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들러스 타운의 동양 상점
우성준 지음, 송섬별 옮김 / 아토포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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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쩌면 내가 우울한 건 낯선 나라에 와서가 아닌지도 모른다.어쩌면 이 우울은 언제나 내 안에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이상하게도 이 깨달음이 울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오히려 희망이 샘솟았다.우울이 정말 내 안에 있는 거라면, 그 우울의 열쇠도 내가 쥐고 있다는 뜻이니까.나는 계속 자기 연민의 웅덩이 속을 헤엄칠 수도 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다른 누가 아니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다."(54페이지)

 

새로운 삶을 꿈꾸면서 이민을 간 사람들의 이야기는 문학에서 항상 다뤄지는 주제다.이 책은 아메리칸 드림을 기대하며 미국으로 이민 간 사람들과 이민 2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영어를 못하고 아시아 물건을 파는 가게를 운영하며 생계를 꾸려나간 이민 세대의 모습을 보며 그 고단함과 복잡함을 느낄 수 있었다.그런 부모 밑에서도 차근차근 성장하며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낙관적인 관점을 유지하는 남매의 모습이 기특했다.녹록지 않은 상황과 여러 사건사고 속에서도 각자 재기를 발휘해서 사태를 헤쳐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다른 문화를 가진 나라로 먼저 가있던 사람의 변화와 뒤에 이동해서 그 변화를 낯설게 느끼는 부부의 모습, 사춘기 속에서 방황하고 뒤늦게 영어를 배우는 이민 2세의 모습도 이민으로 인한 가족관계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한국 어머니답게 자식을 위한 삶을 사는 여성과 그런 관습을 탈피한 새로운 여성의 삶을 보여주려는 여성의 관계도 눈여겨볼만하다.미국인과의 인연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 부자간의 소통도 재치 있고 솔직하게 잘 풀어내고 있다.스스로를 이상한 가족이라 부르지만 이민 가족이 완벽하게 미국 사회에 융화되는 것에는 시간이 필요하다.어떤 가족이건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 있을까.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도 그렇지만 한인 이민자들의 삶을 그려내는 작품들이 나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그들의 삶에서 느껴지는 고충과 희비는 문학적인 가치가 충분함에도 많이 다뤄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든다.이 책은 특히 부부가 이민을 가서 자녀를 낳은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낳고 기른 자녀들을 데리고 이민을 갔다는 점에서 한국에 대한 추억과 아련함도 작품 속에 잘 녹아 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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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가지 키워드로 읽는 시민을 위한 조선사
임자헌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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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지금 우리나라의 고민거리들이 조선시대에도 그 시대 나름의 모습으로 존재했다.나라는 누구의 것인지, 법으로 다스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약자를 어떻게 보호할지, 냉정한 국제세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가진 것을 고르게 분배하려는 노력, 깨끗한 정치..는 여전히 우리 시대의 화두다.수백년 전의 왕조시대가 가지고 있었던 고민들이 사실 잘 들여다보면 낯익은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고전 번역 전문가인 저자가 중요한 주제 10가지를 키워드로 잡아서 과거의 논의들을 전달하며 지금의 이슈들에 대한 저자의 의견과 함께 다루고 있다.10가지 주제 모두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다.과거에도 중요한 문제였지만 미래에도 역시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조선이 망국이라 하여, 성리학이 망국의 이념이라 해서 무조건 배척하는 부정적인 편견이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데 이 책은 그런 편견을 타파하는데 도움이 된다.과거사를 더 잘 돌아보면서 우리 선조들의 고민을 이해하면 지금 닥친 문제들을 풀어가는데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문제의 배경과 맥락을 이해하며 공감하는 능력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지금 알맞는 책이다.우리나라가 불과 100년 남짓 전까지만 해도 왕조와 유학의 나라였고 식민지 시대, 전쟁, 독재의 시대를 거쳤다는 것을 이해하면 작금의 사회갈등을 이해하고 조정하는데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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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실크로드를 찾아서 - 아랍세계와 원자력 이야기
김병구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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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지역이라고 하면 보통 이슬람, 석유, 테러 등을 생각한다.그런 생각은 분명 지역을 이해하는 방법이지만 피상적이고 그 이면은 보지 못한다.예컨대 이 책에서만 해도석유자원에만 얽매이지 않으려고 원자력 개발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그 원자력 개발에 우리나라도 발빠르게 진출하고 있다.최근 국내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어려움이 있지만 분명 중동은 우리나라에게 가능성의 땅이다.실제로 과거에도 우리나라에게 중동은 외화벌이를 위한 개척의 대상이었다.

 

이런 중동의 참모습을 전달하고 이슬람포비아 같은 오해나 편견을 줄여가려면 우선 해당 지역의 역사, 언어, 종교부터 차근차근 이해해야 한다.새로운 땅을 호기심과 모험심의 관점으로 보고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활용할 것인지, 아니면 두려움과 편협함 때문에 뒷걸음질만 칠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다.이 책은 전자를 선택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사막은 삭막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과거 비단길처럼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면 견디는 것은 물론 큰 이점이 있을 수 있는 땅이다.

 

원자력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한 이때 전문가이면서도 일선에서 활약한 저자의 경험과 충고는 유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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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스
제시 볼 지음, 김선형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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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뒤쳐진 사람부터 잡는다는 속담이 있다.동유럽에 있는 속담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재난이나 고통에 취약한 것을 이야기한다.다운증후군, 사별, 시한부 선고 같은 악재는 한꺼번에 터진다.그러나 마음을 고쳐먹으면 그것이 오히려 당사자를 더 인간적인 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난 형이 있다.그리고 책 속의 등장인물도 다운증후군 환자지만 저자는 형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하지는 않는다.그저 소설 속 등장인물을 통해서 다소 담담하게 풀어낸다.가볍지 않은 주제지만 결코 지나치게 감성적이지는 않다.인구조사원 역할을 맡은 등장인물도 좋은 이야기 전달 방법이었다.


인구조사는 국가의 필요에 의해 하는 것이다.다른 사람의 사연에 대해 인간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방식이 아니다.이 책의 등장인물은 인구조사원이면서도 단순하고 편리한 통계자료 수집에 그치지 않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다.행정수단이 아닌 인간성을 위한 봉사로 봐야 한다.문학을 통해 인간성을 상기시키고 선함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는 작업은 의미가 깊다.또한 쇠퇴한 제조업의 풍경은 미국에서도 얼마 전까지 볼 수 있었는데 이 책에도 역시 등장한다.주제가 가볍지 않다는 것을 잘 알려준다.


초현실적인 가상의 나라에서 여러 배경과 사람들을 통해 저자는 모든 사람이 사연이 있음을, 그리고 선함이 아직 존재함을 다시 외치는 것 같다.목적보다는 수단, 정의보다는 효율, 의미보다는 편리함과 쾌락에만 무게를 두는 현대사회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리뷰어스 클럽(네이버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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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하게 산다는 것 - 모멸의 시대를 건너는 인간다운 삶의 원칙
게랄드 휘터 지음, 박여명 옮김, 울리 하우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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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헌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하고 있다.인간의 존엄성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근본이고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이기도 하다.그런데 현대사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 존엄성의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산다.또 많은 경우에 존엄성이 침해되기도 한다.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시간은 제한되어 있고, 사회적 갑을관계에 얽매여서 다른 사람의 존엄을 침해하기도 하고, 이익 극대화라는 시장의 요구에 발맞춰 소비자나 환경에 대한 존중을 저버리기도 한다.

 

이런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존엄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는 것이다.이 책에서는 신경생물학 교수인 저자가 지금 이 시대에 왜 존엄이 필요한가를 설명하고 있다.인간의 존엄성이라고 하면 정치인, 법률가, 사회운동가들의 역할일 것 같은데 저자는 뇌과학 연구에 기반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인지하고 존중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면서 또 인간 스스로에게 가장 바람직한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내가 생각했을 때 이 책의 핵심적인 질문은 "타인의 존엄을 해치는 것은 결국 자신의 존엄을 해치는 것이 아닐까?"라는 질문이다.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이 누군가가 차별 받거나 곤궁해서 약값을 못 구한다면 혹은 교육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곧 자신의 일이기도 하다고 연설한 적이 있다.누군가의 존엄이 훼손당하는 것은 치안과 사회통합의 문제지만 결국 더 나아가서는 지켜보는 나의 문제이기도 하다.다른 사람이 고통 받는 모습을 보는 우리의 뇌도 고통스러워 한다는 것은 신경학적 증거다.내가 경제적 탐욕이나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강인한 사람이어야 나의 존엄과 다른 사람의 존엄을 지킬 수 있다.그리고 이것은 교육이 필요한 일이다.다른 사람을 수단으로만 대하지 말라는 칸트의 말은 교육이 없이는 실천되기 어렵다.이기심과 상대를 도구화하려는 마음을 통제하려면 존엄의 필요성에 대한 성찰과 교육이 필요하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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