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나는 누구인가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윤순식.원당희 옮김 / (주)교학도서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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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나서 마주한 세상은 모호함 투성이입니다. 책에서 배우던 올바른 도덕과 가치는 현실 속에선 왜곡된 모습으로 자기 이익을 위해 법을 어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살다 보면 혼재된 세상의 비틀린 상황과 마주할 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아마 해답을 구하고자 떠나는 여정의 끝은 없을 것 같습니다. 무엇이 맞고 그른지 우린 판단을 해야 하고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선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왜 사람들이 철학을 찾을까요? 아마도 그건 가치 판단이 다른 시대일수록 내가 믿는 신념에 대한 확신을 얻고자 함이 아닐까요? 사람은 살면서 쌓은 경험과 몸으로 체득한 생활 습관을 따라 삽니다. 사실 정답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철학은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는 힘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던진 34가지 질문들은 누구나 한 번쯤 지치고 힘든 상황이 닥쳐올 때면 생각해 봤을 겁니다. 특히 사랑하는 누군가가 영원히 곁을 떠날 때 우린 삶의 의미를 찾습니다. 사람은 한 번 태어나 반드시 때가 되면 땅에 묻힐 존재들입니다. 허무함과 공허함 이 둘과 끊임없이 싸우면서 존재의 이유를 찾아 헛되게 버리는 삶이 아니길 바랍니다. 이 책은 I.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II.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III. 내가 희망해도 좋은 일은 무엇인가? 세 파트로 나눠 독자들이 스스로 이유를 찾고자 합니다. 그래서 결국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되묻습니다.


지구에는 수십억의 사람들이 있고 사람들마다 생각과 가치관이 제각각 다릅니다. 나와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모두에게 같은 방향을 바라보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독자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생각해 보도록 합니다. 기술이 발전할 때마다 도덕 윤리, 제도, 법 등 수많은 질문과 토론이 필요할 겁니다. 활발하게 토론이 오갈수록 생각지도 못한 문제점이 도출되기도 하고 각자의 가치관과 부딪히게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생각이 굳어진다는 말은 다르게 해석하면 내 취향에 맞게 맞춰 산다는 의미도 됩니다. 나에게 맞는 삶을 따라 행복하게 살기 위해 질문을 던지고 하나씩 곁가지를 잘라가며 자라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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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찾아드립니다 - 루틴을 벗어나, 나만의 속도로 사는 법
애슐리 윌런스 지음, 안진이 옮김 / 세계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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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희가 쓸 만큼의 돈은 하고 싶은 일을 통해 벌고 있고 가장 가지고 싶었던 시간을 온전히 가지고 살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가난하다는 생각이나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거든요."


5년 전 <사람과 사람들 -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에서 들은 이 말이 잊히지 않습니다. 시간을 온전히 가지고 사는 의미를 알기 때문인지 생각날 때마다 찾아서 듣습니다. 사람은 시간의 자율성이 높은 만큼 행복하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돈을 벌기 위해 직장 생활을 다닐 때보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은 채로 무엇인가를 할 때가 행복했습니다. 행복의 최대치는 독립해서 시간을 자유롭게 쓸 때였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나는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실행에 옮길 때 행복한 사람이라는 사실이죠.


시간의 덫 : 스마트 기기의 역설, 돈에 대한 집착, '최저가'를 찾을 때 잃는 것들, 지위의 상징이 된 바쁨, 게으름 혐오하기, 요청받는 일에 일단 'YES'라고 말하기 등 가장 흔하게 우리들이 겪는 일들이다. 바쁘게 사는 것이 좋다며 게으른 사람보다 성실함의 직장 생활의 표본으로 인식되어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지 못한 채 일해왔던 것 같습니다. 지난 경제 성장기 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은 가족 내에서도 서로 바쁘게 사느라 함께 모여 식사 한 끼 제대로 갖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맞벌이 가정일수록 아침과 저녁에 잠깐 보는 게 전부일 정도로 '타임 푸어'에 허덕입니다. 모두들 바쁘게 살지만 먹고 사느라 행복은 먼 이야기 같습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시간 풍요 습관 5가지를 살펴보면 활동을 다변화하라, '아니요'라고 말하라, 마감 연장을 요청하라, 기회비용을 따져보라, 큰 '왜'라는 질문을 하라입니다. 우리의 시간은 소중하기 때문에 낭비되는 요인과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대부분 내가 통제하지 못할 범위까지 도맡아 처리하느라 계속 시간 부족에서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시간을 절약해 주는 여러 좋은 서비스들이 많은 사회지만 도시에서보다 느리게 흐르는 시골에서의 삶을 바라는 이유는 언제부터인가 내 삶을 즐기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입니다.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기엔 신경 써야 할 일도 많고 복잡해서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현실적으로 직장 생활은 족쇄처럼 시간 감옥에 가둬두는 시스템입니다. 긴 출퇴근 시간, 불필요한 야근, 과도한 업무량, 회의 등 회사를 위해 살아가는 모습 뒤엔 낭비되고 있는 우리들의 시간이 있습니다. 만일 시간으로부터 조금 여유로워진다면 우리의 삶을 또 어떻게 달라질까요?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합니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 지금도 지나가고 있습니다. 혹시 '시간 푸어'로 살고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드립니다.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하기 보다 바로 지금 내일을 위해 시간을 현명하게 잘 쓰고 열심히 일한 만큼 쉴 때도 마음껏 쉬면서 일주일 간 쌓인 스트레스도 풀고 하루하루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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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하지 않을 권리
김태경 지음 / 웨일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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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던 사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피해자 또는 유족들에겐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끔찍한 일이다. 제3자 혹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요해서도 안 되고 그럴 권리도 없다. 하지만 현실에선 그런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2차 가해를 가하는 것이다. 가장 심각한 건 성폭력이나 왕따로 인한 문제의 경우 가해자 측에서 당당하게 합의를 요구하거나 책임을 떠넘긴다는 사실이다. 피해자의 아픔을 헤아려본다면 결코 일어나선 안 될 일이다. 우리 사회가 그런 문제에 대해 둔감한지도 모르겠다. 그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일을 키운다며 오히려 피해자를 원망하기도 한다.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나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이 책을 쓴 김태경 교수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 자문으로 등장해 익히 아는 얼굴이다. 현재 우석대 상담심리학과 교수이자 서울동부스마일센터 센터장으로 재직 중으로 피해자들의 후유증 극복과 일상 회복을 돕기 위해 애쓰고 있는 임상 수사 심리학자이기도 하다. 책에도 수많은 사건의 사례를 발췌해 수사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피해자들이 일상을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어떤 역할이 필요한 지에 대해 상세히 알려준다.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모든 초점은 가해자에게 쏠려 있고 피해자가 겪었을 때 고통이나 아픔을 이겨낼 수 있도록 보호하는 장치가 미흡했다. 대부분 과열된 취재 열기로 자칫 본질에서 벗어난 보도나 추측성 기사는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관심을 쏟아야 할 대상은 피해자와 유족들이다. 가해자는 가해자대로 응대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하고, 피해자와 그 유족들이 극복할 수 있도록 심리적인 치료와 지원이 필요하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트라우마는 정신과 치료 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다시 그 사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돌봐주는 단 한 사람의 힘'에서 제시하는 방법들을 보면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생각해 보게 된다. 위로하기, 도움 주기, 이야기 들어주기, 기다리기, 침묵하기, 잘못된 통념에 저항하기 등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며 스스로 아픔의 늪에서 헤쳐 나와 고통을 이겨낼 수 있게 손을 잡아주는 일부터 시작해 봐야 하지 않을까?


과거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피해자가 마주하는 현실은 때때로 가혹하기만 하다. 부당하고 억울한 사례들을 들을 때마다 제3자가 들어도 답답한 데 당사자는 오죽하겠냐는 생각만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피해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 정말 필요하다고 느꼈다. 공무집행을 하는 경찰에겐 일상적인 업무겠지만 당사자에겐 일생일대 큰 사건이다. 조사 결과 과정에서 왜곡이 있어서는 안 되고 모든 절차들에서 강압이나 강요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도 어디선가 사건이 벌어지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생겨날 것이다. 가해자는 가해자가 지은 죗값대로 제대로 된 처벌을 받아야 하고 피해자에겐 용서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며 피해자 관점에서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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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 - 나는 바이크 타고 시베리아에 간다
김현국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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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세계 최초로 모터사이클을 타고 시베리아를 단독 횡단한 것을 인정받아 1904년에 창립한 세계 탐험가 클럽에 한국인 최초로 정회원이 되었다. 가장 최근엔 2019년 5월 26일부터 10월 16일까지 140일 동안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했는데 모터바이크로 이동한 거리만 2만 ㎞에 이르는데 4번을 횡단하면서 축적된 이동 거리만 6만 5,000㎞로 탐험가에 걸맞게 누구도 시도해 보지 않았던 일을 성공한 사람이다.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한 사람은 마땅히 존경받아야 하고 대단히 멋지다고 생각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처럼 예측불가한 고행길이 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길고 험난했던 탐험의 여정을 이 한 권으로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한 기분이다.


쉽게 시베리아 횡단을 말하지만 70도를 오르내리는 혹독한 자연환경, 언어 장벽(러시아어), 낯선 환경 등 오로지 모터바이크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선 도전의 연속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님에도 모험을 떠나 4번이나 무사히 횡단을 마쳤으니 자신과의 한계를 넘어서 자유롭게 사는 삶이 부럽기도 했다. 대부분 규칙적인 일상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꿈으로만 그려봤던 일을 현실로 이뤄냈으니 목표를 달성했을 때 기분은 어땠을지 궁금하다. 길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저자는 그 누구보다 자유롭다. 애초에 회사 생활을 하기 보다 전업 탐험가로 인생을 살기로 마음먹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한 번 사는 인생 참 멋지게 사는 것 같다. 그에겐 값진 경험과 진짜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다.


광활하게 펼쳐진 도로 위엔 자신과의 고독만 흐를 뿐이다. 힘든 과정은 고스란히 이겨내야 할 몫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탐험가들은 하루하루를 가슴 뛰는 삶으로 바꾼 사람들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을 정해진 루트가 아닌 남들과는 다른 일에 도전하면서 살기 때문에 일말의 아쉬움이나 후회는 없을 것 같다. 해보고 싶은 일에 주저 없이 도전하여 실행으로 옮겼고 돈보다는 먼저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약간의 무모함과 스스로 개척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아니었으면 시작부터 불가능했을 것이다. 삶이 무의미한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꿈을 크게 키워나가길 바란다. 내가 오늘 살아있음을 느끼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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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준의 나주 수첩 1~2 세트 - 전2권 - 송일준과 함께 하는 즐거운 나주 여행 송일준의 나주 수첩
송일준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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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프로그램 <PD 수첩> 진행자로 익숙한 송일준 PD는 광주 MBC 사장을 끝으로 37년간의 방송생활을 접었다. 그 뒤로 제주 한 달 살이를 하며 <송일준 PD 제주 한 달 살기>를 집필한 뒤 곧이어 <송일준의 나주 수첩 1·2>을 출간할 만큼 퇴직 후 오히려 왕성하게 글을 쓰는 중이다. SNS에 <송일준의 나주 수첩>이란 타이틀로 연재한 것을 책으로 내게 된 것인데 영암에서 태어나 나주로 이사하며 나주중학교 1학년 때까지 산 기억이 전부지만 그에겐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이 책은 방송 경험의 노하우를 살려 나주 지역을 알리기 위해 발로 뛴 취재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몇몇 유명한 관광지나 지역 명소가 아니면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데 작은 노포부터 사회적 기업, 리사이클링 건물, 지역 장인, 나주 대표 인물 등 볼거리뿐만 아니라 이야깃거리가 넘쳐나는 곳이었다. 수차례 팸투어를 다녀봤지만 일반 여행사 코스에는 들어가지 않는 곳들이 많았는데 오히려 그런 장소가 기억에 오래 남는다. 꽃차교실 수다향, 카페 '소감' & 나주미술관, '3917마중', 니나노플래닝과 같은 곳은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나기 전까지는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치 작심하고 나주 곳곳을 홍보하기라도 한 것처럼 여러 장소를 다니며 정성스럽게 글과 사진을 담았다. 1~2권으로 나눌 만큼 취재한 곳도 많았다는 뜻이다. 1권에는 '인생이야기' 꼭지로 지난 방송을 하며 겪은 일에 대한 소회로 정리하였다. 이젠 퇴직 후 방송활동을 접어 자유로운 신분이 된 지금, 마음 편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지역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작업이 좋다고 생각한다. 날카롭게 사회의 부조리를 취재하며 정의를 앞세우는 일도 필요하지만 개인의 영역에선 부담감과 피로감도 상당했을 것 같다.


내겐 <송일준의 나주 수첩>이 일반 여행 에세이처럼 편하게 읽혔다. 별다른 수식어 없이도 담백하게 써 내려가는 문장이 내용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아마 나주에 머물며 일이 아닌 지역에 대한 애정으로 쓰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혹시라도 훗날 나주로 여행을 떠날 일이 생긴다면 <송일준의 나주 수첩>을 참고하여 가보고 싶은 곳을 둘러볼 것 같다. 사람과 일에 치여 똑같은 일상을 되풀이하며 사는 우리들에게 마음을 치유해 주는 나주로 기억될 것 같다. 책을 읽고 나니 왠지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는 이유는 아마도 이야기가 나를 이끌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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