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과학 - 복잡한 세상의 연결고리를 읽는 통계물리학의 경이로움
김범준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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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에게 최선의 선택이 사회적으로는 최선이 아닐 수 있다는 말을 고등학교 사회 시간에 배운 기억이 있다.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 최선의 선택을 하고 나름의 선의를 가지고 살지만 내 행동이 복잡한 인간세상에서는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사람 세명이 모이면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은 과장, 오해, 왜곡을 불러일으킨다.우리들 사이의 연결고리가 좋은 방향으로 작용되는 경우도 많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찾기 어렵지 않다.저자인 김범준 교수는 통계물리학을 전공하고 복잡계에 대해 연구, 강의한다.복잡계라는 것은 이런 인간세상의 특성에 대한 이야기다.이 복잡계라는 것은 단순히 인간세상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비효과라는 말로도 알 수 있듯이 자연에서도 나타난다.

함께 사는 공동체에서 우리들과 우리들의 행동이라는 구성요소가 상호작용하는 모습은 보통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의 영역이었다.물리학은 자연과학인데 물리학적 관점에서도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연구한다니 신기했다.심리학이 인문학, 사회과학이지만 자연과학적 방법론을 많이 쓰듯이 이제 학문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여러 학문들이 넘나들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사람들이 사회 속에서 하는 행동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창발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자주 빚어지는 오해와 집단주의 역시 과학적으로 측정이 가능하다.우정을 포함하는 인간관계를 수학적, 과학적으로 풀어볼 수 있다니 새롭다.장님 코끼리 만진다는 말처럼 어떤 한 부분만 파고들면 오히려 대상의 전체적인 모습을 오독할 수 있다.그런 면에서 통계물리학, 복잡계는 전체적인 모습을 짚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복잡한 세상을 재밌게 관찰하는 일에도 통계물리학을 포함한 이 책이 도움을 준다.우리가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거나 아니면 개인적인 추측만으로 이야기하는 사회문화적 이슈에 대해 이 책은 통계를 근거로, 과학적인 분석 결과를 내놓는다.시간이나 존재 같은 물리학의 기본적인 연구대상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가 더 커지고 있는 지금 읽을 필요가 있는 부분이 아닐까.변화가 빨라지고 다양해지면서 세상이 더 복잡해지고 있다.학문도 세분화되었기 때문에 전문가라고 해도 우리의 미래에 대해 단언할 수 없다.이럴 때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되 전체적인 그림을 보는 시야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이 책이 그런 시야를 갖추는데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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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디
코트니 서머스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시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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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여자 아이의 진실, 남겨진 가족의 이야기, 여성들의 삶을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이 읽어야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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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피쉬
대니얼 월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동아시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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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아버지는 동물과 말을 할 수 있다고 했다.(중략)그는 동물들만의 특별한 언어를 알고 있었다.그에게는 그런 재주가 있었다."(17페이지)


"아버지에게 죽음은 최악의 것이었다.물론 이 말이 이상하게 들린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최악의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아버지에게는 특히 더 끔찍했다.지상에서의 그의 기능을 앗아가는 병이 점점 심해지던 순간, 죽음을 준비하는 마지막 몇 년 간은 더욱 그러했다.비록 그에게 그 시간이 다음 생을 위해서는 이로웠을지라도 말이다.더 나쁜 것은 그가 늘 집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그는 그것을 너무나도 싫어했다."(27페이지)


"모든 것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게 느껴진다.이젠 '위대한 사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겠어.음, 위대해지기 위해서는 어떤 전제 조건이 필요한지, 윌리엄, 너는?"

(중략) 

"한 남자가 자기 아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위대해하다고 해도 좋지 않을까요?"

"아버지가 위대함의 망토를 입을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이것뿐이었다.아버지는 그 위대함을 더 넓은 세상에서 추구했지만, 놀랍게도 그것은 내내 바로 여기, 집에 있었던 건지도 몰랐다."(37~38페이지)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성향 중 내게 물려주고 싶은 덕목들의 목록을 만들었다.

인내

야망

좋은 성품

낙천성

지적 능력

상상력

그는 이것을 슈퍼마켓에서 주는 누런 봉투 뒤에 적어놓았다.전에는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그 덕목들이 필요했지만, 이제 그 덕목들은 아무런 보상 없이 나와 함께 나누고 싶은 것들이었다.갑자기 그는 내가 빈손으로 이 세상에 왔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기회인지, 그리고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깨달았다.내 눈을 들여다보면서 그는 끝없이 광활한 공간을 봤고, 그 공간을 채우고 싶은 욕망을 봤다.그리고 나를 채우는 일은 아버지인 자신의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174~175페이지)


이 책은 아버지에 대한 책이면서 저자의 장편 데뷔작이다.데뷔작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풍성한 이야기를 담고 있고,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바뀌는 시점 속에서도 이야기가 탄탄하게 연결되어 있다.아버지 세대의 생활상이 잘 그려져 있고, 비록 자주 떠나서 집에는 별로 없었던 아버지지만 그에 대한 추억도 듬뿍 담겨있다.많은 경험을 한 이야기꾼인 아버지 덕분에 같이 있던 시간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책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책에도 나오는 이야기지만 어떤 사람의 이야기가 전해지면 그 사람은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이 책의 아버지 역시 계속 남아있을 것이다.또 허황되면서도 재치 있는 유머가 진지한 대화를 방해할 수 있지만 어쩌면 그런 유머야말로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가정에 소홀했던 아버지의 회고가 대중매체에서 많이 다뤄진다.이 책 역시 노쇠하고 삶의 끝에 선 아버지가 아들과 대화하는 책이지만 보다 유머러스하고 (비록 사망을 목전에 둔 상황이지만) 다정한 분위기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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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하늘 빨간지구 - 기후변화와 인류세, 지구시스템에 관한 통합적 논의
조천호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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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직접적인 존재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2020년까지 우리가 경로를 바꾸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기후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될 것이고, 인류와 인류를 지속시켜주는 자연계에 파멸적인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사무총장


"이웃의 고통과 미래세대의 생존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어떻게 우리가 윤리적 존재일 수 있겠는가?지구에 사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9페이지, 고려대 윤태웅 교수의 추천사)


"세계는 과거부터 인류가 선택한 것들이 축적되어 만들어졌습니다.마찬가지로 미래 세계 역시 이 순간부터 우리가 선택하는 것들이 축적되어 이루어질 것입니다.그렇다면 "미래는 어떻게 할까?"라고 질문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어떻게 만들고 싶은가?"라고 자문해야 합니다."(11페이지)


"소빙하기 그린란드에서 펼쳐진 바이킹의 '소멸'과 이누이트의 '생존'에 관한 이야기는 인간이 자연환경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고 말해준다.가혹한 환경에서 인간 사회가 소멸 할 수 있지만, 그 결과가 필연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42페이지)


"기후변화는 현재와 미래가 과거의 연속선상에서 벗어나도록 만들었다.이 불확실성의 시대에 바이킹 이야기는 지금까지 기후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진 대부분의 가치와 체계가 한순간에 무력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소빙하기보다 격렬하게 변화하는 오늘날의 기후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와 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다."(43페이지)


우리나라는 급격한 산업화와 경제발전을 거치면서 환경보호를 도외시했다.환경보호를 적극적으로 신경 쓴 건 민주화 이후다.대표적인 사례로 우리나라의 환경보호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환경정책기본법은 1990년에 제정되었다.그러다보니 30년이 흐른 지금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환경보호란 결국 사람을 포함한 지구의 생명들을 지키고 배려하는 것을 의미한다.오랜 지구의 역사에서 수많은 생명이 탄생했지만 인류세라는 말이 상징하듯 지금 인간의 위상은 남다르다.인간이 지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의미다.이 과정에는 수많은 우연이 포함되었고 인류는 그때그때마다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해서 적응했다.적응하지 못한 집단은 사라졌고 적응한 집단만 살아남은 것이다.


문제는 과거에 적용되었던 방식이 이제 소용이 없고 심지어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자연으로부터 위협받았던 시대에 자연을 물리치고 개척하려고 했던 것은 그때의 시점에서 타당한 방식이지만 지금은 더 이상 아니다.이미 오래 전부터, 수없이 진행되어 온 과학적 연구에 따라 상수로 여겨지는 기후변화에 적응하려면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아주 먼 미래나 다른 나라를 위해서가 아니라 가까운 미래의 우리를 위해서 온실가스 규제가 필요하다.각종 자연재해들이 보여주는 극한 날씨를 보면 알 수 있다.미래의 위기는 갑작스럽게 닥쳐와서 우리가 쌓아놓은 문명을 한순간에 지울 수 있다.하버드 대학의 조지 월드 교수는 이미 49년 전인 1970년 강연에서 환경오염, 인구과잉, 핵 전쟁을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3대 위험으로 선정했다.지금부터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아도 기후변화는 피할 수 없고 이미 상당수 진행되었다.과학계의 경고가 오래 전부터 나온 만큼 시간은 부족하다.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해법은 민주주의다.아시아인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마티아 센은 경제학자면서도 윤리와 철학을 이야기한다.그는 개인의 실질적 자유와 정의가 사회발전의 원동력이라면서 그 원동력을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민주주의는 개인의 탐욕, 기업의 이윤이 아닌 공동체의 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사회를 이끈다.우리나라가 기후변화에 더 잘 대응하려면 민주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또 기후변화는 정의, 안보, 과학의 문제이기도 하다.악마는 뒤쳐진 자부터 잡는다는 서양의 속담이 있다.기후변화는 기후변화에 책임이 적은 가난한 나라들부터 피해를 입힌다.그들은 그 피해를 방어하고 이미 입은 피해를 복원하기에는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다.책임과 결과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부정의가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더 강하게 촉구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미국 국립외교원장인 리처드 하스는 "주권적 의무"라는 개념을 소개한다.내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치는 이상 국경선 밖의 사람에게도 의무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또 세대간 정의의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우리가 마음껏 자원을 쓰고 그 망가진 지구를 후대에 물려주면 결국 우리의 쾌락에 대한 책임을 후손들에게 전가하는 모습이 되어버린다.그리고 늘어나는 글로벌 인구, 환경 파괴, 낮은 식량자급률, 높은 대외의존도가 우리나라로 하여금 기후변화를 안보 측면에서 대응하게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미중 무역전쟁에 주가가 오르락 내리락하고, 일본의 무역보복에 산업이 악영향을 받는 것을 보면 나중에 식량문제 역시 우리나라를 휘청이게 할 수 있으리라 예측할 수 있다.과학적 연구를 부정하고 근시안적인 성장을 추구하고 무조건적인 회의론만 추구하는 것 역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부족이 과학적 사고의 결여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다비드 루아프르라는 과학자가 지적했듯이 우리에게는 과학적 문화가 부족하다.과학적 결론을 신뢰하고 그에 따라 움직이는데 익숙하지 못하다.그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이미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경제집단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해관계는 우리가 과학적 결론에 입각해서 정책을 추진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준다.근거가 부족한 인공강우 같은 방법으로 미세먼지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 역시 어려운 길을 회피하려는 모습에 불과하다.지구공학은 연구의 필요성이 분명 있지만 현실에서 답을 내기에는 아직 위험이 많이 따른다.


온고지신이라는 말처럼 현재와 미래에 잘 대응하려면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예측은 과거의 데이터에 기반해야 한다.과거의 데이터를 공부하고 여러 시행착오 끝에 쌓여있는 과학적 연구를 받아들여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앞서 민주주의를 이야기한 걸 상기하면, 집단지성은 민주주의에 있어서 중요하다.집단지성의 놀라움은 독립적인 인간의 직관이 합쳐졌을 경우 얼마나 현실에 가까운지를 보면 알 수 있다.김범준 교수의 말에 따르면 강연자의 몸무게를 맞춰보라고 한 후 개인적인 답변을 모아서 평균을 내면 실제 몸무게와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독립적인 시민들의 의사결정 참여가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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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뇌, 남자의 뇌 따윈 없어 - 송민령의 공감과 소통의 뇌과학
송민령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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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은 대단히 다학제적인 분야다.뇌과학 학과가 생기기 전에는 심리학과에서 뇌에 관심 있는 교수 두어 분, 컴퓨터과학과에서 언어와 시각을 연구하는 교수님 두어 분, 생물학과에서 신경세포를 연구하는 교수님 두어 분이 흩어져 있었다.뇌를 연구할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나고, 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교수님들을 모으고 추가 임용을 거쳐 뇌과학 프로그램이 만드렁졌고 때로는 뇌과학 학과로 발전했다.그래서 같은 뇌과학 저널에 실린 논문이라도 주된 저자의 전공에 따라 사용하는 언어, 방법, 질문이 모두 다르다."(21~22페이지)


우리는 흔히 대학을 학문의 상아탑이라고 부른다.그만큼 학문적인 공간은 세상과 좀 분리되어 있다는 뜻이다.인문학은 그나마 좀 낫지만, 과학은 그 기본적인 개념부터 어렵고 낯설어서 피하기만 한다.과학을 이해하려면 수학에 밝아야 하는데 수포자가 많고, 문과의 경우 과학을 잘 안 배우기 때문이다.그러다보니 과학자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세상에 갇혀 있는 문제가 있다.다행히 최근 들어서 정재승 교수 등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힘쓰는 과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시민들과 과학적 내용을 공유하며 소통하고 과학자들의 사고방식과 접근방법에 대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다.앞서 이야기한 정재승 교수는 뇌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강연, 방송, 책 등 여러 매체로 뇌과학에 대해 이야기했다.뇌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이야기도 많아지는데 그 이야기들 중 올바른 것을 선별할 수 있도록 돕고 보다 뇌과학을 보다 짜임새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이 책 역시 그런 취지다.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 이해할 때는 우선 그 분야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순서다.그리고 그 분야와 우리의 실생황이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훨씬 친숙하게 이해할 수 있고 유용한 지식으로 여길 수 있다.뇌과학과 뇌과학의 기초개념의 정의에 대해 설명하고 또 뇌과학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일방적인 설명이 아닌 질문-응답 방식으로 정리한 것이 센스 있었다.독자들이 책의 내용을 더 쉽고 편하게 이해할 수 있는 장치였다.뇌과학이라는 학문의 역사가 짧고 여러 분야에서 뇌과학에 대한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뇌과학이 학제적이며 협력적인 연구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짚은 것도 적절하게 보인다.뇌과학 관련 대학원에 들어가는 학생들은 보통 학부 때 뇌과학과가 아닌 다른 이름의 학부를 나왔다는 것도 현실이고 그 과정에서 일단 기초학문을 잘 배우고 와야 한다는 조언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몸과 마음, 이성과 감정 같은 단절적이고 이분법적인 이해를 뛰어넘어 양 분야의 연결과 교류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좋았다.근대 이래 몸이 탐구의 대상이 되고 마음은 몸의 생리적 변화에 불과하며 감정은 열등하고 이성이 중요하다는 오해가 생긴 것이 사실이다.이런 오해와 편견은 진정한 과학적 접근과 무관하다.뇌과학을 통해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몸속 호르몬들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세간에 돌아다니는 이야기들을 학문적 입장으로 바로잡는다는 점에서 좋았다.근래에 많이 문제가 되고 있는 우울증은 물론 모든 사람이 겪기 마련인 노화에 대해서도 잘 다루고 있다.어쩌면 사람들이 뇌과학에 가장 크게 기대할법한 동기부여나 정보에 기반해서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방법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동기부여나 좋은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저작들이 다루고 있지만 상당수의 책들이 그저 개인적인 경험에만 의존하는 추상적이고 일방적인 주장만 담고 있는데 반해 이 책은 연구와 실험에 기반해서 판단하며 신중한 조언을 전한다.


도덕적 문제는 물론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거짓말 탐지기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도덕을 단순히 규범적으로만 접근하지 않고 생물학적으로 보면 결국 공동체는 물론 나에게도 이익으로 돌아오며, 다른 생물체들도 나름의 규범을 가지고 있는 만큼 공감과 도덕을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이 현실적으로도 타당하게 느껴졌다.또 거짓말 탐지기가 외국에서는 이미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공론화를 통해 적절하게 이용되고 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되었다.클라우스 슈밥이 4차 산업혁명을 꺼내들고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바둑 시합에서 패배한 이래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인공지능 문제에 대해서도 인공지능과 뇌과학의 상호발전,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한 인간의 정체성 및 가치 문제, 그리고 인공지능이 결국 닮게 될 인간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우리 시민사회는 과연 뇌과학과 인공지능의 발전을 사회에 어떻게 반영해야 할까?인공지능의 무서운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존엄성을 유지하려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이 책은 뇌과학을 친절하게 소개하면서 우리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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