감없이 털어놓고 있습니다.
가르치고 상담해주는 아이에게
때로 저자가 의지하게 되기도 하고
혹은 아이들에게 지적을 받고,
감정을 컨틀롤하지 못해서 힘겨워 했던 경험들을
담담하게 풀어놓은 걸 보면서
진실성이 더 크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수박 겉핥기 식으로나마
심리 상담에 대해 잠시 공부했던 터라
제가 가장 자신이 없고, 두려워서
내려놓았던 이유이기도 했던 터라
용기 있게 털어놓는 모습만으로도
정말 대단하구나 감탄을 하게 됐습니다.
4장에서는 앞에서 소개됐던 친구들의
후기 같은 이야기들이 많이 소개돼 있는데요.
저자가 가르쳤다고, 저자가 마음을 보듬어 줬다고 해서
모든 아이가 상처를 100% 치유하고 멋지게 성장하였다!
하는 해피엔딩의 이야기들만 늘어놓은 게 아닙니다.
아이들의 부모가, 환경이 모두 바뀐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더욱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달라지려다가도 주저앉게 만드는 게
아이러니하게도 부모들이더라고요.
책을 덮은 후 여태까지
제 마음이 아프고, 두렵고, 심란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착하고 말 잘 듣고,
잠시 잠깐 방황을 하더라도
이내 착하고 사랑스럽기만 하던
내 아이로 돌아와주기만을 바라는
정말 어린아이 같고 고집스러운 부모들..
한심하다고 함부로 손가락질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안에 제 모습이 너무 많이 반영돼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정말 감사한 일은..
저는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제게는 기회가 더 많다는 걸
지금까지 잘못한 시간보다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겪어나가야할 시간이 더 많으니
이 먹먹함이 진정이 되고 나면
제가 앞으로 아이들이 성장해가면서
겪게 될 많은 일들을 어찌 헤쳐나갈지
실마리를 조금이나마 제 마음에
새길 수 있을 거라 위안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