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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불평등한 세계에 살고 있다 - 기울어진 세계에서 생존하는 법
미셸 미정 김 지음, 허원 옮김 / 쌤앤파커스 / 2024년 8월
평점 :
사회문제를 다룬 책 가운데 가장 진보적이며, 깨어있는 지성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대한민국 영토에만 머문 내겐 피부로 와닿지 않아 몰랐을 이야기들이다. 저자는 10대 초반에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자이자 퀴어 여성으로 '어웨이큰'이라는 다양성·공정성·포용(DEI : diversity, equity, inclusion) 교육 기업을 공동창립하여 의미 있는 목소리를 내는 젊은 활동가이자 강연자다. 현재 아시아계 미국인 시민권 평등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샌프란시스코 인권위원회 자문 위원, 비영리단체 리릭 이사회, 빌드 테크 위트러스트 연합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다.
"증오와 폭력, 차별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인종주의, 성차별주의, 동성애 혐오, 장애차별주의, 원주민 혐오, 그리고 여러 다른 형태의 억압에 압도되고 있다."
다민족·다인종 국가인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지만 공권력과 사법 시스템은 흑인과 라틴계, 유색인에겐 더욱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흑인 인권운동 이후 흑인에 대한 처우는 나아졌지만 뿌리 깊게도 백인 우월주의는 존재한다.
"백인 우월주의는 의도된 것이며 끈질기다. 그것은 서서히 퍼져나가 어디에나 존재한다. 도처에 백인 우월주의가 있다. 그것은 우리가 숨 쉬는 공기이자 우리가 헤엄치는 물로서 어디에나 있으므로 동시에 아무 데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며, 자연스러운 존재 방식이 되어 우리 정신에 스며든다."
그들은 선대 때부터 매일같이 겪어오던 일이고 문밖을 나서는 순간 위법행위 하나에도 폭력적이고 위협적인 공권력에 희생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함 속에 살아야 한다면 결코 안전하거나 자유롭다고 느끼지 못할 것 같다. 잠시 머물 여행객이 아닌 이민자 또는 시민권을 얻어 정착해 살아간다고 생각해 보면 은근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겪을 차별과 불합리한 일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강조하건대, 지식 가두기는 조직과 구성원 사이, 재벌과 노동자 계층 사이, 백인과 유색인 사이, 남성과 주변화된 젠더들 사이의 권력 불평등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존재한다. 정보의 유통이 제한되는 데는 이유가 있으며, 우리는 그 이유와 방식에 대해 질문하고, 우리가 특권 덕분에 갖게 된 지식과 접근권을 널리 공유해야 한다."
불평등한 세계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존재한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 아랍권의 여성차별처럼 노골적인 폐습은 여전하며 자본주의의 발전은 심각한 부의 양극화로 소득 격차에 따른 기회의 불균형과 수저론으로 계층을 나누게 했다. 이미 제도화되고 인종 혐오주의가 만연한 세상에서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 집단의 문제이기 때문에 연대하여 맞서 싸울 수 있는 것이다. 공동체가 존재하는 이유는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그 당사자가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며 해결하기 위해 함께 뜻을 모으기 위함이다. 연결과 깊은 연대감으로 누구나 인간적인 삶을 누리며 살 권리가 있다는 걸 뼈저린 통찰력과 날카로운 문제의식으로 현재 작동하는 사회구조와 시스템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