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 속 전염병 - 왕실의 운명과 백성의 인생을 뒤흔든 치명적인 흔적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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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기술이 발달한 지금도 신종 바이러스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확진되거나 사망하는데 조선왕조실록에는 당시 역병과 기근으로 처참했던 상황이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 '홍역을 치르다', '학을 떼다', '염병할 놈'이라는 유행어가 전염병이 대유행하던 조선시대에 나온 말이라는 걸 알고 나니 우리들이 겪는 상황보다 훨씬 심각했던 것 같다. 전쟁이 아닌 전염병으로 1733년엔 전라도에 역질이 유행하여 2,081명이 사망하고, 1741년엔 관서지방에 역질이 돌아 3,700명이 사망했다니 인구수가 지금의 절반에도 못 미쳤을 시대이니 많은 수의 백성들이 손도 못 쓰고 희생당해야 했다.


이 책이 흥미로운 건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여러 문건들을 통해 당시 전염병에 대한 기록과 이를 치료하기 위한 의학까지 알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조선시대에도 왕실 의료기관인 내의원, 백성들의 의료를 담당한 혜민서, 전염병 치료를 전담했던 활인서, 조선 최초의 근대식 병원인 제중원 등 어떤 기능을 했었는지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조선시대 의녀를 지금으로 치면 간호사로 부를 수 있을 텐데 드라마 <대장금>에 나오는 장금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제생원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의녀의 전문 분야는 진맥, 침, 뜸, 약으로 나뉘는데 지금의 한의학과 같다. 이후에도 장덕, 귀금, 김만덕, 선복, 애종, 연생, 송월 등 의학에 뛰어난 자질을 보였던 의녀들이 활약했다.


<동의보감>을 기록한 허준처럼 종두법을 개발하고 <우두신설>을 집필한 지석영은 천연두가 유행할 때마다 우두 종법을 실시하여 병에 걸린 수많은 백성들을 구제하였기 때문이다. 천연두는 조선시대 내내 왕실과 백성들을 괴롭힌 질병으로 병자호란을 종식시킬 정도로 전파력이 강했다. 천연두가 청나라에 전파되어 대유행을 시킬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외에도 작은 마마로 불리던 홍역, 19세기에 유입되어 조선을 휩쓴 콜레라, 학질, 온역, 종기 등 온갖 전염병이 유행했던 기록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병으로 인한 고통은 상당했을 것 같다. 지금처럼 의료기술과 의료기관의 보급이 크지 않았을 때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선시대를 휩쓴 전염병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것 같았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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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 현대인의 삶으로 풀어낸 공자의 지혜와 처세
판덩 지음, 이서연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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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다시 '논어'를 읽어야 할까? 4차 산업시대로 고도화된 사회에서 동양 최고의 고전인 '논어'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논어'가 현재에도 유효한 이유는 결국 인간의 삶과 밀접한 문제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처세술, 인간관계, 조직생활, 공부법 등 무엇 하나 내 삶과 관계없는 문제가 없다.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해 이해하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해답을 구하고자 한다면 단연 '논어'를 꺼내 읽어볼 일이다.


아애기례 : 시대가 바뀌어도 예절의 본질은 지켜야 한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결국 본질은 시대가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다. 인간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도리를 다하는 것이 동물과 구별되게 사는 거다. 우린 고전을 떠올릴 때면 고리타분한 말로 해석하지만 이 책은 요즘 시대에 맞도록 쉬운 해석을 해줘서 읽기 편했다. 고전도 그 시대에 맞게 해석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인류사를 통틀어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지만 마음이 불안한 시대인 것 같다. 소가족, 1인 가구의 증가로 홀로 자신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안정을 느끼는 시대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지 않아도 목차를 보며 내 현재 상황에 맞는 부분만 읽어도 좋다. 늘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혼자서 한참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 옳았으면 한다. 그 고민을 혼자 싸매고 있기보단 '논어'와 같은 인생의 고전을 읽으면서 삶의 지혜를 구하고자 해결점을 모색해 보기 바란다. 결국엔 본질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답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겪으면서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란다.


불안하다는 것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미리 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우린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불안한 것이다. 불안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미리 앞서서 고민하거나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은 그대로 내버려 두고 오늘을 사는 현재에 집중하면서 살자.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생을 지혜롭게 사는 비결은 아마도 다른 사람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지킬 것은 지키면서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게 더 신경 써준다면 불안함도 가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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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뇌에 행동 스위치를 켜라
오히라 노부타카 지음, 오정화 옮김 / 밀리언서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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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는 새해엔 하나둘 목표를 세워놓지만 대부분 작심삼일이 되어 흐지부지 끊긴 경험을 다들 해봤을 것이다. 목표도 하루 이틀 미루다 보면 점점 부담감이 커져서 다시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결국 제풀에 지쳐서 행동으로 바로 옮기지 못하는데 이 책에서는 37가지 행동 패턴으로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결국 자기만의 루틴을 만들고 습관화시키는 일이다. 완벽하게 조건을 수행하기보단 자신의 수준에 맞게 임시 결정과 임시 행동으로 상황에 맞게 조절해야 꾸준히 이어갈 수 있다. 평소 주기적으로 정리하고 메모하는 습관은 집중력을 높이고 원하는 것을 찾느라 쓸모없는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아도 된다. 항상 정해진 위치에 물건을 놓는 습관이 그래서 효율적이다.


37가지 행동 패턴을 보면 알겠지만 그리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고 심플하다. 회사나 학교,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자유롭게 방치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시간 활용을 못하는 사람은 원칙과 목표, 규칙을 세워두면 알아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시간표 작성, 목표 세우기, 포상 주기 등 실행에 옮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다음으로 미루고 움직이기 귀찮은 이유는 동기부여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다. 37가지 행동 패턴이 필요한 이유는 측좌핵을 자극해 미루지 않고 바로 실행하는 사람이 되도록 하기 때문이다. 게으르게 보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바로바로 해야 하는 일들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거운 짐도 작게 나누면 옮기기 편한 것처럼 처음부터 완벽하게 처리한다는 마음보다 가볍게 한 걸음씩 몸에 적응하도록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겉으로 보기엔 힘들고 어려울 것처럼 보여도 할 수 있는 만큼 반복하면 못할 것도 없다. 일단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 봐야 하고 질보다는 양을 점차 늘리는 방향으로 부담 없이 가야 오래 할 수 있다. 대부분 작심삼일로 끝난 이유도 처음부터 무리해서 목표량을 채우려 하다 보니 그다음엔 자꾸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은 각 사람마다 가능한 범위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행동 패턴을 설계해 준다는 점이다. 그래서 행동으로 옮기는 첫 시작이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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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헨치 1~2 - 전2권
나탈리 지나 월쇼츠 지음, 진주 K. 가디너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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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 발랄한 상상력으로 넘치는 소설이었다. 이 책은 악당 빌런에게 고용되어 출근하는 헨치와 회사를 지배하지만 악하지 않은 빌런, 결코 선하지 않은 히어로가 등장하여 서로 대결을 펼친다는 내용이다. 권선징악을 비틀어 선과 악의 구도가 아닌 상황에서 유머러스하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마 코믹스로 만들었어도 재밌을 것 같은 소재인데다 슈퍼히어로를 무너뜨리기 위해 빌런과 히어로가 힘을 합친다는 부분도 색다르게 다가왔다. 여기서 헨치란 인력 센터의 중개로 빌런의 사무실에 파견되어 일하는 악당의 수행원이라고 한다. 초반엔 주인공인 애나가 같은 헨치 동료들과 서로 일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였는데 갑자기 빌런과 히어로가 치고받고 싸우는 장면부터 놀라운 흡입력을 보여준다.


이야기가 어디로 흐를지 전혀 예측도 안 되고 슈퍼히어로인 슈퍼콜라이더를 무너뜨리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레비아탄과 전략을 세우는데 히어로들마다 보유하고 있는 초능력이 다르기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이 책은 놀라운 반전이 숨어있다고 하는데 일단 1권부터 끝까지 정주행하며 읽어보길 추천한다. 실제 존재할 것 같지 않지만 상상력에 상상력을 더해서 뭔가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흐름이 마음에 들었다. 한 번 적응하고 나면 부스터를 단 것처럼 빠르게 읽힌다는 점에서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장면들이 책과 함께 둥둥 떠다니는 것만 같다. 놀라운 것은 이 책이 저자의 첫 번째 소설로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히어로는 약자를 보호하고 지키는 절대선을 가진 자이고, 빌런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절대 악의 악당이라는 고정관념을 넘어선 작품이다. 오히려 슈퍼히어로가 세상에 해를 끼치는 존재라니 근데 결말에 다다르면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누가 선이고 악인지 혼돈스러운 상황이 전개되면서 과연 그 방법이 옳았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처음에는 단기 계약직 자리를 얻기 위해 인력 사무소에 나와 빌런에게 고용되는 이야기가 펼쳐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갑자기 등장한 히어로, 슈퍼히어로, 빌런이 치고받는 등 영웅물로 바뀌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소설이다. 일상이 무료하거나 재미있는 일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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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르다는 착각 - 우리는 왜 게으름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가
데번 프라이스 지음, 이현 옮김 / 웨일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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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멕시코(2124 시간), 코스타리카(1913 시간) 다음으로 많은 1908 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회사는 근면 성실한 사람을 좋아하고 주중 야근도 모자라 토요일에도 일을 나가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하루 종일 빈둥거리며 게으르게 사는 걸 탐탁지 않게 여긴다. 일에 대한 강박이 일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쉴 때 제대로 쉬지 못하고 게으른 사람은 사회에서 쓸모없는 것처럼 여겼던 과거의 사회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워라밸을 중요시 여기며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노동생산성이 오른다는 걸 알기 시작했다. 우린 이미 충분히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 일하는 기계가 되어 삶을 소진해버린 뒤 남는 건 무엇일까?


우린 게으름이라는 거짓에 속아 느리고 여유롭게 살지 말라고 다그친다. 게으름이라는 신화는 생산성에 집착하는 기독교로부터 노예들에게 강요되었고 근면 성실하면 천국에서 보상받게 된다고 가르쳤다고 한다. 그래서 노예가 나태하거나 '게으르면' 근본적으로 부패하거나 잘못된 면이 있는 것으로 오인하게 했다. 노예근성은 노동력을 착취하는 수단으로 노동자들을 정신적으로 길들여왔던 것이다. 충격적이게도 우린 회사가 원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 어릴 적부터 배우면서 컸고 하나의 부품으로써 성실하게 일해야 좋은 평판을 얻으며 승진하는 시스템에 일과 함께 갇혀버렸다. 몸은 휴식을 간절히 원하지만 번아웃을 겪을지언정 잠시라도 일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건 불행한 현실이다.


적어도 몸이 힘들면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어야 하고 게으름이라는 낙인에 서로를 가두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필요하다. 게으름이라는 거짓은 애써 동료들의 불행과 현실의 고통을 외면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직장인들이 흔히 겪는 번아웃과 우울증은 충분한 휴식과 게으름으로 회복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이 책이 우리에게 위로를 주는 건 '당신은 이미 할 만큼 일했으니 잠시 쉬거나 덜 일해도 괜찮다'고 다독여주기 때문이다. 나를 위한 시간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린 일하는 기계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오랫동안 '생산적인 인간'이 되길 바랐지만 이젠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시간을 허투루 보내도 게으른 것이 아니라 몸이 회복할 시간을 갖는다고 생각하자. 이 책은 현대인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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