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알려주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 죽음을 통해 진정한 내 삶을 바라보는 법
알루아 아서 지음, 정미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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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임종 도우미인 저자는 현재 체계적인 임종 도우미 교육과 구체적인 임종 계획 수립을 돕는 단체인 '고잉 위드 그레이스'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가나 출신인 저자는 변호사로서 경력을 쌓아가던 중 갑작스럽게 형부인 피터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가 간호와 조카 육아를 도맡아 했다. 그러다 임종을 맞이하게 되고 뒷수습을 하던 중 마무리하기 위해 처리해 할 수많은 일을 보며 임종 도우미가 되기로 결심한다. 시종일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감동적이면서 유쾌하고 따뜻하게 다가왔다. 죽음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갑자기 찾아온다.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닌 내가 마주해야 할 현실이 되었을 때 겪어야 할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공허함은 당사자의 몫이다.


"우리는 죽음을 밀어내고 미룬다. 죽음은 다른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이거나 우리에게는 '결코' 오지 않을 먼 미래에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는 대체로 가장 중요한 것을 희생해가면서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에 집중한다. ... 그러다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병을 얻고, 진단을 받고, 죽음의 문을 두드린다. 삶은 지금, 바로 여기에 있다."


여기에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 평균 수명의 연장, 의학 기술의 발달 등 백세 시대의 도래를 축하하며 죽음이란 고령이 되고 나서야 찾아오는 것으로 착각하며 살고 있다. 그래서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아끼며 살지만 그러는 사이 병을 얻고 죽음의 문 앞에서 그때 해보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삶은 지금, 바로 여기에 있는데 아직 오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고 이미 지나간 일을 후회하며 살아간다. 무엇을 얻고 나서야 행복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며 즐거울 때가 행복한 것이다. 임종 도우미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저자로부터 죽음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과 삶에 대한 철학을 들을 수 있어서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누군가가 갑작스럽게 죽었을 때 우리는 자주 그 죽음이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마치 언젠가는 죽음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 대부분의 경우 죽음은 우리가 준비되었다고 느끼기 훨씬 전에 찾아온다."


건강하게 살아 숨 쉬는 오늘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주 잊고 사는 우리에게 죽음을 생각하는 건 가치 있는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한 해가 끝나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세우는 수많은 계획과 버킷리스트들은 미루지 말고 중요한 것부터 실행에 옮겨야겠다. 죽음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부터 삶을 대하는 자세는 달라진다. 더없는 욕망과 욕심을 내려놓게 되고 조금은 넓은 아량으로 여유롭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지나고 보면 별것도 아닌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 듯 살아오지는 않았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된다. 죽음을 이야기하면서도 삶의 교훈을 주고 소설 못지않은 가독성으로 지루할 새 없이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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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순례길 여행
이준휘 지음 / 덕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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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저자는 종교적인 의미로 한정된 순례라는 범위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과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는 성찰의 과정"으로 종교 성지, 역사 탐방, 녹색, 마을이라는 4가지 주제로 분류하여 50개의 순례길을 소개한다. 짧게는 1시간 45분에서 길게는 10시간 23분이 걸리는 산책과 고행을 넘나드는 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건 여전히 걷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도보 코스가 많다는 사실이다. 알고 있거나 걸어본 길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대부분은 전혀 몰랐거나 걸어보지 않은 길이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둘레길 혹은 순례길을 정비하기 시작하더니 다양한 도보 코스가 많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도심을 지날 때보다 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선 숲길을 걸을 때면 잡념이 사라지고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며 행복함에 젖어들 때가 있다.


도보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무수한 사연을 간직한 길 위를 걷는 여정이 단순히 걷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알고 나면 새삼 풀 한 포기도 다르게 보이듯 의미 있는 도보 여행이 될 수 있어서다. 처음 가보는 둘레길이나 순례길을 걷기 위해선 많은 정보들이 필요하다. 저자는 필요성을 인식했는지 '경로 안내도'에선 지도와 함께 도보 코스 길을 상세하게 표시해두었고 '길머리에 들고 나는 법'에서 자가용과 대중교통 정보를, '길라잡이'에선 안내 표지판 정보를, 식사와 보급, 숙박 정보와 탐방 가이드, 고도표까지 꼼꼼하게 챙겼다.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내겐 대중교통 시간표와 식당, 숙박 정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걷는 길 중간에 식사나 간단한 요깃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점이 없다면 미리 식수와 음식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둘레길, 치악산 둘레길, 한양도성 순성놀이, 생명사랑 밤길걷기, 천주교 순례길, 사려니숲길 등을 걸어봤지만 아직 걸어보지 못한 길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몇 시간씩 오르내리는 길을 걸을 때면 땀도 많이 흘리고 턱 밑까지 숨이 차서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걷기를 포기할 수 없는 건 나를 짓눌리던 현실에서 벗어나 자연이 가져다주는 편안함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걸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길이 많았다. 대부분 먼 곳에 있지만 도보 여행으로 삼기에 좋다는 생각했다. 생생하게 찍은 사진과 자세하게 풀어놓은 그 길에 담긴 이야기를 읽으면서 순례길을 걷는다는 건 역사를 걷는 것처럼 느껴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을 길을 오늘을 사는 우리가 천천히 걸으면서 작은 깨달음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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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질이의 안데스 일기 - 보고 듣고 읽고, 생각하며 쓰다
오주섭 지음 / 소소의책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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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질이의 안데스 여정은 2023년 3월 15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미국 LA를 경유한 뒤 페루 리마에 도착한 시점부터 시작한다. 4월 11일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기까지 거쳐간 곳은 리마, 와카치나, 나스카 라인, 쿠스코, 마추피추, 라파스, 티티카카, 리파스, 우유니, 아타카마/칼라마, 산티아고, 푼타아레나스, 토레스 델 파이네, 엘 칼라파테, 우수아이아, 부에노스아이레스, 이구아수 폭포, 리우 등이다. 남태평양과 남대서양을 마주한 나라로 페루와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을 비행기와 버스 같은 이동수단으로 여행을 다니며 보고 듣고 읽고, 생각한 것을 이 책에 담았다. 


< 모질이가 만든 '고산병 8계명' >


1. 음주 금지

2. 무거운 물건 들지 않기

3. 느리게 행동하고 말하기

4. 뜨거운 물 샤워 금지

5. 복식호흡은 자주!

6. 햇볕 피하기

7. 선글라스는 필수

8. 밤 추위 대비(소금 사막에서 원색 옷 입기!)


최근 몇 년 사이에야 알려진 곳이지만 남아메리카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은 신비로운 미지의 대륙이다. 고산지대가 많아 고산병은 물론 저자처럼 위도와 경도를 넘나들면서 여행할 경우 무더위와 강추위를 모두 대비해둬야 한다. 나스카 라인, 마추피추, 우유니 사막, 파타고니아, 이구아수 폭포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곳이다. 젊은 사람에게도 벅찬 28일간의 대장정을 노년에 접어든 부부가 소화해냈다는 게 무엇보다 대단한 열정이다. 책에 수록된 사진도 수준급이다. 자신이 보고 느낀 솔직한 감정을 책에 고스란히 남겨서 문장은 생동감으로 넘실댄다. 같이 여행한 것도 아닌데 마치 그곳에 갔다 온 기분이다.


나름 여행 관련 에세이를 많이 읽었고 개인적으로 간접 체험을 경험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좋아하는데 이렇게 속도감이 넘치면서 인문학적인 소양과 풍부한 이야기들로 채워진 책은 오랜만인 것 같다. 현실에서의 복잡한 일들과 어려운 사정들도 잠시나마 여행 에세이를 읽을 때는 잊을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저자가 돌아다녔던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꿈을 꾼다. 아마도 이 책 덕분에 남아메리카가 가진 매력에 푹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이 관광지에 대한 감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배경지식과 역사, 일상을 자연스럽게 녹아내서 읽을거리가 풍성한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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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으로의 마지막 여행
가일로 지음 / 작가와비평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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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은 북대서양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곳에 위치하여 빨간 지붕과 하얀 벽돌로 된 집들이 늘어선 낭만적인 도시다. 소설 속 리스본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재회'와 '이별'이 이뤄지는 무대다. 이 소설은 여행 전문작가로 활동해 온 저자가 쓴 첫 장편소설이라고 하는데 장·단점이 명확하게 보였다. 소설의 첫 시작점인 영국 런던의 하이드 파크와 리젠트 파크를 묘사하는 장면을 보면 시간대에 따라 포착되는 미묘한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반면 남녀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부분부터는 인위적이고 어색하며 상황이 급전개되는 느낌을 받았다. 20살이라는 나이 차이가 꽤 나는데도 불구하고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초면부터 적극적으로 이끌어가는 부분이나 남자가 건네는 느끼한 멘트, 존댓말을 썼다가 경어를 썼다가 하는 등 일관적이지 않은 부분이 보였다.


영국, 포르투갈, 미국, 한국이라는 여러 나라의 도시 속에서 펼쳐지는 남녀 간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재회를 그려낸 소설로 저자만의 장점인 여행을 버무려냈다. 제1장 리스본행, 제2장 사랑, 제3장 고통, 제4장 마지막 여행, 제5장 파도로 흥미로웠던 건 제3장으로 넘어가면서 소설다워졌다는 점이다. 제1장 리스본행은 여행 에세이 성격이 강했고, 제2장 사랑은 소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반면에 두 사람의 성격을 종잡을 수 없고 소설로서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가 제3장부터 제5장까지는 캐릭터가 제자리를 잡은 듯 차분해진 듯 느껴졌다. 의도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거슬렸던 점은 제1장 리스본행 후반부와 제2장 사랑에서 불필요할 정도로 '그', '그녀', '그들'을 사용해서 이야기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모든 인생사가 그렇듯 남녀 간에 주고받는 사랑과 이별은 매력적인 소재임에 분명하다. 그 장소가 이국이라면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것 같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주인공인 남자는 미국 소재 회사의 성공한 사업가로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 국립 미술관에서 알버트 비어슈타인의 1868년 작 <Among the Sierra Nevda. California>에 빠져 감상하던 중 미모의 젊은 여성을 만나 식사와 디저트,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 이후 만남을 이어가며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도시라는 배경은 이러한 사랑의 미묘한 감정을 담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 되어준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리스본과 워싱턴 D.C, LA, 시애틀, 뉴올리언스 등 미국에서의 사랑은 아마도 나이 차이를 뛰어넘게 하는 그 무언가가 있음을 표현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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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상처받는 당신의 마음에 대하여 - 고통과 상처에 대한 심리학적 처방
롤프 젤린 지음, 김현정 옮김 / 나무생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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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멍든 마음에 새긴 상처는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아 혼자서 가슴앓이 하는 분들이 많다. 비수처럼 꽂히는 말들이 모질게도 귓전에 자꾸 들리는 것 같다. 마음이 여린 사람들은 지나가듯 상처되는 말을 들으면 훌훌 털어내지 못하고 가슴에 담기 때문에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하고 홀로 아파한다. 독일 최고의 관계 심리학자인 저자가 쓴 이 책은 쉽게 상처받는 사람들을 위한 처방전이다. 지속적으로 괴롭혀 온 원인은 무엇인지 진단하고 나를 지켜내기 위해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아본다. 


[ 고통을 해소하는 기본 규칙 ]


첫째, 당신이 여기에 있는 효과적인 방법에 얼마나 집중할 수 있을지를 먼저 결정하라.

둘째, 어떤 기대나 압박감 없이 인지해야 한다.

셋째,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한다.

넷째, 자신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다섯째, 균형을 유지한다.

여섯째, 일상적 상처에 관한 문제임을 의식한다.


저자가 밝힌 것처럼 누구나 마주하는 일상적 상처를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다루고 있을 뿐 트라우마에 관한 책은 아니다. 자가 치유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경우엔 주저하지 말고 심리 치료를 받아보라고 권한다. 사건·사고를 겪었거나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한 채 지내왔다면 그대로 방치하지 말고 우선 정신 상담을 받아 해결하는 것이 좋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대부분 인간관계에서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가족, 친척, 직장, 동호회 등 사람들이 얽힌 모든 경우에 해당한다.


상처가 생겼다는 건 이미 여러차례 겪었다는 것이다. 말, 제스처, 행동 등이 당사자에겐 스트레스와 압박감으로 다가올 때 생기는데 상사와의 관계, 고부 갈등에서 우리가 느끼는 나쁜 감정들은 상처로 남는다. 미움, 무시, 비방, 편협함, 냉정함, 비열함, 불신, 비정함, 건방짐, 배려 없음, 복수, 이기심, 남의 불행을 기뻐하는 마음, 아이러니 같은 개념들이다. 상처로부터 벗어나려면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자가 치유로 상처받지 않도록 나를 돌보는 것 역시 중요하다.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수많은 사람들과 매일매일 일상 속에서 부딪히면 살아간다. 혹시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되는 말을 한 적은 없는지. 배려가 부족해서 무심하게 했던 행동이 기분 나쁘게 하지 않았는지. 불확실한 미래와 스트레스를 받으며 하루하루를 버티며 사는 현대인들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정신적 상처는 언제 어디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이는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동시에 더 많은 인간성을 실현하고 우리가 상황의 힘에 굴복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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